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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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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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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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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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몰락한 자들(1)

DUMMY

소란스러운 소리에 대원들은 휘나가 머물던 텐트로 몰려왔고 무너져내려 비바람에 흔들거리는 텐트를 바라보았다.


“휘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류미님은 어디 있어?”


휘나는 손을 뻗어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만티코어가 날아갔던 황혼의 숲 동굴쪽이었다.


아스칼리는 휘나를 들고 자신들의 텐트로 데리고 왔고 젖은 그녀의 체온을 높이기 위해 침구류를 치우고 텐트 가운데에 작은 모닥불을 만들었고 거스티는 이불을 들고 와 그녀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불가에 앉은 휘나는 마법봉을 꺼내 불에 데인 듯 손을 움켜쥔 자국이 남은 손목을 치유했다. 환청을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또 다른 누군가의 음성이 류미의 음성과 겹쳐 들렸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휘나는 불길을 바라보며 텐트 안에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뱃속에서 뭔가 튀어나오려고 했다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류미의 몸 안에 분명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만 같았어요. 마치 누군가에게서 절 보호라도 하듯 밀어낼 때 그랬어요. 자신에게서 떨어지라고... 그 작은 몸에서 나올 정도의 힘도 아니었어요.”


아스칼리는 바짝 움츠러든 휘나의 어깨를 감싸 그녀를 진정시켰다. 늘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그녀가 이토록 위축됐다는 것에 대해 공감했다.


아스칼리도 그 힘을 바로 옆에서 느껴 보았으니 알고 있었다. 리크는 류미가 덮고 있었던 이불과 배게를 가지고 들어왔다. 젖은 이불과 배게에는 불에 그을린 것처럼 거뭇거뭇한 흔적이 남겨져 있었다.


마치 몸이 불타올랐던 것처럼 배게엔 머리에 눌렸던 자국이 있고 이불 안쪽에는 버둥거리며 무언가에게 격렬히 저항했던 그녀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져 있었다.

아스칼리는 이불을 내려놓고 가다넬단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단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녀만 있다면 이번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류미님을 쫓아가야 합니다. 그녀를 잃어서는 안 돼요.”


“안돼. 우선 우리부터 살고 봐야지. 숲으로 간 이상 좇아간다면 그다음은 다들 알고 있겠지? 사이클롭스들이 우릴 가만 놔두지 않을 거다. 어쩌면 그들의 손에 이곳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을지도 몰라. 어서 빨리 이곳을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그냥 두고 도망간다고요? 진심이세요?”


상처 치료를 마친 휘나도 일어나 가다넬을 바라보았다. 증오에 찬 눈빛이 아닌 그녀를 구해달라는 간절한 눈빛이었다.


가다넬은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며칠 후면 이곳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이대로 물러났다가는 단원들에게서 신뢰를 잃게 되면 드라코니아를 지나갈 땐 이번엔 본인이 그들의 미끼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스칼리의 말대로 그녀만 찾아오면 무슨 일이든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저 귀찮은 빅투스와 동굴안에 숨겨진 유물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었다.


빛이 다시 이 땅에 도달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세네리엘이 뜨기 전에 그녀를 찾는다면 모든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리라 생각한 가다넬은 결심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류미님이 없다면 우리도 없는 거야. 지금 당장 짐을 챙기고 동굴로 간다. 그녀를 지켜야만 해. 사이클롭스들이 우리가 동굴로 가는 걸 알아채기 전에 빨리 움직이자!”


- - - - -


계속해서 아지트를 옮겨 다니는 몰락한 자들 길드를 찾는 건 규모가 크다고 해서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데일러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의 목에 걸린 현상금도 사라졌고 공식 길드로서 왕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불과하고 그들은 하루 이상 한 자리에 머무는 일이 없었고 흔적 또한 거의 남기지 않았다.


곤충을 채집하는 학자처럼 나무 위와 풀숲 그리고 자연스럽게 놓인 돌 밑까지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데일러스가 겨우 찾아낸 건 누군가 먹다 버린 시들해진 토마토 꼭지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온 산을 다 뒤져가며 찾을 수는 없었다.


데일러스는 해가 지기 전 숲을 벗어나 그들이 자주 출몰하고 루시아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로디몬 마을로 향했다.


바일라를 떼어놓고 나오느라 충분한 젠트를 챙겨오지 못해 성능보단 멋으로 차고 다니던 중급 귀걸이를 팔아 여관으로 가야 했다. 함께 오던 단골 술집은 그대로 있었다.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다니 데일러스는 기대감에 부푼 마음을 안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장~ 여기 따뜻한 물 나오죠?”


