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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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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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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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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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찰리 황

DUMMY

다음날.


나인은 혼자서 택시를 타고 인천 차이나타운로 향했다. 병태가 차이나타운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일은 다소 위험이 뒤따를 것 같아 혼자 행동하기로 했다.


점심때가 많이 지나서 그런지 차이나타운 식당가는 다소 한가했다. 나인은 안쪽 조금 후미진 곳에 자리 잡은 음식점으로 향했다.


음식점 앞에 중국인 손님만 받는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는데, 나인은 무시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나인은 창가 쪽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한쿡 사람?”


한국말이 다소 서툰 여종업원이 다가와 말했다.


“맞아.”

“여긴 한국 사람 안 받는다.”

“식사할 거 아니고 찰리 황 만나러 왔다고 전해줘.”

“찰리 황?”

“응. 그렇게 말하면 돼.”


여종업원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나인이 가지고 있는 무기명 채권. 그중 일단 120억만 현금화시킬 생각이었다. 문제는 120억을 돈세탁하려면 그만한 거물급 인물이 필요했다.


찰리 황. 얀이 소개해 준 인물이라면 일단 거물임에는 분명했다. 그리고 나인의 추측이 맞는다면 이곳 차이나타운을 장악한 조직과 관련된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그런 거물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만나는 건 불가능하다. 얀의 이름을 팔아도 되지만, 가능하면 얀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동서양 어디서나 통하는 방법으로 황을 불러낼 생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폭으로 보이는 덩치 다섯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식당 종업원과 주방장은 가게를 나갔고 곧바로 문이 닫혔다.


“황 선생님을 찾는다고?”


간부급으로 보이는 대머리 조폭이 나인에게 물었다.


억양으로 보아 중국인 같은데, 그래도 제법 한국말을 잘했다.


“그래.”

“어디 조직 사람이냐?”

“그런 거 없어.”


나인의 말에 조폭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정체가 뭐냐?”

“손님. 황과 거래 좀 하려고.”


잔에 물을 따르며 나인이 말했다.

그 모습이 다소 의아한 대머리 조폭이었다.


아무리 깡다구가 좋다 해도 차이나타운에서 그것도 중국 조폭들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미친놈이 아니고는 말이다.


표정과 분위기로 봐서 허세는 아닌 것 같았다. 분명 믿는 구석이 있는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 때문에 조폭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황 선생님은 개인과 거래하지 않는다.”

“헛소리 말고 황이나 불러와.”


아무리 믿는 구석이 있다 해도 이렇게 나온다면 조폭들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죽고 싶은 거냐?”


대머리 조폭의 말에 나인은 미소를 지으면 자리에서 일어나 조폭 앞으로 향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그럼 이렇게 하자.”


동서양을 막론 하고 말로 해서 알아듣는 조폭은 없었다. 힘으로 보여줘야 말귀를 알아들었다.


“?”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게 몸으로 설명해줄게.”


나인이 말하자 대머리 조폭 뒤에 서 있던 조폭들이 포위하려는 듯 나인의 양옆으로 움직였다.


나인은 뒤를 내줄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준비 동작도 없이 발사되는 발차기가 오른쪽 조폭의 턱에 명중했다. 그대로 뒤돌려차기로 다음 조폭의 명치를 찍으면서 순식간에 두 명의 조폭이 나가떨어졌다.


남은 조폭들이 채 반응도 하기 전에 나인의 주먹이 다음 조폭의 턱을 가격했고 그다음 조폭은 팔꿈치로 목을 가격해 쓰러트렸다.

정확하게 네 번의 공격으로 조폭 네 명을 기절시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대머리 조폭이 당황했다.


“이제 좀 알아듣겠냐?”


나인이 말하자 대머리 조폭은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었다.


그보다 한발 앞서 나인이 대머리 조폭의 손목을 낚아채 꺾으면서 권총을 빼앗았다. 곧바로 대머리 조폭의 이마에 총을 겨누었는데, 습관처럼 방아쇠를 당기려다가 간신히 이를 참아냈다.


“아직도 못 알아들었냐?”


나인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아, 알았어.”

“그럼 가서 황 불러와.”

“어. 어.”


대머리 조폭은 도망치듯 뒷걸음을 치고는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이제 저들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나인의 선택도 달라진다. 만약 패거리를 더 데려온다면 피를 볼 수밖에 없는 거고, 순순히 황이 나와준다면 대화로 해결하는 거고.


