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펑크의 시한부 천재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별이밝아
작품등록일 :
2024.07.23 18:33
최근연재일 :
2024.07.23 18:3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48
추천수 :
2
글자수 :
12,794

작성
24.07.23 18:35
조회
19
추천
1
글자
11쪽

교도소(1)

DUMMY

취익! 취익!


수백, 수천기의 증기기관이 다닥다닥 붙은 채 불쾌한 리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노역하는 수많은 죄수들은 하나같이 궁색한 몰골로 아무 감정 없이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소름이 끼칠정도로 무표정한 얼굴.


말그대로 기계.


이곳은 단순한 공장이 아니었다.


인간공장이었던 것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시계의 부품이 되어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야,야,야 레온! 이 미친새끼가!”


누군가 1층과 증기기관을 이어주는 사다리에 올라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귀청을 뒤흔드는 거친 고함소리에 그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다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부르는 사내의 신상을 확인하기 위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연기에 가려져 사내의 신형은 보이지 않았고 엄청난 열기에 눈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윽!”


칙! 푸쉭!


레온은 엄청난 기세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발판에 서서 졸고 있었던 것이다.


“이 미친새끼가 빨리 안내려와? 너 그러다 죽어!”


목소리의 주인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발판 위로 올라와 그의 목에 팔을 걸었다.


사내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며 어깨가 이동함에 따라 팔이 거칠게 휘둘러졌다.


“커헉!”


목이 끊어질 것만 같은 강렬한 충격이 레온을 덮쳤다. 저절로 입에서 마른 침이 튀어나왔고 그에 따라 기관에서 굴러떨어진 그가 눈을 번쩍 떴다.


얼굴에 몇개의 흉터가 새겨진 우락부락한 인상의 사내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나?”


사내는 아직까지도 눈에 초점이 풀려있는 레온을 흔들며 낮은 목소리로 읍조리고 있었다.


“이새끼가 죽으려고 작정한거냐? 작업시간에 그것도 기관 위에서 졸다니···. 우린 점검을 위해 올라탄거지. 자살하려던 게 아니란 말이다!”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사내의 대처가 늦었다면 레온은 교도관에게 맞아죽거나 증기 기관의 열에 삶아져 죽었을 것이다.


“난 마저 작업하러 갈테니. 넌 의무실 들렸다가 와.”


“···네, 알겠습니다.”


열기에 성대가 익어버린 것인지 잔뜩 쉰 목소리에서는 쇠 긁는 소리만 나고 있었다.


사내는 시간이 없다는 듯 성큼성큼 옆 작업 라인으로 걸음을 옮겼다.


레온 또한, 정신을 되찾고 상황을 읽으려던 순간이었다.


“거기 327번!”


엄청난 고함소리와 함께 작업장의 정문이 열리더니, 소름끼치는 구두소리가 통로를 타고 불길처럼 번졌다.


또각! 또각!


서늘하면서도 불길한 울림.


여성용 구두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남성용 구두로 체중을 실어 밟는 소리였다.


작업을 하던 중에 황급히 일어난 사람들은 우수수 달려가 불시의 교도관 앞에 도열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사람 수를 세는 가 싶더니 날카롭게 물었다.


“한명이 비는데···. 327번 어디갔나?”


사람들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교도관의 눈에 핏발이 섰고 까드득하며 이가 부러질듯 악물렸다.


그때 교도관이 신경질적으로 휘두른 주먹에 죄수 한명이 나가떨어지자 그제서야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게일을 가리켰다.


그는 레온을 도와주고 서둘러 작업 위치로 복귀하던 중이었다.


고양이를 피하는 쥐처럼 아주 천천히 그리고 살금살금 이동하던 그에게 교도관이 그 육중한 몸을 날렸다.


쿵!


제 체구에 맞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지면을 밟고 도약한 그는 앞으로 손을 뻗었다.


“자,잠깐—!”


게일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미처 그의 움직임을 쫓기도 전에.


“커허억!”


단숨에 목을 틀어쥔 교도관은 그의 얼굴을 지면의 바닥에 처박았다.


아스팔트 같은 지면에 그의 얼굴이 쓸리며 피와 이빨이 사방으로 튀었다.


엄청난 충격이 게일을 덮쳤고 목에 가해지는 압력에 눈의 초점이 점점 풀리고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교도관은 다른 한손으로 몽둥이를 하늘 높게 치켜들었다.


게일은 목을 틀어잡힌 채 땅에 머리를 박은 상태 그대로 간신히 눈동자만 위로 굴려 교도관을 올려다 보았다.


마땅히 보여야 할 공장의 조명 대신 어두운 몽둥이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냉혈한 교도관은 그에게 미처 숨을 고를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치켜든 팔을 그대로 휘둘렀다.


부웅!


몽둥이가 그대로 지면으로 낙하하며 공기를 갈랐다.

타점은 게일의 어깨.


쩍!


쩌엉!


어깨에서부터 강렬한 격통이 신경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뇌가 찌릿해올정도의 격통에 게일은 몸부림 쳤다.


아니 치려했다.


“으으으으읍!”


하지만 게일은 목이 틀어잡힌 탓에 몸부림을 물론이고 비명조차 마음대로 지르지 못했다.


격통에 차오르는 숨조차 제대로 뱉지 못하고 얼굴만 새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으며.


문어처럼 다리만 사방으로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3차례 반복된 몽둥이질에 게일의 오른쪽 어깨는 산산조각이 났고 그는 결국 고통에 못이겨 혼절했다.


“한놈은 처리했고··· 326번 어디갔나?”


