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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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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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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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되찾는 일 (2)

DUMMY

판교역 근방, 그곳에는 평소와 달리 수많은 인간이 행군하고 있었다.

어째서 평소와 달리인가, 그것은 이 근방에 가득한 존재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과거와 달리 인간이 아닌 기괴한 생물, 몬스터가 가득한 이곳.


이곳은 이제 인간의 땅이 아니었다.

아니, 이곳만이 아니다.

지구의 대부분은 이렇게 변했다.

지구는 이제 마력을 통해 변이된 몬스터의 땅이 되었다.


인간들이 살기 위해 이곳을 떠났고, 떠나지 못한 이들은 그들보다 적응이 늦었기에.

그리고 그 수가 적었기에 땅의 주인이 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과거 이곳의 주인이었던 이들은 그 시절을 잊지 않았다.

인간은 다시금 적응했고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시금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몬스터와 달리 정교하게 정제된 마력을 다루는 인간.

그들이 그것을 통해 만들어 낸 스킬이 이 자리를 지키던, 혹은 그들에게 돌진하는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야영합시다.”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한 여성이 박수로 시선을 모았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생존자 캠프의 리더, 이유진이었다.


“포탈 근처까지 안 가도 돼?”


그녀의 근처에 있던 한 소년이 질문을 던졌다.

박다민, 턱을 타고 목으로 이어진 커다란 흉터를 지닌 소년이었다.


“그곳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이곳에 자리를 잡고 선발대를 보내 확인할 거야.”


그녀가 야영을 준비하는 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지닌 아공간, 인벤토리라 불리는 곳에서 저장해 둔 물건들을 꺼내고 있었다.

야영을 위한 물건들이었다.


“선발대? 그럼 나도 거기에 보내주는 거지? 안 그래도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했는데 말이야.”

“아니, 너는 가서 야영 준비나 해.”


이유진이 미소 지으며 손을 휙휙 저었다.

저리 가라는 뜻이었다.


“왜!”

“네가 가진 스킬은 잠입에 맞지 않으니까. 이번에 보내는 선발대는 싸우러 가는 게 아니야. 탐색하러 가는 거지.”


이유진은 자신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박다민을 어떻게든 떨쳐낸 후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이들과 달리 홀로 떨어져 야영을 준비하고 있는 한 남자.

그녀가 향하는 곳이 바로 그 남자가 있는 곳이었다.


하얀 머리와 새카만 머리가 뒤섞여 잿빛으로 물든 머리.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는지 새하얀 피부.

커다란 눈과 그 안에 담긴 새카만 눈동자.


이곳에 있는 이들 중 유일하게 캠프 출신이 아닌 김윤이었다.


“혜성씨랑 스킬 교류는 잘 끝났나요?”

“아, 이유진 대표님.”

“그냥 편하게 불러도 된다니까요?”

“그래도 캠프를 이끄는 분이데요. 그나저나 스킬 교류라면······.”


김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잘 끝났어요. 그 흐름이라는 것도 지구 방식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익혔고요. 아, 혜성씨도 은신을 익혀서 문제는 없으실 거예요.”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렇다면 선발대는 그대로 김윤씨랑 혜성씨, 그리고 지원이면 되겠죠?”

“포탈 너머를 살펴보고만 올 거라면요.”

“아무래도 안전을 위해선 그편이 좋겠죠.”


이유진이 근처에 있는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반쯤 무너졌음에도 거대한 크기인 그것은 과거에는 더욱 컸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 야영 준비가 끝나는 대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이유진은 다시금 김윤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이곳에 함께 온 이들을 하나하나 직접 만나며 얼굴을 두 눈에 담았다.


‘몇이나 죽을까.’


이들을 내일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야 이곳에 온 이유가 나들이가 아니니 말이다.

그들은 전장으로 향할 것이다.


향후 그들이 살아가기 위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 말이다.

몬스터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 평온한 삶을 되찾는 것.

그것이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것이라도 되찾기 위해 그들은 이곳에 있었다.


