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아이돌이 능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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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1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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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5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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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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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1)

DUMMY

6화- 어쩌다 미래를 바꾼 몸이 되었나 (1)


“아직도 신통한 놈 못 찾아오고 뭐하는거야.”

“... .”

“됐어, 그냥 나가! 쓸 만한 놈 찾아올 때까진 회사 들어올 생각도 마라.”


그의 앞에 푹 숙인 머리를 차마 들지 못하는 신인개발팀 이사를 쫓아낸 뒤 천영훈은 사장실 의자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예정됐던 데뷔조 결정이 이미 수개월째 미뤄지고 있었다.


학원들에 캐스팅팀을 보내면서까지 메보감을 찾고 있지만 눈에 차는 인재를 섭외하는 데 난항을 겪느라 플랜이 계속 밀리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진작에 A조 연습생들로 대강 묶은 연습생들 세트로 프로필까지 찍어야 하는데 이 상태론 그가 원하는 그림이 도무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노래 부를 놈이 없어.’


비주얼에 피지컬되는 춤멤들은 꽤 있는데 팬덤을 확 끌어당길 색채를 줄 만한 이렇다 할 보물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백여명에 가까운 연습생들 중 그 한명이 없어 계속 런칭을 못하고 있다니 속이 말이 아니었다.


기분이 안 좋은 그의 눈치를 보느라 연신 우물쭈물하던 홍보이사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성질나면 손부터 나가면 천영훈인 걸 알고 있지만 이쪽도 더 이상 답을 미룰 수 없는 강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사장님, 엠제이넷 피디가 계속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우리 코가 석잔데 내가 그 놈들까지 신경써주게 생겼나, 지금?!”


대기업 산하의 음악채널 엠제이넷. 십여년 전 음악방송 채널을 런칭하며 방송 문화 계열로까지 영역을 넓히더니 기존의 엔터 사업을 하는 대형기획사들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다.

몇 년 전부터 일련의 가요계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히트치며 영향력을 키우면서부터는 감히 이 제이에스에 대해서도 고압적인 태도로 들이미는 갑질성 요구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에이스 연습생을 내놔라]


엠제이넷에서 런칭하는 신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형 기획사의 일군 연습생들을 참가시키라는 압박이었다.


그렇게 쓸 만한 놈이 있으면 당연히 내가 써먹어야지, 미쳤다고 그런 데에 내보내겠는가. 거기다 엠제이넷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악랄한 편집으로 전도유망한 연예인 지망생들의 이미지를 데뷔도 전부터 골로 보내 놓는 걸로 유명했다.


연습생들을 아껴서가 아니라, 그간 직접 트레이닝 비를 쏟아부어가며 양성한 걸 죽 쒀서 남의 집 개나 되라고 버린다는 게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가만 있어봐.”


찌푸린 미간을 누르던 천영훈이 나가려던 그를 불렀다.


메보감을 구하지 못해 예정됐던 뉴 보이그룹의 데뷔가 계속 미뤄지며 무한 대기 상태였다. 덕분에 지하 연습실에는 향후 몇년간 쓸모없는 자원들이 계속 방치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몇달간 월평에까지 직접 참여한 이사진들을 닥달했건만 데뷔조 추가는 커녕 A반으로 올릴 수준인 연습생 한명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뉴 보이그룹이 나오면 대량 방출시킬 무가치한 자원들. 매달 그들을 위해 낭비되는 트레이닝 비용이 기업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계산이 들었다.


제이엑스 넷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반감을 잠시 접어두고라도 이성적인 사업가로써 이상적인 판단을 하는 게 맞다. 지금 상태로 내보냈다가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워 보이는 뉴 보이그룹을 위해서라도, 이만하면 충분히 생각의 전환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 신청 받아봐. 어디다 내놓기 영 쪽 팔리게 생긴 애들 말고, 2군 중에 영 데뷔 가능성은 없는 놈들로.”


당황한 기획이사가 망설이며 입을 뗐다.


