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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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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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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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환생

DUMMY

2화 환생



환청이 지나가고 감겼던 눈이 다시 떠졌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나를 보고 우는 중년인 부부였다.


나를 보고 기뻐하며 우는 그들의 정체에 의문을 느끼기보다도 앞서 떠오른 것은 안도감이었다.


나는.......다시 살아났어.


그 무엇보다도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었다.


“하....하하하.”


웃음을 멈추지 않는 나를 보며 중년인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살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취하고 싶었다.


간신히 진정한 나에게 중년인들이 연신 쓰다듬다 마차를 몰아 근처의 도시로 들어갔다.


어딘지도 모를 도시의 의원과 중년인들이 계속해서 뭐라고 떠들었다. 꽤나 긴 시간이 지난 후 진맥을 본 의원은 나의 증세를 진단했다.


기억상실이라고.



* * *



여행길에 자식을 잃을 뻔한 중년인 부부는 다시 살아난 자식을 극진히 감싸고돌았다.


숨이 넘어간 아이가 다시 살아난 후 쉬지 않고 웃어 간질인가 싶어 바로 의원으로 달려간 그들에게 있어 아이가 무사하다는 것이 중요했지, 기억상실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살아난 장의호(張意護)도 마찬가지였다.


‘내 이름이 장의호라고?’


아직은 낯선 이름이었다. 삼십 년이 넘게 살아온 전생의 이름이나 익숙하지, 몇 번 불려보지도 않은 이름이 익숙할 리가 없었다.


그 탓에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은 자식을 걱정한 부모들이 의원들로 달려갔지만은.


하지만 그 덕에 연호 따위를 묻는 장의호의 질문에도 부모들은 아무렇지 않게 알려주었다.


자신이 죽고 이십년이나 흘러버렸다는 것을 알아버린 장의호는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는데 이십 년이나 지났다고?’


지금도 잠을 자고 일어날 때면 떠오르는 죽기 직전의 기억들. 배를 가르는 섬뜩함과 머리를 뜨겁게 달구는 분노가 선명했기에 쉽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그는 다시 살아났고 그의 원수들 또한 지금 어딘가에서 생존해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 얻은 육체는 더할 나위 없이 깨끗했다. 무공광이었던 전생의 시절 그는 수많은 무공서를 읽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해 여러 가지 무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주화입마.


무인이라면 피하고 싶고, 피해야만 하는 현상.


경맥에 상처를 입고 단전의 기는 혼탁해져 내공의 증진이 막혔던 그에게 새로 생긴 육체는 세상에 다시없을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물론 그것도 새로운 육체에 깃들었기 때문이었지만.


‘한데. 진짜 장의호는 어떻게 된 건지....“


전생에서 이규라고 불렸던 이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비록 지금의 장의호가 되기는 했지만 분명 자신이 깃들기 전에는 살아있던 이가 아닌가.


장의호가 죽으면서 장규 자신이 깃든 것인지, 그도 아니면 자신이 죽어가는 장의호를 밀어내고 깃든 것인지.....그것도 아니라면 환청의 주인이 벌인 일인지 무엇 하나 확실한건 없었다.


머리만 아파지기에 장의호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었다. 만나보지도 못한 어린아이의 대한 생각 따위는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복수심만이 남아 그를 불태웠다.


비록 그들이 비동의 무공을 얻어 터무니없이 강해졌다고 할지라도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자신이 살아있고, 혈채를 갚아야할 이들 또한 살아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그것이 무림의 법도이자 생리였다.


‘피에는 피로. 목숨은 목숨으로.’


그것이 무림인 장의호의 규칙이었다.



* * *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오 년이 흘렀다. 태어났을 때부터 병약했던 몸이었던지, 환생 후에는 검 하나 들 수 없는 몸뚱이였다.


무공을 다시 익히기 전 우선 몸부터 만들어야했다. 우선 그릇이 있어야 물을 채울 것이 아닌가. 한데 지금의 몸은 그릇이 아니라.....깨진 그릇조차 되지 못했다.


‘심각하군.’


장의호는 바로 강호로 향하려는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무공은 몸으로 익히는 것. 진절머리 나는 백도보다는 흑도로 향하려고 했지만 젓가락 드는 것 외엔 기능하지 못하는 팔을 가지고 어디를 향하겠다는 말인가.


