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펑크의 시한부 천재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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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밝아
작품등록일 :
2024.07.23 18:33
최근연재일 :
2024.07.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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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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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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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DUMMY






“···이만 퇴근해보겠습니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대답 대신 비릿한 동정 어린 시선만이 내 등 뒤로 내리꼿혔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라. 이 씨발새끼들아.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빌어먹을 수뇌부 똥꼬나 존나게 빨아주는 새끼들이 나를 그런 눈으로 볼 자격이나 있는거냐?


‘아 여기서 뛰어내려버릴까.’


어차피 죽을 거 지금 저 창문으로 뛰어내린다면 최소한 이 새끼들의 인생에 불쾌함 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트라우마가 되면 더 좋고. 나아가 회사 평판에 지장이 가면 베스트.


“하······.”


참 유치한 상상이다.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나 할 법한 망상에 가까웠다. 자신의 죽음으로 복수한다니···.


아니 애초에 복수가 될까? 한 1년만 지나도 내 알빠노하며 잊어버릴 것이 뻔한데.


윗 대가리들은 연신 쉬쉬하며 일을 묻을테고 장례식에조차 사람 하나 오지 않겠지.


내 목숨에는 사람의 인생을 망칠정도의 힘이 없다.


나는 유리창에 비친 나의 비루한 몰골을 응시했다.


콧구멍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털과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병자 같이 파리한 혈색을 가지고 있는 병신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유리창 그 너머의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서류 더미를 품에 소중히 안은 채, 문 너머에서 우두커미 서있는 나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들어오고는 싶은데 차마 문을 열 수가 없는 심정이랄까.


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이리저리 까닥거리며 들어갈 구멍을 찾고 있었다.


나는 귀여운 신입사원의 행동에 피식 웃으며 문을 열었다.


“절대 들이박지 마.”


나는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눈웃음과 함께 진심 어린 조언을 흘리고 회사를 나섰다.


만원버스에 올라타 조금이라도 하차문에 가까운 자리를 점하려 실랑이를 벌이다, 성격 더러운 노인에게 뒤통수를 한대 가격 당하기도 했다.


역시 세상에 착한 노인은 없다. 착하게 보일 뿐, 전혀 착하지 않다.


살아남았다는 것은 곧 강하다는 뜻이니까.


나는 그대로 퇴근길 지하철에 올라 흔들흔들 부평초 흉내를 내다 겨우 집 앞 골목에 도착했다.


정육점의 조명처럼 붉그스름하게 내리쬐는 가로등은 언제봐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갈까.”


붉은 벽돌로 된 담장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킁킁··· 음? 이 담배가 원래 시큼한 맛이었나?”


분명 멘솔일텐데. 자꾸 오줌 같은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잠깐만. 오줌?


“아이 씨발!”


나는 어떠한 만취객이 싸지른 오줌에 등을 기댄 모양이다.


나는 기겁하며 양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어두운 골목에서 뭔가라도 손에 잡히기를 바랬다. 뭐라도 좋으니 나를 일으켜줄 무언가를 원했다.


하지만 뭘 잡기는 커녕 애먼 공기만 잡아버렸다.


“어어? 뒤로 넘어가면 안되는···!”


쿵!


“아아아악!”


중심을 잃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대가리를 박아버렸다.


이제는 머리를 박아···.


“어떤 개씨발 호로 잡놈의 씹새끼가 남의 집 담장에 오줌을 싸질러?!”


오늘따라 운수 한번 씹창나게 좆같다. 나는 왠지 더이상 밖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노가 조금 가시자 웃음이 밀려왔다.


“아··· 씨 웃으면 안되는데···크흡!”


“흐하하하!”


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웃겼다. 그냥 웃겼다.


마치 희뇨.


다른 사람이 보면 웃으며 오줌을 갈겨버린 미친놈처럼 보일테지만 뭐 상관없다.


나는 찐득한 머리를 옷소매로 털며 집으로 들어갔다.




***




“아 냄새가 왜이렇게 안빠져.”


분명 머리도 세 번이나 감았을텐데. 기분탓인지 시큼한 오줌 냄새가 나는 것만 같다.


“회사도 잘렸겠다. 걍 쉬어야지.”


부스스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발가락으로 전원을 넣고 키보드를 간단하게 몇번 두들기고 나자 익숙한 인터페이스가 떠올라 얼굴을 비췄다.


