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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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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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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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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36)

DUMMY

Episode 35 - 전대 비상 사태



똑똑.

진명이 전대장실의 문을 두드린다.

"지휘대장 하진명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뭐지, 외출하셨나?"


"전대장님은 지금 안계십니다."

조하나가 한 손에 서류를 가득 쥔 채로 진명에게 말한다.

"응? 어디 가신 거지?"

"관리부에 볼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듣자하니 이번 민윤찬 지휘관의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가?"

하나는 진명의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용건이 있으시다면 제가 대신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 없네."

진명은 왼쪽 복도쪽으로 걸어가 계단을 내려갔다.


"흠."

띠디디딕- 띠디디딕-!

하나의 왼손목에 찬 콜링(Call Ring)이 경보음을 낸다.

"뭐야, 경고음?"

그녀는 다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부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테이블 아래에 위치한 붉은 버튼을 눌러 허공에 홀로그램 창을 띄운다.

갖가지 영어가 적혀있는 옵션 정가운데 붉은 표시로 'Warning' 이 느낌표를 뽐내고 있다.


"뭐야, 갑자기. 상급부대에서 이런 경고음을 발생시킨다고?"

당황한 그녀가 경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 전언 문서가 나타났다.

하나는 문서를 천천히 읽었다.


"백마전대의 전멸을 전 전대에 보고한다. 지휘대원 140여 명을 비롯한 8명의 지휘관과 간부들이 전인 사망했음을 공표하며, 전 인원들의 무장을 철저히 함과 동시에 침략자들에게 절대적인 적의를 보일 것을 당부하는 바이다."


하나는 문서의 끝을 읽음과 동시에 충격에 빠졌다.

"저, 전멸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응?"

또 다른 전언 하나가 업로드 되었는지 알림음과 함께 문서 이모티콘이 떴다.


"이번에는 또 뭐야, 불안하게."

하나는 이모티콘을 클릭하여 문서를 열었다.


[ 백마전대의 전대장, 한태후의 실종을 알린다.

전대의 전멸과 함께 자취를 감춘 듯 보이니 전국의 모든 병력들은 한태후의 행방을 모색하라. ]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경고 문서와 한태후의 실종 신고 모두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침략자들이 벌인 짓인가? 아니라면 한태후가? 아니야, 후자는 말이 안돼. 제아무리 전대장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혼자서 전대 내의 전인원을 상대로 이길 확률은 적어.'


그렇다면 전자가 맞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운영되던 전대 하나가 하루 아침에 전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상부에서도 그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일단 우선적으로는 전 대원들에게 보고를......'


순간 지휘부대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하진명이 들어왔다.

"조하나, 상급부대에서 온 전언 봤냐??!"

그렇게 다급한 얼굴의 지휘대장은 일평생 처음봤다.

하나는 진명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안그래도 지금 열람 중이었습니다."


진명이 뛰어 들어와 하나가 읽고 있는 문서를 같이 열람했다.

"대체, 이게 무슨......!"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는 얼굴에 손을 얹었다.


"한태후 전대장님의 실종과 함께 벌어진 백마전대의 전멸이라니,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범인을 그 사람으로밖에 볼 수 없겠군."

"고도의 전략이에요, 한태후 대장님에게 모든 것을 뒤짚어 씌우기 위해 수작을 부리는 겁니다."


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우리와 윗선들의 생각은 아예 다르지."

하나가 진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진상조사를 해야죠, 판단을 그렇게 내릴 수는 있어도 위화감을 느끼기엔 충분하니까요."


"제발 그 위화감이라는 것 좀 느끼고 위에서 움직여주길 바래야겠군."

하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지부를 파괴하기 시작했으니까 다음 타겟은 어디가 될지 몰라요."


"우리가 될수도 있지."

진명의 말에 소름이 끼쳤다.

"그렇게 안되도록 막아야죠!"

하나가 전의를 불태우는 듯 계수들이 다방면으로 방출되었다.


------


"후우, 하아, 진짜 더는 못 뛰어!"

정혁이 상체를 숙인 채로 무릎에 두 손을 얹었다.

헬스 링에는 '150키로미터 기록 달성'이라는 메세지가 띄워져 있다.


다리가 저려오자 첫날부터 너무 무리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유산소는 일단 완료했으니까 내일은 근력 운동으로 가야겠다."

정혁은 헬스 링의 캘린더를 키고 오늘의 운동량을 정리했다.


"이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한 단계 성장할 날이 오겠지, 그리고......"

정혁이 머릿속으로 윤 설을 생각한다.

"누나한테 한 번 골탕 먹여줄 거리도 생기겠고."


정혁은 미소를 지으며 때가 되면 두고보자- 라는 말을 뱉었다.

시원한 밤공기가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자 땀이 점점 식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들어가볼까?"


운동을 시작한 후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렸다.

배 속에서는 식사나 하라고 닥달하듯 꼬르륵- 소리가 연간 들려왔다.

"가서 뭐라도 좀 먹어야겠다."


정혁은 건물 내부로 들어서 생활관이 위치한 4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각자의 생활실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많은 인파를 뒤로 하고 윤 설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나!"

윤 설이 뒤를 돌아 정혁을 발견하고는 걸어온다.

"뭐야, 이제 운동 끝난거야?"

"후우, 네. 오늘 러닝만 한 150키로 가까이 했어요."


그의 말을 들은 윤 설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푸하하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어떻게 사람이 하루에 150키로를 뛰어?"

그녀의 비웃음에 당황한 정혁이 두 손을 내밀었다.


"지, 진짜라니까요?! 거짓말이 아니고 정말 150키로를 뛰었다니까요!"

