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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셋뚜
작품등록일 :
2024.05.02 10:48
최근연재일 :
2024.05.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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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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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이틀 후.

합격 통지서에 적힌 장소로 이동했다.


널찍한 강당에 가득 찬 인파.

대충 세어 봐도 수십 명은 되어 보였다.

대부분 3위계에 도달한 자들이었다.


저벅.

저벅.


그때, 단상 위쪽으로 한 무리가 들어섰다.

외눈의 중년 남성 못지않게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앞에 섰다.


“지금부터 시험에 대해 알려주겠다.”


담당관은 참석한 이들을 제 눈으로 하나, 하나 확인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1차 합격자 총 백 명이 모두 여기에 모였다. 지금부터 다섯 명이 한 팀으로 총 스무 개의 팀을 구성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단 두 팀만 통과한다.”


담당관의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9:1의 경쟁률인가? 나쁘지 않군.’


클리버는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경험과 전략이 있다. 자신감은 충분했다.


“질문 있나?”


담당관의 무뚝뚝한 말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 대강 알고는 있었겠지만, 두 귀로 직접 들으니 실감이 안 나는 듯했다.


“팀 구성은 어떻게 합니까?”


한 사내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사내에게서, 담당관으로 향했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알아서.”


매정한 어투에 매정한 말.

하지만 생각보다 매정한 자는 아닌지 뒤에 말을 덧붙여줬다.


“게이트를 상대하다 보면 곁에 있던 동료가 죽는 일은 흔하지. 그럴 땐 즉흥적으로 살아남은 동료와 합을 맞춰야 한다. 이건 그럴 때 대비할 능력이 있는지 보는 시험이기도 하다. 자, 시작.”


담당관의 말이 끝났다.

처음엔 서로를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곧 누군가 같은 팀 하자는 발언이 터지자, 너도나도 황급히 팀원을 구해댔다.


‘즉흥적으로 팀을 구성한다라.’


클레버는 구경만 할 뿐 나서지 않았다. 곧 여기저기서 팀이 완성됐다.


‘어떤 자들이 남으려나.’


조용히 사람들을 주시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 중, 몇몇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삐쩍 마른 채 제 몸을 뒤덮는 방패를 든 소년.

엄청난 키를 가진 상의 탈의 남.

그리고 꽤 살집이 있는 남성.


이들은 모두 2위계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2위계 주제에 어디라고 여길 와? 잘도 1차를 통과했군.”

“저런 놈들끼리 모여서 뭘 할 수 있겠나?”

“시험에서 떨어지면 재접수까지 1년이나 걸리는데··· 쯧, 저들은 1년을 허비하겠군.”


다섯을 향한 사람들의 비아냥이 들렸다.

시간은 흘러, 모두가 팀을 구성했다.

팀을 구성하지 못한 다섯은 한팀이 됐다.


“이렇게 모인 것도 운명 아니겠나?”


손에 뭔가 들고 계속 먹어대는 뚱보.

긴장했는지 연신 덜덜 떨어대는 말라깽이.

말없이 멀뚱히 서 있는 멀대.

그리고 클레버, 엘레나까지.


“난 그렇게 믿고 있거든. 우린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우걱우걱.


뚱보가 입에 무언갈 먹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고.


“우, 운명인가요? 하, 하하하··· 다, 다행이네요.”


말라깽이는 연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으며.


“······.”


상의를 탈의한 멀대는 대답이 없었다.


‘어차피 즉흥적으로 꾸릴 거면 이런 자들이 훨씬 낫지.’


클레버는 일부러 팀원을 모집하지 않았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기관이란 명성에 이끌린 자들이 모인 곳이다. 다들 한 가닥 했을 거고.


그러나 이들은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주변에선 뛰어나다며 늘 치켜세워줬을 거다. 그만큼 콧대도 높겠지.


‘그런 자들이 모이면 분란이 생기기 마련이고.’


하지만 이들은 어떤가?

2위계라며 같은 시험 대상자들조차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클레버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2위계임에도 통과한 이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자신처럼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1차 면접을 통과했을 테니까.

클레버는 운명적인 만남이라 여겼다.


“지금 팀을 꾸린 사람들은 일주일 뒤에 열릴 시험에서 함께 참여하게 된다. 잘 봐두도록.”


시험 장소는 추후 개별적으로 통지하겠다고 했고, 그 말을 끝으로 담당관이 사라졌다.


“거기, 얼간이들.”


그때였다.

한 무리가 앞을 가로막았다.


길게 자라 헝클어진 붉은 머리칼.

도도한 듯 차가운 눈빛. 그리고 날이 선 외모.

제법 곱상하게 생긴 녀석의 손엔 기다랗고 얇은 장검이 들렸다.


‘기사인가?’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 녀석으론 보이지 않았다.

미세하게나마 뾰족한 기운의 마나가 느껴졌다.


전격계 속성으로 보였다.


‘그나저나 다른 이들에 비해 수준이 높군.’


녀석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4위계.

3위계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녀석은 꽤 돋보였다.