10분 정도가 지나서 백발의 노인과 젊은 남자 한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노인과 남자는 나인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으로 다가갔다. 테이블 위에는 대머리 조폭에게 빼앗은 권총이 놓여있었다.


“나를 찾아왔다고?”


노인이 말했다.


“그쪽이 찰리 황인가?”


어림잡아도 70대로 보이는 노인이었다.


찰리 황. 영국 국적으로 중국계 영국인이다.


한때 홍콩의 뒷세계 금융 시장, 일명 그림자 금융 시장을 장악했던 인물로 그 영향력이 막강했었다. 하지만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고 중국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황의 영향력도 약해지고 말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동남아시아 화교를 중심으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자 금융 시장의 대부로 통했다.


그런 그가 한국에 거주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혈육 손주 때문이었다. 한국인 여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까지 취득한 손주는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미친놈은 아닌 것 같군.”


나인 맞은편에 앉으며 황이 말했다.


그의 뒤로 함께 들어온 남자가 서 있었는데, 눈매가 굉장히 날카로웠다.


아무래도 경호원인 듯 보였다. 그리고 가게 주변으로 중무장한 조폭 수십 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힘들게 찾아온 손님에게 미친놈은 너무한 거 아닌가?”


넉살 떨듯 말하는 나인을 보며 황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손님으로 남을지 아니면 시체로 들려 나갈지는 이야기를 들어 본 후에 결정하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내공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황의 카리스마에 심리적 압박을 느낄 테지만, 나인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나인은 안주머니에서 무기명 채권 열 장을 꺼내 황 앞에 내려놓았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돈으로 세탁 좀 하려고.”


황은 말없이 국채를 들어 확인했다.


100만 달러짜리 무기명 채권 열 장. 대략 120억 상당의 돈이었다.


“꽤 큰돈이군.”

“맛보기 정도만 가져온 거야. 아직 그쪽 실력을 완전히 믿을 수 없어서.”


허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채권 그것도 가장 안전한 미국 중앙은행 무기명 채권을 가져온 것을 보면 풋내기는 아닌 듯 보였다.


게다가 자신에게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또 여유로운 표정까지. 어쩐지 나인에게 관심이 가는 황이었다.


“이런 물건은 구하기 힘든데. 어디서 났는지 물어봐도 될까?”


황의 물음에 나인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추어도 아니고 그런 걸 왜 물어봐.”


어둠의 루트에서 세탁되는 돈은 그 출처를 묻지 않는 게 원칙이다.


“실례했군. 그런데 난 아무나하고 거래를 하지 않거든.”


황은 돈보다 나인에게 더 관심이 갔다.


황에게 돈은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업을 물려줄 아들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유일한 혈육인 손주는 영화감독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황은 사업 대부분을 최측근들에게 모두 맡겼다. 덕분에 조금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나인은 꽤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보였다.


“어떻게 하면 그 아무나와 거래를 할 수 있지?”


나인의 물음에 황은 빙그레 웃고는


“내 뒤에 있는 친구하고 싸워서 이기면 거래를 트도록 하지. 지면 몸 성히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인은 황의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나이는 30대 초중반쯤 되어 보였다. 덩치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각진 얼굴.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면 경호원보다 킬러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OK!”


나인이 말하자 황은 빙그레 웃고는 손바닥을 한번 쳤다.


곧이어 가게 문이 열리고 이전의 대머리 조폭이 들어왔다.


“네. 선생님.”


황은 대머리 조폭에게 식당 중앙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밖으로 치우라고 지시했다. 대머리 조폭은 다른 조폭들과 함께 테이블과 의자를 들고 나갔다.


그렇게 무대까지 만들어졌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좋지.”


나인이 일어나며 말했다.


“죽여도 됩니까?”


황의 경호원 리찬이 나직이 물었다.


“죽이지는 마.”


황은 나인이 알아들을 수 있게 일부러 한국말로 대답했다.


둘의 대화에 나인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지금의 대화를 무안하게 해줄 생각을 하니 살짝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양아치 몇 명만 상대했다.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상대는 제법 싸울 맛이 날 것 같았다.


참고로 나인은 싸움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유럽에 있을 땐 일부러 슬럼가를 돌아다니면서 건달들과 싸우는 게 취미였을 정도로.


나인과 리찬이 가게 중앙으로 향했다.


“선공할 기회를 주지.”


나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리찬이 빠르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인은 물러나지 않고 똑같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나인의 반응에 당황할 텐데, 리찬은 당황하지 않고 짧은 어퍼컷으로 날렸다. 나인은 손바닥으로 이를 막아냈다.


