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욤l소녀가 너무 마초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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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걸림
작품등록일 :
2024.08.04 16:54
최근연재일 :
2024.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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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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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생 광존이 큐티귀욤뽀작미소녀로 환생한 건에 대하여

DUMMY

구름이 노니는 높디 높은 봉우리 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좌선하던 한 사내가 눈을 떴다.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그럴 리가요. 제가 보기엔 광존을 너무 편애하십니다"


깐깐한 인상, 백의의 책사 제갈모가 파초선을 살랑거리며 슬쩍 미소지었다.


"그놈의 광존, 그딴 별호로 부르지 말라니까"


강호에 단 세 명뿐인 존자.


얼핏 들으면 광오하면서 경외를 담은 듯 하나, 실상은 전투에 미친놈 중 대빵이라는 소리니 마음에 들 턱이 있나.


제갈모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수긍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봤자 또 그리 부를 걸 뻔히 알고 있다만.


"요즘 사는 게 참.. 사는 거 같지가 않다"


광존이 몸을 돌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두 사람 한 번 붙어보는 거 어때?"


시선을 마주한 두 사람이 흠칫 놀라며 즉각 반응했다.


"무, 무엄한! 어찌 그리 무뢰배같이 말할 수가 있는가!"


새빨간 머리에 흑의로 둘둘 감은 중년인, 혈교주 마존이 버럭 화를 냈다.


그의 전신에서 지워지지도 않는 혈향과 지독한 살기가 형형하게 흘러나왔고.


"그래서 싫어?"


광존과 눈을 마주치자, 바로 내리깔았다.


"같은 존자끼리 이러지 마시지요. 위신만 상하지 않겠소"


흰 수염이 길게 늘어진 후덕한 체격의 노인, 정의맹주 신존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그러면서 제갈모에게 슬쩍- 눈을 흘기는 게 어떻게 좀 해봐라-라며 눈치를 줬다.


"크흠-."


제갈모는 그런 맹주의 시선을 못 본 체하며 딴청을 피웠다.


광존은 세 사람 촌극에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용호상박이랴, 한낱 미물따위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적자가 있는 법인데"


현경 끝자락에 닿아있는 광존의 안력이 보이지 않는 산 아래 까마득한 곳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열매 하나를 차지하고자 뱀과 청설모가 아둥바둥 뒤엉키고.


개울물을 사이에 두고 털 색깔이 다른 두 들개가 으르렁대며 대치한다.


"어찌 내겐 대적자를 내려주시지 않으신 겁니까"


그는 진심으로 한탄했다.


현 강호에 세 명의 존자가 있다.


살육을 즐기는 혈교주 마존과 위선으로 똘똘 뭉친 정의맹주 신존.


현경에 도달한 두 존자와 붙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을 겪었다.


과장해서 존자나 삼류문파의 제자나 별 차이를 못 느낄만큼.


광존의 말에 두 존자는 은근히 불쾌해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면 둘이 같이 덤벼볼래?"


등을 진 광존의 말이 두 사람 귓가에 툭 내리 꽂았다.


꽉 쥔 주먹이 화들짝 놀라며 언제 그랬냐는 듯 곱게 펴졌다.


"오, 오해요. 내가 어찌 감히"

"대적자를 간절히 원하는 광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 걸세!"


뭐, 기대도 안 했다만.


이럴거면 적당히 팰 걸 그랬네.


괜히 거들먹거리는 놈들 면상이 꼴보기 싫어서 지독하게 밟아댔던 게 문제였나.


"정 그러시다면 새외 서쪽 끝에 천마라는 오만한 칭호를 자칭하는 이교의 우두머리를 만나 견식을 나눠보심이 어떠신지요?"


제갈모가 불현듯 떠올랐다는 듯 답했다.


"아아, 그 놈. 진작에 만나봤지. 별 거 없더라"


천마는 개뿔이, 몇 대 맞으니까 살려달라고 바로 싹싹 빌더라.


아!


그러고보니 천마 그 놈이 우화등선에 대해 얘기했었다.


-하늘 아래 어찌 본좌와 저 천박한 놈을 같이 두셨나이까!

-으악, 자, 잠깐 멈추시게! 이 무슨 예도 없이 무례를-!

-내 ,내가 실수했네! 손속을 좀 거둬주시게! 으악-!

-혀, 형님. 제가 형님 소망을 이뤄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계의 신선만이 형님의 유일한 적수일 것 같습니다!

-꼭 우화등선에 성공하십쇼! 제발 좋은 소식이 있길 빌겠습니다! 살펴가십쇼!


광존이 불쑥 몸을 돌려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교주놈을 이겼다고? 머리가 조금 이상하긴 해도 실력만큼은 우리와 비등하거나 한 수 위였을텐데-라며 충격받은 얼굴로 웅성대던 세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체신을 바로 잡았다.


"우화등선에 대해 아는 놈 있으면 얘기해봐"


제갈모가 의뭉스럽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을 때.


"우화등선 말이오? 그건 왜...?"


맹주 신존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야 선계가서 신선놈이랑 한 번 붙어보게. 여기서 너네들이랑 있어봐야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후인이 날 제끼려면 앞으로 20년은 더 기다려야할 것 같아서 말이야"


광존의 오만한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일순 와락- 일그러졌다.


"그럼 뭐 나랑 계속 놀게?"


"기, 기다려주시오, 내 바로 설명하겠소!"


우화등선.

지상의 육체를 벗어던지고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는 것.


구파의 개파조사가 그러했고.


전대 검존이 두터운 인망과 선업으로 우화등선했다고 알려졌다.


나라고 못할 것 없지 않는가.


