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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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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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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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DUMMY

"···어떻게 알았소?"

"변명은 하지 않는 건가?"

"이미 확신 가득한 사람을 앞두고 뭐라 변명하겠소."


호웅은 이미 체념하여 허심탄회했다.


"그대 말대로 난 군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오."

"출신은 어디였나?"

"위지휘사사(衛指揮使司) 소속 천호소 소속이었소.


위지휘사사(衛指揮使司)는 지방 및 수도의 각 요충지에 설치된 군사를 통괄하는 기관으로, 그 아래에는 5개의 천호소가 소속되어 있었다.

천호소는 위지휘사사 밑에서 1112명의 병사를 지휘했다.

군을 천 명 이상 지휘한다는 건 중원 내에서도 상당한 권력에 속했다.


"군에 몸담았던 자가 이런 촌구석 불모지까지 온 이유가 뭐지?"

"···썩어빠진 군부에 큰 회의를 느껴서 그렇소."


내용은 이랬다.


그는 현 군부 실정에 큰 회의를 느껴 관직을 내려놓고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중원 이곳저곳을 떠돌다 우연히 감숙 정서시에 다다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사람을 도우며 살아갔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을 돕다 보니까, 산채를 세우고 길을 닦아 통행세를 받으며 살게 되었소."


호웅의 표정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출신이 들킨 것은 크게 개의치 않은 듯해 보였으나, 그렇게 되면 자신이 거둔 민초들에게 피해가 갈까 내심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그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일단 이 일은 함구하도록 하지."

"···정말 상관없는 것이오?"

"오히려 유능한 일꾼이 한 명 더 늘었으니, 오히려 기뻐해야겠지."


처음부터 호웅을 청풍의 밑으로 받아들일 작정이었기에, 무현은 이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네게 선택지를 주지."


무현은 호웅의 시선을 마주한 채 말했다.


"여기서 네 삶에 안주할지, 아니면 나를 따라올 것인지."

“···그대를 따라가면 얻게 되는 것들이 있소?"


무현은 말했다.


"여벌의 목숨. 그리고 정보."

"여별의 목숨과 정보···."


무현의 말을 곱씹으며 망부석처럼 가만히 서 있던 호웅.

무현은 그런 호웅을 보며 말했다.


“천천히 고민해 보라고.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


"정말 이거면 되겠나?"


무현을 마주한 청풍은 눈앞의 상자를 가리키며 난감해했다.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그래도 정서시를 구해줬는데···."

"상단주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이기기 힘든 싸움이었을 겁니다."


무현은 눈앞의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살폈다.


'이것이 설백옥잠(雪白玉蠶)의 내단인가?'


살갗을 뚫고 들어오려는 극심한 냉기에 무현은 서둘러 상자를 닫았다.


"이런 물건은 어디서 얻었습니까?"

"초대 상단주께서 이름 모를 색목인으로부터 얻었다고 얼핏 들었소."

"···색목인이라면?"

"상단 기둥에 새긴 그분을 뜻하는 것일세."


그 말에 무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극음의 기운을 품은 잠(蠶: 누에)은 본 적도 없군요."

"나도 신기해서 따로 조사해 봤지만, 그렇다 할 내용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소."


청풍은 다소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색목인, 그것도 서역 출신인가.'


무현은 과거 이름모를 색목인 고수의 비동을 떠올리곤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마교가 쳐들어오기 이전 세대의 사람이겠지.'


300년 전 마교의 침공으로 공동파와 곤륜파가 멸문지화 당하면서 서역으로 가는 비단길이 막히게 되었다.

물론 회회인(回回人 : 이슬람인)이 다니는 경로를 통해 중원으로 오기도 하지만, 교역의 중심지인 비단길이 막혔다는 건 사실이다.


'암만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지···.'


"은인?"


청풍의 물음에 무현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 생각할 것이 있어서 그만."

"피곤한 게 아닌가 하고 노심초사했네."

