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전함이 일제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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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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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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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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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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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공방전 (1)

DUMMY

둘리틀 특공대의 도쿄 폭격 작전은 거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일본에서 동쪽으로 무려 1,000km 떨어진 거리에서 발진한 16기의 중형 폭격기는 도쿄 상공에 도달해 수십 발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사실 본래 육군 항공대의 B-25 폭격기는 항공모함 갑판에서 이착륙할 수 없다.


그렇기에 폭격기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방어 기총까지 덜어내며 극단적으로 경량화를 거쳤고 겨우겨우 항공모함의 좁은 갑판에서 이륙할 수 있었다.


만일 일본군이 미리 방공망을 구축했다면 오히려 학살극이 벌어졌겠지.


하지만 기습은 성공이었다.


허를 찔린 놈들은 대공포도 몇 발 못 쏘는 등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고 그나마 날아오른 몇몇 전투기도 고고도의 폭격기에 도달하지 못해 소용이 없었다.


원역사에서 출격한 둘리틀 특공대는 도쿄를 폭격한 후 중국까지 멀리 날아가 착륙해야 해서 기체도 전부 상실하고 포로도 생겼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훨씬 가까운 대한제국이 있어 특공대 폭격기 대부분이 동해를 넘어 안전하게 착륙했다.


개전 이래 처음으로 일본 본토 공격을 성공한 이들이 현지에서 영웅 대접을 받은 건 당연한 일이다.


“왜놈들의 땅에 본때를 보여준 영웅호걸들이시다!”

“둘리틀 장군님 만세!”

“코리아, 아, 아니 대한제국 시민 여러분, 저는 장군이 아닙니다···.”

“둘리틀! 둘리틀! 둘리틀!”


특공대 대부분이 무사히 한국 땅에 착륙하자 요격에 실패한 일본은 그야말로 얼굴에 먹칠할 셈이 되었다.


당연히 그들의 추태와 둘리틀 특공대의 활약은 연합군 전체에 걸쳐 대대로 홍보되었다.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태양의 제국, 무너지다!>


<수천 년간 침공당하지 않은 일본의 영토가 처음으로 공격당하다!>


<그 어떤 자유의 적들도 연합군의 분노 앞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대한제국 측의 사설은 조금 더 과격했다.


<왜인들의 수괴 집단(대본영)은 이번 폭격을 특공대 대장의 이름에 빗대어 ‘Do little’이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실제로는 ‘왜’야말로 ‘두 리틀’ 하다는 사실은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금 원색적인 비난 같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넘어가자. 본토가 폭격당하는 와중에 좋은 말이 나오면 그게 이상한 거니까.


하여간 전술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


일본군의 요격을 피하려고 고공에서 산업 단지에 폭탄 몇 발 던진 게 끝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놈들의 본토에 직접 공격을 가했다는 사실 그 자체다.


한 번도 공격당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공격당하지 않으리라 자부하던 저 본토가 언제든 우리 연합군의 손에 공격당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이제 일본은 본토 방어에도 상당량의 항공 세력을 분산할 수밖에 없어진다.


“자네 덕분에 한성에서도 한시름 놓았네.”

“무슨 일이 더 있었습니까?”

“일본 폭격대의 숫자가 크게 줄었어. 놈들 항공대 다수를 본토 방공을 위해 재배치한 모양이야.”


류시원 제독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말한다.


의도치 않은 일이지만 이걸로 본국에 대한 압박도 덜어냈다.


그리고 이 작전을 제시한 나에게도 수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소장 진급 축하하네.”

“진급 미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내에서는. 타국에는 소장으로 소개될 걸세. 미 해군 제독들에게 아래로 보일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훈장 수여식도 곧···.”


나보다 신이 난 듯한 류시원 제독이 이래저래 떠들지만 정작 나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일부러 지휘권 문제로 심기 안 거스르려고 이 자리에 남은 것도 있었는데. 이제 발언권이 생겼다는 말인가.


하기야 폭격기를 탑재하느라 함재기를 내려놓은 요크타운, 엔터프라이즈를 호위한 것도 우리 13기동부대였으니 말이다.


잠깐만.

그럼 함장은 누가 해?


“그럼 이순신함 함장은···.”

“자네가 계속 하면 되네.”


이게 무슨 소리지.


제독과 함장은 다르다.


제독은 함대 전체를 관할하는 거고.

함장은 그 배만 관리하는 직책이다.


육군으로 치면 사단장더러 휘하 보병연대 관리하는 격인데.


“저는 이제 제독인 게 아닙니까?”

“대외적으로는 말이네. 어차피 지금껏 잘만 하지 않았나?”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근데 그렇다고 진짜로 소장 계급을 달아버리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업무가 복사가 된다고!

나 진짜 죽어!


억울한 심정으로 바라보자니 제독이 굳은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린다.


“본래라면 나 같은 제독을 보내주든지, 아니면 함장급 인사를 보내주겠지만 지금은 인원 이송도 어려운 상태야. 본국 상황은 자네도 알지 않나.”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제공권도 밀리는 대한제국군은 항구 방공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출항하더라도 금방 추적돼 일본 해방함 따위에게 추격당하는 형편. 때문에 잠수함 사령부에서는 항구가 안전한 진주만 등에 잠수함을 파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안하지만, 앞으로도 자네의 역할이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걸세.”