그제서야 교도관의 시선이 레온에게로 향했다.


그는 새빨갛게 익은 몸을 이끌고 의무실로 가던 중이었다.


“쿠,쿨럭! 여,여기 있습니다.”


“쯧! 그딴 몸뚱어리로는 내일 당장 처분 당한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않겠나? ··· 에휴 당장 의무실로 가도록.”


그의 상태를 본 교도관은 짧게 혀를 차며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고는 성큼 걸어 작업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제서야 그는 뜨거운 가슴팍을 움켜쥐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괘,괜찮습니까?”


그는 게일에게로 달려가 그의 호흡과 심박수를 확인했다.


‘살아는 있군.’


레온은 힘겹게 게일을 들쳐 업고는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온 몸의 뼈가 삐걱거리고 근육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제기랄··· 죽겠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탓에 현재 상황을 파악할 틈조차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게 먼저였다.


“미친 새끼들. 찐한 우정 납셨네.”


“야야. 내버려 둬. 게일 놈, 오지랖 넓은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긴··· 언젠가는 한번 터질때가 됐긴 하지.”


“레온 녀석 곧 뒤진다에 내 다음달 점심을 걸지.”


“킥. 내기냐? 나도 껴주라.”


비뚜름히 걸어가는 레온의 뒷모습을 보며 죄수들은 저마다 혀를 차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한참을 쑥덕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각각 배치된 증기기관에 올라탔다.




***




“환자는 네놈인가? 아니··· 뒷놈이군.”


“그렇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이쪽을···.”


“저기 대충 눕혀놓고 꺼지도록. 아 저기 맨 윗서랍 보이지? 저기서 알약 하나 꺼내먹고.”


“알겠습니다.”


의무실 의자에 허리를 비스듬히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의사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그리고 손을 휘휘 저으며 눈앞에서 얼른 꺼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 뭐해? 빨리 안눕혀? 그러다 걔 죽는다?”


“저기··· 허리가 나갔습니다.”


의사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 씨바알!”


신경질적으로 의자를 박찬 그는 단숨에 게일을 받아들었고 레온의 입에 피우던 담배를 물려주었다.


“이거 회복용이니까 아껴 피워. 짭새 새끼들한테 걸리지 말고.”


“······ 죽지 마라.”


그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레온을 의무실에서 쫓아냈다.


의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창고 벽면에 몸을 비스듬히 뉘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쓰읍—.


신기하게도 담배는 초록색 불빛을 내며 타들어갔다.


연기가 목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약효가 온몸으로 퍼진다. 삐걱거리던 몸에 활력이 돋고 시야가 온통 녹빛으로 물들었다.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던 그는 그제서야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 살던 현대와는 동떨어진 시설.

치유 효과를 가진 담배 위 보일듯 말듯 희미하게 돌아가는 마법진.

스팀 펑크 세계관인 것마냥 증기기관을 사용하는 공장.


하지만 마냥 스팀 펑크 같지도 않았다. 공장은 분명 스팀 펑크에나 나올법한 구조물이었지만.


의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넘어오자 현대 아니 그 이상의 과학기술의 산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하늘은 자욱한 연기로 덮여 붉그죽죽한 색감이었고 그와 대비되게 건물들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여있었다.


“사이버펑크? 스팀펑크? 판타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 뒤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곳이 어디인 것인지.

왜 자신의 몸상태는 이리도 지랄맞은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도 얼마 가지 않았다.


“어?”


창고의 문 틈으로 밖에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온몸이 붉은 털로 덮여있는 털복숭이 거한.

그는 기계를 왼쪽 눈 대신 끼우고 있었고 번들거리는 회색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무척이나 익숙한 행태.


레온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허···씨발··· 헤일런이잖아?”


튜토리얼 뉴비 분쇄기, 뉴비 절단기라고 불리는 밸런스 붕괴 캐릭터.


본래 같으면 튜토리얼은 개뿔이 최소 게임 중반은 가야 비벼볼만한 녀석이었다.


또한, 이 교도소에서 유일하게 즉결처형권을 가진 최악의 교도관이자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는 교도관.


“으읍!”


레온은 서둘러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절대 들키면 안된다. 들킨다면 무조건 죽는다. 작업 시간에 창고에서 농땡이를 피우는 죄수를 용납할 수 있을리 없다.


꽉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얼굴가죽이 뜯어져 나갈 정도로 세게 입을 틀어막았다.


얼마나 숨을 참았을까.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나서야 헤일런은 자리를 비웠다.


“허어억! 끄허!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씨발씨발씨발씨발.”


레온은 미친 사람처럼 욕을 하며 제자리를 빙빙 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된다.


게임 속 캐릭터가 도대체 어떻게 현실에 있단 말인가.


비틀거리며 똑바로 선 레온은 퀴퀴한 공기가 가득한 방의 한쪽 구석에 걸린 작은 거울앞에 섰다.


“이건··· 내 캐릭터···?”


깨진 거울속에서 눈이 벌겋게 충열된 청년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온은 그청년이 웃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레온 크레녹.


자신이 마지막 시나리오를 위해 직접 만들었던 버그 캐릭터.


온갖 디버프 물약을 전부 처마시고 만들어낸 그의 인생 역작이다.


하지만 그건 게임 속에서나 역작 혹 명작이라 불릴 수 있었다. 죽어도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만약 현실이 된다면 인생 난이도 헬모드 시작이다.


아무래도 좆됐다.


추측이 아닌 확신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퓨전펑크의 시한부 천재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교도소(1) 24.07.23 20 1 11쪽
1 생성 24.07.23 29 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