“안 나가려고 할겁니다. 그 애들은 여기서 데뷔하고 싶어서 몇 년씩 있던 건데. 갑자기 프로젝트 그룹을 하라고 다른 데로 보내면... .”


제이에스 데뷔 서바이벌. 엠제이넷 예능 특유의 악랄한 편집과 가혹한 촬영방식 외에도 문제돼온 게 계약방식이었다.


소속사와 제이에스와의 이중계약. 고작 몇주간 송출하는 예능에 출연시켜주는 것 만으로, 몇년간 투자해온 연습생들의 활동 기간 내내 절반의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것.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오겠다 싶은 연습생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당연히 데뷔한 가수가 버는 수익도 원 소속사에서 데뷔하는 것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다. 양측 소속사에서 떼어가고 남은 돈이 연습생이 정산받는 금액이니까.


저기에 내보낸다는 건, 누가 봐도 회사에서 버리는 카드. 제이에스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란 것 아닌가.


이건 몇 년씩 이 회사에 있던 아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기획사 중에 탑이라 불리던 제이에스가 아니었던가. 나름 제이에스의 연습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곳에서 청춘을 소진한 아이들이었다.


“적당히 미끼 던져. 뭐, 정 안되면 그 쪽 심사 붙으면 우리 계약은 해지해 준다고 하던가.”


어차피 싹수 있는 놈들은 모조리 A반으로 빼놓은 시기. 뉴 보이그룹이 나오기만 하면 바로 방출될 애들이었다.

삼대 대형 기획사 연습생이 모두 나오는 곳에서 경쟁을 뚫고 데뷔할 수준인 사람이 거기 나가는 애들 중에 있을 리 없다.

선심 쓰는 것처럼 말했지만 2군 중에서 거기 나가 데뷔할 사람이 없을 거란 확신에서 나온 계산이었다. 미끼로 던지는 경품.


오디션에 나가지 않더라도 뉴 보이그룹의 런칭과 함께 대량 방출될 연습생들 중 몇명을 엠제이넷에 바치고 그 댓가로 새 그룹에 대한 투자를 받는다. 말 그대로 이건 오디션에 나가도록 연습생들의 등을 떠밀기 위한 달콤한 미끼, 사기나 다름 없었다.



“사장님...!”

“김중영한테 딜 던져라. 몇 명 보내주는 조건으로 이번 신인그룹 리얼리티, 엠제이넷 단독으로 해줄 수 있냐고. 아주 아끼는 애들 보내는 거니까 기왕이면 초호화 캐스팅으로. 황금 시간대에 예산 빵빵하게 넣어달라고 말해. 그 정도 아니면 얄짤도 없다. 눈치 빠른 놈이니 운만 떼면 알아서 미끼 물거야.”

“... .”


데뷔 가능성 없는 2군 이하 연습생들을 제이에스 1군이라고 속여 서바 예능에 내보낸다. 그리고 그 댓가로 제이에스는 진짜 1군 연습생들로 꾸린 신인 보이그룹의 홍보 예능과 각종 푸쉬를 받는 것. 말 그대로 신인 보이그룹을 위한 희생양으로 애들을 팔아치우란 소리. 회사를 믿고 이 곳에 있어온 연습생들에게 너무 잔인한 처사였다.


“2군 중에 쓸 만한 놈들 명단 정리해놔라 . 데뷔할 수준은 아니라도 얼굴은 그래도 제이에스 출신이라고 욕은 안 먹을 만한 놈들로.”

“...네.”


고개 숙여 사장실을 빠져나오며 기획이사는 생각했다. 뭘 바라겠는가. 이 판에 몸 담은 이상엔 흔한 일인 것이다. 받아 들이고 천영훈같은 인간이 되어 살아남던가, 이 판을 뜨던가. 이 곳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그도 익숙해져야 하는 방식이었다.





**


[데뷔 서바이벌 공고]

- 대형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 신청자 모집

- 기한 :~까지

- 신청방법 : 희망자는 신계팀 담당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의



"저게 뭐야?"

