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사운드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남궁건
작품등록일 :
2023.08.03 04:12
최근연재일 :
2023.10.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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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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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호구엔터

DUMMY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그렇습니다. 시간 많이 뺏지 않겠습니다. 악단이 연습하기 전에 저희가 레코딩을 준비 해두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휘자님 의견을 반영해 믹싱해보겠습니다.”

“이, 일단 앉지?”

“부탁드립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아··· 앉으라니까. 불편하게 하지 말아 주게.”


내 장황한 설명이 부담스러운지 김희성은 연신 앉으라고 부탁했다.

나는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한 채 하는 수 없이 소파에 앉았다.


“내 의견이 어떤지 알긴 하나?”

“모릅니다. 부디 알려만 주십시오.”


나는 모른다고 말했지만, 사실 정답을 알고 있었다.


한국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김희성.

현 청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그는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듣는 듯한 사운드를 갈망했다.

닫힌 공간에서의 오케스트라 공연 믹싱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열린 공간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과거 김희성은 내게 제 발로 찾아왔다.

나는 거장과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최백현 사물놀이패 앨범 듣고 찾아왔네.’


그는 내가 믹싱한 사물놀이 앨범을 듣고 나를 낙점하고 제 발로 찾아온 것이었다.


“하, 참···. 이걸 또 어떻게 설명한담.”

“그냥 어렵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제가 찰떡같이 잘 알아듣거든요.”

“하하하, 이거 웃긴 친구구만.”


난감한 표정을 짓던 김희성은 그제야 웃음을 띠었다.

나는 그의 설명을 말없이 경청했다.

그는 정말로 쉬운 설명을 어렵게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그의 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김희성의 설명이 끝나자 내 차례가 왔다.


“그러니까 홀에서 하는 연주지만 개방된 곳에서 듣는 사운드를 원하신다는 거죠?”

“하, 이 친구 말귀를 잘 알아듣는구먼.”

“예술의 전당에서 협연했지만 마치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한 것처럼 말이죠?”

“그렇지. 내 말이 바로 그거지.”

“그게 말처럼 쉽나요?”

“쉽지 않은 거 잘 알지. 그래도 나는 청중이 듣는 것 같은 앨범을 원한다고.”


말은 쉽지만 상당한 난이도를 요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나는 과거 몇십 번이나 그와 작업을 했다.

자신감은 이미 충만한 상태란 말씀.


열린 사운드를 만들려면 초고역 주파수를 섬세하게 건드려야 한다.

주로 보컬 사운드를 믹스할 때 건드리는 이 영역을 오케스트라와 국악에도 접목해본 결과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 후 사운드를 풍성하고 거대하기 만들기 위해 100Hz 이하의 저역 레벨도 증가시켜야 한다.

이 두 영역은 상호 부딪힌다고 생각해 함께 건드리기를 주저하지만 나는 수만 번의 테스트를 통해 확실하게 이퀄라이저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결과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



며칠 후, 우리는 김희성의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청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찾았다.


“대표님, 이건 어디 놓을까요?”

“포디엄 앞에 놔두세요.”

“포디엄이요?”

“지휘자님 자리요.”

“넵!”


오크로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남희는 무거운 AD 컨터버를 조심스럽게 옮겼다.


“이민경, 초지향성 마이크는 콘트라베이스랑 바셋혼 쪽이야.”

“예, 오빠 알고 있어요.”


이민경은 잘 알고 있다는 듯 손가락으로 OK를 만들었다.


“야, 마정도 빨리빨리 움직여.”

“지금 하고 있거든?”


마정도는 악단 연주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마이크 선을 깔았다.

긴급투입된 오크로드 멤버들은 무거운 장비를 쉴새 없이 옮기며 구슬땀을 흘렸다.


“성현 씨, 오인페랑 믹스 세팅하실 수 있죠?”

“네. 맡겨만 주세요.”


오크로드 리더 김성현은 군말 없이 내 지시를 수행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TIGER 9 레이블의 두 번째 계약자로 그들을 낙점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 티를 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인성이나 태도를 보기 위함인데, 이들은 내 의도를 잘 아는 듯했다.


“유주 실장님, 무지향성 마이크 어디죠?”

“네, 바이올린 퍼스트와 세컨드요.”

“오케이.”


모두 하나같이 순조롭게 레코딩 준비를 진행했다. 여기서 유일하게 헤매고 있는 건 이지후 팀장이었다.


“백아, 단일 마이크 어디였지?”

“비올라 첼로요. 오르간도 그쪽으로 세팅하세요.”

“아, 그래. 고마워.”


