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배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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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드라시
작품등록일 :
2022.07.26 18:53
최근연재일 :
2024.09.0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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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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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나라에서 사사로이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했거늘, 네 놈은 어찌 왔느냐?”



벌써 수십번을 들은 저 적응 안되는 말투다. 밤에 돌아다니는게 뭐가 그리 대수라고?



"배달시켰잖아요? 효종갱! 한 뚝배기 맞죠?”



지게에 묶어둔 옹기를 내리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꺼내어 대청마루에 올렸더니, 우리 큰아버지보다 더 나이든 노인이 심기가 불편했나보다.



"허어 상놈이라 그런가 참으로 당돌하구나!”



아유 당돌하지 못하면 배달일도 못하지요. 사람 잘 보셨습니다 그려.



"아 예. 제가 배우질 못해서요. 그러면 이건 상놈이 배달한 거니까 안 잡수실꺼죠? 도로 가져갑니다?"



내가 뚝배기를 다시 낚아채어 옹기에 담아가려 하니, 노인은 펄쩍 뛰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흠흠, 박 서방. 여기 엽전이나 받아가게.”



“전 김씨인데요. 아무튼 뭐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시고 또 시키십쇼.”



이제 적당히 하고 빠질때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시켜먹는 이 호구..아니 충성고객을 잃을 필요는 없지.


다만 남한산성 아래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은 서글퍼졌다. 배달이라는게 사실 잘 해줘도 욕, 잘못해줘도 욕들어먹는 일이니까. 배달부 인생이 뭐 그런거 아니겠나만.


근데 여기서도 그럴줄은 몰랐지!




그날따라 콜도 많고 단가도 높았다.


비가 겁나 오는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콜사 없는게 어디냐 하며 딱 마지막 콜만 하자 하며 나선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약수역 인근 치킨집에서 콜을 받아 장충동 어딘가로 가는 거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분명 콜은 치킨집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식당을 대충 훑어봤는데 컨셉 한번 대단했다.


흙하고 지푸라기로 얼기설기 발라놓은 벽이며, 불도 안들어오는지 무슨 등잔같은거에 불을 붙이고 있었으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와 별스타 감성 미쳤다. 여기도 조만간 힙지로 되는거 아니냐.”



연신 감탄을 쏟아내고 있는데, 가게 안쪽에서 잔뜩 화가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어 말손이 이 쌍놈아! 뭐하느냐 어서 채비 하지 않고?”



쌍놈? 말손이? 이것도 컨셉인가?


소보루빵 같이 얼굴이 자글자글하게 일어난 사장 아저씨가 뭐라고 소리를 치니까 순간 컨셉인지 진심인지 헷갈렸다.


이럴땐 세게 나가야 하는게 맞겠지.



“아니 사장님 지금 뭐라 했어요? 쌍놈? 아니 콜 좀 늦을 수 있는거지 왜 욕을 해요!”



가게가 떠나가라 소리를 빽 하고 지르니 사장이 순간 움츠러든다. 역시 우리나라에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아 아니.. 자네가 갈 채비를 하지 않길래 내 순간 그랬지···.. 말손이 내가 미안하이.”



“뭐 됐고요. 전 말손이도 아니고. 콜 안받을거니까 그냥 갈랍니다. 수고요.”



“아니 말손이 자네! 자네만한 갱꾼이 어디있다고 그러는가! 당장 오늘밤 저 경강너머 북촌에 가야하는데!”



순간 나는 멈칫했다. 갱꾼은 뭐고 경강은 뭐고 북촌은 뭔데?



“사장님 지금 뭐라고 했어요?”



***



처음엔 모든게 다 꿈인줄 알고 바닥에 있던 돌로 내 머리를 찍었다.


눈 앞이 흐려지면서 기억을 잃는것 까진 좋았는데 눈 떠보니 아까 그 사장이 내 손을 꼭 붙잡고는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말손이 자네 그간 고생했던건 아네.. 그렇다고 자결까지 할 필요가 있었는가···.”



“나..말손이..아니에요..”



“말손이가 말손이지. 북촌 가는것은 계금이에게 맡겨두었으니 오늘은 푹 쉬라구 으응?”



“근데..여긴..어디에요···”



“쯧··· 여간 고생이 아니었나 보네. 임자? 임자? 안되겠어. 저러다 말손이 잡겠네. 날 밝걸랑 의원 나리좀 모셔와야겠네.”



