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렙 히로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Lastia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4.09.16 14:10
연재수 :
274 회
조회수 :
34,066
추천수 :
315
글자수 :
3,873,671

작성
22.05.15 14:55
조회
305
추천
6
글자
14쪽

7

DUMMY

“읏? ······여긴?”


왠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낯선 방. 주위를 둘러보던 리아는 살짝 고개를 꼬았다.


어색한 기분으로 계속 이곳저곳을 살피던 리아는 곧 침대 옆에 기대어 선잠을 자는 필리아를 발견했다.


안색이 초췌한 것이 아마 계속 간호했던 게 아닐까.


저렇게 자면 불편할 거다. 깨우긴 주저됐지만 리아는 무사하다는 걸 알릴 겸 조심히 필리아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저··· 어머니?”

“······으음.”


살짝 눈을 뜬 필리아. 그러나 아직 잠기운 때문인지 조금 멍했다.


그러다 서서히 초점이 돌아왔는데, 필리아는 이쪽을 보고는 번뜩 눈을 부릅떴다. 의식도 완전히 각성하였는지 바로 달려들어 리아를 붙들었다.



“리아! 모, 몸은 어떠니? 어디 아픈 곳은 없니?!”

“괜찮아요. 오히려 조금 좋아진 기분이 들어요.”

“정말, 정말로 괜찮니?”

“네. 정말요.”


실제로 확인하고 싶었나, 필리아는 여기저기 몸을 만지며 살펴봤다.


리아는 그런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신발을 신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심 걱정이 들었었지만, 어제 촌장―― 에이브안이 피운 약초가 효과가 있었나 보다. 현기증이나 멀미 같은 증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기분 탓인지 왠지 몸이 좀 가벼워진 거 같아.’


필리아가 보기에도 괜찮았는지 작게 어깨를 떨구며 안심했다.

그렇게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자니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이스카르와 에이브안. 둘은 스트레칭으로 찌뿌둥한 몸을 풀던 리아를 보고는 흥분한 기색으로 다가왔다.



“리아야! 몸은 어떠니?”

“이스카르, 조용히 해라. 리아가 어지러우면 어쩔 거냐.”


바로 핀잔을 주는 에이브안.


솔직히 아직은 그에게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리아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봤다.



“아···! 안녕하세요, 아버지. 그······ 할아버지!”

“오오! 잘 잤니, 리아야! 그럼, 할아버지는 잘 쉬었지.”


‘아직 인사만 했는데······’


현재 시간은 고사하고 얼마나 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이브안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어제는 덕분에 정말 푹 잤다며 엄한 감사를 받게 되었다.


‘이, 있는 거, 없는 거, 다 말해주실 기세시네······.’


조금 황당하게 보고 있자니 이스카르도 제법 황당했나, 어지간해선 보이지 않을 싸늘한 시선으로 에이브안을 쳐다봤다.



“어······르신?”

“뭐, 뭐냐. 그 눈은?”

“두 분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차갑게 울리는 필리아의 목소리. 재차 설전을 이어가려 했던 이스카르와 에이브안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리아, 배는 고프니?”


둘의 반응에 어리둥절하면서도 리아는 대답했다.



“네. 몸이 괜찮아졌는지 오늘은 더 배고픈 거 같아요.”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렴. 곧 준비해 줄게. 촌장님? 부엌 좀 쓸게요.”

“마, 마음대로 하거라.”

“리아, 조금만 기다리렴.”


마음이 편안해지는 미소를 보인 필리아는 리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필리아가 나간 방안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응? 왜 이렇게 다들 조용하지? 두 분이 사이가 안 좋나?’


뭔가 쭈뼛대는 듯한 둘의 상태가 묘해 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아버지? 할아버지?”

“오우! 무슨 일이니, 리아야?”

“그래! 뭐 할아버지에게 물어볼 게 있니?”


동시에 대답한 둘은 무섭도록 바짝 다가왔다.


상당히 부담스럽다.


리아는 눈치채이지 않게 살짝 거리를 벌리고는 말했다.



“아뇨······ 앗! 맞다, 이야기! 할아버지, 죄송해요. 어제 그냥 잠들어서.”

“하하핫! 아니다, 신경 쓸 거 없단다. 어제 말하지 않았니? 그냥 자도 된다고. 오히려 어제는 그냥 재우고 싶었으니까 사과할 필요는 없단다. 그것보다 몸은 괜찮아졌니?”

“네. 왠지 상태가 더 좋아진 거 같아요.”

“그런가! 다행이로구나.”


정말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걸 안색을 통해 알아봤는지 에이브안은 기쁜 듯이 웃었다.



“아. 리아야. 그러면 오늘은 날씨도 좋겠다, 마당에 한 번 나가보지 않겠니? 너무 누워만 있는 것도 건강을 해치니 말이다.”

“마당이요······? 어, 네. 갈게요.”


갑자기 왜 가자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다. 거기에 도중부터 자신을 안고 이야기하는 그가 너무나 기대된다는 기색을 비쳤기에 안 간다고 하기에도 뭐했다.


