괴이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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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티시온
작품등록일 :
2021.05.01 01:51
최근연재일 :
2021.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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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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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의 주인 163화

DUMMY

그런데 설시우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글레이는...”


*


“네가 원하던 주인이 되려면 결국엔 너를 죽여야 한다.”


글레이는 그저 덤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네가 말했지. 운명이라고. 그렇다는 건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너를 죽이기 위해서 일 것이다. 나도 딱히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중요한 건 글레이가 운명을 믿는다는 거다. 녀석의 말을 종합해 봤을 때 내 운명은 글레이를 죽일 운명이다.


내가 녀석을 살릴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마나를 가지지 않았을 거고, 그렇다면 진작에 글레이에게 죽었겠지.


즉 결말은 정해져 있다.


내가 정한 결말이 아닌 글레이가 정한 결말. 내가 완성되기 위해선 녀석이 죽어야 한다. 그리고 녀석은 그걸 알고 있다.


운명에 저항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아니 녀석은 계속해서 운명을 저항해왔다. 자신이 직접 죽인 82명의 주인.

그리고 주인이 나타나기 위해선 최소 5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레이는 적어도 3천 년의 세월 동안 운명을 저항해 온 것이다.


“그거 아십니까 주인? 제가 다른 세계에서 모든 인간을 몰살했다고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 세계에서 다시 인간이 나타났습니다.”


...뭐?


“...그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저도 그 세계에 인간을 전부 죽이고 난 뒤 신경을 껐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인간들을 다시 찾으려고 세계를 뒤지다 보니 전에 다 죽였던 세계에서 인간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확인해 보니 조그마하지만, 인간의 나라가 있더군요. 아니 나라라고 하기도 뭐한 원시인들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인간이었습니다.”


글레이가 인간을 놓쳤을 가능성 따위는 없었다. 정말 철저하게 인간만을 죽이는 녀석이었고 방금 녀석의 말을 토대로 인간을 추적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으니.


다른 세계까지도 추적할 수 있는 것을 보면 꽤 무서운 능력이겠지.


“가장 완벽한 종족을 인간이라고 하죠. 하지만 가장 불안정한 종족도 인간이라고 합니다. 세계가 인간에 의해서 파괴된다고 하지만 인간에 의해서 발전하기도 합니다. 주인의 세계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인간 때문에 멸종한 동식물이 있는, 반면 인간 덕분에 살아남은 동식물도 있다.


자연적으로 도태될 생물을 인간이 살려주는 것이다.


“세계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세계를 지켜줍니다. 그게 이 세상의 섭리입니다. 그렇기에 세상이 당신을 만든 것이겠죠.”


“...그래서. 그 새로 생긴 인간들도 전부 죽였어?”

“예. 그때는 당신을 만나지 않은 시점이니깐요.”


나를 만나지 않았다라...


“나를 만난 이후는?”

“그저 당신만을 보고 있었기에 다른 세계를 들르지 않았습니다.”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아니 스토커보다 더한 녀석이지.


“지금 어쩌면 다른 세계에 인간이 살아있을 수도 있죠. 엘프도 오크도 드워프도 말입니다.”


그 말에 나는 글레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녀석은 그저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내게 전해져오는 녀석의 감정도 똑같았다.


갑자기 짜증났다.


“뭐 하자는 거지? 그냥 곱게 나한테 죽어주려고 그러는 거냐?”

“아뇨. 지금껏 계속해서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이해할 수 없는데. 운명이든 뭐든 결국 자기가 죽으면 아무 의미 없는 거 아니야? 어떻게든 저항해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 네 모습이 정상이냐? 3천 년 동안 인간을 죽인 녀석이?”


아이들이 전부 사라지고 녀석은 공격 의지를 잃었다. 아니 처음부터 공격 의지가 나한테는 없었다.


나를 공격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녀석이 계속해서 나와 대화하고 싶었던 이유가 이제는 언뜻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지구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죽이면 오랫동안 염원했던 목표가 달성되는 것입니다. 그 어떠한 기분도 제 감정을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최소 3천 년 이상을 인간만을 죽이면서 살아온 녀석이다. 그동안 여러 괴이의 주인들도 만나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마 녀석만이 알겠지.


“하지만 인간들을 전부 죽이고 남는 게 무엇일까요. 이 세상은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말이죠. 용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 세계를 파괴하는 자.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전 그저 인간만을 죽였는데 그 세계가 망가졌죠. 제가 의도한 건 아닌데 말입니다.”


“그럴 리가. 우리 지구도 인간이 주체인 세계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전부 죽는다고 세계가 망가지지 않을 것 같은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오존층. 인간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아 바다의 수면이 올라갔다.


