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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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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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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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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0)

DUMMY

Episode 49 - 파괴자 2



"처참해."

올로소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모래 먼지가 공중에서 휘날리며 주변 공기를 더럽히는 모습.

더러워진 제복.


의식 없이 쓰러져 있는 적들.

"쓰레기같은 기분이군."

미간이 찌푸려진다.

왜일까?


분명 무대가 100프로의 완벽함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걸작의 반열에 들어갈 만한 퍼포먼스를 감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 찝찝하고도 더러운 기분은 무어냐?"


텁.

굵은 손이 올로소의 발목을 잡았다.

"음?"

고개를 아래로 숙이자 바닥을 기어다니는 채로 숨을 헐떡거리는 진명이 보였다.


그의 이마에서 흐르는 혈흔이 바닥을 적시고 있다.

"더럽겠지, 이 시발새끼야. 네 그 무대라는 반인륜적 행위가 제대로 막을 내리지 않았잖아."

"......, 아직 살아 있었나?"


진명이 입꼬리를 올린다.

"응, 난 너 뒤지는 꼴 보기 전까지는 절대 안 죽을거야."

올로소가 발을 떼어 손을 뿌리쳤다.

"그 용기 하나는 내 인정한다만."


콰직-!

"윽!!"

올로소가 진명의 손을 뒷꿈치로 내려찍었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뼈가 박살난 듯한 통증이 진명을 덮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용기만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세상에는 많은 법이지."

올로소가 걸음을 옮겼다.

검은 계수의 힘이 주변에서 스며들어온다.

"자, 그럼. 주인공의 해피엔딩을 위해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


진명이 손을 감싸며 통증을 호소했다.

그 때.

삐- 삐- 삐- 삐-!

"음?"


그의 안주머니에서 기계음이 들렸다.

진명은 입꼬리를 올리며 제복 안에 숨기고 있던 레이더를 꺼냈다.

레이더의 중앙 부분이 붉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로소는 한 쪽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뭐냐, 그건."

"생체신호 레이더다, 방금 울린 소리는 내가 몇 분 전에 상급부대에 보낸 긴급 전력 투입의 도착 신호야."


"전력 투입이라고?"

올로소의 물음과 동시에 저 멀리서 수십 대의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쳇, 골치 아프게 됐군."

진명은 의식이 끊어지는 것을 꾹 참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무턱대고 덤비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저 헬기에는 나보다 강한 지휘대장들이 수십 명 이상 탑승해있거든."


가히 버스터 콜과 같다.

올로소는 공중에 떠있는 수십 대의 헬기로 눈을 맞추었다.

"아닌 게 아니라......, 굉장한 기운이 느껴지긴 하는군."

진명이 검지를 들어 올로소를 가리켰다.

"그냥 순순히 쳐 잡혀라, 이 개새끼야."


올로소의 얼굴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체념이라도 한건가?'

이제 때가 됐다.

하진명 본인은 자신이 부른 버스터 콜을 위해 시간을 끄는 도구였을 뿐.


'진짜 이벤트는 여기 있었지.'

수십 대의 헬기가 원형으로 올로소를 둘러쌌다.

하지만.

어둠이 드리운 그의 입꼬리가 하늘로 승천한 듯 올라갔다.


"재미있어, 정말로!"

진명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괴이한 목소리와 함께 충혈된 두 눈에서 집착에 가까운 광기가 관찰되었다.

"우, 웃는다고? 이 상황에서? 역시나 정신병자가 따로 없군."


체념하여 미쳐버린 것일까?

아니면 그냥 광기에 사로잡힌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역시 이렇게 되야 진정한 명작의 반열에 들어가는 무대라 칭할 수 있지 않겠나!!! 크하하하하!!"


진명의 얼굴이 굳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술이나 무대같은 미친 소리를 내뱉는다.

감정 없는 괴물을 만난 것 같은 느낌.


이제는 두려워진다.

세상 어떤 미치광이도 올로소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폭풍이 몰아친다.

모래가 섞여있는 검은 계수의 폭풍.

순식간에 토네이도의 크기가 되어 하늘 높게 솟구친다.

파앙-!


진명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뭐냐, 이 엄청난 계수의 양은!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이 남아있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악스러울 정도로 계수의 양이 엄청나다.


지금껏 직접 상대해왔던 그 어떤 이들보다도 강력한 수준.

올로소는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지금은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마왕의 목소리가 진명의 귀를 덮쳤다.


-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크크크크.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토네이도가 퍼엉-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공기가 점점 잠잠해졌다.

주변이 밝아지고 하늘에 떠있는 헬기가 땅으로 착륙한다.


진명이 비틀거리며 대지에 몸을 맡긴다.

체력은 한계에 도달한지 오래였으며, 온몸을 뒤덮은 상처와 통증은 이루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서서히 눈을 감았다.

희미해진 초점 사이로 붉은 형상이 드러났다.

목소리가 울린다.

[ 하진명 지휘대장, 괜찮아?! 하진명!! ]


크게 소리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진명은 입 하나 뻥긋할 힘도 없었다.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 부상자 옮겨, 간단한 주입 치료만 마치고 어서 인솔해! ]


아, 이제 끝인가.

짧은 전투였지만 체감으로는 며칠이 지난 것 같다.

진명은 눈을 감음과 동시에 나지막하게 입을 움직였다.

- 빨리 좀 와주지, 씨발.


------


하얀 원형의 빛이 암흑을 비추기 시작했다.

손가락처럼 작은 크기에서 점점 범위가 넓어진다.

[ 어때요? ]

남성의 목소리.