어느덧 야영 준비가 끝난 캠프의 무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것에 맞춰 선발대 역시 출발할 채비를 끝냈다.


김윤, 신혜성, 최지원.

단 셋으로 이루어진 선발대.

정확히는 탐색조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셋 모두 은신 스킬을 익혀, 포탈이 바로 도시로 이어지더라도 모습을 감추고 주변을 탐색할 수 있는 그들.


“왜 쟤는 되는데······.”


박다민이 곧 출발하려하는 선발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최지원을 보고 있었다.


“하하, 너는 은신 관련 스킬을 못 익혔잖아.”


생존자 캠프, 그곳에서 경계반을 이끌던 남자 이길한이 박다민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박다민이 신경질을 내며 그것을 걷어냈다.


“저리 치워!”

“까탈스럽긴.”


그사이 신혜성이 이유진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출발한 시간이 된 것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유진이 선발대를 쭉 살핀 후 입을 열었다.


“조심히 다녀와요.”

“네.”


선발대는 야영지를 뒤로한 채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포탈로 향했다.


‘모두 거짓말이었나.’


김윤이 주변을 살폈다.

아공간 내에서 늘 듣던 이야기.

포탈을 일부만 사용하고 있는 이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포탈 근처에는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강하고, 많은 몬스터가 상주하고 있어 안전이 확보된 포탈만 사용한다는 것.

그러나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마석 던전이 근처에 있던 방배역은 맞는 말이지만.’


반면 이곳에는 C등급 이하의 몬스터만 간간이 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리고 다른 포탈도 그랬댔지.’


김윤은 이유진이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다른 포탈 역시 지금 이 포탈 근방과 마찬가지였다.

강한 몬스터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포탈을 지키진 않았다.

인간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캠프의 이들이 멀리 산 이유는, 그저 그곳에서 인간 사냥을 하는 아공간의 이들이 나왔기에 먼 곳에서 살아왔을 뿐.

즉, 아름에서 말한 포탈과 관련된 내용은 대체로 거짓이었다는 뜻이었다.


‘이조차 미르에서 조작한 건가?’


뭐가 되었든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숨겨진 진실이든, 남겨진 자들의 행방이든, 도시의 상태든.


김윤은 저 멀리 보이는 포탈의 빛을 바라보았다.

이제 저곳을 통과한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보며 결의를 다진 후 포탈을 향해 몸을 던졌다.


화아악!


포탈이 내뿜는 눈부신 섬광.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특유의 울렁거림이 그들을 휘감았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그 포탈이 연결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온통 새하얀 세상.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새하얀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곳엔 발 디딜 곳이 있고 천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붙을 수 있는 중력이 있다.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었다.


“여기가 아공간······.”


신혜성이 새하얀 공간을 살폈다.

최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도시 근처는 아닌 듯하군요.”

“그런 것 같아요.”


김윤이 마력을 두 눈에 담은 후 주변을 살폈다.

근처에 무언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온통 새하얗기만 할 뿐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아름이 서울 북쪽과 이어져 있어서 그런 건가?’


물론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시 내에 있는 주요 포탈이 강북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인천이었던 섬광과의 거리는 그 이상이란 말이지.’


“일단은 이동해 볼까요.”


뭐가 됐든 일단은 주위를 살펴봐야 했다.


신혜성이 김윤을 말렸다.


“잠깐, 돌아올 방법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거라면 방법이 있어요.”


그는 아공간에서 지도를 만들던 이.

그렇기에 이러한 새하얀 공간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마력을 흘려 바닥에 박아 넣었다.


“이러면 하루 동안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돌아올 땐 이걸 감지하면 되고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신혜성이 고개를 끄덕인 후 그 역시 마찬가지로 마력을 일부 흘려 바닥에 박아 넣었다.


“그럼,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이곳에서 모이는 거로 하죠.”

“시간은요?”

“음, 우선 2시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선발대의 이들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마력을 운용하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온통 새하얀 공간, 빠르게 이동해야 뭐라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윤 역시 마력을 운용해 신체를 강화한 후 새하얀 공간을 질주했다.