그러다 문득 뒤에 서 있던 이스카르에게 눈길이 갔다.


어딘지 모르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있는 그의 모습은······ 보고 있는 쪽이 더 신경 쓰일 지경이다.


물론 버리고 갈 마음 따윈 전혀 없다.


리아는 밝게 불렀다.



“아버지도 가요.”

“그래! 같이 가자, 리아야”


딸이 부름이 그렇게 좋았나, 이스카르는 바로 얼굴에 꽃이 폈다.


그렇게 모두 함께 화기애애하게 간 마당. 그곳에는 각종 풀과 작은 묘목들이 심어진 화단이 있었는데, 배치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지 외관상 보기에 참 훌륭했다.


‘딱 봐도 제법 공들여 만든 티가 나네. 유명한 정원사와도 견줄만한 느낌이지? 무슨 풀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으면 적절히 배치하기 곤란할 텐데 말이야. 저 묘목의 위치도 굉장히 절묘해.’


잘난 척 평가했지만······ 사실 전생의 말년에서 자그마한 화단을 가꾼 게 전부인지라 잘은 몰랐다. 이처럼 완성도가 높은 화단을 만든다는 건 절대 불가능했고.


하지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조금은 평론가의 기분을 내도 되지 않겠는가. 실제로 굉장하기도 하고.


이러나저러나 한 번쯤은 하고 싶었던 일을 완수한 리아는 만족스러움에 눈을 빛냈다.



“멋져요. 할아버지가 만드신 건가요? 훌륭해요!”

“오오. 그래, 할아버지가 리아를 위해 잘 꾸며 논거란다.”

“에? 저를 위해서요?”

“그래, 그렇단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언제 이런 경치 구경을 좋아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화단까지 만들었단 말인가. 분명 오래 걸렸을 텐데.


‘기껏 손녀를 위해 만들었다는데 제대로 감상하지 않으면 실례지.’


깊은 애정에 감동하면서 리아는 화단을 둘러봤다. 에이브안의 품에 안긴 채라 전체 전경은 잘 보였다.


한동안 요리조리 구경하다가 리아는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할아버지, 저기 저 풀이요. 예쁜데 저건 뭐예요?”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건 어느 쪽의 기억에도 없는 처음 보는 풀이되었는데, 다른 것들과 달리 중앙의 줄기에서 뻗어 나온 하얀 콩 같은 열매가 자라있었다.



“저건 몸을 진정시키는 약초지.”


이어 설명해주기로는 저 풀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약초로, 본래 이름은 회복초이며 발작이나 해열, 마력의 안정화를 돕는 등의 폭넓은 효능을 자랑한다고 했다.


저리 효능이 많으니 수요는 많을 거다.


그리고 비싸겠지······



“여기에 있는 것들은 그중에서도 특급이지. 이 할아버지가 전부 개량해 두었거든. 다른 회복초와는 효능을 달리할 거란다.”


자랑스럽게 말한 에이브안은 탄력을 받은 듯 더욱 부가 설명을 줄줄이 늘어놨다.


물론 리아는 딴생각으로 한 귀로 흘려들었지만.


‘야, 약초? 설······마. 잠깐, 아니지? 하지만 날 위해 만들었다고 했으니 어쩌면.’


얼굴이 굳어진 리아는 다른 풀을 가리켰다.



“저건요?”

“응? 아아. 저것은 정신을 각성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약초란다. 피곤할 때 먹거나 하면 졸음을 내쫓을 수도 있지.”

“············”


더 안 물어봐도 되겠다.


리아는 화단에 있는 풀은 전부 약초라고 확신했다.


다양한 약초만으로 이렇게나 멋진 화단을 만든 에이브안의 센스는 부러울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다가 이 모든 게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그 고생과 노력엔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손녀가 아플 때 사용하려고 재배한 것이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마냥 기분 좋게 웃어넘기기는 힘들었다.


‘아. 잘 보니 루데릭이 보여준 거랑 닮은 것도 있네. 당시엔 잡초 정도로 생각했지만 역시 약초였나? 근데 저 묘목도 뭔가에 약으로 쓰이는 건가? 작긴 하지만 나름 괜찮은 그늘이 생겨서 아까운데――?!’


피곤할 때나 앉아서 쉬면 좋을 그늘. 그 그늘을 보다가 깨달은 사실에 리아는 눈을 부릅떴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집에 올 때도 봤었어.’


꽤 멋들어진 나무라 여름에 피서를 갈 계획까지 짜뒀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저··· 할아버지?”

“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니?”

“아뇨, 조금 다른 건데······ 저기, 그······, 그늘은 어떻게 생겨요?”


리아는 창피함에 얼굴이 빨개졌다.


정말 너무나 창피했다. 상식이 다르다지만 4살이나 됐는데 아직도 그늘이 왜 생기는지를 모른다니.


필리아들의 교육에 미흡함이 있었는지 의심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학대하진 않았나 괜한 오해마저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진정해. 여긴 이세계야. 어쩌면 그렇게까지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몰라.’


