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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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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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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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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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본선(10)

DUMMY

※※※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연푸른 화염을 두른 검격. 검날을 따라 피어오른 옅은 불빛을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이 아니었다. 객석의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일전 설향과 진려의 경기도 보았고, 그랬기에 그 불꽃이 무엇인지 곧 깨달았다.


푸른 화염.


새로운 불꽃.


암화조차 보여준 적 없는.


누군가의 마음 속에는 그리 새겨졌다. 어쩌면 그들이 새로운 신성이 막 움트고 있는 광경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배, 백화!”

“와아아아아아!”

“이겼다!!!”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터져나온 까닭이기도 했다. 소리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그녀의 별호를 입에 담는다. 구봉중 하나는 쓰러졌고, 강호 무림에 새로운 별호가 출현하려 하고 있었다.


“아, 억울하다.”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며 장난스레 투덜거리는 것은 단휘였다.


“왜 우리 문파에서 두번째로 별호를 얻는게 설향 사매냐고.”

“불만 있으면 이겼어야지. 사형도 소하를 꺾었으면 당장에 별호는 물론이고 강호 무림의 주시를 한몸에 받게 되었을걸?”


백연은 단휘가 지금도 충분히 주시받고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알려주지 않았다. 검좀 쓴다는 무림인들이면 단휘와 무진, 소홍이나 청율의 검을 보고 경계하지 않을수가 없었으니까.


아마 장문인들이나 뛰어난 검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름이 퍼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별호를 얻는건 다른 의미이기도 했다. 사형도 그런걸 원하는 것이겠지.


“뭣하면 내가 하나 붙여줘?”

“하하. 재밌네.”

“사형 취향이 뭔데. 엄청 세 보이는거? 아니면 멋있는거? 좀 사연있어 보이는 별호도 있는데.”

“누가 별호를 그렇게 정해......”


헛웃음을 짓는 단휘를 보고 백연이 킥킥 웃었다.


“신풍협(神風侠) 어때?”

“......오, 그건 좀 관심이 간다.”

“아니면 검귀(劍鬼)나.”

“그건 내 실력에 과하잖아. 차라리 너한테 어울리겠다.”

“호오. 통찰력이 있는데.”

“둘다 헛소리 말고, 일어나라.”


그때 무진의 손이 두 사람의 머리를 푹 내리눌렀다.


“갈 시간이다. 우리는 오늘 일정은 끝났으니까 자리를 비켜주자고.”


소년 소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객석을 따라 걸어내려가는 걸음이 가벼웠다. 백연은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하는 것을 느꼈다.


감탄이 담긴 눈빛들. 이제는 누구나 알아본다. 곤륜파의 백청색 무복을.


민초들이 구파를 볼때 던지는 시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변화였다.


“언니!”

“고생했어!”


밑으로 내려오자 설향을 향해 쪼르르 달려가는 선아와 연비가 있었다. 무심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맞이한 설향이 이윽고 백연에게 눈을 돌렸다.


“백연.”

“잘봤어. 창염......그 무공 비급은 사저가 써야 하는거 알지?”

“......아?”


보기 드물게 당황하는 눈빛에 백연이 웃음을 흘렸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일격 절초가 뛰어난 파괴력을 지녔네. 제갈세가의 술법진이 그리 쉬이 부서지는 것은 아닐텐데.”

“방법이 없어서 도박수를 던졌을 뿐이야.”

“그게 승부를 가르는 자질이지. 잘했어.”


설향이 살풋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입가에 언뜻 미소가 스쳤다.


빈말이 아니었다. 백연은 그녀가 술법진을 파훼한 방식이 상당히 뛰어났다고 생각했다.


창염은 일전 그녀가 보여줬을때도 그랬지만 단번에 돌입할 수 없는 무공. 적화검류를 통해 화기를 쌓아나가는 예열이 필요하다. 화기를 다루는 많은 무공이 그런 경향성이 나타나니.


‘화천귀제도 불꽃을 태울수록 강해진다고 했지.’


염혈신공도 화기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힘을 부풀리는 방식까지도.


결국 시간의 문제인데, 설향은 이번 경기에 한해서는 그것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적화검류로 몰아치고, 수세에 몰린 시점에서 화간접무의 초식으로 광역 방어초를 구축. 시간을 벌어 창염의 개화까지 엮어내는 침착함이 그랬다.