"그런 건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무현은 설백옥잠의 내단이 담긴 상자를 품 안으로 넣었다.


"떠날 건가?"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서."


무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청풍은 그런 그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뒤따라 나섰다.


그때였다.


"형님!"


한참 후계자 수업을 받던 청유진이 무현을 보자마자 뛰쳐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뚝뚝 묻어났다.

무현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이리 보니 꽤 낯설군.'


과거 청유진은 전왕이라 불렸으며, 돈만 좇는 돈 귀신으로 악명을 떨쳤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를 보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새삼 깨닫게 해 준다고 할까?


"오랜만이다."

"혹, 지금 떠나시려는 겁니까?"

"일이 그렇게 됐다. 련주로서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되거든."


무현은 청유진을 바라봤다.

그는 오랜만에 본 무현이 반가워 수업도 잊은 채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술판을 벌여 회포를 풀고 싶으나, 옆에 청풍이 있기에 참고 있었다.

그런 그가 떠난다기에 아쉬웠지만, 추하게 붙잡거나 하진 않았다.


성검련의 련주로서 임무를 충실해야하니, 자신 또한 그의 기대에 충족하기 위해 한시라도 그의 옆에서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청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제가 상단을 이어받는 날이 온다면 형님을 찾아도 되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무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언제든지."


***


정서시에서 며칠 휴식을 취한 무현은 난주로 출발하기에 앞서 청풍과 호웅에게 몇 가지 계약 사항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성검련과 청룡상단은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전하여 계약을 맺게 되었고, 무현은 성검련의 무인들과 함께 정서시를 떠났다.


정서시를 떠나는 내내 무현의 마음 한구석엔 미묘한 간질거림을 느꼈다.

새로운 인연, 그리고 적의 등장.


이 두 개의 사건이 그의 삶엔 큰 영향을 끼치기엔 아직 미비하지만···.


나비의 날갯짓이 조만간 큰 폭풍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제는 앞으로 성검련의 결속력을 다져야 할 때.


무현은 마차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


무현은 성검련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율백과 만남을 가졌다.

어차피 율백에게 볼일이 있었기에 그가 있는 의약당에서 그를 기다렸다.

모든 재료를 구해왔다는 소식에, 율백은 하던 일을 어서 마무리한 뒤 서둘러 찾아왔다.


"정말 구해오셨다고요?"

"어떻게든 구해왔소."


무현은 품에서 자그마한 상자 두 개와 자허초 꾸러미 다발을 꺼내 들었다.

율백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것들이 전부 재료란 말입니까?"


무현이 크게 숨을 들이마신 다음에 말했다.


"왼쪽부터 극양의 기운을 지닌 만년설삼이고, 그다음은, 극음의 기운을 가진 설백옥잠의 내단이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약초는 자허초라해서 영약의 부작용을 없애고 약효를 올려주는 효능을 지녔습니다."


율백은 눈이 동그랗게 커진 채로 무현을 바라봤다.

무현이 물었다.


"어느 정도 걸릴 거 같소?"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달이나?"

"본래 영약을 다룰 때 갓난아이처럼 다뤄야 하기에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영약의 효능을 전부 뽑기 위해서 전용 시설까지 만들어야 할 정돕니다. 해서 제가 최소 한 달을 잡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그럼 의약당의 업무는 누가 보나?"

"의녀들에게 충분히 교육해 놓았으니, 큰 상처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영 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비도 어마무시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시설과 환경도 갖추어져야 한다.

해서 영단을 제조할 수 있는 문파는 명문정파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십수 년에 한 번 제조하는데 지나지 않지만.


"총관에게 따로 말해서 예산을 책정해서 설비와 시설을 만들라 지시를 내리겠소."

"감사합니다. 련주."


그는 고개를 숙이며 눈앞의 재료들을 조심히 들고 나갔다.


"그럼 난 밀린 잡무나 좀 볼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터라 밀린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거다.