“나라가 힘든데 어쩌겠습니까.”

“···미안하네.”


에휴.

어쩌겠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내가 최적의 상태로 세팅한 이순신함이다.


당장 현장에서 수급할 수 있는 인재 중 나 이외에 제대로 다룰 사람이 대한제국 해군에 존재할 리가 없다.


“괜찮습니다. 이순신함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불안한 참이었습니다.”

“자네 부장이 들으면 섭섭해하겠군.”


농담처럼 말하며 쓴웃음을 짓는 류시원 제독.


하여간 다행인 점은 이제 공식적으로 독자적인 명령권을 가진 함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


마침 일본 항공 세력도 분산했겠다.


슬슬 태평양 쪽 공세를 이어가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 순간이었다.


“태평양 함대 사령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네.”

“무슨 내용입니까?”

“일본 해군이 트럭 기지를 목표로 작전을 준비 중이라는군.”


놈들이 먼저 움직였다.


***


대낮에 펼쳐진 도쿄 대공습··· 까지는 아니고 깜짝 공습 이후.


“초유의 사태나 다름없소! 고작 항공모함 따위에게 신주의 땅이 공격당하다니!”

“이게 다 육군이 방공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 아니오?”

“그럼 뭐 하나! 저쪽에서는 해군이 항모를 안 잡아서 그렇다고 할 게 아닌가!”


대본영 이하 연합함대 사령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회의실 가운데서 신임(?)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나날이 늘어나는 주름 아래 한숨을 내쉬었다.


선임 사령장관, 고가 미네이치 제독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함대결전을 이끌고 무사시의 함교에서 명예롭게 전사했다.


공적과 명예, 모든 걸 얻은 그와 달리 야마모토에게 남은 건 온전한 적 항공함대, 본토 공습을 허용했다는 불명예, 마지막으로 더는 전공을 세울 구석이 없는 절대방위선뿐이다.


“지금이라도 적의 항공모함을 박살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수로 말인가? 우리가 전함을 끌고 간다고 한들 저놈들이 도망 다니면 무슨 수로 쫓아갈 텐가?”

“그럼 항구까지 쫓아가 박살을 내야지요!”

“무모한 소리! 적에게 점감 요격을 당할 셈인가?!”


여전히 논쟁만 거듭하는 회의실.

현재 태평양 전역의 상황은 이른바 참호전과 같다.


육상 비행장과 잠수함, 기뢰 등에 의지해 서로가 유리한 장소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 상황.


어느 쪽도 상대의 영역에서 적을 능가할 만큼 확고한 세력 우위를 가지지 못했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기에 산병처럼 유격전을 펼치는 항모 기동부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물론 이것이 항공모함이 야마모토가 당초 생각했던 전략 병기가 되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적의 항공모함은 같은 항모 기동부대가 상대해야 합니다.”


한편.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던 사토가 입을 열자 좌중이 이목을 집중했다.


‘그 전함’과 싸워서 살아 돌아온 제독.


비록 패배하고 야마토까지 상실했으나 그래도 놈과 휘하의 일당이 반년간 전선에 출현하는 걸 막았으니 공이 없지는 않았다.


아닌 말로 그 해군 최고의 수재였기에 그나마 목숨이라도 부지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좌중이 그의 말을 경청하자 사토는 말을 이었다.


“다만 적의 항모를 포착한다고 해도 확실히 숨통을 끊기에는 걸림돌이 크지요.”

“걸림돌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거요?”

“이순신.”


이윽고 회의실에 모인 이들이 일제히 경악했다.


낯빛이 새하얗게 물든 채 숨을 삼키는 제독들.


놈이 돌아왔다.

그 증오스럽고 두려운 상대.


제국 해군의 종말이.


“수도를 공습하러 다가온 미 항모 기동부대의 존재를 보고할 때, 함급 미상의 거대 전함에 대한 목격도 보고되었습니다.”


이윽고 오자와가 사토의 말을 뒷받침하듯 보고서를 읽는다.


모두가 두려움 속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때 야마모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전함인가?”

“미 서해안의 조선소가 비었다는 첩보를 고려했을 때, 이순신이 수리를 마치고 전선에 복귀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곳곳에서 들려오는 탄식.

사토는 단호히 말했다.


“놈의 숨통을 끊지 않으면 항모 기동부대로 가는 길을 내어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나노는 진수식도 하지 않았네. 키이도 아직은 건조 중이고.”

“야마토··· 아니, 무사시급이 3척이나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망설이는 사령장관에게 고개를 저으며 사토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순신 정도 되는 거함이 안정적으로 수리와 정비를 받을 수 있는 항구는 기껏해야 미 서해안의 대형 조선소뿐. 하지만 항모 기동부대와 함께 전방에서 활동하는 걸로 보아 사소한 수리나 손상은 처리 가능한 기지가 전방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게 어딘가?”