“얼간이들? 우리 말인가?”


클레버가 되물었다.

녀석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그래, 찌꺼기인 너희들.”


제법 중후한 목소리로 모욕적인 말을 뱉었다.

엘레나가 순간 살기를 내뿜었다. 녀석은 그런 엘레나의 살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겼다.


“이번엔 찌꺼기라.”

“어차피 떨어질 건데 괜히 우리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꺼지는 게 어떠냐.”


음, 생긴 거처럼 재수 없는 녀석이군. 클레버가 조용히 읊조렸다.


‘이런 녀석들이 갖고 놀기엔 재밌지.’


이렇게 온갖 무게를 잡는 녀석을 보면 클레버는 견디질 못했다. 어떻게 해줘야 좋을까. 생각에 잠겼다.


곧 클레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분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다. 너 이 분이 누구인지 모르냐?”

“뭘 묻고 그러냐, 딱 봐도 어벙한 것이 알 리가 없지. 크크.”

“보더헬 기사단의 최연소 기사단장님이시라고! 그런 분을 모르면 어쩌자는 거야!”


그래, 이런 녀석에겐 추종자 놈들도 있기 마련이지. 괜히 재수 없게 행동하는 건 아닌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서 뭐··· 유명한 게이라도 되나?”

“뭐, 뭐?”


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클레버에게 쏠렸다. 재수 없는 녀석의 눈이 순간 꿈틀거렸다.


“남자인 나에게 끈적한 관심을 같길래 말이야. 오해였나?”


클레버가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한 녀석에게 속삭였다.


“난 남자 취향이 아니라고 전해줬으면 좋겠군.”

“미, 미친···! 감히 이분이 누구라고!”

“이놈이 마헬 님을 게이라고 했어!”

“게, 게이? 그,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추정자 녀석들이 부정하곤 있지만, 어째선지 힐끔거렸다.

아무래도 곱상한 외모 덕에 잘 먹힌 거 같다.


“뭐, 뭐라는 거냐?”


마헬이라 녀석 또한 당황한 듯하다.

어느새 귀가 붉어진 채로 부정했으니까.


“그런데 하나 궁금해지는군. 이런 얼간이들에게 지는 놈들은 뭐가 되는 건가?”


클레버는 뒤돌아서 가던 길을 멈추곤 물었다. 정말 궁금해서였다.


“머저리, 등신 아니겠나? 그런 놈들은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되는 족속들이지.”


마헬은 벌레 보는듯한 눈빛을 하며 대답했다.

은근히 기분 상한 거처럼 보였다.


삐진 건가? 클레버는 조용히 읊조린 뒤 말을 이었다.


“머저리라··· 혹시 그쪽 팀 이름은 뭐지?”

“마헬. 내 이름을 땄지. 네놈 같은 것들은 감히 하지 못 할 행동일 거야.”


놈이 고개를 들며 당당히 말했다.

음, 자기 이름으로 팀 이름을 짓다니?

클레버는 굉장히 오글거렸다.


‘그나저나 좋군.’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마헬 팀이라.

클레버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팀장 밑에 있다니, 자네들은 축복받았군. 그런데 이름은 아직 고정하지 말고 기다려보는 게 어떤가?”

“왜 그래야 하지?”

“앞에 세 글자가 붙을지도 모르니까. 머저리 마헬 팀이라고. 참 좋군. 누가 머저리인지 단번에 알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럼, 이만 가보겠네. 게이는 아니라서.”


건물을 빠져나오자 ‘시발!’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이런 놈들이 갖고 놀기엔 제일 재밌다.


“자네들, 특훈 좋아하나?”

“츠훈?”

“트,트트특훈이요?”

“······.”


아무튼, 중요한 건 머저리가 아니었다.

함께 나온 팀원들은 갑작스러운 클레버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그래, 특훈. 난 훈련을 굉장히 좋아하지. 엘레나 역시 내 특훈을 굉장히 좋아하고.”


클레버의 시선은 자연스레 엘레나에게로 쏠렸다.

사색이 된 엘레나가 멀뚱히 쳐다봤다. 마치 내가? 라는 표정으로 보였다.


“여기서 떨어지면 1년 뒤에나 시험을 볼 수 있다는데, 떨어질 수야 없지 않겠나? 애초에 그럴 생각은 없었고.”


그렇게 이들은 일주일간 클레버와 함께 특훈했다. 클레버는 정말로 특훈을 잘 시켰다.


*


일주일 후.

2차 시험 대상자들은 공지 받은 위치로 이동했다.


시험이 치러지는 장소는 숲속 한복판.

그곳엔 10m는 넘는 거대한 원형 시계가 세워졌다.


시계추는 12시에 고정됐고, 아래엔 진입할 수 있는 포탈 입구가 보였다.

아무래도 시험용 소환 던전으로 보였다.


“이번 시험 종목은 타임 어택이다.”


시계탑 바로 앞에 선 담당관이 입을 열었다.


“목표는 간단하다. 팀별로 안으로 들어가, 몬스터를 처리하며 우두머리 녀석을 잡으면 끝이다.”


