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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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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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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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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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蒼炎)

DUMMY

※※※



눈을 매혹시키는 거대한 화우(花雨).


풀려나온 신공절학이 당진천의 신형을 집어삼켜 가린다. 흩날리는 화염과 철편의 꽃잎이 마치 봄바람에 실려 흩어지는 듯했다.


죽음을 머금고 있다 하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다운 무공이었다. 당금 무림에 이보다 눈을 매혹시키는 무공은 아마 극성에 달한 화산의 매화검법밖에 없지 않을련지.


그 자신이 펼쳐 내치고 있음에도 모든 투로를 가늠할 수가 없다. 손짓 하나에 수백의 꽃잎이 뒤틀리며 제각기 다른 움직임을 자아낸다.


그 지향점이 곧 천변만화(千變萬化)라 칭해도 좋을듯한 무공.


‘곤륜의 색이 깃들었다.’


바뀐 것이었다. 본래의 만천에 곤륜의 의념이 섞여들었다. 그러나 백연은 외려 이것이 만천의 본연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소하가 이것을 보고 있겠지. 그가 얻어가는 것이 있길 바랄 뿐이었다.


콰아아-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음이 사방을 침묵시킨다. 한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앗아간 소년의 만천.


뒤늦게 당진천의 이름을 외치는 공손령의 비명이 크게 울리고.


백연이 들어올린 손을 가볍게 쥐는 순간.


파아아아앙-!


흩날리던 만천이 일거에 사방으로 비산하며 흩어진다. 수백에 달하는 암기 조각이 꽃잎처럼 바닥에 원을 그리며 내려앉고, 흩날리던 불티는 역으로 위를 향해 상승하며 조금씩 대기중으로 녹아 사라진다.


만천이 거둬지고 그제서야 드러난 당진천의 모습.


경기장 한 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모습이다. 온몸을 따라 흐르는 선혈이 낭자했는데, 그럼에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느릿하게 깜빡이는 눈매가 그것을 알려주었다.


넋을 잃은듯한 표정이다.


그 주변으로 흐르는 독기가 묻어나오고 있었는데, 아직 끝나지 않은 만독의 여파였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당진천의 지배하에 놓여있지 않았다.


제멋대로 몸을 뒤트는 끈적한 독기. 그 가운데 앉은 당진천이 천천히 백연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팔다리 근맥을 베었다. 혈도중 몇을 꿰뚫었고. 스스로도 느끼고 있겠지만, 이제 당신은 다시 제대로 걷게 되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겠지.”


무공을 봉(封)했다는 소리. 백연은 만천을 펼쳐 당진천의 온몸을 베어냈다. 그로써 그가 지니고 있었던 무공을 앗아갔다. 단전을 폐하지는 않았으니 오랜 기간 정양하면 회복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전의 무위를 되찾는 것은 전혀 다른 일.


죽이는 것과, 단전을 폐하는 것을 제외하고 백연이 당진천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의 위해였다.


그에 당진천이 느릿하게 입매를 비틀며 되묻는다.


“......두려울게 없는듯이 행동하더니, 당가의 힘은 두려웠나. 어째서 날 죽이지 않은것인지 모르겠군.”


그대의 살심(殺心)이 선명하게 느껴졌는데-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비웃음이 담겨 있다. 많은것을 잃은 뒤에도 여전히 똑같은 태도. 그런 당진천의 눈을 마주치며 백연이 여상히 답했다.


“당신의 목숨은 내가 받아갈 몫이 아니니까.”

“......하핫.”

“친우의 것을 빼앗아가면 안되겠지.”


그의 말에 당진천이 헛웃음을 짓는다. 그 사이 만독의 독기가 주변을 따라 흐르며 당진천의 옷자락을 녹이고 바닥에 연기를 피워올렸다.


“더 하면 스스로의 독에 중독되어 죽겠는데, 계속 할건가?”


당장 더 이상 무공을 펼치지 못하는 당진천. 이대로 있으면 만독을 펼친 여파에 스스로가 잡아먹혀 죽는다. 더 이상의 싸움은 사실상의 자진(自盡) 행위.