“많이 늘었네.”


한번 벽을 뚫은 뒤에는 그 성장속도가 더 빨라진 것도 같았다. 이제 설향은 자신만의 길에 오른 것이다.


이대로 오르면 결국 악예린에게 닿을 수 있을지 모른다.


“사저는 앞으로 두 번 더 이기면 되려나? 뇌룡을 만나려면.”

“응.”

“악예린이 다른 사람한테 지는 것만 아니면 말이지.”

“그럴리가.”


백연도 동의했다. 악예린이 다른 누구에게 지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녀의 대진에 당소하가 끼어있다 하더라도 그랬다.


‘새로운 만천을 엮어내면 몰라도.’


아직은 악예린이 한 수 위라 봐야겠지.


“가자. 다들 기다려.”


언제 다가왔는지 옆에 선 소홍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설향과 백연이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움직이며 백연은 상석을 향해 슬쩍 시선을 던졌다.


‘아직도 없군.’


남궁유진과 서일화를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면 다들 상석에서 자리를 비웠다. 어째서이지. 아무런 이유가 없을수도 있지만,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곤륜파의 본선 둘째주 첫날이 마무리 되었다.



※※※



밤이 기울었다.


어두운 하늘 아래 구름이 가득 들어찼다. 본디 구름보다 위에서 노니는 무당산임을 생각하면 이례적일 정도였다. 하늘에 우사(雨師)가 거닐고 있는지.


“내일 하루는 날씨가 별로겠군요.”


바람결 같은 음성이 어두운 연무장 위로 흩어진다. 그것을 귀에 담으며 백연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축축한 공기가 내려앉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봄비인가 봅니다.”

“그럴때가 되었죠. 아직은 조금 춥지만......”

“풍백께서도 추위를 타십니까?”

“저도 사람인걸요.”


생긋 웃는 표정이 장난스러웠다. 백연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만.”

“뭐, 그런 셈이죠. 저는 주변의 변화에 예민한 편이라서요. 익힌 무공의 특성이라고 해야할까.”

“경지와 별개의 것입니까?”

“항상 감각해야 하니까요.”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서불침의 경지에 닿았을 검성이지만, 사용하는 무공 풍신의 특성상 주변의 기온이나 환경의 변화를 항상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는 소리. 아마 일반적으로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각이겠지.


그가 자령안으로 감각을 선율로 뒤바꿔 인지하는 것과도 일견 비슷한 면모가 있어 보였다.


“일찍 돌아오셨군요. 공동산에 서찰을 보내신다고 알았는데.”


어젯밤에 걸음했을 것인데, 오늘 돌아왔다. 그의 경공 속도를 생각하면 여기서부터 운현까지 다녀오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일이 별로 없었다는 소리.


“네. 딱히 별일은 없었어서......기분 나쁜 흔적을 확인해서 조금 추적해본 것 외에는 말이죠.”

“기분 나쁜 흔적이요?”

“네.”


딱 떨어지는 대답에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풍백은 그 흔적에 대해 설명해줄 마음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러고보니 일전에 운현에 들어온 작자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노도사가 철야방에 수작을 부리려 했다 했는데.”

“......무슨 소리죠?”

“사건 자체는 해결했는데, 배후를 못찾았습니다. 짐작으로는 만금장이 얽혀있는 것 같습니다만.”

“자세히 얘기해봐요. 노도사라고요?”


풍백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들었다. 그 표정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백연이 입을 열었다.


“예선 시작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리 길지는 않은 이야기였다. 쓸데없는 잔가지, 그러니까 구음절맥같은 내용을 제외하고 나니 간단히 축약된다.


누군가가 무당산 위에서 술법무공을 펼치기 위해 철야방의 장인을 매수해 장난질을 쳐 놓았고, 그 일을 입막음하기 위해 장인을 죽이려 했다는 이야기.


이야기는 짧고 간단했으나 그것을 들은 직후 풍백의 표정은 묘하게 굳어들어 있었다.


분노한듯, 당황한듯 다채로운 감정이 섞여있는 복잡한 표정. 그 속에 얽혀있는 감정의 갈래들을 전부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굳이 하나로 줄여 축약하자면-


‘회한.’


백연은 가만히 풍백을 응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때까지.


“맹인 노도사......만금장이 맞습니다. 이로써 만금장이 암약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군요. 천하에 그런 작자가 둘이나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누군지 아십니까?”