⌜Cyber — Magic And Punk⌟


사이퍼매직펑크. 줄여서 사매펑.


어떤 게임이 생각나지만 이게 더 오래되었다. 그거 나오기 5년 전에 나왔으니 그게 이 게임을 베낀거다.


나는 이 게임을 고등학교 1학년 때 알게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장장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플레이 해왔다.


반에서 인싸 무리에 속해있었을 때도.

누군가 고의적으로 내 가방에 생리대를 집어넣어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렸을 때도.

빌어먹을 고등학교 가챠도 실패하여 장장 6년 동안 왕따를 당했을 때도.

내가 어딜가든 따라오는 생리대 빌런이라는 수식어가 좆같아, 자살을 결심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 부당한 요구를 하는 회사 임원한테 들이박고 잘렸을 때도.


유년의 끝자락에서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무려 10년이 넘는 대장정.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마침내 오늘 이 대장정의 마지막 챕터가 열린다.


라스트 업데이트.


아이디와 비번을 치고 접속하자 익숙한 코멘트가 내 눈동자에 새겨졌다.


⌜반항하라. 탐닉하라.⌟


지금보니 참 중2병스러운 문구지만 뭐 어쩌겠나. 그것이 낭만인것을.


어렸을 적에는 이 문구가 왜이렇게 멋들어져 보였는지 모르겠다.


처음 봤을 적에는 우와하며 감탄했었고 학교에서든 잘 때든 밥 먹을 때든 시도때도 없이 중얼거렸다.


이 문구가 점차 희미해질 무렵 한 페이지 가까이 되는 창에 3열로 정렬되어 있는 여덟 명의 사람이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희한하게도 여덟의 인물 모두 색깔만 다르지 디자인이 같은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마법서를 한손으로 펼친 채, 영창을 외고 있었고 그 비스듬히 펼친 마법서 위로 보랏빛의 마법진이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 창 위로 ⌜종언의 땅⌟이라는 챕터 이름이 매우 샤프한 폰트로 박혀있었고 캐릭터들 뒤로 펼쳐진 갈라진 대지에서 용암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이번 시나리오의 마지막 챕터에 걸맞게 어둡고 붉고 오묘한 색감들로 채워져 있다.


마우스 커서를 모든 캐릭터에 하나하나 가져다 대었다.


적마법사, 청마법사, 녹마법사, 흑마법사, 백마법사 ··· 여덟 가지 종류의 마법사 캐릭터가 마법에 맞는 색깔의 마법진을 띄우고 있다.


적마법사는 붉은색, 녹마법사는 초록색, 이런식으로 말이다.


이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나는.


미친 마법사충.


아아··· 그래.


난 미친 마법사충이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어렸을 적부터 마법이 좋았다. 솔직히 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만약 실제라면 마법의 위치, 속도, 세기뿐만 아니라 풍향, 풍속까지 모두 계산하며 영창까지 외워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지만 이건 게임이다.


내가 직접하는게 아니다.


그저 “딸깍”.


다른 전사나 사수, 도적처럼 패링을 하느니, 공중제비를 돌며 단검을 던지거나 활을 쏘느니, 할 것 없이 그냥 제자리에 서서 클릭 한번에 전부 죽어나가는데 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마법사를 키우고 나니, 이제 슬슬 마법의 뽕맛이 질리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제는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으나 그동안 현생이 바빠 차마 키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회사도 잘렸고 그동안 모아둔 돈도 있으니 한 캐릭터를 키우기에는 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냉장고 구석에서 먹다 남은 맥주캔을 가져와 한모금 들이켰다.


“크으!”


속이 비명을 질렀지만 뭐 상관없었다.


나는 마우스를 잡고 캐릭터 생성버튼을 눌렀다.


⌜그대의 운명 나에게 맡겨보지 않겠나? 내 약속하지. 찬란한 별에 닿게 해주겠다고.⌟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할 때 나오는 문구다.


언제봐도 참 가슴이 뛴다. 특히나 내 약속하지, 라는 문장이 너무나 좋다.


실제 사람이 약속해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내가 만든 인물이 단순한 게임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사람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과몰입이지만 뭐 어때.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 과몰입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장르가 다를 뿐 틀린게 아니다.


검은색 로딩 화면이 찰나에 스쳐가고 수십가지 캐릭터가 촤르르 펼쳐졌다.


나는 마우스 커서를 쭉 내려 커스터마이징 버튼을 눌렀다.


