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쎄진 홍길동, 이번엔 안 봐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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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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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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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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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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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 두 사람을 사이보그로 부활시키기로 하다 >

DUMMY

나는 전광선의 체포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사실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김윤대와 김혜련의 문제였다. 비차도 만들고 비차를 만드는 AI 로봇도 만드는데 김윤대와 김혜련의 육체는 만들 수 없을까?


두 사람의 ‘얼’은 완벽하게 살아있으니 이 ‘얼’과 완전히 들어맞는 ‘육체’를 만들 수 있다면 문제의 반은 풀린 것이다. 그런 육체에라도 깃들겠냐고 의향을 미리 물어봐야겠지만 그들이 반대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두 사람을 따로 만났다. 김윤대의 ‘얼’이 깃든 이용준 앵커를 집으로 좀 오라고 했다.


“김윤대 대표와 이야기 좀 하고 싶어 불렀습니다.”


“예, 제가 김윤대입니다. 길동님, 뭐 좋은 소식 있어요?”


“음... 좀 물어볼 말이 있어서...”


“아, 뜸 들이지 말고 어서 이야기해 보세요”


“음, 지금 이용준 앵커와 동거하는 게 죽을 만큼 싫어?”


“얼마나, 어떻게 말해야 이해하겠어요? 정말 죽겠다니까요.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냉정하게 묻지 말고 감정이입을 좀 해보란 말이에요”


“음, 그래서 오늘 좀 보자고 한 거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생각해 줘”


“아, 뭔데요? 제발 이야기 좀 어서 해줘요”


“알았어. 이러면 어떨까?”


“아, 또 또...”


“알았어. 니가 인조인간 몸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


“거 봐,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내가 그랬던 거야...”


김윤대 대표는 한동안 말을 못하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음... 나쁘지는 않네요. 어차피 내 ‘얼’이 깃들 ‘육체’를 여기저기 옮겨갈 수 있다면 만약 인조인간 몸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다른 몸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일단 실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겠네요? 나의 말이 지금 맞는 겁니까?”


“응, 정확히 이해하고 있네 뭐”


“아, 그럼 진작 말씀해주시죠. 뭘 그렇게 뜸을 들이고 그러셨을까?”


“알았어. 그럼. 이제부터 내가 우리 AI 로봇을 이용해 최고의 사이보그를 만들 어 볼 테니까”


“엥? 지금 있다는 게 아니고요?”


“우리 AI가 착수하면 얼마 안 걸려. 잘 알잖아?”


“알았어요.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


돌아가는 이용준 앵커의 몸은 김윤대의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나는 평양으로 날아갔다. 퇴근하는 이설화 대위를 따라가다가 조용히 불렀다. 이성화 대위는 깜짝 놀랐다. 나는 이 대위를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 내가 온 목적을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우리 이설화 대위 동지의 몸에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말입네 까?”


“그래요. 그런데 지금처럼 김혜련 소좌의 ‘얼’이 다른 사람 몸에 깃드는 것이 아니 고 내가 만든 일종의 인조인간의 몸에 깃든다는 점 때문에 내가 동의를 받으러 온 겁니다.”


“길동님, 걱정 마시고 그렇게 해주시라요. 길동님은 이런 생활 안 해봐서 잘 모르 나 본데...”


“알겠습니다. 그럼 동의한 걸로 알고 인조인간을 만들겠습니다.”


“아 참, 그런데 말입네다.”


나는 마음을 바꿔먹으려나 하고 이설화 대위를 바라봤다.


“그 인조인간이라는 거이 말입니다. 누구를 닮게 만들 건지 알 수 없습네까?”


“아, 그거요. 내가 미처 설명을 안 했네요. 당연히 김혜련 소좌의 생전모습을 빼다 박은 듯이 만들 겁니다.”


“그거이 어드렇게 가능합네까?”


“아, 그건 다행스럽게 김혜련 소좌가 기자 생활을 잠시 하면서 남겨놓은 동영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동영상들을 분석해 3D로 변환해 3D프린터 기술을 적용하면 생전의 모습과 완벽히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는가요? 제품이라고 했씨요?”


“아, 표현이 조금 그렇긴 합니다만 그 ‘제품’에 김혜현 소좌의 ‘얼’이 깃들어 들어가 면 그때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게 되는 거죠.”


“아, 기래도 사람은 아니고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것’이 되는 것이군요. 진짜 사람 이 되는 방법이나 기술은 아직 없나 보군요?”


“그래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김소좌의 동의를 받으려고 온 거예요. 한 가지 희소 식은 만약 그 인조인간 몸이 싫어지면 김소좌의 ‘얼’은 이사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설화 대위 몸으로 오든지 아니면 다른, 더 조건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든지 해서 말입니다.”


“아, 그렇다면 한 번 해보갔습니다. 참, 이렇게 애써주시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제 가 기회가 된다믄 어떻게 해서든지 은혜를 갚을 생각입니다. 하나 더 물어봐도 되갔습니까?”


“네, 그럼요.”


“그러믄 김윤대 대표는 어떻게 되는지요?”


“아, 김대표도 김소좌처럼 일단 동의를 했습니다. 그러니 김소좌가 혼자는 아닙니 다”


“아, 그렇게 되었구만요. 그러면 다행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하면 겁도 나고 그러는데 동행이 있다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김혜련 소좌가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설화 대위가 끼어들었다.


“아, 김윤대 대표도 다시 살아나는구만요. 그러면 언제쯤 한번 만나볼 수 있겠는지 요?”