그러나 자존심과 오만함이 드높은 사내이다. 패배를 입에 담고자 하지 않을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백연도 말릴 생각이 없었다. 비무제전에서 싸우다 죽는게 당진천에게 가장 나은 결말일지도 모르지.


당진천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를 보며 백연이 여휘를 천천히 들어올리는 순간이었다.


“......졌네.”


나직한 음성이 울렸다. 허탈한 듯, 악에 받친듯, 여럿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직후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육합전성이 뒤따른다.


비화 당진천의 승복 선언.


백연의 승리였다.



※※※



한순간 시야를 가르며 신승의 법력 기파마저 꿰뚫고 나온 흐릿한 검격 직후였다.


뒤따른 것은 허공을 수놓는 만천의 향연.


경기장 위를 파도처럼 휩쓰는 만천의 흐름을 당소하가 멍하니 응시했다. 혀끝으로 친우의 이름을 감탄 비슷하게 굴리면서였다.


“백연.”


단번에 이해했다. 지금 당진천을 뒤덮은 만천의 요결. 의념.


지금 저 소년은 자신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만천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어찌해야 만천을 넘어설 수 있는지. 그리고.


‘만천과 만독의 합일까지도.’


전부 막연한 가능성과 단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에, 기준으로 삼을 길의 초입이 드러난 것이니까.


콰아아-


만천이 회전하는 것을 보며 당소하는 저도 모르게 손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서 자그마한 기파의 흐름이 휘돌기 시작했다. 진기의 흡착과 발산. 흡자결로 시작해 발경으로 이어나가는 거대한 물결.


모든 암기를 동시에 조종해 변칙적인 투로를 이끌어낸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하나의 흐름으로써 이끌면 자연스레 변초가 따라온다는 역발상.


무공을 사용하는 본인조차 그 투로를 예측할 수 없음이 곧 진정한 변화무쌍이다.


그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당소하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 또한 결국 칠룡의 일좌에 올라선 천하일절의 기재. 백연이 알려준 단초를 인지한 순간부터 삽시간에 수십의 구결이 머릿속에서 흩어지고 뭉치며 무공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렇게 객석에 앉은 당가 소가주의 손아귀에서 합일(合一) 신공절학의 싹이 미약하게나마 움트고.


“혜종 대사(大士)! 독(毒)이......”

[염려 마시게.]


우웅-


상석에서는 어느새 완전히 눈을 뜬 신승 혜종이 재차 손을 내뻗자 일전보다도 더욱 거대한 기파가 사방을 휘감는다. 퍼져나오는 독기를 짓누르고 객석을 보호하는 막대한 법력의 파도.


[노납이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으니 말일세.]

“그런것 치고는 일검에 베이지 않았는가.”

[신묘한 검이 아닌고.]


웃음짓는 노승을 향해 선극이 가벼이 내뱉었다.


“미완의 일검이지. 일전에 보았는데 그때보다 더욱 짙어졌군.”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대화에 다른 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것도 잠시. 이어지는 목소리가 한없이 차갑게 주변을 짓누른다.


“만천의 극의에 닿겠다 하며 독을 버리더니.”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천독이었다. 그가 냉막한 시선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만천이 조금씩 흩어지며 당진천의 모습이 드러나는 중이었다. 온몸에 선혈이 낭자한 상태.


그러나 천독은 그것에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히 말을 툭 던지며 돌아선다.


“그 의지마저 사라졌군. 더 볼것도 없다.”

“당가주. 그래도 그대의 자식이......”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어.”


힐끗 경기장을 응시한 그가 차가운 평을 남기고는 걸음을 옮겼다. 녹빛 옷자락이 크게 펄럭이며 당가주의 뒤로 흩어졌다. 표홀한 걸음으로 상석을 떠나는 천독의 모습에 신승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젓고.


[곤륜파 백연 대......]


언제나와 같이 경기의 결과를 알리는 현궁진인의 음성이 울린다.


뒤이어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함성.


“노부가 정리하고 오지. 독기는 위험하니 아이들에게 맡겨놓을 수가 없겠네.”


그때쯤 선극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새 경기장을 향해 날듯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뒤이어 상석에 앉은 사람들이 제각기 방금 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 홀로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 도홍이 입매를 비틀었다.


“확실히 위험하군요. 저것은.”


