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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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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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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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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11. 레베른의 인식

DUMMY

-콰쾅!!!!!!!!

순수한 마나와 피렌의 마나가 공중에서 부딪치며 격렬한 폭발을 일으킨다.

주위의 수많은 캡슐이 깨져버리며 그 안에 갇혀있던 마나들은 점점 공중으로 날아간다.

-치이이이익....

마나와 마나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부딪쳐 부서지며 피렌의 슈트에 순수한 마나가 튀자 녹아내리는 소리와 함께 슈트의 마나가 빠르게 사라져 간다.

마치 붉은 눈이 가지고 있던 붉은 에너지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 상당히 불쾌했다.

“ 선택해야 해. 물러나서 다음 기회를 노릴지. 아니면 무리하게라도 파고들어 범인을 잡을지...! “

-콰쾅!!!!!!!!!!

또 한 번 순수한 마나가 벽에 튕기며 린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린이 이동할 만한 마나로 만든 줄을 이곳저곳 이어둔 덕분에 피하는 데 성공했다.

벽에 부딪힌 순수한 마나의 입사각과 반사각을 한순간에 계산해 튕겨 나가는 위치에 맞춰 화살을 쏜 피렌이 너무 좁은 공간에서 싸우는 건 불리하다고 판단해 탈출구를 바라보자

그제야 두 사람에게서 답이 들려온다.

“ 지금 잡아야 해. 이렇게 기습했을 때 놓치면 잡지 못할지도 몰라! “

“ ...가자. 이제 익숙해지고 있어. “

하긴.

한쪽은 은하에서 오랫동안 싸워 온 검사이며

한쪽은 그 악명높은 네이렌의 전투전력이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그저 물러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존심이 많이 긁히겠지.

“ 그래. 그럼 알아서들 피할 수 있겠지? “

-치지지지지직..!!!!!

피렌이 말하는 것에 보란 듯이 앞으로 나선 라라케니아가 순수한 마나 그 자체를 베어내며 갈라져 버린 마나가 튀는 것을 부드럽게 동작을 연결해 마치 춤을 추듯 회피한다.

“ 충분해. “








“ 맞춰!! 맞추라고!! 뭐 이렇게 못하는 거야!!! “

“ 네가 해 보든가..!!!! 저 자식들이 강한 걸 어떻게 해!! “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났었다.

처음에는 결국 순수한 마나가 틈새로 과도하게 파고들어 틈이 벌어져 버린 줄 알았다.

그래서 한차례 출력을 높이지 말자고 했다며 옥신각신 싸우던 도중 수상한 인형이 눈에 들어와 버렸다.

그제야 눈치챘다.

침입자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상대는 둘 중 하나.

최초의 신이 파견 보내준 녀석들이거나 레베른일 것이다.

“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늦게 부르는 거였는데..!! “

-콰콰쾅!!!!!!!!!!!!!!

어느새 통로를 전부 통과한 라라케니아가 피렌의 바람을 타고 아름답게 내려와 마치 거대한 쇠뇌 같은 모양을 보고서는 이것이 그 순수한 마나를 쏴대던 무기라고 판단해 곧바로 부숴버렸다.

이어서 화살이 날아와 또 다른 쇠뇌를 부숴버리고 남은 쇠뇌까지 인형들이 부품을 하나하나 빼버리며 완전히 해체해버린다.

“ 네 녀석들이냐? 사람을 제물로 써서 순수한 마나를 채집하고 있는 녀석들이? “

“ 흐이이이익....! “

이곳에 오는 것도 몰래 숨어들어 오는 것인지 약 15명의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뒤로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 어딜 도망가려고...! “

라라케니아가 손을 내뻗자 공중에서 회전하던 여섯 개의 검이 출구처럼 생긴 통로를 조준하고 날아가 막아버린다.

“ 흐익..!!!! “

“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터트려버릴 거야...!!!! “

모두를 제압하려는 그 순간 백발의 나이든 여자가 소리치며 새하얀 크리스탈같은 기둥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 안돼 베니.. 그러지 마..! 그러면 우리 다 죽어...!!! “

“ 나.. 난.. 난 탈출할 거야....!! 끄아아아악..!! “

딱 아수라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을 납치해서 행성의 핵에 집어 던지는 짓을 하는 자식들이 본인들이 죽을 각오는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 방금 녀석은 자기가 무리해서 팔이 잘려나갔지만, 이제부터 탈출하려는 녀석들은 목을 잘라버릴 거야. “

“ 그러기만 해...!! 이 행성 자체를 터트려버릴 거니까...!!! “

라라케니아가 모두를 향해 말하자 베니라고 불린 여자는 한 발짝 더 기둥에 다가가며 협박한다.