"원래 발현자가 되고 나면 그에 대응하듯 신체능력이 대폭 향상하게 되죠."

"우, 우왓!!"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정혁이 놀란 듯 몸을 뒤로 뺐다.

"재, 재승씨?"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는 송재승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 놀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식사 끝나고 생활관으로 돌아가려는데 두 분 모습이 보여서요."


재승은 윤 설과 정혁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지금 식사하러 가시는 건가요?"

"아니요, 저는 지금 막 먹고 왔어요."

윤 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누나는 이미 먹고 왔어요?"

그녀가 찌릿한 시선을 정혁에게 보냈다.

"네가 너무 늦게 왔잖아, 덕분에 나는 혼자서 눈칫밥과 저녁밥을 동시에 먹는 신세가 됐었다고."


"아,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루 목표치는 채웠어야 해서."

머리를 긁적인다.

"에휴,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먹고 와, 나는 생활관에 들어가 있을게."

"네, 누나."


둘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

재승은 혼자서 취사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정혁의 뒤를 따랐다.

"재승 씨는 생활관에 안 돌아가세요?"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같이 가서 말동무라도 되어드리죠."


'이 사람도 참 할 일 없는 사람이네.'

정혁은 그저 해맑게 웃고 있는 재승을 바라보며 의문점을 품었다.


취사장 안으로 들어서니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왔다.

자리를 메우고 있는 여러 명의 지휘대원들과 지휘관.

정혁은 식판을 잡고 음식이 진열되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흰쌀밥과 갈비찜, 칠리새우 등등.

각종 입맛을 돋구는 음식들이 따뜻하게 데워진 채로 올려져 있었다.

"와......, 이거 완전 뷔페가 따로없는데?"


"저희가 식대 지원은 잘 나오는 편이거든요."

정혁은 여러 가지의 음식들을 한 접시에 담은 뒤 적당한 자리에 착석했다.

재승은 그의 반대편에 앉아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식사 하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정혁은 음식들을 입에 집어넣었다.

'맛있다.'


밥이고 갈비찜이고 다른 각종 반찬이고.

그 어느 하나도 맛이 없는 것이 없었다.

체감상으로는 아니지만 육체적으로는 거진 일주일만에 식사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더욱 잘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때요, 입에 맞으세요?"

"아......"

재승의 물음에 정혁이 짧게 대답했다.

"예, 맛있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


재승은 한쪽 손을 턱에 괴고 정혁의 식사를 유심히 쳐다본다.

"헥토마 펑션에는 잘 적응하고 있나요?"

가볍게 툭 던지는 질문이었지만 정혁은 움찔하며 식사를 멈췄다.


"아, 사실 아직도 완벽히 적응이 된 것은 아니라서요. 신체 능력이 다른 분야에 비해 아직 빈약한 것 같습니다."

"흠, 그렇게 신체가 약해 보이지도 않는데."

"보기에는 그래보이죠, 그런데 아직 부족해요. 더 강해져야 합니다."


재승이 씨익- 웃어보였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네?"

재승이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예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바로, 배움과 강해지는 것에는 끝이 없다. 즉, 무한궤도의 논리가 적용된다, 라는 것을 말이죠."

무한궤도?

재승은 검지를 펼쳐 뫼비우스의 띠 모양을 허공에다 그리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생각이 같은 수 없듯, 강함의 가치관 또한 각자 다른 것은 당연하죠. 만약 제가, 신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 목표라고 예를 든다면, 정혁 씨는 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런건가......?'

정혁은 생각에 잠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때까지 그런 고도의 훈련과 실전을 감행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정해둔 적이 있던가?

당연히 가슴 속으로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 때문에 강해지려고 하는거지?'

그저 단순한 욕망 때문에?

아니, 그것은 아니다.

수많은 생각 끝에 하나의 답을 도출해냈다.


"저, 저는 많이 강해지고 싶어요."

"네?"

재승은 설명을 끊고 정혁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요. 아니, 그냥 제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이라도 지킬 수 있을 정도로만."


재승이 입꼬리를 올린다.

"정혁씨의 신념은 그것뿐입니까?"

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있게 말한다.


"네, 설이 누나와 백조전대 사람들, 그리고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저의 가족들. 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강해질 겁니다."

재승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뼉을 쳤다.


"정의로운 사람이군요, 세계에 위험이 들이닥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이들을 지키겠다는 신념. 저도 존경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재승은 손으로 식판을 가리켰다.

"자, 어서 드세요. 이러다 음식 다 식겠네."

"아, 그렇죠."


정혁은 다시 입에 음식들을 우겨넣었다.


재승과 정혁은 취사장을 나섰다.

"어이."

""응?""

두 사람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자 조태훈이 벽에 기댄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송재승, 나 좀 보자."

태훈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서 복도를 걸어갔다.

"뭐지, 무슨 할 말 있나? 정혁씨, 죄송하지만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재승은 별 말씀을요- 라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며 정혁에게서 멀어졌다.


태훈의 옆에 나란히 선 재승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야, 송재승."

태훈이 정적 가운데 말했다.

"응, 왜?"

태연하게 의문을 던지는 재승을 쳐다본다.


"너, 언제까지 저 사람한테 치근덕댈꺼냐?"

재승은 고개를 올려 태훈을 바라보았다.

"뭐? 내가 언제 치근덕 거렸다고 그래?"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눈빛.


태훈은 헛웃음을 내뱉았다.

- 너, 저 사람 싫어하잖아.

순간 재승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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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레퀴엠(52) 23.08.30 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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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레퀴엠(38) 23.08.16 60 2 12쪽
37 레퀴엠(37) 23.08.15 6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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