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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m
작품등록일 :
2023.07.10 21:13
최근연재일 :
2024.01.0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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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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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59)

DUMMY

Episode 58 - 파괴자 11



서울의 강남 부근 지하.

정혁과 윤 설은 공중에 떠있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한 채 음침한 통로를 걸었다.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소름끼치는 기운이 전신을 감싸고 돈다.


"으, 습하고 음침해. 서울 지하에 이런 대규모의 이동 통로가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윤 설은 축축하게 젖어있는 흙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게요, 하이퍼 위성으로 에너지가 관측되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까지도 드러나지 않았을 거에요."


길을 따라 걸어온 지 4분여쯤, 또다시 두 개의 통로가 그들의 앞에 등장했다.

이번에는 일반적인 흙벽이 아닌 회색의 물질로 천장과 벽이 뒤덮혀 있는 통로였다.


정혁은 가까이 다가가 회색의 물질을 손으로 만졌다.

까끌까끌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감촉.

"이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물질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정혁은 검지와 중지를 펼쳐 윤 설에게 내밀었다.

"이걸 보세요."

"앗?!"

벽을 만지던 손에 묻어있는 가루들이 샤라락-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소멸했다.


"이건......?"

"계수예요, 그것도 매우 기분 나쁘게 이루어진."

정혁은 뒤를 돌아 암흑의 통로를 바라보았다.

'대체 이 끝에는 뭐가 있는 거지?'


잠깐 정적이 흐르자 윤 설이 정혁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거야? 통로는 두 개라서 이번에도 좌우로 찢어져서 이동하게?"

솔직히 변수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지만.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랐었다.

헥토마 펑션의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지만 그와 반대로 경험이 부족한 초보 헌터.

그 고민이 정혁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이다.


'어쩌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본다면 나와 설이 누나가 찢어져서 움직이는 게 나아. 하지만, 저 앞이 어떠한 곳일지,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몰라.'

딜레마에 빠졌다.


효율을 따지며 위험을 감수하고 이동할 것이냐.

아니면,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조금 더 안전한 방법을 택할 것이냐.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고민 속에서 군화 소리가 들렸다.


"어, 어.....?"

윤 설이 이미 오른쪽 통로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누, 누나! 그렇게 무턱대고 움직이면 어떻게 해요! 잠깐 고민이라도 해야......"

"달라질 거 있냐, 어차피 머리 싸매고 같이 고민해봤자 선택지가 두 개 밖에 없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소신껏 도전해볼게, 너는 거기 왼쪽으로 가."

윤 설이 왼쪽 통로를 검지로 가리키자 정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진짜 위험한 상황 발생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정혁의 말에 윤 설이 주머니에서 레이더를 꺼냈다.

아까 화람이 건네준 신호용 레이더였다.

"이건 장식이냐? 무슨 일 생기면 곧바로 도망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하긴, 여기까지 와서 저 여자의 똥고집은 막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정혁은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하, 알겠어요. 대신 진짜 조심해야 해요, 앞에 어떤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윤 설이 피식 웃었다.

"나 그렇게 약골은 아니니까 걱정 마라."

그녀의 형체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짜, 대책이 없는 양반이라니까."


홀로 남겨진 정혁은 잠시 미동이 없다가 계수 덩어리를 생성하여 공중에 띄웠다.

파앗- 소리를 내며 덩어리에서 빛이 발현되었다.

"좋아, 그럼 나도 가볼까?"


그렇게 그들은 각자 다른 통로를 향해 탐색을 시작했다.


------


서울의 강남 지하 - 백화람, 남궁지우 사이드.

"저기, 괜찮겠습니까?"

지우가 고개를 돌려 화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화람은 무슨 말이냐는 듯 눈썹을 들었다.

"응, 뭐가?"


"최정혁씨랑 윤 설씨, 두 분이서 보내도 괜찮겠냐는 말입니다."

"아."

화람은 주머니 안에서 레이더를 꺼내 버튼을 조작했다.

곧이어 정혁의 생체 신호와 윤 설의 생체 신호가 화면에 띄워졌다.


"뭐, 아무 이상 없는 걸 보니 괜찮은 것 같네."

그 말을 들은 지우는 답답하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었다.

"하, 제 말은 그 말이 아니지 않습니......"

"괜찮아."


화람이 지우의 말을 끊었다.

"그 둘이면 충분해, 그 쪽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실 수 있는 거죠?"

"암력의 재."


"예?"

화람이 걸음을 멈추자 지우 역시 발을 멈췄다.

"들어본 적 있지? 어둠의 힘을 극히 발산하게 되면 내뿜어진다는 광기의 오라."

"아, 물론 있습니다. 경지 이상에 오른 사람들에게만 느껴진다는 그것 말이죠?"


화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졌어, 여기서."

지우의 시선이 암흑이 가득 채워진 통로 쪽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그 올로소라는 자가......"

"맞아, 부르고 있는 거야. 우리를."


아닌 척 하고 있지만 느낄 수 있다.

화람 역시 긴장하고 있다.

그녀 역시도 이 정도의 거대한 힘을 거의 마주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아무튼 어서 가자, 우리가 오길 바란다면 응답 정도는 확실하게 해줘야지."

자신감있는 목소리를 뱉으며 화람은 팔을 원형으로 돌리고 있다.

지우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변화가 찾아왔다.

"응?"

지우가 통로의 천장을 들여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반응에 화람이 걸음을 멈췄다.


"뭐야, 왜 그래?"

지우는 천장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자신이 느낀 위화감을 전했다.

"천장이....., 높아지고 있어요."


