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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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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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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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맹룡과강

DUMMY

4화 맹룡과강


강소성 산당가에는 나름대로 유명한 패거리가 존재했다. 우두머리의 이름을 따 보통 대호 패거리로 불렸다.


무공 하나 배우지 않은 삼류 무뢰배들의 패거리.


무뢰배, 파락호 여러 가지로 불리긴 했지만 그들 스스로는 자신들을 무적지도라 칭했다.


어차피 뜻이야 다 건달이라는 것이었지만 학식도 없고, 그저 무적이라는 말이 좋아 스스로를 그리 칭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무뢰배답게 저잣거리에서 상납을 뜯으며 살아가는 기생충과도 같은 이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시정잡배였다.


하지만 그들은 운 좋게 나름대로 도시에서 자리를 잡았고 그들은 저잣거리의 신이나 다름없이 군림했다.


그런 그들이 지금 무너져가고 있었다.


“끄악.”


둔탁한 소리와 함께 터진 비명소리. 코에선 붉은 피가 비산했다.


한 동작에 한 명씩. 수십 명이나 있는 패거리들이 한명 씩 쓰러져 갔고, 남은 이들은 반수밖에 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시정잡배와 무공을 익힌 자의 차이였다. 싸움 초반부에는 나름대로 싸움경험이 많은 이들이 나무몽둥이로 빈틈을 찌르기는 했으나 그럴 때마다 내공이 담긴 장의호의 손에 부러져갈 뿐이었다.


“괴...괴물.”


지금에 이르러선 누구하나 장의호에게 달려들지 못하는 대치 상태가 되었다. 마치 사나운 용이 날뛰는 것과 다름없는 모습에 누구 하나 달려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 * *



“밖이 소란스럽군.”


이제 막 솜털을 벗었을 법한 청년이 태사의에 걸터앉아 손가락을 두드렸다. 청년의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대호의 목덜미 뒤로 땀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흐음. 뭔 일인가. 자네들이 이미 이 근처를 먹었다고 알고 있는데.”


“그....그렇습니다.”


“쓰읍.....혹 자네가 여기를 맡는 것이 능력 이상의 일이었던가?”


감정이 묻어 나오지 않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무섭게 느껴졌다.


대호의 심장이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근거렸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는 것을.


“아닙-ㅂ 니다.”


그의 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죽음을 앞둔 이의 행동거지란 그러한 법. 그는 살아남기 위해 다음의 말을 계속해 골랐다.


“후우.....나가서 정리해놔. 그 다음에 자네를 어찌할지 생각해보지.”


“네...넵!!!”


대호는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간신히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바로 방을 빠져나왔다.


“츱.”


대호가 나간 이후로는 혀를 차는 소리만이 조용한 방을 울렸다.



* * *



방을 빠져나온 대호의 머리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철 덩이마냥 뜨거운 열을 내고 있었다. 불안, 초조, 분노 온갖 감정이 들끓었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어떻게 살아남느냐 였다.


‘x발. x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그의 머리로는 뾰족한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방안에 앉아있는 강규(姜圭)는 진짜배기 무인, 운 좋게 무공 한 자락을 얻어 배운 자신과는 차원이 달랐다.


몸의 부분 하나하나, 말단까지 무(武)로 똘똘 뭉친 이들이 무인이었다. 제대로 따진다면 삼류 축에도 못들 그 자신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분노에 찬 욕이 흘러나온다.


“도대체 뭔 놈이 어떤 지랄을 하길래.”


대호로서는 지금 이 상황을 만든 이들에게 화를 돌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마당으로 뛰쳐나온 그의 눈에 보인 것은 꼬마 한 놈을 둘러싼 채 구경만 하고 있는 부하 놈들이었다.


“뭘 하고 있는 거냐.”


으드득.


대호는 성질대로 고함을 지르지도 못하고 그저 이만을 갈았다.


큰소리를 내 괜히 강규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은 탓이었다. 비록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았지만 자신의 명줄을 지키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삶을 향한 갈망이라는 것은 이만큼 무서운 것이다.


“이...이...이이 빌어먹을 꼬마 놈이.”


분노와 인내, 두 감정이 길항 상태가 되어 있기에 대호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말을 더듬었다.