그렇게 당진천과 백연의 경기가 막을 내렸다. 한동안 끝없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내용을 남기고서.



※※※



고요한 곤륜파의 전각 안.


하루의 끝자락에 닿았다.


수많은 화제와 소란이 지나간 뒤였다.


하루 종일 여러 사람들에게 시달린 백연은 피곤한 기색으로 눈매를 비볐다. 한 손으로는 먹이 깃든 붓을 놀리면서였다.


“대충 이런 식으로......음.”


검격 구결을 새겨나가던 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스스로의 글씨가 알아보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느릿하게 한숨을 내쉰 그가 붓을 내려놓고는 종이를 살폈다.


“아직이야.”


새로운 미완의 검법.


오늘 만독을 단번에 갈라버린 일검이었다. 이제는 거의 닿았다 봐도 좋았다. 하지만 아직 한끝이 부족했다. 일검의 파괴력은 일절이었으나, 그것을 이어나갈 초식이 부족하다. 때문에 정리하며 살피고 있었는데, 깊은 피곤이 몰려왔다.


“이름은 무엇으로 해야할지.”


뇌풍(雷風)은 들어가야겠지-하고 중얼거린 백연이 종이를 말아 옆으로 치웠다. 그때였다. 문득 어둠 사이로 느껴지는 기척이 있었다. 느릿하게 시선을 들어올린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당소하?”

“몸은 괜찮나. 음공에 당했을때 깜짝 놀랐다.”


당소하가 문을 열고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눈썹이 비스듬히 좁혀져 있었는데, 걱정할때면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었다. 그를 보며 백연이 미소를 지었다.


“나야 멀쩡하지. 그나저나 당가는 어때?”

“난리다.”


짤막하게 답하는 당소하. 그러나 소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가모께서 모든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중이지. 너를 찢어죽일 기세였다. 나도 마찬가지고.”

“상심이 크신가보네.”

“너는 상상도 못할거다.”

“자식 사랑인가.”

“......아니?”


못 들을것을 들었다는 당소하의 표정. 이윽고 그가 헛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가모......공손령은 당가를 누구보다 집어삼키고 싶어하지. 단순히 자식을 아끼는 것이었다면 백건 형님은 왜 저리 놔두겠나.”

“아하. 그런 쪽인가.”

“뭐, 한마디로 개판이라는거다. 그와중에 백건 형님은 또 무엇을 꾸미는지 보이지도 않고. 전부 네 덕분이다만.”


덧붙이는 웃음 소리가 가벼웠다. 평소 쉬이 웃지 않는 녀석의 웃음에 백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너는 신나 보이고.”

“그렇지. 가문 때문은 아니다만, 우선은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당소하가 고개를 숙였다. 백연이 놀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뭐야?”

“은혜를 입었다. 고마워.”

“무슨 은혜. 어차피 너도 언제고 찾았을 길이야.”

“아니. 너라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주께서도 그것을 아셨으니 별말 없이 넘어가셨겠지.”


만천의 가능성을 보여준 일. 백연이 당소하에게 건넨 선물을 천독은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어째서 그랬는지도.


“그렇잖아도 아까 이야기를 나눴어.”


경기가 끝난 직후였다.


당진천의 독기를 선극이 신묘한 흡자결로 빨아들여 연기처럼 흩어버리고, 그 뒤 모든것이 정리되고 나서 백연은 끌려가다시피 상석으로 향했다. 그의 무공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은 까닭이었다.


그 속에는 한없이 우호적인 시선과 적대적인 것들이 혼재되어 있었는데, 당가주는 어느쪽도 아니었다.


만천을 강탈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법도 했건만.


-네 눈에, 아이는 가능하겠는가.


당가주가 뱉은 말은 그것 뿐이었다. 백연은 그에 간단히 답했다.


-당연합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당가주는 만천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당사자인 당가주가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으니 다른 무인들도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세간에는 어떤 소문이 나돌지 모르지만 말이다.


“물론 앞으로 내가 만천을 쓰는 일은 없을거야.”


그것은 백연이 당가주에게 건넨 약조였다. 당가주 또한 그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일을 묵인한 것이니까.


