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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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티시온
작품등록일 :
2021.05.01 01:51
최근연재일 :
2021.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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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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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의 주인 154화

DUMMY

방벽이 무너졌다. 전체적으로 무너진 게 아닌 한 곳만 무너졌지만 중요한 건 무너졌다는 거다.


다행히도 무너진 곳을 제외한 다른 곳은 마나가 그대로 흐르고 있었지만, 결과는 무너졌다는 거다.


이시현은 어깨를 부여잡은 채 말했다.


“저곳을 지켜야 해요!”


그녀의 어깨에선 피가 쏟아지고 있었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었지만 그건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는 말했다.


군인들과 헌터들이 지키고 있었는데도 무너진 이유가 있었다.


“SSS급 괴수! 해태다!”


갈라드리엘이 노렸는지 그곳에는 비교적 약한 괴수들뿐만 아니라 다른 게이트에서 나온 강력한 괴수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다.


게다가 SSS급 괴수 해태도 있었다. 물론 괴이인 해태가 아닌 일반적인 붉은색 푸른색 해태였지만 그 해태도 다른 괴수와 힘을 달리했다.


당연히 그곳에는 알렉산더와 마사무네도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너무나 많은 괴수가 있었고 해태도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10마리 이상의 해태가 있었고 다른 SS급 괴수도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 괴수들이 전부 정확히 방벽의 한 부분만을 공격했고 결국엔 무너져내렸다.


이시현과 일행들은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고 이준석의 거대한 몸으로 무너진 방벽의 공간을 메꾸었다.


“오민정! 이시현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치료부터 해!”


설아가 오민정에게 말했고 이시현은 뭔갈 말하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피부가 거의 드라큘라같이 창백해졌다.


오민정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입술을 깨물며 마지막까지 몸을 강화시켜는 버프를 주며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무너진 방벽에서 더는 위에 있을 필요가 없어 알렉산더와 마사무네가 땅으로 내려오며 괴수들을 밀쳐냈다.


“이제 진짜 한계인 것 같군.”

“아직도 설시우 헌터에게서 연락은 없나?”

“...”


알렉산더와 마사무네가 말했지만 설아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SSS급 헌터가 된 이후로 이렇게 나 자신이 무력해지는 것은 처음이군.”

“그래도 나는 설시우 헌터의 아이에게 진 적이 있어서 말이야. 난 좀 덜하네.”


마사무네와 알렉산더가 서로 말을 농담 식으로 주고받았지만 현재 상황은 절대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무너진 방벽 근처에 있던 군인들이 총을 들고 그들의 뒤에 섰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희망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인간을 구원해주소서.”


갈라드리엘은 무너진 방벽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묻지. 글레이 님은 강한 인간으로 실험을 하고 싶어 한다. 실험체로라도 살고 싶다면 앞으로 나와라. 살려주지.”


더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 갈라드리엘은 대놓고 실험체로라도 살고 싶다면 나오라고 말했는데도... 사람들중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앞으로 나가는 자는 내가 직접 목을 베어주지.”

“맘대로 해도 된다. 물론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죽여주지.”


마사무네와 알렉산더가 으름장을 놓았고 헌터들과 군인들은 맘을 굳혔다.


“죽더라도. 함께 죽겠습니다. 인간으로서 죽겠습니다.”

“저렇게 버러지같이 기생충에 기생 당하면서까지 살고 싶진 않습니다!”


리암 헌터와 그의 파티원들이 소리쳤다.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이지. 아쉽군.”


그와 동시에 손을 올린 갈라드리엘이 손을 내리며 마지막 인간과 괴수, 기생충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


인간들은 처절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단 한 구역의 방벽만 무너졌지만, 인간들에게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괴수들은 방벽이 무너졌다고 그곳으로만 몰려들지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들의 전력도 집중되겠지.


갈라드리엘이 그것을 알고 일부로 최대한 넓게 괴수들을 분포했다. SS급 이상의 괴수들이 방벽을 두드리면 그곳 또한, 무너질 수 있었기에 인간들도 전력을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방벽은 이미 무너졌다. 인간들은 전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방벽 안으로 괴수들이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도 인간들이 싸우는 이유인 가족과 지인이 괴수들에게 처참히 죽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죽는 것도 아니라 기생충에게 기생도 당해 죽는 게 죽는 게 아니게 된다. 절대 방벽 안으로 들일 수 없었다.


설령 본인들이 죽더라도. 인간들은 어떻게든 방벽을 사수해야 했다. 더는 예비병력 따위는 없었다.


방벽이 무너진 이상 쉬는 인원 따위는 사치였다. 모든 싸울 수 있는 인간들이 총을 들고 방벽이 무너진 곳으로 모여들었다.


물론 지금도 일반인들은 정신 상태가 좋지 못해 한 건물 안에 가둬두었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는 진짜 전부가 방벽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괴수들은 정말 끝도 없이 몰려오고 있었다. 전에는 정말 일반적인 괴수들만 몰려들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온갖 괴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괴수부터 해서 땅속을 휘젓고 다니는 괴수까지.


땅속을 다니는 괴수는 방벽을 몰래 지나치려고 했지만, 당연히 방벽을 지을 때 그것 또한 고려하고 지었다.


땅속을 휘젓고 다니는 괴수. 데스웜은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괴수였다. 평상시 같았으면 데스웜의 공격 따위는 무시했을 거다.