해서 지금의 부모 밑에서 외공수련을 홀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걱정을 가지고 만류하던 부모였지만, 점차 활기차고 건강해지는 장의호를 보면서 말릴 수 없게 되었다.


부모의 애정과 관심아래 장의호는 마음 편히 외공을 닦을 수 있었다.


장의호의 아버지 장승은 나름대로 상재가 있어 강소성 소주에서 제법 이름을 날리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진짜 부호라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전생의 삶에서 그다지 유복하지 않았던 가정환경에 더해 삼류 무인으로서 살아온 장의호에게 있어 지금의 삶은 충분히 부유한 것이었다.


서민에게 있어 하루 두 끼만 챙겨먹는 것도 힘든 것이 보통인데, 매일같이 세 끼, 혹은 네 끼까지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더 없는 사치였다.


그렇게 오년이 지나고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고 생각한 그는 언제쯤 강호로 향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열다섯의 나이, 무공을 시작하기에 느리다면 느린 나이였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전생의 경험과 새로운 몸이면 분명 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때를 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콰당!!


“아이고. 왜 이러십니까.”


온갖 물품을 취급하는 잡화점의 좌판이 부서지며 물건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주먹과 발이 계속해서 움직일 때마다 가게가 부서졌다.


“이번 달 상납금은 드렸지 않습니까.”


“그랬던가?”


세상 어디서나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저 트집을 잡아 돈을 더 뜯어내고 싶은 삼류 무뢰배들의 수법.


익숙할 대로 익숙해 졌을 텐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우우...”


숨을 골라도 기분이 개운하지가 않았다. 어째서일까? 언제 어디서든 평정을 찾고자 했던 전생의 경험이 무색하리만치 창자가 뒤틀리는 느낌.


‘아아. 그렇구나.’


스스로의 감정의 분노임을 깨달았다. 지난 오년 동안의 삶이, 부모의 집요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애정이 그를 바꿔놓은 탓이다.


난장판을 만들고 떠나가는 무뢰배들을 보며 장의호는 마음을 정했다.


전생의 그는 주화입마로 내공을 제대로 닦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공과 무리의 해석에는 굉장히 뛰어났고, 그것으로 강호에 나름대로 이름을 알렸다. 무치(武痴)라는 경멸 섞인 명칭으로.


수많은 무공서들을 보았기에 스스로 무공을 시작해도 되겠으나 그렇지는 않았다. 수많은 정파가 그에게 보여주는 무공서들은 대부분 온전하지 않은 일부분이거나, 이류정도 되는 무공서 뿐이었다.


그렇기에 꽤나 많은 무공을 알고 있는 그였지만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차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껏 무공에 대한 입문을 하지 않은 채 몸만을 외공으로 닦아왔을 뿐이다.


하지만 저 정도 녀석들이라면 입문전의 운기토납법(運氣吐納法)으로 충분할 터. 적어도 저것들만은 정리하고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방으로 돌아온 장의호는 가부좌를 틀고 호흡을 시작했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마음을 다스렸다.

분노에 의해 기를 움직이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는 것을 장의호는 전생의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의 호흡이 점차 길어지며 그리웠던 감각이 느껴졌다. 단전 속 한줄기의 심지. 지렁이 같은 무언가가 꿈틀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단전에 기가 깃든 순간, 장의호의 정신이 어디론가 날아갔다.


“여....기는...”


분명 자신은 가부좌를 틀고 있었을 터인데.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마치 서재 같아 보이는....


아니. 서재라기엔 뭔가 이상했다. 어딘지 전부 찢어지고 박살난 듯한 처참한 모습의 공간.


“어서와. 허공 법계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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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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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결투 23.10.31 298 5 11쪽
6 6화 삭초제근 +1 23.10.30 329 7 11쪽
5 5화 물러서지 않는다 23.10.29 382 6 13쪽
4 4화 맹룡과강 +2 23.10.28 466 4 13쪽
3 3화 허공법계 +1 23.10.26 582 10 10쪽
» 2화 환생 +2 23.10.25 654 11 8쪽
1 1화 무경총람 +2 23.10.24 766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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