안타깝게도 피렌과 라라케니아, 린은 지금 이 협박이 얼마나 위험한 협박인지 모르고 있다고 느낀 베니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떨리는 손을 심장에 가져다 대고 말한다.

“ 멍청한 외계인 녀석들을 위해 설명해주마.. 이 기둥은 핵에서부터 뽑아낸 순수한 마나 결정체야.. 이 결정체를 가공해서 핵의 중심부까지 곧바로 이 정제되지 않은 마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놨지. 이 구멍을 통해 내가 마나를 흘려보내는 순간 이 행성의 핵은 결정화되어 핵의 구실을 하지 못하겠지.. 그렇게.. 다 죽는 거야... 그러니 더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다 죽어!!!!! “

정말.. 베니라는 여자의 설명을 다 듣고 나서야 라라케니아와 피렌, 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다.

행성의 핵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마나 자체를 뽑아서 결정화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가공을 했다니.

생각지도 못한 마나다. 생각지도 못한 마나의 활용 방식이다.

우리 은하 전체를 둘러보지는 않았지만..

행성의 핵을 이용한 마나 기술은 유일하지 않을까.

“ ...대체 그만한 기술이 있으면서 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거지? “

피렌이 한 발 더 움직이자 베니도 한 발 더 결정체에 다가간다.

“ ....이런 기술이 있기 때문이야. 행성 전체를 날리는 것이 아니고서야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이 기술 때문에.... 난 언제나 내 마나만을 빼앗기고 살아왔다고...!!! “

마나를 결정화하는 마나.

어떻게 보자면 상대의 체내에 존재하는 마나를 전부 결정화해 닿는 순간 죽여버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겠지만

안타깝게도 베니는 이미 성질이 굳어진 마나는 결정화하지 못했다.

그 어떤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순수한 마나.

행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 은하수만 결정화할 수 있었으며 베니는 싸울 수 있는 기술도 없었다.

“ 그렇게... 행성을 반으로 쪼개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을 만큼 날 착취해놓고... 이제 와서 또 순수한 마나를 뽑아서 달라고...? 웃기지마... 레베른도.. 네 녀석들도.. 다 죽어버려...!!! “

그렇게 베니는 결국 모두와 함께 죽어버릴 생각으로 거대한 결정체에 손을 집어넣는다.

“ 잠깐 멈춰!! “

....

잠깐의 정적.

이 공간 안에 존재하는 공기가. 마나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듯한 느낌이 든다.

도망치려던 사람들도, 모든 걸 끝내려던 베니도 멈춘다.

움직이는 것은 오직 라라케니아의 눈과 린의 손가락 하나.

그리고 피렌의 입이다.

“ ...우선 물어볼게. 너에게 순수한 마나를 빼달라고 한 녀석은 누구지? “

불안한 듯 떨리는 베니의 눈빛.

아직 입을 열기에는 조금 부족한 듯하기에 피렌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도와줄게. 네가 더 괴롭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 “

“ 닥쳐.. 닥쳐...!!! 네 녀석이 레베른을 막을 수 있다는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

....

레베른도 한패라는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까드득...

옆에서 가만히 있던 린이 어금니를 꽉 깨무는 소리가 들린다.

“ ....감히.. 레베른의 이름을 달고 그런 짓을 해...? “

“ 린 참아. 침착해야 해. .. ..이봐 베니. 나는 은하에서 벌어진 레크라시아 침공 작전에서 레크라시아로 직접 쳐들어간 7인 중 한 명이다. 우리는 레베른에게서 승리하고 아무도 죽지 않은 채로 귀환했지. 나는 레베른을 이길 수 있어. “

린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에 이 행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베니의 기분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은하의 대사건이었던 레크라시아 침공 작전은 당연히 베니도 알고 있었으며 아주 미묘하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피렌은 놓치지 않았다.

“ 널 도와줄게. 그러니 너를 협박한 레베른 녀석들의 이름이나 인상착의를 알려줄 수 있나? “

“ ...몰라.. 몰라.. 모른다고.... “

굉장히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다.

여기서 한마디 더 하는 것이 자극될지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다.

“ ...그 녀석들은... 자기 가족을 살려야 한다면서... 모두가 죽고 싶지 않으면 치료법을 찾아내라고 했어.. 그런데 말이지...? ... 그 녀석들... 내가 알고 있는 증상으로 쓰러져 있더라고...? “

“ ..알고 있는 증상? “

“ 마나 결핍.. 및.. 마나 부적응.. “

인간은 마나가 부족하면 살아가기 힘들다.