"우리 지금 데뷔조 뽑고 있는 거 아니었어?"

"오디션 프로면 그 케이블에서 하는 거 말인가?"


출근하자마자 애들이 뒷 구석에 모여 있다 싶더니, 연습실 뒷벽 게시판에 공고문이 붙어 있었다.

데뷔조는 어떻게 되는거냐, 그럼 이번 제이에스 보이그룹이 저 오디션을 통해 뽑는거냐, 저마다 의견을 내놨지만 답을 줄 사람같은 건 당연히 있을리 없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그래. 우리 실력을 보여주자고!"

"하하하, 시청자들이 직접 뽑는 데서 우리 B반도 할 수 있단 걸 보여주자고!"


어느새 보험왕 무리들이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월말평가에서도 삼년 내내 B반에 머물렀는데, 티브이에 나가면 갑자기 A반보다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이제 이 회사도 고인물부터 갈아야 돼."

"맞아, 맨날 비슷한 그룹만 낸다고 넷에서 욕하던데.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 "

"안되겠어. 당장 피부관리샵 예약하자."


저마다 설레임과 희망에 찬 아이들의 무리의 뒤에 선 체 아까부터 나는 충격에 얼어붙어 있었다. 머리 속이 멍해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힘들었다.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미래가 바뀌었다]


내가 기억하는 이전 생의 사건들과 다른 일이 생기고 있었다.


'안 그래도 왜 아직까지 퇴출이 안되고 있나 했더니'


제이에스 하위권 연습생에게는 총 3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세 달 연속으로 15등 안에 랭크된다면 A반으로 승급. 반대로 세달 연속 하위권에 머무른다면 강등 후 퇴출이었다. 그런데 회귀 후 벌써 몇번의 월말평가를 거쳤지만 아직껏 퇴출 통보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한두달 쯤 데뷔조 확정 발표가 날 예정이었기에 일단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인그룹 데뷔조 확정은 곧 기존 연습생들의 물갈이를 의미하니까. 데뷔 가망 없는 수십명이 한번에 빠져나가는 기회였다. 앞으로 최소 4,5년 이상 데뷔할 가망 없는 연습생들을 회사에서도 도의상 더 붙잡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때 나가는 연습생들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다.


설마, 데뷔조가 아직 안 정해진 건가?



'그럴리가.'


원래대로면 에이센트는 내년 1월에 데뷔해야 한다. 데뷔조가 확정돼 숙소 생활을 시작했던 게 그 전해 9월. 연습생 생활 3개월만에 짐을 싸 숙소로 들어가는 내 바짓 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졌던 쌍둥이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제이에스는 나름 엔터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역사를 갖고 있다는 오만함으로 똘똘 뭉친 회사였다. 엔터사들 중 1위 기업이라도 기업 규모로 친다면 고작 중견급인데도 음악 채널을 보유한 대기업에게조차 늘 콧대를 세웠다. 천영훈이 그 자존심에 에이스 연습생들을 오디션 프로에 내보낼 리가.



에이센트도 당시 연습생 풀에서 가장 쓸 만한 애들만 심혈을 기울여 뽑은 그룹이었다. 한 명, 한 명 에이스 연습생에게 들인 시간과 공로가 얼마인데 그 수전노가 아끼는 연생을 남 좋은 일에 보낼 리가 없다.


무엇보다 곧 새그룹이 나올건데, 데뷔 준비하기도 바쁜 신인 그룹 멤버들을 방송에 내보낼 여력이 되나?


'설마.'


발걸음을 서둘러 시장통처럼 시끄러운 연습실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오타지적 항상 감사합니다. 수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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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슈퍼루키 연습생이 능력을 숨김 (1) +21 22.05.11 17,729 407 15쪽
2 2화- 과일향이 나던 사람 +14 22.05.11 19,793 473 12쪽
1 1화- 해가 들지 않는 나라 +18 22.05.11 25,806 5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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