“음, 알지요.”


풍백이 검파를 매만졌다. 눈매를 가볍게 찡그린 그가 말을 이었다.


“그자의 별호는 혈선(血仙). 이름자는 추혼(追昏).”


섬뜩한 별호가 태연히 입에 담긴다.


“일전 군문에 몸을 담았던 위인이자 황실의 사람입니다. 모종의 사건 이후 군문을 등지고 떠나 만금장에 투신했는데,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군문의 사람이라고요?”

“예. 제가 말했던 기분 나쁜 흔적이 추혼의 것입니다. 사실 확신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알겠군요.”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그런 이가 지금 무당산의 지척에서 움직이고 있다? 위험했다. 다시 생각을 바꿔야 할 일이었다. 만약 그가 다시 석려려나 야장을 노린다면.


‘못막는다.’


철야방주 본인한테 직접 붙여놓는 수준이 되어야 할까.


“그렇다면 추적해 사살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물론 그러면 좋겠습니다만, 어렵습니다.”

“어째서입니까? 풍백께서 움직이시면......”

“안됩니다. 그를 제대로 잡으려면 으음, 세 사람 정도는 움직여야겠군요.”


풍백이 가벼이 내뱉는다. 그러나 그의 입에 담긴 이름들은 가볍지 않았다.


“추적에 능하고 실력이 뛰어난 무인 셋. 저와 천독, 그리고 섬뢰신창 정도가 같이 움직이면 피해없이 사살이 가능하겠습니다.”

“......예?”

“물론 그것도 추혼이 도망치지 않고 맞서 준다는 가정하에 그렇지요. 작정하고 도망가면 못잡습니다.”


백연이 눈을 깜빡였다. 지금 초월의 위에 오른 무인 셋이 합공을 해야 피해없이 죽일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그 혈선이라는 무인을?


“대체 얼마나 강한......”

“정면으로 붙는다면 제가 집니다. 최선이 동귀어진.”


담담히 말하는 풍백의 어조. 허나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 말대로라면 혈선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천하오검과 견주는 수준의 무위.


“하지만 그리 사건을 벌이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니, 이미 운현에는 없겠군요.”

“......확실합니까?”

“예. 자기보신에 능한 작자라, 운현에 머물다가 선극을 비롯한 이들의 눈에 걸리면 죽음이 확정적이니까요. 일이 틀어진 이상 붙잡고 있지는 않을겁니다.”


그 말대로라면 당장 석려려와 야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긴, 풍백이 운현까지 내려갔다 왔으니.’


혈선이 거기에 있었다면 이미 풍백의 눈에 띄었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다곤 해도 그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다행이군요. 고맙습니다.”

“혈선......”

“백연은 당장은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처리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죽여야 할 위인중에 하나이기에.”


희미한 웃음을 짓는다. 백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부터는 그가 파고들 이야기가 아닌 듯 했다.


“공동산에 연락을 보내는 것은 끝나셨나보군요.”

“예. 개방도를 찾아 보냈습니다. 헌데 생각보다 거지들의 수가 많이 줄었더군요.”

“그러고 보니 근래 관도를 개방과 소림이 수호하고 있다 하더군요.”


백연이 말했다. 그 또한 운현에 내려갔을때 평소보다 거지들의 숫자가 적다고 느꼈었다. 도시에 머물며 구걸하고 정보를 수집하던 개방도들은 이제 관도를 오가며 민초를 수호하고 사마외도를 대적하는 중이다.


그 수가 감소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


“그렇다곤 해도 너무......”

“예?”

“아닙니다. 이제 그 검을 보도록 하지요.”


말끝을 흐린 풍백이 주제를 돌렸다.


그가 검을 가벼이 뽑아들고는 비스듬히 늘어뜨렸다.


근래 시간이 날때마다 백연과 대련을 지속해주고 있는 풍백이었다. 그 덕택에 하루가 다르게 백연의 검은 발전하는 중이었다. 운해비영은 물론이고 모든 무공의 성취 자체가 날카롭게 다듬어지고 있는 것이다.


친우들의 말대로였다.


풍백(風伯) 이신.


또다른 별호로는 검성(劍星).


어째서 그가 검성인지 백연은 매일같이 깨닫는 중이었다. 모든것을 배제하고 검이라는 수단 하나만을 보았을때, 그는 그야말로 검의 극의를 바라보는 무인이었다.