지우의 말에 화람이 고개를 들었다.

확실히 천장의 높이가 처음 비교했을 때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헤에, 그렇네. 많이 높아졌어."

"그리고......"


지우가 이번에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양쪽 벽을 주시했다.

"통로 자체도 많이 넓어진 것 같은데요?"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라......"

화람은 턱에 손을 얹으며 생각에 잠기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지우야, 빨리 가자."

화람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우는 당황한 듯 벙찐 표정을 짓다가 덩달아 같이 달렸다.

"어, 어? 아이 씨, 왜 갑자기 뛰고 그래요?!"


그렇게 몇 분을 달렸을까.

이제는 통로의 크기가 굉장히 넓어졌다.

화람의 눈에 문이 보였다.

'드디어 왔다.'


그녀는 뜀걸음을 멈춰 눈앞에 등장한 평범한 문을 응시했다.

지우가 곧 도착해 화람의 뒤에 섰다.

그의 눈에도 평범하디 평범한 녹색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문이 있네요."

"그러게, 정말 위화감 넘치는 문이야. 이런 건 깨트려 줘야겠지?"


화람이 녹색의 문에 손을 얹어 계수를 응축했다.

지이잉- 소리를 내며 뭉쳐진 계수 결정이 터지더니 문이 부숴졌다.

콰직-!

화람과 지우가 안으로 들어섰다.


"뭐, 뭐야 여긴?"

그들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공간이 펼쳐졌다.

넓디 넓은 폭과 최소 20미터는 될 것만 같은 천장까지의 높이.

공간의 크기만 하더라도 축구 경기장이 최소 대 여섯개 이상 들어갈 정도로 넓어보였다.


천장을 가득 메운 계수 결정들은 빛을 발현하고 있으며, 바닥에서 솟아오른 갖가지 자연 장식물들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흡사 작은 지하 도시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공간을 둘러보았다.


"놀랍네요, 이렇게 넓은 공간이 지하 몇십 미터 아래에 있을 줄이야. 게다가 하이퍼 위성으로도 관측이 되지 않았던 게 신기할 정도에요."

"아마 저것 때문이겠지."

화람이 천장에 떠다니는 수백만 개의 결정을 가리키며 말했다.


"빛을 발현하여 공간을 밝히는 것만이 아닌 위성 레이더조차 막아주고 있었던 거야."

그 말을 들은 지우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물었다.

"계수 결정만으로 위성의 관측을 막을 수 있다니,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에요?"


화람이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가능은 하지. 물론 그건, 웬만큼 강하다는 전재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데......"

그녀는 양옆으로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며 올로소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


"헤에, 그렇게 계수를 발산해서 도발하길래 바로 모습을 드러낼 줄 알았는데 쥐새끼처럼 숨어있겠다?"

화람이 피식 웃으며 도발했다.

- 쥐새끼라니?


올로소의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람은 가늘게 뜬 눈으로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피융-! 파직!!

멀리서 작은 레이저가 날아와 화람의 주머니 속에 있던 레이더를 부숴버렸다.


"음?!"

화람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레이더를 꺼냈다.

올로소의 공격에 의해 제 기능을 상실한 기계가 눈에 들어오자 혀를 찼다.

"하, 이렇게 치졸하게 등장하시다니."


- 뭐, 어떤가?

공중에서 계수들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기이한 효과음과 함께 사람의 형체가 만들어졌다.

'그래, 어디 그 잘난 면상이나 한번 보자.'


보였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두 눈깔.

관록있는 척, 취하고 있는 거만한 자세와 약간 어두운 피부 톤.

차르카 올로소가 백화람의 정면에 섰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방해물들을 치워버리고 시작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지우가 올로소를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네놈이 바로......, 차르카 올로소!"


"아, 영광이군. 그래도 이름은 알아주다니."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화람이 발을 떼어 올로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걸어가는 그녀의 육체에 상당한 양의 계수가 충전되어 있었다.


"이 씹새끼야."

"흐음, 따짜고자 초면에 욕을 듣다니. 내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되었군."

올로소가 화람의 신체에 채워진 계수의 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호오, 최소한 즐겁게는 해줄 수 있는 상대인 것 같은데. 천상호? 한태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다.'


올로소의 손이 떨리기 시작하며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화람의 눈이 붉은색으로 빛나며 분노를 표출했다.

"웃어? 웃음이 나오나보네."

"크크크, 크크크크크크!"


올로소가 고개를 떨구며 웃다가 다시 올려 폭소했다.

"어, 어떻게 즐겁지 아니한가?!! 이렇게 나에게 큰 재미를 줄 상대가 등장하였는데! 내 무대를 더욱 완벽하게 끝내줄 재물이 등장하였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화람과 올로소의 대화를 뒤에서 지켜보던 지우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미치광이가 확실하군."

올로소는 화람을 앞에 두고 아무런 행동없이 웃기만 하였다.

"하."


화람은 검지로 귀에 손을 넣으며 오른손에서 계수포를 발사했다.

파앙-!!!!

마치 폭격기를 정면에서 쏜 것처럼 엄청난 위력이 올로소를 덮쳤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공격을 멈추자 저 멀리 밀려나간 올로소의 육체가 나타났다.

그는 두 손을 모은 채 계수포 공격을 막아내려 한 듯 보였다.


화람의 육체에서 엄청난 양의 계수 결정이 흘러나와 진동을 발생시켰다.

"야, 그 좆같은 웃음 소리좀 집어넣고....."

그녀는 지금까지 한번도 내보이지 않았던 강렬한 표정을 지었다.


- 그냥 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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