그러자 리찬은 몸을 회전하면 왼팔 팔꿈치로 나인의 턱을 노렸다. 하지만 그곳엔 나인이 없었다. 나인 역시 회전하면서 리찬의 뒤를 잡았다. 하지만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 리찬은 빠르게 나인에게서 벗어나 거리를 벌렸다. 뒤를 잡고도 공격하지 않은 나인. 그 때문에 리찬은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마치 봐주는 듯한 나인의 표정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하압!!”


살기가 담긴 발차기가 나인을 향해 날아왔다.


정말로 죽일 듯이 쏟아지는 발차기를 나인은 팔과 손바닥으로 모조리 막아냈다.

더 놀라운 건 한발도 물러나지 않고 이를 모두 막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압!!”


회심의 돌려차기로 나인의 목을 노렸지만, 그 자리에 나인은 없었다. 이번에도 나인은 리찬의 뒤를 잡았고 또 공격하지 않았다.


그 사이 리찬은 다시 거리를 벌렸다.


“제대로 해라.”


뒤를 잡고도 공격하지 않자, 리찬이 일갈했다.


“그럴 생각이야.”


이번엔 나인이 선공에 들어갔다.


나인의 발차기가 리찬의 목으로 날아갔다. 리찬이 빠르게 이를 막았지만, 힘과 스피드에 뒤로 밀렸다. 이어지는 나인의 발차기에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벽까지 밀린 리찬, 나인은 발차기를 멈추고 빠르게 안쪽을 파고들었다. 리찬은 당황하지 않고 나인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나인의 왼손 손바닥에 막혔다.

그 사이 나인의 오른손, 칼날 같은 손날의 손끝이 리찬의 목젖 앞에서 멈췄다.


만약 멈추지 않았다면 리찬은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유럽 슬럼가의 술집이었다면 나인은 주저하지 않고 리찬을 죽였을 것이다.


그곳 슬럼가에서의 싸움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긴 대한민국이고 또 거래하러 온 손님이기에 참았다.


“저. 졌다.”


리찬이 말했다.


리찬도 알고 있었다. 뒤를 두 번이나 잡혔을 때, 이미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직감했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항복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방금 나인의 공격은 그 자존심마저 송두리째 부숴버릴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무엇보다 목을 향한 손날이 진짜 칼처럼 느껴질 정도로 섬뜩했다.


나인이 뒤돌아 황을 바라봤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황의 표정이 조금은 놀란 듯 보였다.


나인은 테이블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이 정도면 됐지?”


나인이 웃으며 말했다.

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장난감이 아니라 늑대인가?’


장난감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송곳니를 숨긴 늑대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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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유민태 +4 24.03.05 2,245 40 12쪽
21 21화. 범호그룹(3) +4 24.03.04 2,231 36 12쪽
20 20화. 범호그룹(2) +4 24.03.03 2,248 35 13쪽
19 19화. 범호그룹(1) +6 24.03.02 2,257 41 12쪽
18 18화. 쌍명산 살인사건 +4 24.03.01 2,293 39 12쪽
17 17화. 단서. +8 24.02.29 2,303 41 13쪽
16 16화. 강력3팀 짐덩이(3) +4 24.02.28 2,336 44 12쪽
15 15화. 강력3팀 짐덩이(2) +7 24.02.27 2,344 40 12쪽
14 14화. 강력3팀 짐덩이(1) +4 24.02.26 2,413 41 12쪽
13 13화. 공팔이(3) +5 24.02.25 2,412 42 12쪽
12 12화. 공팔이(2) +4 24.02.24 2,424 42 12쪽
11 11화. 공팔이(1) +6 24.02.23 2,446 41 12쪽
10 10화. 친구? 죽이거나 살리거나 +8 24.02.22 2,505 45 15쪽
» 9화. 찰리 황 +5 24.02.21 2,485 46 12쪽
8 8화. 다이어 얀 +4 24.02.20 2,537 43 11쪽
7 7화. 테스트 +7 24.02.19 2,565 46 12쪽
6 6화. 빵셔틀 킬러? +7 24.02.18 2,610 39 11쪽
5 5화. 쌍둥이 형제 +5 24.02.17 2,650 40 12쪽
4 4화. 형사가 된 킬러. +3 24.02.16 2,663 37 12쪽
3 3화. 신이 존재한다면 +4 24.02.15 2,665 38 11쪽
2 2화. 강력계 형사 강태식 +3 24.02.14 2,879 36 11쪽
1 1화. 킬러 나인(nine) +4 24.02.13 3,490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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