그 말에 당소하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다. 다른 뜻은 없지만, 네 자질은 위험해. 무공이 단번에 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어쩌면 무림공적으로 몰리거나 할지도 모른다.”

“알아. 본래 상대의 무공을 그대로 펼치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야.”


이번에는 당소하를 위한 만천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일 뿐.


“네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충분히. 어찌 갚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뭘 갚아.”


백연이 싱긋 웃었다.


“친구잖아.”

“......낯부끄러운 소리를.”


그에 당소하가 시선을 돌리며 손을 휘저었다. 그의 시선이 백연을 피해 사방을 휘젓고.


“음? 저건 뭐지.”


마침 소년이 정리하고 있던 종이에 떨어졌다.


“이거? 새로운 검법이야.”

“......아. 그렇군. 무공이란게 그리 쉽게 만들어지는 거였나.”


헛웃음을 지은 당소하가 종이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가 봐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얼굴에 새겨진 진한 궁금증을 눈치챈 백연이 웃으며 종이를 건네었다.


“보고 싶으면 봐.”

“문파의 비급 아닌가? 안되지.”

“어차피 미완에다가 완성되면 많은게 바뀔거기도 하니까. 괜찮아.”


약간의 실랑이 끝에서야 당소하는 결국 종이를 받아들어 펼쳤다. 그의 눈이 빠르게 종이 위를 훑으며 내용을 눈에 담는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던 것이 곧 놀람에 이어 미묘한 눈길로 바뀐다.


이윽고 그가 종이를 다시 접으며 백연에게 돌려주었다.


“음.”

“어때?”

“......절반 정도는 못 알아봤다. 예상 외로군. 너는 전부 잘할줄 알았는데.”

“내 글씨가 어때서.”

“몰라서 묻는건 아니겠지? 내가 술을 진탕 퍼먹고 써도 그것보단......”


가벼운 투덜거림과 핀잔이 이어지는 사이, 전각의 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백청색 무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비무제전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사형들이었다.


오늘 곤륜파의 경기가 두개였던 까닭이다. 첫번째 경기는 백연의 경기. 두번째는 설향 사저의 경기였는데, 백연은 당가주와 대화를 나누러 가는 바람에 경기를 보러가지 못했다.


그래서 먼저 돌아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끝난 모양.


당소하와 백연의 시선이 함께 들어오는 사람들을 향하고.


“백연? 아, 당소하도 있었구나.”


단휘가 반가운 기색으로 다가와 당소하와 인사를 나누었다.


백연은 일어나 사형들을 맞이했다. 다들 무언가 잔뜩 말하고 싶은것이 있어 보였는데,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는 표정. 그에 백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다들 무슨 일 있어? 경기 결과는?”

“음, 그게 말이다.”


머리를 긁적인 무진이 자리를 비켰다. 그 사이로 걸어나온 것은 설향. 언제나와 같은 표정이었는데, 평소와 무언가가 미묘하게 달랐다. 침착한 표정 사이 옅게 달아오른 뺨이 눈에 들어온다.


“이겼어.”


담담히 말하는 설향. 그에 백연이 옅은 감탄을 흘렸다.


설중매 진려는 화산파의 뛰어난 무인. 높은 승률을 점치지 않았다. 기껏해야 반반 정도일까. 그러나 뇌룡에 닿기 위해서는 그 전까지 만나는 모든 무인을 꺾어야 했다. 그리고 백연은 설향이 그런 자질이 있다고 믿었다.


아무래도 그의 생각이 옳았던 모양.


“잘했네. 수고했어.”


그러나 백연의 칭찬에도 설향은 여전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백연은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이윽고 숨을 가다듬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전에 네가 불꽃의 색(色)을 언급했지.”

“그랬지.”

“닿았어. 그 편린에.”


백연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벌써?”


설향이 고개를 끄덕인다. 옅은 침묵이 잠깐 스치고.


“숫제 괴물들 밖에 없군. 곤륜파에는.”


옅은 웃음이 섞인 당소하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그것을 한귀로 흘리며 백연이 물었다.


“그 불꽃, 지금 보여줄 수 있겠어?”

“응.”

“좋아 그럼.”


소년이 미소를 지었다.


“어디에 닿았는지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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