“네! 물론이죠. 어서오세요. 한 분이세요?”


“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관주인 테네쉬의 미모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몰아치는 세월이 테네쉬한테 만큼은 자비로웠던 건지 그녀의 풍성한 갈색 머리엔 흰머리 하나 없이 깔끔했고 잘록한 허리와 남성 모험가들을 끌어들였던 멜론만 한 가슴은 여전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녀가 데일러스를 못 알아보는 게 당연했다. 알아본다고 해도 경비병에게 신고를 할 만큼 소인배도 아니었고 정치적인 부분엔 전혀 관심도 없었던 그녀였기에 머무르기로 한 곳이기도 했고 몰락한자들 길드원들이 자주 오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참 가게 안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상대하며 바빠야 할 시간에 여관 안에 손님이라고는 멍하니 서 있는 데일러스밖에 없었고 테네쉬는 한가로이 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테네쉬는 거지꼴로 들어온 데일러스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말했다.


“지불 할 젠트는 있으시긴 하겠죠?”


“우선 하루 묵고 저녁도 먹을 생각입니다.”


“총 120젠트에요. 2층 방중에 아무거나 쓰시면 돼요. 어차피 손님 말고는 더 올 사람도 없을 것 같으니까요.”


데일러스는 복도에서 가장 가깝고 가게 안의 소리가 제일 잘 들리는 방을 골라 짐을 풀고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끝내고 나와 테네쉬가 차려놓은 식사를 하기 위해 늘 앉았던 구석진 창가 자리에 앉았다.


조금은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였지만 궁둥이가 닿고 다리가 편해지자 그동안 숨어 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쑤셔서 포크를 잡고 휘두를 힘도 없었고 빈약하고 맛없는 식사에 입맛도 없었지만 살기 위해 어떻게든 음식을 욱여넣었다.


테네쉬의 가게는 예전부터 음식이 맛있는 맛집은 아니었고 사람들은 술과 함께 테네쉬를 보기 위해 오는 곳이었다.


데일러스는 대충 고기 같아 보이는 것만 집어먹고 테이블 중앙으로 음식을 밀고 어두워진 밤길을 내다보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테네쉬는 맥주 2잔을 들고 와 데일러스의 앞에 하나를 놓고 다른 잔을 든 채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데일러스는 잔을 들어 건배했다. 데일러스는 술을 털어 넣고 말했다.


“원래 술 잘 안 먹지 않아요? 단골들이 그렇게 술을 들이밀어도 쳐다도 안 보시더니.”


“징그럽게 존댓말은... 아니다. 우리가 서로 말을 놓았었나?”


그녀의 입술에 있는 점이 입꼬리를 따라 바이킹 타듯 솟구쳐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왔다.


“무슨 말씀이신지?”


“네 얼굴에 칼자국 하나 났다고 내가 못 알아볼 줄 알았어? 루시아 공주랑 다니던 경호원 데일러스잖아.”


데일러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세수하듯 얼굴을 문질렀다. 속에 숨에 있던 꺼풀이 나타났고 그녀의 놀라운 기억력에 감탄했다. 반가운 마음에 흥분한 데일러스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와... 미쳤어. 도대체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 거야? 2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말이야. 사실 가게가 아직 있을지도 의문이었었거든.”


테네쉬는 다리를 꼬며 뒤로 기대 맥주를 음미하며 말했다.


“공주님이랑 연애하는 사람이 어디 전설급 장비를 차고 다니는 사람처럼 흔한 것도 아니고 기억 못 하는 게 이상하지.”


데일러스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아이 깜짝이야! 뿜을 뻔했잖아.”


“연애하고 있었단 것도 알았다고!?”


테네쉬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공주님이 복면을 썼었다고 해도 내 눈은 피할 수 없어. 실은 공주님이 차고 다니는 최고급 귀걸이는 예전부터 내가 찜해 놓았던 장비란 말이야. 그래서 그 민머리 영감들이랑 땀냄새 풀풀 풍기는 농사꾼들에게 그렇게 잘해준 거라고.”


“뭐 그거야 먹고 살려니 했다지만 넌 모험가도 아니면서 최고급 장비는 사서 뭘 하려고?”


