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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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TA
작품등록일 :
2024.05.08 11:01
최근연재일 :
2024.06.17 12:1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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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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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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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목숨값

DUMMY

21화. 목숨값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자 아래서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기 너희! 촬영은 오늘 그만할 테니 다들 내려가서 자!”


“하, 내려가기 싫은데···.”


그녀들이 지하로 내려가자 재호란 놈이 문을 걸어 잠갔다.

아마 탈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보였다.


“그동안 찍은 것들 팔아야 하니 금고에 좀 넣어둬.”


“이번에 명작 좀 나왔잖아. 돈 좀 되겠어.”


3.5인치 외장하드를 챙겨 안방의 금고에 넣으면서 침을 꿀꺽 삼키는 재호다.

저놈이 자기에게 시키는 건 일종의 테스트나 마찬가지다.

각국 화폐도 4묶음씩 해놓은 이유가 죽을 4자를 의미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잠그지 않을 때가 많다.

금고에는 마약과 돈과 1kg짜리 골드바가 외장하드들과 같이 놓여있다.

몰래 손대던 후배 놈 하나가 마당 어딘가에 묻혀있다.

그가 나오자 상어란 놈이 생각났다는 듯 말을 한다.


“재호야. 저놈들 지금 올라간 지가 10분 넘었지? 너무 오냐 오냐 해준 게 아닐까? 2층으로 간지가 언젠데. 자빠져 자는 거 아냐?”


“그러게, 웃기는 새끼들이네. 그 정도 술에 맛이 갔나?”


재호는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어기적어기적 일어나더니 2층으로 향했다.

그도 술을 많이 먹었고 도리도리의 약효까지 몸에 남아 있던 차다.

아직 말이 꼬이거나 하진 않지만,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야, 이 새끼들 진짜 널브러져 자고 있었네?”


방문 앞에서 고꾸라져 있는 동생들을 보노라니 어이가 없어졌다.

헛웃음을 흘리고 되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는데, 무언가 닿는 느낌에 뭐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앞이 아늑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계단 앞에서 그러는 바람에 몸이 아래로 굴렀다.


-쿵 더더 쿵더 쿵!


민요에 쓰이는 2분박 4박자 단모리장단이 재현되었다.

뭔가 구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던 남자는 벌떡 일어섰다.

굴러 내려와 처박힌 재호에게 빠르게 달려간 그는 놈의 몸을 살피더니 코에 손을 대었다.

호흡이 있긴 했다.


“아 오늘 귀신이라도 들렸나? 다들 왜 이래?”


마약까지 한 상태라 119를 부를 수도 없고 난감했다.

2층에 있는 놈들의 상태도 확인할 겸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뭔가 펄럭이더니 검은 천 하나가 그를 덮는다.


“야이, 이게 뭐야!”


천을 걷어내려 팔을 휘젓는 그 사이에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힘이 쭉 빠지고 일사병에 걸린 사람처럼 눈앞이 어질댔다.


‘왜 이리···. 마약 후유증인가.’


그 생각을 끝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안은 자신의 몸이 후끈한 열기에 휩싸이는 변화가 오자 내부를 관조했다.


‘하하! 진짜로 두 번째 링이 생겼어! 첫 번째 링은 꽉 찼고 두 번째 링도 30%···. 이거 너무 빠른 거 아냐? 음, 문제없으려나. 일단 마리야에게 나눠야겠다.’


잠시의 고민을 끝낸 이안은 1층에서 인기척이 없자, 고개를 내밀어 아래층 전체를 살펴보고는 계단으로 내려왔다.

놈들은 스스로들이 찍히는 걸 원치 않았기에 CCTV는 집안 내부엔 아예 없었고 외부에만 존재했다.


“촬영본이 있는 금고가 있을 정도면 대체 희생자가 얼마야?”


그냥 가려다 그 이야기에 아래로 내려왔다.

안방으로 들어가니 금고 자체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다시 한번 천천히 살피니 액자가 약간 비뚤어진 게 보인다.

영화에서 종종 보이는 그런 식인 거 같아서 그걸 밀쳐보니 역시나 금고다.


“헐, 잠그지도 않네? 대범한 건가?”


이들의 속사정을 모르는 이안은 금고 문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오, 노다지다.”


1kg 골드바가 2개, 5만 원 4묶음, 100유로 4묶음, 100달러 4묶음, 1만엔 4묶음. 100위안 4묶음.


‘웃기는 놈이네. 종류별로 숫자를 맞췄어.’


골드바가 2개 합쳐 2억4천만 원, 지폐들이 1억7천4백만 원.

합치면 4억 원이 넘는 액수였다.

환율 정도는 기억력으로 꿰고 있는 이안이다.

엄청난 금액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금액도 아니다.


‘죽이진 않았으니, 목숨값으로 가져가마. 한 놈당 8천인 셈이네.’