[ 아직 아니야,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

이번엔 여성의 목소리.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대화가 들려온다.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다.

빛의 형상은 점점 커져 이제는 주변의 사물까지 비춰졌다.


다운 라이트.

백색의 천장.

그리고 천장 아래에 위치한 창문.


눈을 떴다.

"으으으으으......!"

곡소리가 절로 난다.

그리고 여성이 말했다.

[ 깨어나고 있군. ]


도도하면서도 동시에 약간 걸걸한 목소리.

통증이 빗발친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관절이 맞춰지는 듯 몸이 뻐근거린다.

생각이 들었다.


'누워있는 건가?'

이제는 뚜렷하게 보인다.

새하얀 천장에서 내려오는 거센 빛과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성.

그리고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약간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는 남성까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을 바닥에 집으면서 일어나니 왼쪽 손이 부어버린 듯 지끈거렸다.

"크윽!"

본인도 모르게 병상에서 손을 뗐다.


익숙한 공기와 함께 주변 사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백조전대의 치료실이었다.


한 쪽 눈을 안대로 가린 여성이 뚜렷하게 보인다.

"정신이 들었나보군, 내가 제대로 보이기는 하는 건가? 하진명."

여성의 질문에 진명이 입을 떼며 말했다.

"아주 자세히 보입니다, 백화람 지휘부대장님."


화람이 입꼬리를 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진명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남자를 응시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군.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는데, 지우야."


진명이 친근한 듯 말했다.

지우는 팔짱을 낀 상태로 진명을 쳐다보았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하진명 지휘대장님."


대한민국 제 3대 학사지부.

적호학사관 총 지휘부대장, 백화람.

적호학사관 제 1지휘대 지휘관, 남궁지우.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3대 지휘 학사지부 중 하나.

모든 전대를 아래에 두고 관할하는 거대 조직이라 볼 수 있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적호학사관의 간부들이었다.

그 중 백화람은 국내뿐만이 아닌 세계 각지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실력자 중 한 사람.


'레이더 신호를 통해 간부급 이상의 인물을 호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총 지휘부대장을 보낼 줄이야, 하긴 그래도.'

상대가 상대였다보니 이해는 된다만.


어색한 정적을 깨고 지우가 말했다.

"처음 레이더 호출을 받았을 때는 귀를 의심 했었습니다, 백마전대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백조전대가 타겟이 되었을 줄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최대한의 병력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어,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생존이었으니까."

지우와 화람의 말에 진명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면목 없습니다."


"뭐가?"

화람이 물었다.

"전대장님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순간 어두운 공기가 치료실 내부를 가득 감쌌다.


화람은 심각해보이는 표정으로 턱에 손을 얹었다.

백조전대가 습격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직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설마 이번에도 똑같은 수로 공격을 감행했을 줄이야.'


불안한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미래만이 그려질 뿐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소식을 들으니 충격적이긴 하네요."

지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그 자가 언제부터 전대장의 모습으로 전대를 침입했는지, 짐작가는 시간대라도 있나?"

화람의 질문에 진명이 동공을 위로 올렸다.

곰곰히 생각을 이어가다가 불완전한 답을 도출해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소 민윤찬 지휘관의 공동위원회 사건 전후로 보고 있습니다."

화람이 분노하며 붉은 오라를 발산했다.

"꽤나 오래전부터 우리를 장난감으로 삼고 있었다는 거로군."


지우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당황했다.

'ㅈ, 좆됐다. 이 양반, 화나면 신이 와도 못말리는데.'

그녀는 학사관 내 지휘대 사이에서 호랑이 교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격함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분노했을 때는 물불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박살내는 파괴의 여제라고도 불리우니 지우가 당황한 것은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진명이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발을 딛고 일어서니 불편한 기운이 몸 전체에 스며든 느낌을 받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됐어요?"


화람이 분출된 기를 잠재웠다.

"아, 모두 데려왔어.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더군. 금발 머리 남자 한 명이랑 왠지 모르게 사나워 보이는 여자애 한 명. 너 포함 총 세 명을 데려왔지."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최정혁과 윤 설 모두 데려왔......"

응?

위화감을 느꼈다.

나 포함 세 명이라고?


부릅뜬 눈과 함께 소름이 몰려왔다.

진명은 다급하게 화람의 두 어깨를 부여잡으며 외쳤다.

"세, 세 명이라고요?!"

화람이 미간을 찌푸리며 진명의 손을 뿌리쳤다.


"그래, 세 명. 그 외의 인물은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져봤는데도 찾지 못했어. 아직 고립된 인원이 있는 거야?"

도민호.

"이런 제길!"


진명이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는 올로소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 지금은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크크크크. ]


진명이 이를 갈았다.

"이 시발 새끼가......!"

그는 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치료실의 문을 열었다.

"어디 가는거야?"


화람의 물음에 진명이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찾으러 갈 겁니다, 도민호 지휘관이 놈에게 납치를 당한 것 같아요."


"그 자식 말이야? 마음만 앞서는 건 좋지 않은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지금 너로서는 그 놈을 못 이긴다는 거. 섵불리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에 진명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악마에게 몸이라도 팔아 넘기겠습니다."

그의 각오에 화람이 피식 웃었다.


"웃기는 소리. 너에게는 그럴 깡이 없어, 하진명. 그러지 말고 내가 누굴 한 명 데리고 왔는데. 같이 가보지 않을래? 도민호 지휘관은 그 이후에 찾으러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진명이 갸우뚱하며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렸다.

"누굴 데리고 왔는데요?"


- 백마전대의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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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4 1 12쪽
51 레퀴엠(51) 23.08.29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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