“아닙니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인간은 해결책을 찾을 것입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글레이는 인간인 나보다 더 인간을 믿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녀석이 누구보다도 인간을 믿고 있었다.


나는 녀석과 대화하면서 대충 마나를 회복했다. 다시 흐르던 피도 어느새 멈췄고 정신이 멀쩡해졌다.


그래도 멀쩡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힘겹게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지는 못하고 그저 윗몸만 일으켰고 나는 글레이를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저와 대화해 주셔서. 주인의 가족은 금방 정신을 차릴 겁니다.”

“정말 그렇게 죽을 거냐? 이렇게 허무하게? 인간들을 그렇게 죽여놓고?”


나는 어이가 없고 허무한 녀석의 모습에 화가 났다.


“고작 씨발 이렇게 죽을 것이었으면 진작에 죽었어야지. 심지어 너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다른 괴이를 가지고도 실험했어. 그들을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로 말이야. 발로그. 네 실험의 피해자다. 아직도 녀석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제 호기심이었죠. 당신을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 실험한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건 실패했죠.”


녀석은 아직도 그걸 고작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이게 녀석의 본 모습이었지.


“그래... 지금 널 공격하면 죽는 거냐?”

“예. 사실 지금 동안 전부 저를 죽이셨습니다. 제 목숨이 여럿이었을 뿐이죠. 제가 삼킨 쇠사슬만큼 제 목숨이 늘어났습니다. 저도 제 목숨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죽일 때까지 죽이시면 됩니다. 그때까진 대화를 이어나가죠.”


*


“아이들을 대피시킨 뒤 내 마나를 회복하고 다시 애들을 불러 싸울 생각이었어. 정말 그때는 내 한 몸 가누기 어려웠으니깐. 녀석이 그럴 생각일 줄은 몰랐다.”


나는 이고르에게 자초지종 설명했다.


“정말... 세계를 파괴하는 자. 글레이가 그렇게 간 겁니까?”


어느새 용의 수장인 붉은 남자가 다가오며 말했다.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들과 함께 많은 목숨을 줄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죽었어. 하지만...”


기분이 더러운 건 똑같았다. 연쇄 살인범이라도 아무 저항이 없는 인간을 죽인다는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적어도 3 자릿수 이상은 죽였다. 처음에는 나도 별 감정이 없었다. 녀석을 죽이러 지금까지 달려왔으니.


하지만 그게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열 번 백 번이 되면. 수많은 감정이 나를 지나치게 된다.


그중에서는 연민도 있다. 수십억 명의 사람도 넘게 죽인 놈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녀석을 죽였다.


그래야만 했으니깐.

그런데... 밖에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발록의 시체들을 봤을 때 글레이가 말한 비장의 수가 뭔지 깨달았다. 하지만 이들이 잘 처리해줬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니... 잘, 이라고 하기에는 방벽이 무너져있었고 살아남은 사람이 더 드물었다. 시체들에게 기생하는 기생충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 알렉산더 님이 어떤 사람의 시신을 않고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인사하려 했지만 그가 안고 있던 시신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알렉스... 헌터.”


결국, 하나뿐인 자신의 가족도 잃어버린 알렉산더 님이었다. 게다가 마사무네 님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급히 내 일행을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내 일행은 괴수들 시체 사이에서 혼절해 있었다.


이리가 찾아준 내 일행을 이고르에게 맡겨서 베타의 몸속으로 들여보냈다. 다행히 카잔과 에이엘 씨 아나리엘과 롭 님을 비롯한 3 종족들을 베타의 몸속으로 같이 들여보냈다.


그리고 샬롯이 알려준 내 가족이 있는 위치를 알려줘 급히 찾아갔다.


그런데 방벽 안의 상태도 좋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방벽이 무너진 곳으로부터 일자로 건물이 무너져있었다.


무너진 건물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무너진 건물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근처에서 살아남은 헌터와 군인들이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었다.


정황상 아마도 그들의 가족이겠지. 문제는 오열하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거다. 그들을 내가 셀 수 있다고 하면 말 다 한 거겠지.


정말... 세계가 멸망한 것 같았다.


그때 샬롯이 거미 고치를 들고 왔다. 그런데 그 안에는 내 가족들이 들어있었다.


“괴수가 정확히 주인의 가족을 빼고 전부 죽이려고 하더군요. 이상했습니다.”


...글레이가 한 거겠지. 시간이 지나면 정신 차린다더니 괴수들에게 내 가족을 죽이지 말라고도 했던 것인가.


아니면 나랑 싸우던 도중에 한 것인가. 뭐가 어찌 됐든 내 가족이 무사하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제는 숨길 것도 없으니 나는 베타에게 말했다.