분노에 몸을 맡긴 채 행동할지, 그도 아니면 참아야 할지. 하지만 그 저울추는 깃털 한 장에도 움직일 만큼 예민했다.


“뭐야. 대장이라는 놈마저 말더듬이 병신인가?”


빠지직.


저울추가 확 기울었다. 애당초 강호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은 채 얻어 배운 무공 한 자락으로 도시 구석에서 위세를 떠는 삼류에게 깊은 인내심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 일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참은 것이 대견하다고 봐야 할 일이었다.


“이 찢어죽일 놈아!!!”


분노가 그의 몸을 지배했다.


쫘아악.


쾅!


마치 새의 발톱 같은 모양을 취한 손이 공간을 갈랐다. 미쳐 피해내지 못하고 정면으로 받아낸 장의호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큭!!”


정원에 놓여져 있는 바위에 등을 맞대고 나서야 밀려나는 것이 멈췄다.


‘쳇.....용조수(龍爪手)인가.’


잠시 숨을 돌리는 장의호에게 다시 대호의 공격이 쏟아졌다. 좌우전후 마치 공간을 할퀴듯이 허공에 그어지는 손톱자국.


정면으로 받아내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장의호는 보법을 밟으며 연신 피해냈다.


스파앗!


모두 다 피해내는 것은 무리였는지 장의호의 뺨에서 실선이 그어졌다. 한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쳇. 설마하니 이런 삼류 축에도 못 드는 패거리의 우두머리가 무공을 익혔다니.’


물론 못 이길 상대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단지 좀 귀찮고 피곤해졌다는 생각에 짜증이 난 장의호였다.


대호는 대호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마음껏 분노를 발산하며 몸을 움직이자 끓는 피가 조금 가라앉은 탓이었다.


‘빌어먹을. 이런 애새끼 하나한테 이렇게 질질 끌다니.’


우두머리로서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설사 강규가 살려준다고 해도 부하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뒤가 걱정되었다.


‘어쩔 수 없지. 숨겨둔 수를 쓸 수밖에.’


대호, 그는 강호와 파락호의 중간지대에서 살아온 지 삼십 년이 넘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나름대로의 비장의 한수가 있었다.


운 좋게 배운 용조수를 모두 익힌 건 아니었지만 개중에 쓸 만해 보이는 초식을 단 하나의 절예로서 가다듬어 온 것이 있었다.


대호는 그 한수를 쓰기 위해 내기를 가다듬었다.


부우웅!


손 짓 한 번,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장의호는 모골이 움츠러들 만큼 소름이 끼쳤다. 상대의 손짓 한번에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럴 때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죽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렇게 다시 무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모두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 지금 초식을 주고받을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아아, 나는 지금 살아 있구나 하고.


잠시 내기를 고르던 대호가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용조수 좌우로 한번씩 펼쳐지며 십자가를 그렸다. 대호는 그것을 피해 오른쪽 뒤로 물러나는 장의호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사용했다.


쾅!


장의호는 돌진해오는 상대의 허리를 발로 차면서 충격을 흘렸다. 공격과 방어를 겸한 수준 높은 공방일체의 수법이지만 대호로선 알길이 없었다. 그저 앞으로 달려 나가 우직하게 꽂아 넣을 뿐. 그것이 삼류인 그의 한계였다.


‘칫. 괜한 발버둥은.’


상대가 자신을 차며 공격의 기세를 죽이는 것과 동시에 뒤로 물러나며 공격의 위력을 흘렸다는 것은 모른 채 대호는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대호의 오른손이 처음으로 용조의 모양을 버린 채 주먹을 만들었다. 오늘 싸움에서 처음으로 행해지는 곧장 질러지는 주먹.


용조수의 수법이 상대의 눈에 익었을 때 행하는 교묘한 수법이었다. 비록 잔머리 속에 나온 수법일지언정 그 효용은 컸다. 특히나 이런 하수들의 싸움에서는 더더욱.


설사 이것을 받아낸다고 한들 또 하나의 덫이 대호에게는 존재했다.


오른손이 휘둘러지는 가운데 왼손의 용조수가 한군데 모여 마치 새의 부리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먹이가 보일 때까지.


이중 삼중으로 덫을 만들어놓은 연계였다. 그는 이것으로 강규의 눈에 들어 그의 부하로 될 수 있었다.


타악!!