“예뻤단 말이야. 그래서 돈을 모아 사러 갔더니 이미 팔렸다는 거야. 그래서 실망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그걸 공주님이 사가셨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근데 네가 여기에 앉아 손을 주물럭거리는 여자의 귀에 달린 귀걸이가 바로 그 귀걸이였던 거지. 로즈모엘 백작의 귀걸이... 아직도 그 귀걸이 이름이 기억나네. 하긴 워낙에 충격적인 일이었으니까.”


“다음에 성공하면 내가 다른 예쁜 귀걸이 사줄게.”


“어머 어머.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 아저씨가 갑자기 개수작을 부리시네? 그런 짓을 하려면 20년 전에 했어야지.”


데일러스는 빙긋 웃어 보이며 잔을 집어 들며 말했다.


“싫음 말고.”


테네쉬는 가늘게 눈을 뜨고 잔을 들어 데일러스의 잔에 가볍게 부딪히며 피식 웃었다.


“싫다고는 안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옛날 단골이니 뭐니 하면서 숙박비 좀 싸게 해달라고 할 생각이라면 하지 마. 가뜩이나 장사도 안돼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데일러스는 감탄하며 무릎을 ‘탁’ 쳤다.


“이야~ 진짜 귀신이네. 귀신이야. 지인 할인 좀 받아 보려 했더니 안 되겠네.”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며 한참 동안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가게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야? 옛날엔 이렇게 앉을 곳도 없어서 밖에 테이블까지 두고 장사했었잖아.”


테네쉬는 한숨을 토해내며 잔을 세게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댄 후 어둠이 내려앉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말도 마. 요 앞 사거리 잡화상점 앞에 주점이 들어왔는데, 가게 주인의 딸들이 그렇게 예쁘다고 소문이 나서 다 거기로 갔잖아. 근데 그 집 아들내미도 훈남이라는 말에 간간이 찾아오던 여자 손님들도 다 뺏겨서 문 닫아야 할 판이야. 영감탱이들 나뿐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다 도망갔어.”


“그래도 그동안 그 영감탱이들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지 뭐. 농장 문서랑 집문서를 몰래 몽땅 들고 와서 청혼했던 남자도 있지 않았나?”


“약 올리냐? 그 이빨 몇 개 없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영감탱이랑 살라고?”


맥주잔을 한 번에 10개씩 들고 다녔던 그녀의 팔에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럼 이젠 가게에 아무도 안 오는 거야?”


테네쉬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사흘에 한 번씩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지. 옛날부터 단체로 오시던 손님들인데 아마 내일이면 올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이 지나도 그들은 여관에 오지 않았다. 테네쉬는 그 손님들마저 다른 가게에 뺏긴 것 같다며 침울해했고 이틀간 그녀를 위로한답시고 술 상대를 해주는 바람에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로브까지 헐값에 팔아야 했다.


데일러스가 특별히 하는 것도 없으면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젠트도 없으면서도 며칠 동안 가게에 묵자 테네쉬는 물었다.


“너 누구 기다리는 거야?”


“응?”


“흠... 설마 그 단체 손님들을 만나려고 이러고 있는 거였어?”


“아닌데? 아줌마 남의 일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없으면 밖에 나가서 가게 홍보라도 하시지? 정말 가게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오잖아.”


“왜 나한테 승질이야? 확!”


아무래도 오늘도 그들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상 내일까지 묵고 테네쉬에게는 미안하지만, 딸들이 예쁘다는 다른 여관으로 겸사겸사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오늘도 한잔하자는 그녀의 말에 차마 돈이 없어서 못 먹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이틀 동안 마신 술 때문에 속이 쓰려 못 마시겠다고 대충 둘러댄 후 방으로 올라왔다.


지루한 밤을 보내고 돈을 아끼려 할 일을 찾다 낮에 서점에서 사 온 남자들의 마법이라는 잡지 책을 꺼내 드러누웠다.


그러나 데일러스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깊은 단잠에 빠져버렸다. 한참 자고 있던 그때 데일러스는 몸을 뒤척이다가 1층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눈을 떴다.


수많은 발소리가 계단 복도를 따라 부식돼 부서진 문 밑으로 기어들어 왔다. 목 빠지게 기다리던 그들은 마침내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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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9화 지도자(3) 23.02.26 20 0 17쪽
178 178화 지도자(2) 23.02.24 26 0 12쪽
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5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6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5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9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4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6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8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8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31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3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7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7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9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43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30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7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30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1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7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7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8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8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8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4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8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9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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