사실 이번에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 게임에서 직업이라는 개념은 캐릭터의 정해진 테마가 아니었다.


그냥 능력치와 스킬트리가 고르게 분배된, 한마디로 밸런스가 딱 맞는 국밥캐 정도로 보면 된다.


뭐 이런 국밥캐도 정해진 트리를 따라가지 않으면 망캐가 되어버릴 뿐이지만.


설령 망캐가 되어버린다 하더라도 직업을 선택하면 최소한 좆망하지는 않는다. 초기 능력치가 고르게 분배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직업이 주는 메리트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망해도 중간은 가지만 최고는 되지 못한다.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랄까.


그탓에 이미 고일데로 고여버린 고인물들은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다.


커스터마이징. 제 맘대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 밸런스 붕괴에 가깝게 특정 능력치에 몰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안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 게임은 난이도가 매우 어렵기에 초기 능력치가 매우 중요했다.


특히나 체력.


조금만 스쳐도 비명횡사하는 건 일상다반사이고, 트랩에 빠져 폐사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서 뉴비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주 능력치를 포기하고 체력을 찍었다.


하지만 고인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존나 센 개복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스치면 죽는다.


그렇다면 안 맞으면 그만 아닌가?


솔직히 이 방법은 전사나 사수, 도적 같은 브루저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처맞으면서 싸워야 하는 직업의 특징은 한방딜, 즉 폭딜이 없다는 것이다. 살을 내어주더라도 뼈만 취하면 된다.


하지만 마법사는 살을 내어주면 죽어버린다. 몸에 난 잔털에 스치기라도 하는 날엔 컥하고 피를 뿜으며 뒈져버리는 일이 허다했으니까.


정말 레전더리 유리몸인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고인물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다.


또, 마법사의 유일한 강점이라하면 간지와 위력, 그리고 다재다능함이다. 마법은 정말 정해진 것이 없다. 상황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게 다른 직업군과는 궤를 달리하는 메리트임은 분명하다.


오죽하면 내가 지난 10년 동안 마법사만 주구장창 키웠겠는가? 그만큼 키울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키울 마법사는 체력을 극한에 극한까지 낮춘 캐릭터가 되시겠다.


체력을 낮춘다면 그만큼 마력과 지능을 올릴 수 있다.


“흠··· 마력이냐··· 지능이냐···”


이 게임에선 마력과 지능의 개념이 전혀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마력과 지능을 동일시하는 것이 모든 게임의 디폴트값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마력이 행위의 결과값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고 지능은 행위의 방식에 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늘에서 물을 쏟을 때, 쏟아지는 양이 마력이고 쏟는 방식이 지능이란 말이다.


“잠깐만···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네?”


보통의 마법사는 지능형법사, 마력형법사로 나뉜다. 필수적으로 체력을 찍어야 정상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의 나는 그런 걸 신경쓸 필요가 없다.


난 내 손가락을 믿고 능지를 믿는다.


마력과 지능에 올인.


“묻고 더블로 가.”


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캐릭터의 외형과 나이를 결정하고 스탯을 찍는 창으로 넘겨 주어진 능력치를 모조리 마력과 지능에 쏟아부었다.


“지능에 제어능력, 연산능력, 창조능력, 상황판단력··· 이 모든 것과 관련된 능력치가 포함되겠고···.”


“마력에 마력 보유량, 감응, 친화력, 마력 회복··· 어쩌구가 포함되겠네.”


마지막 시나리오를 진행해야하는 캐릭터이니만큼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만들었다.


그렇게 마법 몰빵캐를 완성하고 나자 정말 헛웃음이 나올정도로 가관이 따로 없었다.


“아니 잠깐만···. 이새끼 몸이 왜이래?”


항상 키우던 마법사들은 전사 계열만큼의 근육까지는 없어도 그래도 왜소한 청년정도는 되었는데 지금은 무슨 병자가 따로 없었다.


파리하고 창백한 안색에 근육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몸, 그리고 짙게 내려온 다크서클까지.


어쩌면 화면에 비친 자기 자신을 닮았다는 것은 착각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욱 신기했던 점은 피로에 지친 실제 사람처럼 무릎을 굽히고 서있었던 점이다.


체력 스탯을 안 찍었다고 캐릭터에 이정도로 영향이 갈 줄은 몰랐다.


아니 애초에 이런 시스템이 있는 지조차도 몰랐다.


“이번 업데이트에 추가된건가? 허 참 존나 현실적이네.”


