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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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폴
작품등록일 :
2024.08.0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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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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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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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DUMMY

3화


이곳이 중학교라는 것을 확인한 우진은 다시금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처음 듣는 단어 ‘스터디리그’가 왠지 모르게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특히 서울시 중학 스터디리그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여러 학교들이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지.”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는 남궁천의 눈빛엔 서서히 광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자네가 함께한다면 올해엔 이 중학 스터디리그를 제패할 수 있어! 우리 천풍중학교의 이름을 등에 업고!”


“아, 예...”


“어떤가, 나와 함께한다면 자네를 한국제일인, 아니 세계제일인으로 만들어주지. 이래도 거부할텐가?”


“네, 사양할게요.”


“뭐!? 이렇게 설명해줘도 거부한다고?”


이미 오늘 하루 받은 충격량이 한계치를 진작 넘었던 우진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네. 그리고 제가 지금 머리가 너무 아파서 이만 조퇴해도 될까요?”


거듭된 거부로 낙담하던 남궁천의 얼굴에 다시금 미소가 번졌다.


“그래! 그랬었군!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사고할 수 없어 내 제안을 거절했던 거야. 좋아, 오늘은 이만 들어가서 푹 쉬고 내일 다시 얘기해보자고.”


“...네.”


그렇게 우진은 혼자 신나서 실컷 떠들던 남궁천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교문을 나서며 학교 명패를 다시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으며.


천풍‘중’학교.


집에 돌아온 우진은 교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그대로 쇼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이 시대는.”


눈을 감고 차분히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해본다.


“같은 반 친구들은 초등학생이나 풀 문제들을 끙끙대며 풀고 있고, 입학 첫날부터 퇴학당하질 않나, 게다가 스터디리그는 또 무슨 말이고...”




“우진 군, 이제 슬슬 일어나봐요. 저녁 준비 다 됐어요.”


킁킁


쇼파에서 자고 있던 우진의 코에 맛있는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아, 오셨어요?”


김보현은 어느새 집에 도착해 저녁 식사를 차려놓았다.


“변호사님, 요리를 엄청 잘하시네요.”


“음? 아니에요, 데우기만한걸요. 우진군도 저 없을 때 배고프면 저기 있는 밀키트 그대로 데우기만 하면 완성됩니다.”


“이정도 수준의 음식이 데우기만 하면 된다니, 참 편리한 세상이네요.”


“아무래도 우진 군이 살던 때보단 많이 좋아졌으니까요. 오늘 학교는 어땠어요?”


김보현이 반찬을 집으며 물었다.


“아...”


반찬을 향하던 우진의 젓가락이 순간 멈칫한다.


혼란스런 기억들이 떠오르자 우진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보현은 눈치없이 싱글벙글하며 말한다.


“새로운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요? 아, 첫날부터 많이 사귀긴 좀 힘들었으려나.”


“저, 변호사님.”


사뭇 진지한 우진의 표정과 말투에 김보현은 상황을 파악한 듯 반응했다.


“헛, 음 그래요. 그 우진 군 나이면 교우관계에 예민할 나이죠. 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그래도 혹여나 학교 폭력에 관한거라면 주저 없이 말해주세요. 제 동기 변호사들에게...”


“그게 아니라, 대체 이 시대는 어떻게 된거죠?”


“네? 그게 무슨...?”


우진은 오늘 학교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엇? 음... 아 그렇군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우진 군에겐 당연한 일이 아니었겠네요.”


“저 혹시 제가 오늘 갔던 중학교가 뭔가 특별한 학교이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어떻게 보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죠.”


‘혹시 바보들만 가는 학교였던건가...! 그래서 쪽지 시험 난이도가...’


특별하다는 말에 우진이 납득하려던 찰나.


“오늘 우진 군이 다녀온 중학교는 서울시 내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히는 학교입니다.”


“네? 거짓말이죠? 그런 학교에서 본 쪽지 시험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던데.”