장의호는 상대의 주먹을 코의 정면에서 잡아냈다. 방어 때문에 상반신이 훤히 드러나 있는 좋지 않은 태세였다.


그것을 기다리고 있던 왼쪽의 용조수가 움직이려는 찰나 장의호는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느꼈다.


위기직전의 그 순간,


장의호의 뇌리에 섬전과도 같이 문자와 그림이 흘러들어왔다.


무근지초(無根之招) 가기이방(可欺以方) 용조파운(龍爪破雲)


무공의 구절과 동시에 펼쳐지는 초식까지.


짧은 순간의 영감처럼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는 즉시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을 상대가 펼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그 즉시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허리를 틀었다.


‘크으읍!!’


장의호는 허리를 옆으로 비틀며 젖혔다. 억지로 젖힌 탓에 허리가 통증이 엄습했다. 허나 누웠으니 다시 일어나야 하는 법.


장의호는 곧장 자세를 바로잡으며 깔끔한 공격을 행했다. 이권으로 상대의 인중을, 바로 이어 제 이격은 목을, 제 삼격은 구미혈이었다.


급소에 순식간에 들어간 삼연타. 대호는 비명조차 내뱉지 못하고 바로 엎어졌다. 내기를 끌을대로 끌어쓴 후에 이어진 반격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심대했다.


“하아....하아..”


‘뭐였지. 방금 전의...’


장의호는 억지로 움직인 반동에 의한 고통보다도 의문이 먼저였다. 마치 무공서를 읽는 듯한 느낌. 아니아니아니 무공서도 아니었다. 무공의 구절과 동시에 마치 흘러들어오는 그림 같은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신을 한바탕 꿈이라도 꾼 것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럴리는 없었다. 생사가 오가는 결투 중에 졸았을 리는 없고, 눈앞에 쓰러진 상대가 이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짝짝.


승자와 패자를 쳐다보며 멈춘 대호 패거리.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상황 속에 박수소리만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렸다.


“대단하군.”


중인들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움직였다.


“아직 어린데 말이야. 누구를 사사(師事)했지?”


승리했다는 실감을 느끼기도 전, 오싹함이 장의호를 덮쳤다. 좀 전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던 존재감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만약 암습을 가했다면? 자신이 과연 지금도 살아있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의호는 초조감에 휩싸여 강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훗.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 어린 너에게 손을 쓸 생각은 없으니까.”


“.....”


장의호는 대답도 하지 않은채 숨과 내기를 골랐다. 지금 이 순간 전력을 다한다 해도 과연 이길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강적.


“네 활약은 잘 봤다. 마치 사나운 용이 강을 건너는 것 같더군. 배도 지니지 않은 사람이 강을 건넌다는 것은 모험이지.

그렇기에 강을 건너는 자는 용기 있는 자, 즉 영웅이나 할 수 있는 법이지. 맹룡과강(猛龍過江). 허나 아느냐?”


“.....”


장의호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내기를 가라앉히고 운기는 데에 집중했다.


“영웅이란 단명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영웅은 보기 어려운 법이지. 말이 너무 길어졌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 밑으로 들어와라. 내가 키워주마.”


협박이었다. 목숨을 거론하며 말하는 것은 결국 죽기 싫으면 부하가 되라는 의도.


“.....저는 당신이 누군지 모릅니다.”


“호? 하핫.하하하하. 세상 겁나는 게 없는 놈이군. 아니, 아니 심지가 굳다고 해야 하나. 크크크. 더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중요한건 내가 누군가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너를 이 자리에서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지. 두 번 말하지 않겠다.

내 부하들을 망가트린 댓가로 이 바닥의 법도대로 행해야 마땅한 법이지만 네 녀석이 탐이 나니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여라.”


장의호는 대답을 골랐다. 마치 장의호에게 있어 억겁과도 같은 사색의 시간이 끝나고 입이 열렸다.


“당신....나보다 무공을 닦은 지 몇 년이나 되었습니까? 당신이 나를 키워줄 만큼 강합니까? 아니, 내가 당신의 나이가 되었을 때 똑같이 말할 자신이 있습니까?”


숨죽여 듣고 있던 대호패거리는 기겁했다. 저 미친 꼬마 놈 때문에 여기 있는 자신들까지 죽을지 모른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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