게이트 속에서 보았던 정말 압도적인 크기의 데스웜이 아니라 그저 3~4미터 크기인 비교적 작은 데스웜이었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긴 어려웠다. 방벽의 마나도 지금 한계에 다다랐다. 헌터들의 마나를 쥐어 짜내며 버티고 있었는데 하나의 괴수의 공격도 무시할 순 없었다.


다행히 설아가 데스웜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내 데스웜을 땅속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지만 설아가 땅속에 신경 쓰는 만큼 다른 헌터들이 괴수를 죽여야 했다.


이시현조차도 화살에 뚫린 상처를 급히 지혈만 한 채로 싸워야만 했다. 처절함의 연속이었다.


괴수의 시신이 정말 말 그대로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괴수의 시신을 계속해서 공장으로 보내고 있었지만, 시신이 쌓이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물론 그만큼 인간의 시신도 쌓이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은 시신을 수습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었다. 처음에 괴수들을 죽이는데 바빠 인간들이 죽어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었다.


하지만 기생충들이 그걸 두고 볼 리가 만무. 순식간에 그 인간의 시신에 기생했고 순식간에 기생충들이 불어났다.


인간들은 그제야 아차 싶었고 불어난 기생충들을 상대했다. 그때 수많은 헌터와 군인이 죽었다.


게다가 그들은 방금까지만 해도 같이 싸운, 말하자면 전우였다. 인간들은 눈물을 머금고 그들에게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갓 기생충에 감염된 헌터와 군인들이라 비교적 쉽게 죽일 수 있었지만 인간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리고 인간들은 생각해야 했다. 괴수들과 싸우기도 바쁜 사이에 인간들의 시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시현이 그 헌터들을 전부 태우려고 했지만, 거기에 쓰는 마나도 아깝다고 사람들이 반대했다.


그리고 괴수의 시체에도 기생충이 들어가 죽은 괴수도 다시 봐야 하는 상황도 왔다. 그래서 거의 없긴 하지만 속성 능력자들은 아예 괴수의 시체도 남지 않게 죽였다.


헌터들의 마나도 부족한데 인간에게 기생해서 인간들을 공격해오는 기생충은 비교적 약했기에 거기에 마나를 쓰는 게 아깝다고 한 거다.


결국엔 최악의 방법을 선택했다.


“총알 공장의 기생충에게 가져다줘.”


기생충들은 죽은 생명체의 몸이 크면 클수록 많이 기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몸의 비례해서 기생하는 숫자가 가장 많은 생명체는 바로, 인간이다.


원래부터 죽은 헌터나 군인들이 있었으면 기생충에게 먹이로 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괴수들의 시체는 워낙 많아서 운반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물론 시체가 멀쩡하면 기생충들이 더더욱 많이 기생하지만, 그것도 시체가 부족할 때나 그렇지.


지금은 괴수든 인간이든 시체가 넘쳐났다. 인간들의 시체도 괴수들과 마찬가지로 다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어떠한 존중도 없이 저기 널려있는 괴수의 시체와 같이, 말이다. 반발 따위는 없었다. 반발할 시간도 없었다.


그저 해결책이 나오면 바로 실행해야 했다.


게다가 인간들은 과도한 마나 사용으로 인해 실신하는 헌터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다. 지금껏 이렇게까지 마나를 사용하는 헌터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의 마나를 0이 가까울 때까지 사용하면 머리가 어지럽거나 하는 현상이 있기에 다들 적당히 사용하고 던전에서 나왔었다.


하지만 지금은 쉴 시간도 없었다. 0에 가깝게 사용하는 게 아닌 진짜 0이 될 때까지 사용해야 했다.


쉬는 건 죽어서도 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들에게는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인간들은 쉬고 싶다면 죽어야만 했다.


누구 하나 게으름 피울 수도 없었다. 게으름 피우면 주변에 다른 헌터나 군인들이 죽을 것이고 그다음은, 본인이다.

군인들은 총을 쏘다가 총이 과부하로 인해 터져서 손이 아작나도 버텨야 했다.

헌터들은 자신의 한계까지 마나를 사용하며 괴수들을 죽이고 있었다.


인간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그들에게는 희망 따위도 없어 보였다.

그들은 점점 감정도 잃어버리고 있었다.


계속해서 자신의 지인, 친구, 가족들을 기생충의 먹이로 집어 던지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더는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아무 감흥도 없이 자신이 할 일을 하는 모습이었다.


더는 설시우 헌터를 원망하는 모습도,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곳에는 계속된 전쟁이 지쳐버린 사람들밖에 없었다.


괴수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끝도 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강한 기생충들과 괴수들은 많이 줄어든 것이 눈에 띄게 보였다.


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인간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약한 헌터도 없었다.

살아남은 헌터들은 강해졌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강력한 헌터들이 죽었다.


다행히 방벽이 더는 부서지지 않았고 딱 한 곳만 부서졌지만 그곳을 보수할 시간은 괴수들이 줄 리가 없었다.


그 방벽을 사수함으로써 수많은 인간이 죽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러시아로 피난 올 때는 그래도 1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아남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절반의 숫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저 괴수들이 아니라 글레이가 나타났다면 우리는 진작에 멸망했어. 물론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이시현은 합당한 추론을 했다. 그녀의 상처는 아직도 낫지 않았지만, 설아가 그녀에게 피를 계속해서 공급해서 살아있을 수 있었다.


큰 상처긴 했지만, 한 달이 넘게 낫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도 잘 먹고 잘 쉬면 낫겠지만 인간들은 그 시간이 전부가 사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갑자기 괴수들의 공격이 멈췄다. 기생충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갈라드리엘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 금쪽같은 시간을 인간들은 어떻게든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글레이가 전장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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