씩 웃어준 이안은 메고 있던 배낭 안으로 쓸어 담았다.

마약과 외장하드는 범죄 증거물로 남겨두는 게 맞는지라 손을 대진 않았고.

나가는 길에 지하로 이어지는 문의 잠금장치를 풀어줬다.

이제 그가 할 일은 끝난 것이다.


이안이 그곳을 떠난 후 15분 후에 오토바이 한 대가 도착했다.


“에이씨! 이런 골짜기에서 배달을 시켜 먹고 지랄이야!”


24시 중국집에 배달시킨 게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


배낚시를 다녀온 후 저녁 먹으면서 가볍게 한잔하자는 말에 이안도 합류했다.

박길상과 박호일 그리고 이안이 식당에서 한잔 걸치는데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금정산 기슭의 주택에서 마약에 취해있던 일당들에 대한 소식이었다.

성 착취를 당하며 지하에 갇혀있던 여자들 3명이 구출되었단다.

불법 성인물 촬영본들과 다량의 마약이 나왔고, 추가 수색을 해본 결과 앞마당에서 시신까지 발굴되었다는 보도였다.

그걸 신고한 자는 중국집 배달원이라는 내용도 함께였다.


“야, 저놈들 때문에, 서울서 놀러나 오겠어? 저런 놈들은 사형시켜야 한다니까!”


“그저 저런 놈들은 어망에 가둬서 물고기 밥이 되게 해야 는 데.”


“야! 바다 오염된다. 무신 소리고!”


“하하, 그건 또 그렇네요.”


금품이나 범인들의 상태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기에 이안은 픽 웃었다.

하긴 상어 입장에서는 그걸 말할 수 없는 것이, 입증해야 할 일만 추가될 뿐이다.

아니면 건강상 오늘내일하는데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겠냐 싶다.


“어. 넌 왜 웃는데?”


“아니요. 배달원이 화끈해 보여서요.”


“하하, 글체? 인터뷰 후에 경숙아, 사랑한데이! 는 뭐고?”


길상의 말에 후배 호일이 그게 아니라는 듯 끼어든다.


“생각이 없는 거죠. 저런 흉측 사건 인터뷰에 지 이름 불렀다는 것 만해도 이별 통보받았을 거 같네요.”


“어, 글네. 점마는 화끈한 게 아니라 띠리한 거구만.”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술자리를 끝낸 이안은 마리 화원으로 갔다.

틈틈이 안병호 아저씨에게 생활 영어로 대화도 나눴다.

매일 반복하다 보니 어색함도 많이 사라지신 듯 틀려도 좋단 식으로 과감해지셨다.

그게 끝나면 저녁엔 체육관으로 갔고.

그렇게 3월이 지나고 4월 말이 왔다.


******


이안이 마리 화원에 갔을 때 주인인 안병호가 뒤뜰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게 되었다.


‘왜 저러시지?’


이안의 뒷문을 열고 안병호를 불렀다.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어···. 그, 그게.”


“말해보세요.”


“며느리가 쌍둥이를 낳았대.”


“와!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네. 어휴.”


그런데 축하받는데도 얼굴이 펴지진 않았다.

이상한 생각이 든 이안은 다시 묻게 되었다.


“다른 고민이 있으신가 봐요?”


“휴, 미안해서 그래. 며느리가 애를 낳는 건 좋은데. 볼 사람이 없나 봐. 어렵게 낳았는지, 몸도 그리 안 좋다 하고. 간병인에 유모까지 두어야 해서.”


“어, 힘드시겠네요.”


“그래서 내가 호주로 갈까 해. 한 손이라도 거들어야잖아. 남의 핏줄도 아니고 내 손주들인데.”


“어, 그러면 여기는?”


“요즘 장사가 잘되는 거 같던데. 모자란 돈은 대출 같은 거 받음 되지 않나? 내가 염치없기에 1천 정도는 더 깎아줄게. 3억 4천, 어때?”


이제 문을 연 지 3개월이 막 지난 시점이다.

장사도 잘되어 순수익으론 4천쯤 벌긴 했다.

이안도 낚시로 번 게 있기에 합치면 9천 정도는 모은 셈이다.

2억 5천 정도가 모자라는 셈인데, 외국 국적인에게 그런 대출을 해줄 리 만무하다.


“아, 그게···. 음?”


그제야 잠시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


‘나 돈이 있잖아.’


금정산 기슭의 주택에서 가져온 것들.


“네! 그렇게 할게요. 언제까지 하면 될까요?”


“와, 그렇게 벌었다고?”


“에이, 그럴 리 있나요? 집 담보로 아는 분에게 빌리려는 거죠.”


“흠흠,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열흘 내로 가능했으면 하네. 더 일찍 되면 나야 좋고.”


“네, 맞춰보겠습니다.”


러시아 거리를 지나는 이안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한둘 늘어났다.