“아무래도 우진 군이 잠들었던 사이의 일에 대해 설명해줘야겠네요.”


김보현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우진 군이 콜드슬립에 든 이후, 세계는 큰 변혁의 시대를 맞이합니다. 그 첫 번째로 식량 문제가 해결됩니다.”


“좋은 일이네요.”


“네. 안전성을 입증한 유전자 변형 식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하게 되었고 실험실에서 만드는 배양육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고기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 저희 식탁만 해도 고기 반찬이 세 종류나 올라왔던 거군요.”


“맞아요. 두 번째로는 환경 문제의 해결입니다.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그동안 쌓여있던 환경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였죠. 물론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지만 예전처럼 환경 문제로 걱정하며 살 필요는 없어졌죠.”


“어쩐지 공기가 엄청 맑은 것 같더니.”


“그리고 세 번째는 저희 대한민국에 관한 내용인데, 우리 한반도는 2027년에 통일되었어요.”


“정말요?”


“네. 전쟁으로 인한 통일은 아니고 북한 정권의 몰락으로 인한 흡수 통일이라고 짧게 말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중요한 건 통일이 아니라 북한에 묻혀져 있던 자원이었습니다.”


“석유라도 나왔나요?”


“석유보다 더 한 게 발견되었죠. 북한쪽 광산에서 대량의 희토류가 확인되었어요. 본래 희토류는 중국에서 많이 나던 것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건 지금껏 없던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 엄청난 성능을 낸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고 그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게 됩니다.”


“오...”


“마침 통일된 직후였던터라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국가 산업으로 개발, 발전시켜 한국은 국가와 국민 모두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게 되었죠.”


“좋은 일이네요. 그런데 왜 사람들이 죄다 바보가...”


“문제는 여기서부터에요. 국고가 부유해지자 정치인들은 각종 복지 정책을 내세우며 선거 활동을 시작합니다. 물론 그렇게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해도 될 정도로 나라가 부유했으니 크게 상관없었지만요. 그러자 한국은 그동안 세계에 유례없던 복지 혜택을 받으며 살게 되고 인구 절벽에 시달렸던 과거와 달리 아기도 많이 낳게 되었습니다. 요즘 학교는 한 반에 40명 가량 될텐데 과거엔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제가 이전에 다녔던 학교는 한 반에 스무명 조금 넘었어요. 그마저 안되던 학교들도 많아 폐교되기도 했고. 그런데 오늘 가본 학교는 정말 바글바글하더라고요.”


“인구 절벽을 해결하기 위한 출산 정책으로 장려금을 엄청 뿌렸으니까요. 그 외에도 보조금들이 많아 그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과도한 경쟁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게 됩니다.”


“그럼 당연히 공부엔 무관심해졌겠네요.”


“그렇죠. 공부를 굳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국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인력 분야에서 고액 급여를 받으며 일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렇게 세월이 쌓여 사람들이 바보가 된 거군요.”


이제야 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었다.


“그런데 오늘 선생님과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반응이 유독 열정적이던데 그건 왜 그런거죠?”


“그 일 역시 정부 정책과 연결됩니다. 공부에 무관심한 사회가 된 한국은 우진 군 말대로 세월이 흘러 공부 지능이 점점 낮아지게 됩니다. 문제는 그로인해 고학력 및 고지능이 필요한 필수 산업 분야의 인재가 부족해진 것이죠.”


“그럴 것 같긴 해요. 오늘 애들 수준을 보니.”


“이게 어느정도 심각하냐면 과거 선배들이 개발하고 만들어 놓은 첨단 기술들을 사용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겁니다. 이른바 잃어버린 기술(Lost technology)가 아니라 잊어버린 기술(Forgotten technology)가 되버린거죠.”

“그 정도일 줄이야.”


“부끄러운 일이죠. 어쨌든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머리를 맞대로 회의를 시작합니다. 거기서 나온 방안이 바로 스터디리그 정책이에요.”