생성 버튼을 누르자 검은 빛의 로딩화면이 모니터를 가득 채웠다.


나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며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흥~흥!”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언제나 새로운 시작은 설레는 법이다. 더군다나 마법 몰빵캐라니 어떤 마법이든 창조하고 기대 이상의 위력을 뽑아낼 수 있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로 어떤 플레이를 조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부랄이 떨려온다.


“아아아! 랄부가 떨려···.”


하지만 나의 캐릭터 육성 준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게임에는 고인물들만이 아는 버그가 있었다.


버그라 해봤자 미친 비효율로 인해 아무도 안쓰긴 하지만···.


그탓에 운영진도 애써 고치지 않고 방치했고 결국 나라는 ‘괴물’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검은 로딩창이 사그라들고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편집 시간이 주어졌다.


이곳에서는 혹시나 잘못 설정한 능력치를 되돌릴 수 있고 창고를 통해 다른 캐릭터에서 물건을 옮겨올 수 있었다.


사매펑에는 본 게임에 들어가면 창고를 이용할 수 없는 특이한 시스템이 있었다.


그로 인해 분노한 유저들이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게시판에 분탕질을 친 끝에 편의성 패치로 도입된 것이 이 편집창이다.


여기서 발견된 게 하나 있었다. 급하게 도입된 탓에 테스트 서버를 열지 않은 운영진의 실책으로 인해 비롯된 버그였다.


바로 디버프 물약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즉, 의도적으로 체력을 깎는다거나 근력을 깎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상적인 유저라면 이 버그를 이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은 캐릭터에는 이 버그가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체력을 찍지 않으면 플레이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


캐릭터가 아무리 강하다한들 제대로 쏘지도 못하고 뒈져버리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미친 마법사충인 나는 다르다.


나는 미친듯이 캐릭터에게 디버프 물약을 먹였다. 물약 한개를 마실때마다 체력과 근력 스탯이 각각 0.5씩 내려갔고 잔여 스탯이 1씩 올라갔다.


그렇다.


이 부분이 바로 버그의 핵심인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체력과 근력에 관련된 스탯이 0.5씩 깎일때마다 잔여 스탯이 1씩 증가한다. 두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체력을 1깎을 때마다 마력이 두배···.


“무, 묻고 더블이다!”


물약을 마실때마다 캐릭터의 안색이 실시간으로 창백해진다.


반면 내 얼굴에는 실시간으로 희열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그리하여 초기 스탯의 한계인 20을 뚫어버린 체력 1 근력 1 마력 30 지능 30이라는 미친 캐릭터가 탄생하고야 말았다.


방어구를 걸치지 않으면 뭐에 죽었는지도 모르게 돌연사할 가능성이 오만팔천 퍼센트인데다 움직일때마다 온몸이 삐걱거리며 한대라도 맞으면 죽어버리는 개복치 캐릭터.


뭐 어떤가? 재밌으면 그만이다.


버그 악용으로 캐릭터가 삭제될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으으··· 왜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잠을 못자서 그런가?”


캐릭터를 완성한 뒤 밀려오는 두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 머리를 박은 게 원인인 것인지 아니면 무리했기 때문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일단은 자고 싶었다.


비틀거리며 침대 앞에선 나의 무릎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그대로 침대에 얼굴을 박은 채 눈을 감았다.


“내일 출근······ 아 나 실직했지. 씨바알···.”




***




어두컴컴한 방.


그는 바닥에 무릎을 박은 채 침대에 발조차 올리지 못하고 잠들어 있었다. 그의 발이 저림에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이 집안에 그 이외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만이 방안을 채우고 있었고 새벽 내내 돌아가고 있는 컴퓨터에서는 미지근한 열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때 모니터에서 푸른 색 창이 떠올랐고.


⌜이미 죽어가고 있네용 :( ⌟


⌜일부러 죽일 필요도 없겠고 그럼 가보실까용? :) ⌟


파직!


한순간에 정전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콘센트의 불과 컴퓨터가 꺼지더니 한순간에 방안의 인기척이 사라졌다.


이제 방안에 남아있는 것은 식어버린 본체와 전원이 들어오지 않은 모니터에 떠있는 푸른색 창 뿐이었다.


⌜재밌게 플레이 해주시길 바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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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펑크의 시한부 천재마법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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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도소(1) 24.07.23 19 1 11쪽
» 생성 24.07.23 2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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