차차상점에 도착하자 그곳 주인이 반긴다.


“어, 어서 와. 벡터는 안에 있다.”


“네, 장사는 잘되시나요?”


“뭐, 특별할 게 있나? 그냥저냥 하지.”


그와의 인사를 마치고 안에 들어가니 벡터가 서류를 작성하다가 손을 흔든다.


“마저 하세요.”


“아니야. 이건 급한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왜 보자 했어?”


“은행에다 환전하면 수수료가 많잖아요. 좀 더 덜 떼이려고요.”


“너 나이에 그런 거 안 따지던데. 알뜰한 주부 나셨네. 얼마나 되기에 그래? 액수가 적은 건 큰 의미 없어.”


“음, 대략 환전되면 1억 5천은 넘을걸요.”


이안이 은행에서 환전하기엔 걸리는 게 많다.


“어? 달러?”


“더 있어요. 엔화, 위안화, 유로.”


“헐, 유로까지? 수상하네.”


유로는 한국에선 흔한 화폐는 아니다.


“제가 영국에서 살았던 건 아시죠?”


“그거야 들었잖아.”


“당시 절 돌봐주던 신부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남겨준 유산이에요.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야 그걸 찾아왔어요.”


“뭐, 그렇다면야. 그런데 돈만 남겼어? 부동산 같은 건 없고?”


기대감으로 그녀가 물었다.


“음, 골드바가 있긴 해요.”


“오, 신부님이 현명하시네. 부동산이었으면 세금 떼고 어쩌고 많이 날아가는데. 그런데 얼마짜리?”


“1kg 1개요.”


한 개가 더 있긴 했지만.


“와, 너 인제 보니 부자였구나.”


“저도 몰랐던 건데요. 뭐. 유산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고요. 현재 제가 가져온 건 그래요.”


속여야 하는 게 좀 켕기지만, 어쩔 수 없다.

또 벡터 성향상 꼬치꼬치 따지고 그러는 타입은 아니었고.


“그럼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당장 쓸 일이 있다면 몰라도.”


“지금 그 꽃집 아저씨가 이민 가야 한데요. 원래는 2년 반쯤 후에 가시려던 건데. 집안 사정이 있으시데요.”


“아, 너 그거 얼마에 사는 건데?”


“4억요!”


실제 4억이 맞고, 5천은 수업료였다.

비록 수업일수를 못 채우고 가는 거지만, 어쩔 수 없다잖는 가.


“오호, 거기 땅 크기가 애매하지만 좋은 자리인데. 아주 싸게 사는 거야.”


“대신 제가 영국식 영어를 가르치고 있잖아요. 딜을 잘한 거죠.”


“크, 그래 니 잘났다. 어쨌든 환전과 금 처분이네. 두 가지다 문제가 없네. 뭐. 그런데 금은 좀 아깝긴 하다. 놔두면 더 오를 텐데.”


“그리 생각하면 땅도 오르지 않을까요?”


이안의 말에 벡터가 픽 웃는다.


“크, 그렇긴 하지. 너 앞에서 뭔 말을 하랴.”


이틀 후, 환전으로 152,000,000원을 골드바 대금으로 121,000,000원을 받았다.

5만 원권 4묶음이 있었기에 그거까지 합치니 293,000,000원이란 자금이 모였다.

그리고 다음 날 부동산 일시불 매매계약으로 꽃가게 건물을 매입하는 것을 끝내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저씨는 호주로 떠났다.


“마리야. 우리 이 건물 리모델링 어때? 확 뜯어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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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청일전쟁과 보물선 고승호 24.06.13 326 10 12쪽
44 합작투자계약서 24.06.12 362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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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장평수 +2 24.06.10 39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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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살려드릴까요? 24.06.05 464 20 11쪽
37 그녀를 찾아서 +1 24.06.04 492 19 12쪽
36 위기의 마리야 +1 24.06.03 499 13 12쪽
35 한강에서 2 +3 24.06.01 539 17 12쪽
34 한강에서 1 +6 24.05.31 555 15 12쪽
33 프러포즈 24.05.30 582 16 12쪽
32 서울 보금자리 +2 24.05.29 598 20 12쪽
31 화재 현장 +1 24.05.28 610 19 12쪽
30 세 번째 링 24.05.27 625 20 12쪽
29 쌍도 24.05.26 643 21 11쪽
28 카우보이 +2 24.05.25 657 19 11쪽
27 다시 러시아로 24.05.24 707 20 12쪽
26 어둠의 천사 24.05.23 732 24 13쪽
25 반격 +3 24.05.23 736 22 12쪽
24 광고 모델 +1 24.05.22 741 19 11쪽
23 전설의 물고기 24.05.21 780 22 12쪽
22 구리 반지의 정체 +2 24.05.21 789 22 12쪽
» 목숨값 24.05.20 814 25 11쪽
20 응징2(수정판) +3 24.05.18 857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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