“트럭 기지.”

“···!”


괌에서 1,000km 떨어진 대한제국 유일의 태평양 전진 기지.


전방에 보급 기지가 있다면 그곳뿐이다.


“허나 그곳은 우리 항공대의 폭격 범위인데···.”

“그렇기에 그곳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반신반의하던 제독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확실히··· 폭격 범위라고 한들 거리도 멀고 요새화된 트럭이라면 충분히 놈들 함대가 수리 및 보급을 받을 거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박살 내야겠군. 놈들의 전진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야!”


마침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자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본토가 공격당한 와중에 해군이 가만히 앉아 여유롭게 남방 요새화 따위나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집단 지성의 미덕을 자랑하는 연합함대 사령부답게 중간중간, 어이없는 작전안이 튀어나오기는 했다.


항모를 전방에 내세워 공습하고 적 함대가 나오면 후방에 숨겨둔 전함 부대로 타격하자는 심히 ‘미드웨이’스러운 발상이라든지.


허나 그런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 모를 작전은 대부분은 사토의 입김이 들어간 사령장관의 권한으로 제지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작전안.


첫째, 우선 괌과 라바울 기지에 대량의 장거리 폭격기를 배치. 이들로 하여금 양쪽에서 트럭을 공습하게 한다.


물론 트럭에도 미 항공대를 비롯해 다수의 요격기에 더해 탄탄한 방공망이 구성되어 있으니 이들만으로 무력화는 어렵다.


둘째, 주 타격은 새로 재건된 항모 기동부대가 실시한다.


히류, 쇼카쿠, 즈이카쿠로 이루어진 신편 제1항공전대가 새벽녘에 대량의 함재기로 트럭을 기습한다.


목표는 항구 시설물의 파괴. 특히나 이순신 정도의 거함을 수리할 수 있는 부유 도크 등이 최우선 목표.


‘이순신··· 처음부터 네놈의 목을 베느라 정신이 팔리지는 않을 테다.’


우선 운신의 폭을 없애는 것부터.


배수량 7만 톤이 넘는 초중전함이다.


제대로 된 거점도 없는 태평양에서는 손상이라도 나면 수리부터 문제일 터.


보급과 정비 수단을 차단하면 놈은 자연스레 무력화하며 약점을 드러낼 것이다.


후방에 주둔한 사령장관 대신 몸소 함대를 지휘하기로 하며 나선 사토는 기함 쇼카쿠의 함교에서 직접 작전을 지도했고,


“1차 공격대에서 입전! 상공에 적기 다수!”

“뭐? 치쿠마 정찰기가 함대 항적을 발견했다고?”

“미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 전투단이 이 주변에 있다!”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작전에 눈을 찌푸렸다.


작가의말

내일 연재본부터는 업로드 시각을 오전 8시로 옮길 예정입니다!

당분간은 계속 오전 연재할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항상 봐주시는 독자님들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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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라바울 공방전 (2) +32 24.09.16 6,367 355 13쪽
52 라바울 공방전 (1) +27 24.09.15 7,931 364 16쪽
51 Z 부대 (2) +30 24.09.14 8,686 370 15쪽
50 Z 부대 (1) +48 24.09.13 9,644 434 20쪽
49 트럭 공방전 (3) +32 24.09.12 9,828 415 14쪽
48 트럭 공방전 (2) +29 24.09.11 9,911 432 15쪽
» 트럭 공방전 (1) +19 24.09.10 9,744 406 12쪽
46 역습의 연방 +28 24.09.09 10,094 451 12쪽
45 다시 바다로 (2) +37 24.09.08 10,305 457 12쪽
44 다시 바다로 (1) +33 24.09.07 10,424 453 17쪽
43 거인의 기상 +27 24.09.06 10,706 444 15쪽
42 진주만 (2) +43 24.09.05 10,856 446 20쪽
41 진주만 (1) +29 24.09.04 10,810 481 14쪽
40 태평양 함대 (2) +40 24.09.03 11,063 473 14쪽
39 태평양 함대 (1) +48 24.09.02 11,156 466 13쪽
38 솔로몬 해전 (2) +38 24.09.01 11,328 400 16쪽
37 솔로몬 해전 (1) +46 24.08.31 11,453 439 15쪽
36 남방 전선의 종막 (2) +34 24.08.30 11,596 419 15쪽
35 남방 전선의 종막 (1) +35 24.08.29 11,755 452 14쪽
34 타이만의 새벽 +48 24.08.28 11,860 460 13쪽
33 초중전함 vs 초중전함 +88 24.08.27 12,356 555 27쪽
32 강철의 포효 +28 24.08.26 11,102 409 19쪽
31 남방 공세 +26 24.08.25 10,955 397 11쪽
30 사냥 준비 +23 24.08.24 11,373 382 16쪽
29 대본영 발표 +16 24.08.23 11,776 394 14쪽
28 남방 수호자, 탄생 +28 24.08.22 11,968 410 13쪽
27 말레이 해전 (3) +22 24.08.21 11,854 437 15쪽
26 말레이 해전 (2) +25 24.08.20 11,710 40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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