“아유 그러니까 말손이 삯좀 올려주자니깐!”



“아니 뭐···. 크흠!”



“아니 사장님··· 대체···여긴..어딘데요···”



***



여기가 조선이고, 남한산성 아랫 마을이고, 광주군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건 꼭 일주일이 넘어서였다.


남한산성이라는 이야길 듣자, 여기 성남 아니냐고 하니 사장인지 소보루 빵인지 아저씨가 뭔 미친소리 하는 사람 쳐다보길래 그냥 입을 다물었다.


처음에 욕을 한거야 잘못한거지만, 이 사장님네 부부는 나를 꽤나 정성으로 간호해줬다.


배고플까 밥도 줘, 저녁엔 막걸리도 줘, 의사.. 아니 의원을 불러다 한약 비슷한걸 먹이게 해주니 지난번 욕 먹은건 용서하기로 했다.



뭐 사실 당장 내가 뭘 해볼 수 있는건 아니니까. 안그래도 막막했던 차에 일단은 여기에 눌러앉기로 했다.


기술이 있어 어디론가 가서 할 수도 없을거고, 그렇다고 한자를 제대로 배운적도 없어 금새 굶어죽을게 뻔하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일주일간 대충 살펴보니 여기도 배달은 하는걸 보니까 배달일을 여기서도 할 수 있을것 같았고.


사장님에게 여기서 숙식하며 배달일좀 하겠다고 하니까 뭐가 그리 고마운지 내 손을 꼭 잡고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근데 사장님 효종갱이 뭐에요?”



“이놈아! 벌써 오 년을 넘게 팔면서도 그걸 몰라? 새벽 효(曉)와 쇠북 종(鐘) 그리고 국 갱(羹)자를 써서, 새벽 즈음에 야금(夜禁, 야간 통행금지)이 끝남을 알리는 북이 울리면 먹는 국이라는 것이지!”



“아. 난 또 뭐라고. 그거 해장국이잖아요.”



“해..뭐?”



“해장국이요. 거 술 많이 마시고 속 풀려고 다음날 먹는 국인데..”



“해장국이라. 효종갱 먹는 양반님네 가면 죄 술판이었으니 그거랑 비슷하겠네 으이.”



“그런데 이걸 어디다가 갖다주라고요?”



“이놈이? 아 거 맨날 하면서도 몰라? 지 손으로 머리를 찍더니 참말로..”



“사장님은 어제 먹은거 기억해요? 사람이 모를수도 있지!”



“흠흠.. 아니다. 효종갱을 저 경강 건너 도성 안 북촌 체 대감집에 갖다주어야 한다.”



“경강? 북촌? 아 삼청동 말하는거에요?”



“거긴 또 어디냐?”



“아 왜 그 안국역···”



사장이 또 미친놈 취급하는 표정을 지으려 하니 나는 급히 입을 닫았다.


이 양반이 안국역이 뭔지 삼청동이 뭔지 어찌 알겠나.



“아무튼, 내일 야금이 풀리면 바로 체 대감집에 효종갱을 갖다주고 와야 한다. 알겠지?”



“그런데 여기가 남한산성이니까.. 아니 차도 없는데 갖다오려면 지금 출발해야하는거 아니에요?”



“아유 우리 말손이가 그새 정신을 차렸구나! 효종갱은 다 됐으니까 어여 출발하라고? 응?”



“이런···”



나는 궁시렁거리면서도 배달 준비를 했다. 여기서 잠실.. 아니 송파진까지 걸어가서, 배를 타고 노량진에서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야 한다.



“이 정도면 콜값만 삼만원은 훌쩍 나오겠네.”



옹기가 묶인 지게를 짊어지고 길을 나서니,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스무바퀴 뜀걸음을 하고도 네바퀴를 더 뛰었던 그 때보다 가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런 죄 없는 나를 조선시대로 보낸 사람이 미안해서라도 이런 능력을 준 걸까?



어느새 나는 송파진에서 한강.. 아니 여기 사람들이 경강이라고 부르는 강을 건너는 배에다가 커다란 옹기와 지게를 내 옆에 두고는 배에 걸터앉았다.


잘 다녀오라며 저 멀리 손 흔드는 사장 아저씨를 보며 한편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오토바이 타던 배달부가 조선에 떨어져도 똑같이 배달부 일을 하다니.


뭐, 기왕 배달일 하는거 조선에선 내가 콜 1등 해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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