그의 검로와 몸짓, 움직임 하나 하나가 전부 강렬하게 뇌리에 새겨진다. 자유분방한 바람같은 검의 궤적을 맞받아치는 것 만으로 백연 자신의 검끝이 다듬어진다.


모름지기 검수라면 선망할 수 밖에 없는 검객이라고 했던가.


누구든 검을 파고들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이름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고.


투두둑.


“음? 벌써 비가......”


발치에 물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톡톡 땅을 두들기는 축축한 빗물의 줄기가 옅게 허공을 채우며 사방을 습하게 물들였다.


“괜찮은가요? 날씨가 별론데.”

“상관 없습니다.”


검을 보여주는데 날씨가 무슨 대수랴. 백연의 말에 미소를 지은 풍백이 검을 치켜들었다.


“그럼 시작할까요.”


시야를 가득 채우는 물방울. 어느 순간 어두운 구름 아래 흐릿한 달빛이 빗줄기 사이로 산란하며 수천으로 쪼개지고.


타악.


백연의 신형이 흩어졌다. 여휘의 흐릿한 빛이 전진하며 대기를 갈랐다. 저릿한 뇌광이 빗속에서 번뜩였다.


소리가 침잠한다. 검광이 번뜩이며 연무장 위를 수놓기 시작했다. 검날과 검날이 찰나에 수십에 달하는 다채로운 투로를 이끌며 엇갈렸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은 사람의 눈에는 빗줄기 사이로 순간순간 벼락이 치는 듯한 광경.


어떻게 보면 춤추는 빛무리 같기도 했다. 은빛 광채가 빛나며 격돌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 그 위로 뒤덮이는 빗줄기가 점차 거세진다. 한없이 투명한 물줄기가 세상을 채울 정도로 쏟아지며 시야를 가리고.


하늘을 뒤덮은 구름 아래 그림자가 춤추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드러나는 흐린 달빛. 그 빛 아래 두 무인의 신형이 언뜻 드러났다가 다시 사라진다. 빗줄기 사이로 맞부딪히는 두 그림자가 서로에게 돌진했다가 다시 물러나고 얽혀들어 검격을 나누기를 반복한다.


찰나지간 튀어오르는 것은 시린 백광. 혹자의 눈으로는 마치 분절된 것처럼 보이는 검무의 향연이었다.


그림과 그림을 이어 보여주는 듯도 했다. 소리는 빗줄기에 묻혀 사라진 세상 속에서 두 검객이 춤을 췄다.


그러던 어느 순간.


“......!”


백연이 검을 뻗었다. 한없이 늘어진 인지 속에서였다. 사고가 극한으로 가속한 간극 속에서.


수천, 수만에 달하는 물방울이 일일이 시야에 들어온다. 허공을 따라 흘러내리다 우뚝 정지한 듯한 풍경이었다. 그 투명한 물방울들 사이로 빛줄기가 쪼개지며 산란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달빛도, 그의 태청신공에서 흩어져 나오는 백광도 마찬가지였다.


문득.


백연의 검끝이 아래를 향해 있었다. 과정이 생략된 움직임이었다. 어느 순간 그 장면을 잘라다 붙여놓은 것 마냥 좌하단을 향한 검끝.


간극 속에서 풍백의 눈이 크게 띄여지고.


직후였다.


후욱.


바람 소리가 일었다.


다음 순간 백연의 검끝은 우상단을 격하고 있었다. 시간을 건너뛴 것만 같은 움직임.


그 앞으로 검로를 따라 자리한 물방울들은 일제히 사선으로 베어져 있었다. 동시에 허공을 유영하던 빛살이 일순간 쪼개졌다.


찰나지간 분분히 쪼개진 빛살이 검로를 따라 느릿하게 일렁였고.


파아아아앙-!


한순간 검로가 대기에 새겨졌다. 귀청을 찢는 높다란 휘파람 소리가 일었다. 바람을 쪼개며 일어난 일검(一劍)이 잠깐이나마 내리던 봄비를 말 그대로 소멸시켰다.


직후.


쏴아아-


한순간 비었던 공간을 다시금 빗줄기가 가득 채웠다. 그 앞에서 여상히 검을 늘어뜨린 백연.


그를 보며 풍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완성했군요.”


경악이 서린 음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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