사람같지 않는 놈들 교화시켜주고, 정파니 사파니 갈라치기로 서로 으르릉대던 놈들도 화해시켜줬지, 넓은 땅 덩어리에서 왕이니 교이니 뭔 우두머리를 자청하는 병신들 대가리도 깨줬지.


이만한 덕업이 어디있으랴.


신선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자신한다.


아무렴, 안 그래도 요즘 새로운 경지가 눈앞에서 더 진척이 없던데, 우화등선이 그 답일지 모른다.


"그럼 가시는 겁니까?"


제갈모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내 밑에서 갈굼이나 당한 놈이 이제 못 본다고 울상한 척하기는.


속으로는 아주 좋아 죽을지도 모른다.


"어어, 방해되니까 저리 좀 꺼져봐"


이별은 깔끔하고 미련이 남지 않게.


평소답게 냉랭하게 대꾸하곤 가부좌를 틀어 좌선에 들어갔다.


봉우리 절벽 끝, 모든 자연지기가 느껴진다.


지난 삼십 년간 습관적으로 기를 모아왔던 행위에서 반대로 행한다.


그간 담금질하며 축적되고 넓어진 단전의 껍데기를 한꺼풀씩 벗겨낸다.


화아아아-.


광존의 전신 밖으로 흘러나오는 방대한 자연지기가 강력한 기파를 일어냈다.


예민한 야생동물이 대경질색하며 사팡팔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광존 백회혈 위로 엄청난 내공이 구름을 뚫고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갔다.


"세, 세상에.."


"저, 전대 검존도 이러했습니까?"


제갈모가 어마어마한 신위에 넋을 놓았고.


"단언컨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소"


신존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광존은 우화등선을 위한 준비를 이어갔고.


범람한 폭포를 넘어 대해와 같은 내공이 그의 전신을 완전히 빠져나갔을 때.


깃털처럼 가벼워진 광존의 육신이 위로 떠올랐다.


"서, 선계로 갔소.."


"우화등선이 실재했다니.."


신존의 입이 체통도 잃고 쩍하니 벌어졌다. 검존의 우화등선과 확연히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내공을 방출하는 건 똑같았으나, 하늘을 가르지도 않았고, 육신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전대 검존은 우화등선이 아니라 그냥 수명이 다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광존, 똥물에 처죽일 놈!"


텅 빈 허공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마존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입을 열었다.


"미, 미친 그 입 조심하시오. 그러다 벌개진 눈으로 달려들면 어쩌자고!"


신존이 기겁하며 외쳤다.


"..조용한데? 허허, 진짜 간 모양이오! 하하하, 이 썩을 놈 새끼!"


잠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마존이 광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간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제갈모가 파초선을 접으며 조용히 묵례했다.


*


아늑한 부유감을 느낀 광존이 눈을 떴다.


사위는 새까만 어둠으로 가득했다.


더구나 신체의 자유가 박탈당한 느낌.


오랜만에 느끼는 무력함에 잠시 당황하던 찰나.


빛이 그의 망막을 두드렸다.


"으으으"


채광이 어째서 이리 눈부신지 눈꺼풀을 뜨기 여간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무릉도원에 다다른 건가.


구름을 탄 태상노인이 허허로운 웃음으로 반겨주고, 뒤따라온 동자들이 내게 옥구슬을 건네주면서 환영의 인사를... 어라?


이게 뭐야?


몽환적인 산봉우리, 천 년의 영물 학, 유유히 흐르는 뭉게구름.


-따위는 보이지 않고 광존은 왠 심술궂은 얼굴의 꼬맹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히, 킹받쥬? 곤데 아무고토 못하쥬? 고뤠서 어쩔티비저쩔티비 쿠쿠르삥뽕"


대가리가 조금 크고 콧물이 눌러붙은 꼬마가 팔짱을 낀 채로 기고만장하게 내려보며 히죽였다.


빠직-.


머리에 핏덩이가 남아있는 예닐곱따리가 내게 뭐시고 자시고 간에 그 눈깔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명경지수 경지에 오른 광존이 고작 어린 아이의 도발에 울컥한다는 게 어딘가 이상했지만, 이미 냉철한 이성을 잃은 뒤였다.


"뭐라노, 이 애새끼가"


광존은 저도 모르게 걸쭉한 욕지거리가 툭 튀어나왔다.


부르르 떨어대는 주먹은 덤이었다.


"..어?"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꼬맹이가 얼빠진 채 얼어붙었다.


"감히 본관을 내려다 봐?"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광존이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분노와 짜증, 무의식 속 왠지 모를 울컥함과 한까지 모두 담아서.


가히 천하제일인의 묘리가 담긴 주먹.


이는 어느 대머리의 진심펀치와 다름이 없었다.


아차.


그렇기에 뻗는 와중에 실수했다는 걸 자각했다.


이성이 빠르게 돌아오고, 들끓던 감정이 확 식었으나.


이미 내지른 주먹은 녀석의 하복부에 맞닿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찢어죽일 악인의 자식이라도 아이는 건들지 않았는데.


난생 처음으로 악업을 쌓겠구나.


자책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산산조각 나면서 터져버린 육신의 조각들과 피분수를 뒤집어 쓰고, 불시에 사람 해체를 눈앞에서 보게 된 다른 꼬맹이들은 정신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최악의 사태가...


"뿌에에에에에에에엥"


-는 일어나지 않았다.


으잉?


슬며시 눈을 뜨니 아랫도리를 움켜쥐며 서럽게 우는 코흘리개가 보였다.


다른 애들은 나의 자비없는 악행에 기겁하며 제 아랫도리를 막으며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제서야 광존은 제 모습을 확인했다.


무르고 포동포동한 주먹.

희고 여린 살갗.

통통하고 연약한 볼살.


무엇보다 휑한 아랫도리.


빌어먹을.


우화등선이 아니라 왠 여아로 환생한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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