“아, 네... 넉넉 잡고 한 달 정도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나는 좋아했던 사람이 사이보그로 나타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사이보그로라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갸륵하게 생각됐다. 나는 이설화 대위와 작별하고 서울로 돌아와 바로 사이보그 제작을 시작했다.


자신을 잘 돌보는 것도 타인을 잘 돌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든다. 사고를 당해서인지 요즘은 전보다 더 쉬이 피곤해지고 짜증이 나곤 한다. 김윤대 대표와 김혜련 소좌를 살려내는 일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더 그러는가 싶기도 하다.


오랜만에 나는 창덕궁을 산책했다. 내가 조선시대 세종 임금 때 나를 잡아들이라는 어명이 떨어질 때면 임금의 약을 올리듯 몰래 들어가 거닐곤 했던 창덕궁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틀의 변화 없이 잘 보존되어 있다.


나는 궁과 후원(비원)을 거닐면서 내가 처음 한반도와 인연을 맺었을 때를 회상해 본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백성들의 삶이라는 것이 참으로 형편없었다. 그나마 임금을 잘 만나면 입에 풀칠이라도 했으나 어리석은 임금에 악질 양반들을 만나면 백성의 삶은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 후로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한반도의 민초들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노력한 끝에 오늘날의 삶의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지구라는 행성의 한계를 벗어나 우주로 삶의 무대를 확장할 수 있다면 한반도의 민초들의 삶은 꽃을 피우리라 생각했다. 이런 중차대한 순간에 이 변화를 주도해야 할 내가 불의의 일격을 받고 말았다.


한반도의 민초, 나아가 인류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주변의 질투, 견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나의 길을 걸어오다 사고까지 당하고 보니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게다가 대통령까지도 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는커녕 은근히 견제를 하고 있으니 마음이 영 가볍지가 않다.


마치 조선시대 세종임금 때 가렴주구를 일삼던 양반들을 처단하면 양반들의 잘못된 점을 되짚어 보고 재발이 안 되도록 조치를 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나를 도적으로 몰아 추포하라는 어명을 내릴 때의 허망한 기분과도 비슷했다.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잘난 아랫사람들을 키우려 하지 않는다. 아예 싹부터 잘라내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이곳 창덕궁과 건너편 창경궁에서 얼마나 많은 암투가 벌어졌나 되새겨 보면 비차를 둔 견제들이 새삼스러운 것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여름을 지나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커가는 초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가을이 돼서 그런지 마음이 자꾸 허전해지는 걸 어쩔 수 없다. 나는 와이프를 불렀다. 목소리가 잠겨있는 내가 걱정되서인지 비차를 타고 금세 달려왔다.


관람객들이 모두 빠져나가자 궁 관리 직원들이 여기저기 문단속을 한 다음 자신들도 퇴근한다. 나와 와이프는 창덕궁 후원의 후미진 구석에서 관람객과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가길 기다렸다.


지난번 비차를 타고 가려다 사고 때문에 가지 못한 달이 다시 보름달이 되어 휘영청 밝게 떠올랐다. 나와 와이프는 가을 벌레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울어대는 후원을 여기저기 함께 걸었다.


“지금 여기 서울로 시간여행을 온 게 처음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세종임금 때라고 했나요? 처음 왔던 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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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 127. 전광선, 김연성의 처형 방식 > 23.05.08 61 1 9쪽
127 < 126. 극비의 남북합동하야발표 준비 > 23.05.05 50 1 9쪽
126 < 125. 미국이 의심하다 > 23.05.04 50 1 9쪽
125 < 124. 남북 지도자, 동반퇴진하기로 > 23.05.03 52 1 10쪽
124 < 123. 김정은, 나도 물러나겠소 > 23.05.02 50 1 9쪽
123 < 122. 대통령에게 하야를 압박하다 > 23.05.01 49 1 10쪽
122 < 121. 김연성의 저택을 폭격하다 > 23.04.30 54 1 10쪽
121 < 120. 김혜련 사이보그, 경찰에 연행되다 > 23.04.29 56 0 9쪽
120 < 119. 나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 23.04.28 60 0 9쪽
119 < 118. 대통령과 전광선의 관계? > 22.11.12 254 1 11쪽
118 < 117, 사이보그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 22.10.29 73 1 10쪽
117 < 116. 국정원장을 영입하다 > 22.10.29 70 1 10쪽
116 < 115. 궁금해 죽겠는 식구들 > 22.10.22 67 1 10쪽
115 < 114. 정철민 대통령의 속셈 > 22.10.22 62 1 10쪽
114 < 113. 사이보그가 몰고 올 파장 > 22.10.15 64 0 9쪽
113 < 112. 사이보그로 부활하다 > 22.10.15 62 1 9쪽
112 < 111. 전광선을 찾아서 > 22.10.08 69 1 9쪽
» < 110. 두 사람을 사이보그로 부활시키기로 하다 > 22.10.08 67 1 9쪽
110 < 109, 남북미 정상들은 왜 그럴까? > 22.09.24 78 0 10쪽
109 < 108. 전광선을 잡아라 > 22.09.24 77 0 9쪽
108 < 107. 한 몸에 두 영혼 > 22.09.17 74 0 9쪽
107 < 106. 거칠게 살기로 하다 > 22.09.17 77 0 9쪽
106 < 105. 홍길동, 산화하다 > 22.09.03 76 1 10쪽
105 < 104. 전광선의 협박 > 22.09.03 81 2 10쪽
104 < 103. 헬륨-3를 채취한다 > 22.08.27 80 2 9쪽
103 < 102. 김혜련 기자를 선발하다 > 22.08.27 73 2 10쪽
102 < 101. 비차를 군사용으로... > 22.08.20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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