타임 어택.

말 그대로 어느 팀이 가장 빠르게 클리어하냐는 거다.


“여기에 적힌 건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운 세 팀의 기록이다. 너희들의 선배가 될지도 모를 사람들이지.”


담당관은 시계추 옆에서 빛나고 있는 글씨를 가리켰다. 역대 최고의 기록들이었다.


1위는 유클레스 팀, 6분 45초.

2위는 브리드 팀, 8분 40초.

3위는 어게인 팀, 8분 20초.


‘2위와 3위는 비슷비슷한데, 1위가 압도적이군.’


2위와 3위의 기록은 대략 5년 전.

그에 반해 1위는 달랐다. 1위의 기록은 15년 전이었으니까. 그동안 아무도 이 기록을 넘어서지 못했단 소리다.


‘유클레스라.’


딱 보니 자신의 이름을 팀명으로 정해놨다.

마헬이라는 녀석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자기중심적인 성격인가 하며 생각했다.


“자. 그럼 첫 번째 팀부터 시작하겠다.”


시험이 시작됐다. 팀을 구성한 순서대로 팀 번호가 정해졌다. 당연히 클레버의 팀은 마지막이었다.


“32분 32초.”


“23분 15초.”


“40분 10초.”

.......

.......

.......

“28분 55초.”


빠르면 20분대, 느리면 40분대.

대략적인 분위기는 이랬다.


직접 결과를 보니, 랭킹에 올라간 저들의 시간대가 얼마나 빠른 건지 가늠됐다.


저벅.

저벅.


“이런 버러지들과 함께 했다니. 네놈들 때문에 내 기록이 늦춰졌음을 알아라.”

“예, 예. 죄송합니다···.”

“······.”


곧 재수 없는 마헬이 걸어 나왔다.

추종자 놈들은 대부분 피떡이 된 채였지만, 마헬은 조금 달랐다.


‘단순히 말로만 떠드는 녀석은 아니었군.’


재수 없지만, 실력만큼은 진짜 같았다.

놈의 검날에서 스파크가 꿈틀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그 꿈틀거림이 부드럽고, 촘촘했다. 상당한 전격계 능력자로 보였다.


-9분 48초.


“오, 오··· 10분 아래로 기록이 나왔어!”

“저 정도면 랭킹과도 큰 차이가 없잖아!”

“괴, 굉장해!”


최초의 9분대.

사람들의 환호와 부러움의 시선이 꽂혔다.

마헬은 ‘후훗.’ 하는 소리와 함께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내가 머저리라는겐가? 웃기지도 않는군.”


녀석이 고개를 기운 채 클레버를 노려봤다.

본인 실력이 어떠냐며 과시했다. 클레버는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끈적거리는 시선은 부담스럽군. 다시 말하지만, 난 게이가 아니라서 말이야.”

“······.”


놈의 귀가 빨개졌다.

그 후, 몇 팀이 더 진행됐고, 곧 담당관이 신호를 보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렸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자네들 준비하도록.”


클레버 팀의 순서가 됐다.

현재 상황에선 마헬의 팀이 독보적 1위.

남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10분대로 들어와야 한다.


“저것들 어차피 아무것도 못 할 텐데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나?”

“팀 이름도 얼간이로 지었다니.”

“어이! 울지 말고 무서우면 그냥 나오라고! 푸하하핫!


의미 없고, 무례한 조롱이 쏟아졌다.

하지만 클레버는 그런 녀석들을 보곤 미소를 지었다.


“자, 여러분.”


클레버는 자신 앞에 선 팀원들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10분대로는 들어와야겠군. 할 수 있겠나?”


팀원들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겁이 나서, 긴장돼서는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어서였지.


“모조리 부셔버리겠습니드아!!!”


뚱보는 먹을 걸 가져오지 않았고.


“누구든 와 봐! 와 보라고!!!”


덜덜 떨었던 말라깽이는 자신감에 찼다.


“······!”


멀대는 말없이 손만 번쩍 들어 올렸다.


“좋아, 가지. 우리를 무시하는 저놈들에게 한 방 먹여주자고.”


클레버의 뒤로 팀원들이 따랐다.

굉장히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이번 목표는··· 그래, 그게 좋겠군.’


앞장서던 클레버는 고개를 들어 랭킹 판을 쳐다보며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1위 유클레스 팀, 6분 45초.

클레버는 1위 팀의 시간을 되뇌었다.


*


“어떤가? 괜찮은 녀석 같은가?”


저 멀리 누군가 이들을 지켜봤다.

백발의 할머니 마법사, 그리고 한 사내였다.


“모르지. 결과를 봐야 아는 거고. 저렇게 기합만 잔뜩 들어간 새끼가 한 트럭인 거 할멈도 잘 알잖아?”

“클클클. 지금부터 아주 재밌을 게야.”


현 120살의 나이인 백발 마법사는 유클레스 이후 처음으로 시험을 직접 보러 나타났다.

꽤 흥미를 유발하는 녀석이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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