물론 그냥 질주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만의 능력으로 길을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는 달리던 중에도 중간중간 멈추고 마력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의 고유 스킬을 사용했다.


이 일대의 기억을 읽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이 도시 근처라면 누군가 이곳을 지난 기억이 새겨졌을 것이니, 그것을 찾기 위함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위치를 옮겨가며 스킬을 사용했지만 딱히 잡히는 기억은 없었다.

그가 본 기억은 그저 과거처럼 그가 지도를 만들 때 보던, 노이즈가 가득한 기억들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각성한다면 이것도 제대로 보이게 되는 건가?’


조금씩 각성이 이루어질 때마다 그의 능력은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완전히 각성을 이룬다면 이 노이즈 또한 지우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김윤은 마력을 거둔 후,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 시간에 걸쳐 이동과 기억을 읽기를 반복했을 때였다.


“찾았다.”


과거의 기억, 누군가 이곳에 왔다 갔던 기억이 존재했다.


‘그리고 돌아가기까지.’


김윤은 그 기억을 꺼내 들어 환영으로 재현했다.

그리고 그가 향한 방향을 기억한 후 그 방향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금 20분 정도를 내달렸을 때였다.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 아름이었다.


“찾았다.”


김윤은 아름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조금 있으면 원래 있던 장소에 돌아가야 하는 그.


지금 홀로 저곳으로 향해 내부를 탐색하고 와야 할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위치 정보만 전하는 게 맞을까.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가는 편이 좋을 것이다.

김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뿐만은 아니었다.


길잡이의 이들이 살아있는지, 아름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그는 알고 싶었다.


김윤은 마력으로 다시금 육신을 강화, 추가로 가속을 사용하며 아름으로 쏘아지듯 달려갔다.

거대한 성벽을 타고 올라 은신을 사용하며 아름으로 침투한 그.


그는 곧장 과거 길잡이가 있던 곳을 향해 이동했다.


‘도시가 원래 이렇게 조용했나?’


그러던 중 문득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도시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강한 마력이 감지되지 않아.’


일정 이상 수준의 마력이 감지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기이한 존재가 눈에 띄었다.


인간이나 붉은 비늘을 몸에 두르고, 뱀의 눈을 가진 새빨간 갑주의 이들.

그들에게는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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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길을 만드는 자 (8) 23.11.24 66 2 11쪽
71 길을 만드는 자 (7) 23.11.23 63 2 12쪽
70 길을 만드는 자 (6) 23.11.21 64 2 12쪽
69 길을 만드는 자 (5) 23.11.20 69 2 11쪽
68 길을 만드는 자 (4) 23.11.16 71 2 11쪽
67 길을 만드는 자 (3) 23.11.15 64 2 12쪽
66 길을 만드는 자 (2) 23.11.14 62 2 12쪽
65 길을 만드는 자 (1) 23.11.13 66 2 11쪽
64 새 지도 (9) 23.11.10 69 3 12쪽
63 새 지도 (8) 23.11.09 65 2 12쪽
62 새 지도 (7) 23.11.08 66 2 12쪽
61 새 지도 (6) 23.11.07 66 2 11쪽
60 새 지도 (5) 23.11.06 70 2 12쪽
59 새 지도 (4) 23.11.03 68 2 12쪽
58 새 지도 (3) 23.11.02 71 2 12쪽
57 새 지도 (2) 23.11.01 73 2 12쪽
56 새 지도 (1) 23.10.31 71 2 12쪽
55 바깥 (5) 23.10.30 69 2 12쪽
54 바깥 (4) 23.10.26 80 2 12쪽
53 바깥 (3) 23.10.25 78 2 12쪽
52 바깥 (2) 23.10.24 70 2 11쪽
51 바깥 (1) 23.10.23 72 2 12쪽
50 용오름 (7) 23.10.16 80 2 12쪽
49 용오름 (6) 23.10.13 76 2 12쪽
48 용오름 (5) 23.10.12 74 3 12쪽
47 용오름 (4) 23.10.11 8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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