미안한 소리지만 이 마을은 교육 환경이 아주 열악했다. 학교도 존재하지 않으니 상식이 모자란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변명과 달리 리아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에이브안을 보았다.


안겨있기에 눈높이는 같아 잘 보이는 그의 얼굴은――



“대단하구나! 리아야.”


부정적인 감정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에이브안의 감탄.


예상에는 없던 반응이다.



“뭐라고······”

“정말 똑똑하구나. 보통은 그늘이 왜 생기는지 궁금하지도 않을 텐데. 그런데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니······ 내 손녀지만 앞으로가 기대되는구나.”


‘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자식 교육을 어떻게 했느냐며 부모님에게 불똥이 튀지 않길 바랐건만, 쾌활히 웃으며 칭찬해주는 에이브안이 이해되질 않는다.


‘바보 같은 손녀라고 부끄러워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진짜 왜 그러시는 건지 모르겠네.’


리아는 흐뭇해하는 에이브안과 이스카르를 뒤로 하고 생각해보았다.


너무 전생의 지식에 의존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서의 상식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 그래서 지구의 상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의문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저 기울어진 그늘의 이상함에.


태양 없이 온 하늘에서 빛이 내리쬐는 오엘문리아다. 지구의 상식이라면 직각으로 그늘이 져야 할 것이다. 아니면 전 방향에서 비춘 듯이 그늘이 지거나.


하지만 그러진 않았다. 지구와 비슷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재차 확인도 해볼 겸 에이브안과 겹쳐 있는 그림자를 보며 슬쩍 손을 밖으로 내밀어 흔들어봤다.


몇 차례 실험해봤는데 역시 확실히 머리 위에서 빛이 내리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마치 빛이 내리쬐는 각도가 존재하는 듯했다.


‘밝은 거 따로, 그림자를 만드는 빛이 따로 있는 건가?’


창피했기에 혼자 알아보려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리아는 궁금증을 품고 애정 넘치게 바라보던 에이브안을 쳐다봤다.



“어디 보자······ 일단, 이스카르. 그림자는 왜 생기나?”

“네? 글쎄요. 원래 그런 거 아닌가요? 저도 정령님이 그리한다고밖에 들은 적이 없네요.”

“그래.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궁금하긴 해서 관찰을 해봤었지만 알게 된 건 계절이나 날짜, 시간 등의 요인으로 변한다는 정도지.”


‘어떻게 된 거야. 할아버지도 모르신다고?’


전생을 알고 나서부터 모든 게 미지였긴 했다. 하지만 그늘이 생기는 이유를 어른인 이스카르와 에이브안이 모른다는 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순한 방법은 아닌 모양이네. 확실한 건 아이가 궁금할 만한 내용은 아닌 거야.’


실제로 이스카르는 어떨지 몰라도 에이브안은 굉장히 박식해 보인다. 그런데도 모른다는 건 널리 알려진 상식과는 거리가 먼 분류이지 않을까.


그려지는 광경은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


실수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러다간 금방 전생의 기억이 있다는 사실을 들킬지도 모르겠다.


‘근데 정령님? 여기서도 정령님이 나와? 정말 다방면으로 발이 넓네.’


사실 정령이 있다는 소린 믿기지 않지만, 이토록 상식 다른 세계이니 뭐가 존재한다고 한들 놀랍진 않다. 더불어 전생의 지식도 거의 쓸모가 없지 않나 싶다.


본인이 물어봐 놓고 빠르게 자포자기하기로 한 리아는 모든 고민을 멈추고 ‘날씨 좋구나!’라며 얌전히 경관이나 구경했다. 밤엔 또 위치가 바뀐다는 둥, 흥미가 생긴 둘의 대화도 들려왔으나 그저 멍만 때렸다.


그런 느긋한 시간은 식사를 알리는 필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이어졌다.



“다들 식사하세요. 응? 근데 두 분에서 뭐 하세요?”

“어? 아니 별거 아니다. 그냥 얘기하고 있었을 뿐이야.”

“리아를 내버려 두고요?”


눈초리가 무섭도록 싸늘해지는 필리아에게 모두는 몸을 떨었다.



“아, 아니야. 진정해, 필리아.”

“그······ 그래, 그렇단다. 리아가 궁금해하기에 알려주고 있었을 뿐이야.”

“네네! 맞아요. 제가 물어봤어요!”

“어머, 그랬니? 그럼 나머지는 나중에 듣고 어서 오렴. 밥이 다 됐단다.”

“넷!”


변명이 잘 통했는지 눈초리가 부드러워지는 모습에 모두 조용히 숨을 토해내고는 거실로 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렙 히로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4 +2 22.05.12 499 12 17쪽
4 3 +1 22.05.12 620 20 14쪽
3 2 +1 22.05.11 881 24 16쪽
2 1 +7 22.05.11 2,201 34 21쪽
1 Prologue +1 22.05.11 4,662 46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