“베타. 살아있는 사람들 전부 들여보내. 다 같이 들어간다.”


*


헌터와 군인들이 안고 있던 시신까지도 전부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은 갑자기 순간 이동해서 다른 공간으로 온 것에 의아해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용인족과 용들. 살아있는 사람들 전부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제 서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시현 누나의 아버지인 별비 길드장 님도 안 보였고 부 길드장 님도 안 보였다.


제임스 님도 안 보였고 마사무네 님도 끝내 보이지 않았다. 리암 헌터와 벨라 씨는 있었지만 다른 그의 파티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손으로 셀 수 있었다. 고작 30명. 인간은 30명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글레이가 말한 것이 있었으니.

나는 살아남은 자들 모두에게 말을 전했다.


“어쩌면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에 인간들이 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가 알고 있을 인간일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내가 할 말은 하나였다. 다른 세계에 있는 인간들을 찾아보자. 베타라면 다른 세계를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으니.


이 말은 인간만이 아닌 3 종족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물론 우리가 찾은 인간이 원시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배제하고, 말이다.


다행히 내 말에 인간들은 가족을 잃은 마음을 위로하진 못했지만 3 종족들은 아니었다.

다른 세계에 혹여나 자신의 종족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에 희망을 보였다.


하지만 내게 마음이 걸리는 것이 있었다.

글레이는 정말 허무하게 자신의 죽음을 인정했지만, 녀석이 했던 말이 있었다.


‘아마도 제가 죽는다면 당신과 같은 주인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당신 이후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제 뒤를 이을 용이, 한 마리 있습니다. 제 모든 걸 주었고 시간이 지나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겠죠. 어쩌면 지금의 저보다도 말입니다. 녀석이 저 대신 모든 인간을 죽일 것입니다.’


글레이하고 정말 강력했던 회색의 용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 그 회색의 용은 기생충과 같이 엄청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런 용이 작정하고 인간들을 죽이려고 한다면...


놈이 찾기 전에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인간을 지켜야 한다. 그게 진짜 내 마지막 목표고 운명이겠지.


“베타. 최대한 다른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살아있는 인간이 있는 세계를 찾아 줘.”


그렇게 인간들은 지구를 버렸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들과 다른 종족들은 멸망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아직은 멸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찾아야 했다.

새로운 희망이 사라지기 전에.


지금 동안 괴이의 주인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제 첫 소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생각하기에도 정말 아무렇게 막 썼습니다.


그 때문인지 가면 갈수록 제가 원하던 대로 소설이 잘 안 써지더군요.

그래서 인지 가면 갈 수록 비축 분도 떨어지고 추석과 백신의 이유로 소설을 못 올리기 까지 했지요.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비축 분을 두었는데 하루에 한 편도 쓰지 못한 것입니다.

저는 저만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 작품은 훨씬 공을 들일 예정이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동안 제 작품을 좋아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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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시간 21.05.05 487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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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괴이의 주인 162화 +1 21.10.11 342 9 12쪽
162 괴이의 주인 161화 +2 21.10.10 337 10 12쪽
161 괴이의 주인 160화 +1 21.10.09 334 9 11쪽
160 괴이의 주인 159화 +1 21.10.08 332 10 12쪽
159 괴이의 주인 158화 +3 21.10.07 316 9 12쪽
158 괴이의 주인 157화 +1 21.10.06 323 9 12쪽
157 괴이의 주인 156화 +1 21.10.05 327 11 11쪽
156 괴이의 주인 155화 +1 21.10.04 325 10 11쪽
155 괴이의 주인 154화 +1 21.10.03 323 9 11쪽
154 괴이의 주인 153화 +1 21.10.02 325 9 12쪽
153 괴이의 주인 152화 +1 21.10.01 345 9 12쪽
152 괴이의 주인 151화 +1 21.09.30 334 10 12쪽
151 괴이의 주인 150화 +1 21.09.29 337 9 12쪽
150 괴이의 주인 149화 +1 21.09.28 340 9 11쪽
149 괴이의 주인 148화 +1 21.09.27 351 11 12쪽
148 괴이의 주인 147화 +1 21.09.26 340 9 12쪽
147 괴이의 주인 146화 +1 21.09.22 372 9 12쪽
146 괴이의 주인 145화 +1 21.09.21 345 9 11쪽
145 괴이의 주인 144화 +1 21.09.20 350 9 11쪽
144 괴이의 주인 143화 +1 21.09.19 346 10 11쪽
143 괴이의 주인 142화 +1 21.09.18 347 10 11쪽
142 괴이의 주인 141화 +1 21.09.17 352 10 11쪽
141 괴이의 주인 140화 +1 21.09.16 36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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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괴이의 주인 136화 +1 21.09.12 380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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