믹싱과 마스터링만 하던 고급인재가 오랜만에 레코딩 준비를 하며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합창단원들의 보컬 마이크를 설치하며 잊었던 감각을 찾았는지 이내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오디오 믹서를 세팅 중인 오크로드에게 갔다.


“누리, 비켜.”

“아, 형님.”


오크로드의 기타를 맡고 있는 누리는 놀랍게도 외국인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그냥 잘생긴 혼혈 느낌이었다.


“너 풀 네임이 뭐라고 했지?”

“아, 형님. 몇 번을 말씀드려요? 하하.”

“천천히 한 번만 더 알려줘 봐.”

“눌스톤 벡, 누리온스토른 베크!”

“드럽게 어렵네. 넌 그냥 누리다.”

“에? 형님, 나빠요.”


카자흐스탄에서 온 이방인 누리는 고려인의 피가 섞인 게 틀림없었다.


“성현 씨, 고생했어요. 다들 차에서 쉬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크로드 멤버들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 무대를 내려갔다.

나는 맥북을 열고 레코딩 설정을 잡았다.


‘아직 30분 넘게 남았어. 시간은 충분하다.’


자신감은 충만했으나 이상하게 초조함이 가시질 않았다.

영원밴드 공연 레코딩을 준비할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었다.


“어머, 지휘자님?”


그때 이유주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일 마지막에 등장해야 할 지휘자 김희성이 일찌감치 찾아온 것이다.

나는 설정을 잡다 말고 그에게 달려갔다.


“지휘자님?”

“아, 부담 갖지 말게. 그냥 들려봤어.”


나는 그를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어떻게 부담을 안 가질 수가 있겠나.

아무리 봐도 일부로 부담을 주려고 찾아온 거 같은데.


“부담 갖지 말라니까?”

“네···.”


이런 기회를 주는 것도 감사한 데, 일부로 미리 찾아오기까지 했다.

틀림없이 김희성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에게 스튜디오 식구를 소개했다.


“이쪽은 저희 스튜디오 팀입니다.”

“팀장인 이지후입니다.”

“반갑네.”


김희성은 웃으며 이지후와 악수했다.


“이유주입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안녕하세요 지휘자님. 이민경입니다.”

“하하하, 반가워요.”

“저, 저는 마정도라고 합니다.”


마정도는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친구는 보조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뭣이···!?”


소개가 끝나고 우리는 다시 하던 일을 이었다. 그런데 부담스럽게도 김희성은 아예 의자에 앉아 우리를 지켜봤다.

준비를 마친 이지후와 이유주가 내게 와 바톤을 이어받았다.


“정도는 옆에서 배워.”

“알았어.”


나와 이민경은 텅 빈 객석에 앉았다.

잠시 후,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하나둘 등장했다.

단원들은 악기를 내려놓고 각자 음율을 잡았고 합창단들이 뒤이어 등장했다.

무려 100명 가까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보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지러운 불협화음들이 홀을 울리다 합창단원들이 자리에 앉았다.


탁탁!


준비를 마친 단원들은 모두 김희성을 주목했다.


“모차르트 레퀴엠 K.626”


악보를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김희성이 지휘봉을 들었다.

천천히 암울하게 흐르는 현악기의 선율 사이로 바셋혼과 바순의 깊은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서로 주고받으며 서서히 곡이 상승했다.


“오빠, 이런 거 너무 좋아요.”

“나도···.”


이민경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들에게는 비록 연습일 뿐이지만 이런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크나큰 행운이었다.

김희성의 지휘와 더불어 베이스 톤을 맡은 단원들의 노래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프라노까지.


‘오우, 소름 돋아.’


이런 광경을 보게 될 줄이야.

예전에는 그저 레코딩 된 트랙을 하나로 합쳐 믹싱만 맡았다. 하지만 스튜디오 대표가 된 이상 이런 라이브를 무료로 감상할 일은 앞으로 흔할 것이다.


인트로 초입과 첫 곡 Kyrie가 끝나고 Dies irae(진노의 날)가 시작됐다.

마에스트로 김희성의 지휘와 더불어 오케스트라는 극으로 치달았다.


“오빠, 저 눈물 날 거 같아요.”

“진노의 날이야.”


나 역시 이민경처럼 전율을 느꼈다.

격려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용솟음쳐 오르며 알 수 없는 경외감이 느껴졌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몰랐다.

분노의 감정은 섬세하게 변하고 서정적으로 흘렀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는 어느새 애절한 분위기로 반전해 있었다.


Lacrimosa (눈물과 한탄의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연주됐다.

애통하고 슬픈 감정이 정점을 이루며 가장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곡이다.

모차르트는 결국 이 곡을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숨을 거뒀다.