체내에서도 마나가 부족하다면 부족한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체내의 마나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마치 의식을 잃은 것처럼 수면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마치 앨리스가 오래 잠들었던 것처럼.

그렇게 레크라시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레베른은 처음 겪어보는 마나 결핍상태에다 우주에서 자신이 항상 받아들이던 마나가 아닌 다른 마나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다.

“ 치료법은 간단해... 마나를 먹이면 돼... 그 녀석들이 적응할 수 있는 마나.. 사람을 씹어 먹어도 되고 가만히 내버려 둬도 치료돼.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이 순수한 마나에 그들의 마나를 넣어 정제해서 직접 집어넣는 방법이지.. “

눈가가 촉촉해진 베니의 자세가 점점 무너져 내린다.

“ 무서웠어.. 살고 싶었어... 그야 그렇잖아...? 상대는 레베른인걸...? 그 녀석들이 우릴 다 죽여다가 자기 가족들에게 먹이면 어떻게 해..?... ... 가만히 낫는다고 했다가 우리는 쓸모 없다고 죽여버리면 어떻게 해....??? ... ... “

레베른에 대한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

크릭 레베른에 대한 공포.

”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치료약을 만들었다고 속였어.. 다만.. 사람을 희생해서 얻는 방법이라고... 그래야만 얻을 수 있다고... “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선 순수한 마나가 있어야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몸속에 넣을 마나를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순수한 마나는 행성의 핵에서 뽑아내는 것이었고, 이미 그 힘은 너무나도 많이 소모했었다.

그렇기에 사람을 행성의 핵으로 몰아넣어 제물로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않으면 핵이 버틸 수 없었겠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겠지만 베니는 마나를 넣으면 치료된다고 하는 것이 아닌 치료약을 만들었다고 속인 것이다.

레베른에게 ‘ 본인이 ‘ 죽지 않기 위해서다.

그리고 레베른은 본인들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가족들을 배신하고 아무런 죄 없는 사람들을 납치했다.

누가 잘못한 걸까.

누구의 잘못일까.

자신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한 사람?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한 사람?

어쩌면 레베른이라는 이름의 인식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난.. 난 더이상.. 내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네 녀석들에게 마나를 착취당하고 싶지 않아.... 그 때문에 이렇게 늙어버렸으니... 더이상은... 더는... 늙기 싫어..... “

...

피렌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 도와줄게. 네가 더이상 착취당하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까. 그 손만 내려줘. “

“ ...됐어... “

베니는 이미 주름으로 가득 차버린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 난.. 이미 틀렸어... “

“ ...아니. 아직 늦지 않았어. 넌 돌아갈 수 있어. “

“ 닥쳐... 아무것도 도와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결국 내가 모든 걸 끝내야 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내가 손쓰기 전에 진작 도와줬었겠지..!!!!! “

...

잠깐만..

이미 손을 썼다고...?

“ ....베니. 널 착취하던 녀석들은 어떻게 됐지? “

베니는

처음으로 웃었다.

“ 다 죽였어. 다 균열에서 밀어버려서 전부 행성의 핵으로 떨어뜨렸어... 히히.. 히히히히... 그리고 발견한 거야.... 히히히...!! 행성의 핵은 인간의 마나로 보충할 수 있었다는 것을..!!! “

-슥.

마치 구름에 가려졌던 햇빛이 한순간 눈부시게 빛나듯이

한 줄기 빛이 베니의 팔을 위에서 아래로 훑고 지나간다.

“ 아.. 아아.. 아아아아...!!!!!! “

처참하게 떨어진 한쪽 팔을 바라보며 베니는 수많은 인형에 제압당해 그 자리에 강제로 엎드리게 되었다.

“ ....모두 연행할게. “

“ 난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어. 우리 내부에 배신자를 찾아 죽여야 해. “

라라케니아의 말에도

린의 말에도

전부 복잡한 감정들이 새어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피렌은 그런 씁쓸한 마음을 억지로 집어삼키고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짓는 말을 한다.

“ ..그래. “


작가의말

정상인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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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 440. 변함없는 모습으로 24.01.23 16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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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 436. 자존심을 지키려다 떠올린 방법 24.01.19 172 0 16쪽
444 435. 새로운 무기 24.01.18 175 0 13쪽
443 434. 본격적인 연구 24.01.17 172 0 14쪽
442 433. 점점 모여드는 폭풍 24.01.16 181 0 13쪽
441 432. 언어로 잡은 손 24.01.15 179 0 12쪽
440 431.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한 독 24.01.14 18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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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5 426. 마나와 에너지 24.01.09 191 0 12쪽
434 425. 전투 연계 연습 24.01.08 18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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