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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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리곰
작품등록일 :
2012.11.30 20:01
최근연재일 :
2012.12.3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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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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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거래

DUMMY

- 너를 죽음에서 구원해주겠다. 대신 다른 평행세계의 너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라.


죽음을 받아들였을 때 들린 것은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아닌 악마의 목소리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을 띈 수많은 꽃들.

금속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은빛을 뿜고 있었지만, 바람결에 살랑이면서 움직이는 꽃은 분명히 살아있는 꽃이었다. 조화가 아닌 생화가 은빛을 띄고 있었던 것이다.

꽃들이 만발한 정원의 중앙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의 밑둥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나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받아들이겠는가?


죽음에서 구원해주겠다는 남자의 말.

나는 그의 말에 씨익 웃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저주받은 인생이었다.

행복은 느낀 적이 거의 없었고, 절망과 슬픔만이 가득한 인생이었다.

죽는 그 순간에도 세상을 저주했을 뿐이지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나는 최악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말은 나를 끌리게 만들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서 물었다.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가?"


내가 그리 묻자 나무 밑에서 액체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검붉은 빛을 띄고 있는 끈적이는 액체가 꾸물대며 나에게로 흘러오기 시작했다. 액체는 나의 발 밑에서 흘러오는 게 멈춰지며 서서히 고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웅덩이를 이루자 이내 무언가를 비추기 시작했다. 마치 영화에서 물을 이용해서 미래를 본다던가 멀리 있는 곳을 본다던가 하는, 그런 마법 같은 장면이었다.

그리고 곧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웅덩이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현대와 별 다른게 없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와는 조금 달랐다.

하늘을 나는 것은 비행기가 아닌 비행선에 가까운 물건들이었고, 그 밖의 물건들도 과학을 이용해서 만든 게 아닌 뭔가 다른 느낌의 물건들이었다. TV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테두리 부분과 뒷부분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거울이었고, 자동차는 각종 부품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 사라져서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웅덩이에 비추어지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별로 좋지 않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못생긴 작은 키의 남자.

바로 나였다.

바로 내가 그 세계에서 길거리를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자 질투심과 분노가 확 솟구쳐올랐다.

나는 비참하게 살다가 죽었는데 웅덩이에 비춰지고 있는 또 다른 나는 살아있었다. 거기다가 옷도 고급스러운 것이 가난하게 살아온 나와는 달리 부유하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싸구려 시계조차도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온 나와는 달리 다른 세계의 나는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고급 시계를 차고 있었고, 고생 한 번 해본 적 없는 듯 얼굴이 뽀얗고 손은 부드러워보였으며, 살까지 통통했다.


- 받아들이겠는가?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비참한 환경이 아닌 부유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나를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나에게 손해될 것은 없었다.

살인?

나 자신을 죽이는 게 조금 꺼림칙하지만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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