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천마 독마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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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05.13 23:48
최근연재일 :
2022.07.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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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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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칠상팔하구불활(七上八下九不活)(수정)

DUMMY

혈영난귀의 두피가 새빨갛게 타올랐다. 피가 머리에 쏠리며 극도로 흥분한 것이다.

그가 원했던 것은 처절한 비명이었다.


[패앵-]


그러나 그가 들을 수 있던 것은 그의 뒷통수를 노리고 날아오는 채찍의 파공성이었다.

혈영난귀는 재빨리 몸을 날려 위험에서 벗어났다.


‘뭐 저런놈이 다있지?’


소림사의 고명한 무승이라도 맨손에 뼈와 살이 뭉게지면 고통과 공포에 찬 비명을 지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대는 자신이 붙잡힌 상태를 노리고 채찍을 당겨 후면을 공격했다.


으스러진 왼팔. 그러나 그의 오른팔에 반쯤 감긴 채찍은 아직 뱀처럼 살아 있었다.


‘고통을 모르는 녀석인가?’


아니다. 당오룡은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입안에 물고 있는 피독주(避毒珠)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신음이라도 흘렸을 테다.


“상문(傷門)에서는 이걸 항시 입에 물고 있어. 팔문 중에 상문이 가장 흉한 곳이야. 일각 이상 머물게 된다면 나 역시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상문에서 일각이상 버틴다면 승산이 있다.”


독마의 가르침은 그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를 섬긴 이후로 마음속 응어리진 답답함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식은 땀이 흥건히 앞섬을 적시고 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어느새 왼팔의 고통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채찍을 더 짧게 잡아 채고 금룡편법(金龍鞭法) 중 일타초월(一打楚月)로 혈영난귀의 왼편 옆구리를 쪼개 나갔다.


채찍의 범위가 줄어든 만큼 초식은 정교해지고 위력은 강렬해졌다. 마치 낭창한 봉으로 휘둘러 치는 것처럼.


‘인내심은 대단한 녀석같지만 실전 경험은 별로 없군!’


피처럼 붉은 혈영기가 혈영난귀의 양팔을 감쌌다. 혈영난귀는 채찍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왼팔을 내주었다.


백목자는 혈영난귀의 무모한 행동에 감짝 놀랐다. 당오룡의 공격은 편법 특유의 변화와 허초를 없애고 극도의 공격력과 실리를 추구한 초식. 맨살에 편이 휘감긴다면 피육은 그대로 찢어지고 뼈마저 상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선배! 위험하오!”


그러나 혈영난귀는 당오룡의 채찍이 그의 팔뚝을 타고 오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촤라락!]


‘...!!!’


“아니.. 이게 무슨..!?”


혈영기로 보호받는 그의 왼팔에는 상처하나 없었다.

10년전 무산전투에서 얼마나 많은 병장기가 그의 손에 속절없이 부서졌는가?

얼마나 많은 고수들의 의문속에 죽었는가?


“크크··· 우내십대 고수는 되어야 본좌 몸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을 꺼다!”


혈영난귀는 손목에 감긴 채찍을 그대로 잡아 끌었다. 당오룡의 몸은 짚으로 만든 인형처럼 힘없이 딸려 왔다. 당오룡의 목숨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헉?!”


혈영난귀가 당오룡의 목을 붙잡으려 할때였다.

그의 왼무릎이 힘없이 꺽이더니 바닥에 주저 앉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이··· 이건..! 무슨...도,독이냐?”


땀이 비오듯이 쏟아지고 심장이 터질듯 전신 혈맥이 부풀어 올랐다. 혈영난귀 얼굴에 처음으로 난색이 떠올랐다.


“혈영난귀···! 사방이 견혈봉후(見血封喉)야! 심맥을 보호하고 움직임을 멈춰!”


견혈봉후!

이들 중 가장 독에 조예가 깊은 하월백이 외쳤다.


‘젠장··· 너무 수월히 왔던 탓에 여기가 독마의 진법 안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어. 이곳이 견혈봉후의 군락지였다니...’


칠상팔하구불활(七上八下九不活)


견혈봉후에 중독되면 언덕을 올라갈 때 칠보(七步), 언덕을 내려올 때 팔보(八步), 평지를 걸어 갈때 구보(九步)에 목숨을 잃는다하여 만들어진 속어다.


하월백의 스승 홍락태제는 견혈봉후를 독 중 독이라 불렀다.


견혈봉후는 아열대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현존하는 식물독 가운데 가장 강력한 독성을 자랑했다. 워낙 서식지가 한정되어 있어 독성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도 했다. 오죽하면 짐조와 함께 전설속 독으로 분류되어 있었을까.


당오룡이 전투 시작과 동시에 긴 채찍으로 사방을 휘저은 것은 주변 견혈봉후에 상처를 내기 위함이었다. 견혈봉후의 유백색 진액이 채찍에 박힌 무수한 침에 스며 있다가 혈영난귀의 휘감긴 왼팔에 침투한 것이다. 혈영기로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독!


혈영난귀의 얼굴이 점차 보라빛으로 변했다. 혈액 응고가 시작된 것이다.


“하..월..백! 해약을... 다오!!!!”


혈영난귀는 눈에 실핏줄이 모두터져 피눈물을 흘렸다. 하월백이 망설이는 듯하자 원망에 찬 비명을 지르더니 피를 토하고 고통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빠드득]


당오룡은 그의 뒷목을 짖눌러 경추를 완전히 부러뜨렸다. 그 소리는 두 사람의 마음에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당오룡의 왼팔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 거칠어진 호흡, 무너진 자세만 아니라면 둘은 잠시 몸을 뺏을 것이다.