일 총관이 있다곤 하지만, 그녀 혼자서 그 많은 업무를 보기란 요원했다.


무현은 그렇게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보고드리겠습니다, 련주님."


무현이 자리를 한동안 비운 동안 일매는 자신이 맡은 바를 확실히 수행했다.

각 부서에 들어갈 돈의 흐름을 적재분소하고,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게끔 예산을 분배했다.

그리고 책정된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전에는 무현 혼자서 일을 도맡았기에 신경 써야 할 부담이 있었지만, 이제는 간부들도 글을 전부 읽고 쓸 수 있었고, 휘하 문도들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최근 풍년으로 인해 곡식 가격이 낮아졌습니다. 가격이 3할 떨어졌는데, 계속 매입을 진행하여 가격이 떨어지는 걸 늦췄습니다. 물론 가격이 동결되는 걸 막기 위해 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사들이는 선에서 가격을 조정해. 그래야 나중에 전쟁에도 대비하고 그러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다음 차례는 외부에서 얻은 정보들이다.

일 총관은 외부에 파견 나간 기녀들과 일부 무인들을 통해 무림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명문정파의 후기지수들이 대거 무림맹에 압송되었다고 합니다. 듣기론 용봉지회를 통해 대규모 횡령을 저질러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슬슬 갈아 치울 때도 됐지. 다음."

"예. 그리고 화산파 소식입니다."


그 뒤로 일 총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화산은 최근 동천 사건 피해자들 사이로 화산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반면 이 사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한 종남과 섬서성주는 현재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최근 섬서성 내의 상단과 문파가 화산파에 귀의하여 화산의 무력과 자금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군."


화산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섬서에서 큰 활동을 보이고 있었다.

전 종남파 장로 출신 이송백을 끌어들임으로써 화산파의 전력은 나날이 갈수록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더구나 종남파는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이때다 싶은 화산파는 더욱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남궁세가는 따로 소식은 없나?"

"예, 없었습니다."


남궁무애의 화경 돌파는 무림 전역을 뒤엎을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수많은 세가와 문파가 남궁무애를 만나기 위해 합비로 발을 들였지만, 아직까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녀가 바깥출입도 하지 않고 세가 내에서 깨달음을 수습 중이니, 방해된다며 축객령을 보낸 것만 알려졌다.


"그리고 이건 중요하지 않은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뭔데?"

"최근 돈황과 주천에 오이라트의 달달인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오이라트?"


예상치도 못한 존재의 등장에 무현은 진지해졌다.


'미래가 바뀌었다.'


무엇이 변수였을까?

당장 떠오른 건 없었다.

대체 그들이 감숙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안 그래도 성검련은 알게 모르게 적이 늘어나고 있었다.

오이라트는 적으로 돌린다면 감숙은 아예 가망이 없다.

수도까지 쳐들어가 황제를 생포하여 중원 전역을 몰락하게 만든 그 무시무시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슨 목적으로?"

“그것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우연에 그친 것일까?

아니면 감숙에 목적이 있어 그저 시찰 차 온 것일까?


"관련된 정보가 있으면 즉시 보고해."

"예, 련주님."


일 총관과 정보를 규합한 뒤 배분한 후 방을 나섰다.


무현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내외부적으로 신경 쓸 요인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 쉬질 못했기에 강제라도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간부들과 문도들도 잘 성장하고 있어 일은 잘 굴러가고 있었다.

그렇게 무현은 밤이 될 때까지 잠을 잤다.


그렇게 무현이 깨어난 지 세 시진이 지났을 무렵.


"련주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


들어온 일 총관의 표정은 미세하지만, 흔들림이 있었다.


“정보원으로부터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가욕관에 신원 불명의 인물들이 잠입했다는 정보입니다.”

"누군데?"


련주는 난감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이라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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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쥐새끼 소탕(2) +1 24.03.21 2,569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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