“그러고보니 담임쌤도 스터디리그를 언급하던데 정확히 그게 뭔가요?”


“그 왜, 우리가 스포츠나 각종 경쟁하는 대회, 시합등을 보면 열광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제가 살던 때엔 게임 대회가 저희 또래 애들한테 큰 관심사였고요.”


“맞아요, 정부는 사람들이 공부도 게임이나 스포츠처럼 대회를 만들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우승자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어 참여를 유도하려는 계획이죠.”


“설마 스터디리그가...”


“우진 군의 예상이 맞을 겁니다. 공부를 대회 형식처럼 만들어 인터넷으로 생중계하여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게 한 일종의 스포츠입니다.”


“말도 안 돼. 공부가 스포츠라니.”


“우진 군, 우진 군보다 먼 옛날 사람들은 컴퓨터 게임이 스포츠가 될 거라 예상했을까요?”


“그건 그렇지만...”


“더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홍보 효과로 인해 스터디리그는 점차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고 해외에서도 유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궁쌤이 세계제일인이 뭐니 했던 거군.’


보현과의 대화로 오늘 하루 쌓였던 의문들이 해소가 되는 우진이었다.


그러던 중 지금의 대화로 인해 새로이 떠오른 의문점을 질문해보았다.


“그 스터디리그란 것은 어떤 과목을 놓고 겨루는 건가요?”


“지금은 수학만 하고 있습니다. 과학쪽은 준비중에 있고요. 물론 인문학 분야도 문화 기여적 측면 등에 있어 중요하긴 하지만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주관적이기도 하고. 정부는 우선 낮아진 지능을 올리기 위해 복잡하지 않게 수학만 진행중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리그 우승하면 혜택이 어떻게 되나요? 원하는 대학 특례 입학이라도 해주나요?”


“우진 군도 참,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중딩이라니까요. 그 정도 혜택으로 학생들이 목숨 걸고 하겠어요?”


보현의 말에 살짝 뾰루퉁해진다.


“그럼 뭐 소원이라도 들어주나요?”


“맞아요, 소원을 들어줍니다.”


“네?”


“물론 정부가 감당 가능한 내에서만요.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국력은 세계 1위이며 세계 각 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정도 권력과 재력이면 죽은 사람 살리는 것 말고는 앵간하면 다 들어주죠.”


“그 혹시 지금까지 우승자들이 말한 소원이 어떤 게 있나요?”


“해마다 리그 우승자들의 소원은 항상 화두가 되곤 하죠. 기억에 남는 소원으로는 중복 혼인을 허락해달라고 했던 여학생이 있네요.”


“중복 혼인요?”


“법률상 일부일처제인 우리나라에서 자신은 수 많은 남자와 동시에 결혼 생활을 하고 싶어 그러한 소원을 빌었다고 했어요. 그러자 정부에선 그 여학생에 한해 중복 혼인을 허가했죠.”


“와... 또 다른 건요?”


“사실 우승자들의 소원이 알려진 바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특혜를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자들은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온갖 추측과 카더라 소식이 많은데 어떤 우승자는 정부에 살인허가증을 달라고 했다더군요? 물론 헛소문이겠지만요.”


“결국 그런 별의별 소문에 힘입어 사람들이 자신의 망상을 실현하기 위해 리그에 뛰어드는 거군요.”


“정답입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론 학생들이 다시 공부에 뛰어들게 되고 지능이 상승하고 있으니 좋은 정책이라 생각해요.”


얘기를 듣던 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변호사님은 공부 잘하셨나요?”


“물론이죠. 이래 봬도 미국에서 공부했고 변호사입니다. 그것도 삼홍 로펌의!”


“변호사님, 칠 팔에?”


갑작스런 구구단 질문에 보현은 당황하더니 8초 뒤 답한다.


“......56! 우진 군 제가 설마 그것도 모를까봐요? 하하하...”


‘진짜 이 시대는 심각하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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