[하월백 소저. 둘이 함께 공격합시다. 견후봉혈을 상대할 피독구(避毒具)가 있을 거 아니요? 나에게 주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리라. 상대는 부상을 입지 않았소?]


하월백의 귀로 백목자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간 같이 다녀본 바로 백목자는 약삭빠르고 자기몸 챙기기 바쁜 자였다. 견혈봉후의 피독구? 물론있다.


‘스승님께서 주신.. 월정단(月丁團)···’


복용하면 일각 정도는 어떤 극독이 들어오더라도 피독할 수 있다. 이미 독에 당했다면 소용없지만. 그러나 문제는 월정단은 단 한알. 이걸 그에게 줄수 없다.


게다가···


이곳의 벌레 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견후봉혈과 함께 공생하는 이들은 거의 모두 독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견혈봉후 진액 냄새를 맡았는지 날벌레 소리가 귓가를 괴롭혔고, 나무 등걸을 타고 오르는 독사들의 숫자도 대여섯 마리는 되어 보였다. 모두 무늬며 독기가 심상치 않다.


[피독구는 없어.우선 그를 자극하지 말고 기다리지. 피를 흘리는 이상 그도 이곳에서 벗어나야해.]


[쳇! 알겠소.]


백목자는 긴장한 듯 검끝을 가볍게 떨었다.


‘지금인가? 상대를 해치울 기회는 지금 밖에 없는 것 같은데... ‘


백목자는 하월백, 아니 그녀 뒤에 있는 홍락태제를 믿었다. 홍락태제가 자신의 애제자를 아무런 대책없이 독마의 절진속으로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불길해··· 너무 불길해··· 아무래도 이곳이 상문(傷門)이야. 가장 피해야 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싸울 수는 없어.’


[바스락]


“젠장! 저건 또 뭐야?”


검은 경장을 입은 거미 가면의 사내가 안개속에서 등장했다. 한명이라면 모를까··· 진법 안에서 두명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하월백이 낙담한 순간 백목자는 자신들이 들어온 방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거미가면의 사내, 당위군은 당오룡의 상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쏟아낸 피가 이미 바닥에 웅덩이 하나를 가득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오룡은 당가 안에서도 엄살이 심한자다. 게다가 극심한 결벽증.. 피육이 찢어지는 싸움을 참고 해야할 정도로 대단한 상대였나?’


당위군은 전신 혈맥이 터져 퍼렇게 변해버린 시체를 보고 신원을 맞추는 일은 포기했다. 당오룡의 상처가 위중하니 우선 그를 여기서 빼내는 것이 중요했다.


‘독마께서 지시한 건 진을 지키라는 것뿐. 싸워서 이기라는 말은 없으셨다.’


“한명이 죽고, 한명이 도망갔오. 소저도 계속 싸울테요?”


입안에 단약을 물어 어눌한 음색. 그러나 하월백이 듣기엔 그리 나이든 목소리는 아니었다.


“혹시 독마의 제자?”


“훗··· 아니요. 나는 그분의 제자가 될 행운은 얻지 못했소.”


정신이 아득해지는 가운데서도 당오룡은 쓸데없는 말을 말라며 몸을 한차례 거칠게 떨쳤다. 독마 어르신에게 해가 될만한 어떤 말과 행동도 당오룡은 원치 않았다. 그러나 하월백에겐 그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독곡은 일인전승! 왕악림은 평생 제자 두명만 두었다. 남에게 의지하지도 남을 믿지도 않는자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독곡에 있을리 없어. 그의 제자가 대를 이어 곡주에 올랐고...왕악림은 죽었다. 그의 말대로···’


하월백은 신교에 있는 한남자를 떠올렸다. 십년전 삐쩍마른 목내이(木乃伊,미라)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남자. 입교 오년만에 신교 십대고수 중 하나로 우뚝선 남자. 그리고 지금···. 천마의 여섯 제자 중 하나로 차기 교주 후보 하나로 점쳐지고 있는···


동방후!


그는 야생의 늑대같은 자다. 평생을 가도 길들일수가 없는 위험한 날카로움을 지녔다. 여자들은 그의 매력에 빠져 나갈 수 없었다. 교주 위무극의 고명딸 위가령, 그리고 그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위가령의 위세만 아니었다면 하월백은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것이다. 그는 중독되어 있었고, 신교에서 독에 가장 정통한 것은 그녀의 스승 홍락태제였으니까. 실제로 위가령과 동방후가 만나기 전까지 동방후와 가장 깊은 밀월을 나눴던 것은 하월백이었다.


동방후는 독마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자 위가령이 아닌 하월백을 만났다. 위가령은 그녀의 위치때문에 신교를 떠날 수 없다. 그러나 하월백은 홍락태제의 제자로 독마 죽음의 진위를 파헤치기 위해 무림행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백매. 정말로...정말로 스승님이 죽어서 누군가 뒤를 이었다면 그에게 이걸 전해줘. 그간 내 모든 것을 담은 것이야.”


동방후의 부탁을 하월백은 거절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를 생각하면 이렇게 죽음이 가까운 순간에도 가슴 한복판이 따뜻해지고 용기를 낼 수 있으니까.


“나를 독마에게 데려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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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봉천(封天) 22.07.14 42 1 15쪽
» 5. 칠상팔하구불활(七上八下九不活)(수정) 21.05.20 60 2 10쪽
4 4. 세명이 온다 +2 21.05.19 48 5 10쪽
3 3. 송곳은 언젠가 주머니를 찢고 나온다 21.05.14 53 4 14쪽
2 2.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21.05.13 91 5 15쪽
1 1. 한명은 살고 두명은 죽는다 21.05.13 81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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