쥐스마이어가 마무리한 이 곡에 모차르트의 의도가 100% 담겼는지는 알 수 없다.


“흑흑···.”


이민경은 아예 깍지를 낀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후 봉헌미사와 제찬 봉령을 마무리하며 1시간이 넘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났다.



***



나는 스튜디오에서 영원을 찾았다.

영원은 청음실에서 프로듀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대화를 나누면서 연거푸 한숨을 쉬며 곤란한 표정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대표님,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봬요.”

“형님, 안녕.”

“누리도 안녕.”


장비를 모두 정리한 오크로드 멤버가 내게 인사했다.

라이브클럽을 오픈하고 어느 정도 공연을 하면 그들에게 선물을 안겨줘야겠다.


“민경아, 레코딩 트랙 잘 정리해놔.”

“예, 오빠.”

“실장님도 같이 도와주세요.”

“네, 걱정 마세요.”


이유주는 나를 보며 방긋 웃었다.


“오늘 너무 좋았지?”

“예, 저 완전 온몸이 찌릿찌릿한 게 끝내줬어요.”

“언니도 완전 감동받았어. 눈물이 찔끔 나더라니까.”

“저, 저두요! 사실은 백이 오빠도 울던데요?”

“정말?”


이유주는 이민경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마정도는 이지후와 대화를 나눴다.

이지후는 최근 녀석을 완전히 전담 마크하며 교육하고 있다.


“팀장님은 저 잠시만 뵐까요?”

“응?”


이지후는 의자를 타고 내게 굴러왔다.


“왜?”

“형, 프로듀서 새로 섭외해주세요.”

“응? 갑자기 왜?”

“영원이 만든 곡을 프로듀싱하는데 개입이 지나치네요.”

“그··· 그래도?”


그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최대한 원곡자 의견을 반영해줘야죠. 내가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듣네요.”

“알았어. 그럼 저분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실력 좀 부족해도 되니까 부드러운 분으로 구해주세요.”

“그럴게.”

“대신 이론은 빠삭하신 분이요.”

“그래. 걱정 마. 바로 알아볼게.”


나는 프로듀서에게 많은 걸 바란 게 아니었다. 그저 영원의 능력을 끌어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영원은 2집 앨범부터 작곡, 프로듀싱까지 모두 맡아 했다.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아이를 자기 뜻대로 하려는 인간이면 말 다 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하면 쓰나? 정신을 못 차리는군.’


나는 사무실을 나와 청음실에 들어갔다.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나를 쳐다봤다.


“PD님, 됐으니까 그만 집에 가시죠.”

“예?”

“제가 언제 새로운 창조를 해달라고 했습니까? 왜 말귀를 못 알아먹어요?”

“아, 저는···.”

“해고입니다. 나가주시죠.”


당황하던 그는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나 참! 기가 막혀서 진짜···.”


쾅!


그가 문을 박차고 나가자 영원은 사색이 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저씨···?”

“괜찮아. 그냥 프로듀싱도 네가 해.”

“제가요?”

“그래.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다.”


능력 있는 사람과 함께 작업하면 영원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영원이 빠르게 배워 높은 수준으로 도달하기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인간이 이제 20살이 된 햇병아리를 같은 선상에서 대할 거라는 것은 착각이었다.


나는 괜찮다는 듯 영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아저씨만 믿어. 일단 문호 싱글앨범부터 작업할까?”

“우리 EP는요?”

“조금만 여유를 갖자. 응?”

“예···. 하지만 빨리하고 싶은데.”


EP 앨범이야 그 까짓거 대충 발매해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된 앨범을 발매해주고 싶었다.

시장의 반응을 기대하는 건 아니었다.

나중에 영원밴드가 성공하면 이 정도 퀄리티의 EP 앨범을 발매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을 뿐.


그때 나지안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영원아! 오빠?”

“응?”


나지안은 태블릿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국민밴드요! SBC에서 국민밴드 할거래요!”


나는 영원과 태블릿을 쳐다봤다.


『대한민국 인디밴드여, 모두 모여라!

국내 최초 밴드 오디션, SBC 서바이벌 오디션 국민밴드!』


영원은 넋 나간 듯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거다. 국민밴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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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죽이
    작성일
    23.09.20 23:10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jo******..
    작성일
    23.09.21 03:58
    No. 2

    읽다가 포기...
    댓글로 개인평 남길께요
    .주인공의 성격이 왜이리 왔다갔다인지..
    친구와 영원에게 하는거 보면 진지했다 뜬금없이 갑자기 화냈다가 뭔가 공감이 안됨 친구였음 진작에 손절했을 성격

    스토리도 중구난방? 연애물인지 복수극인지 엔터물인지
    정리가 안되어 있는거 같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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