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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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타이거
작품등록일 :
2024.08.05 13:37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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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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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는 유학파

DUMMY

나는 유학파


그렇게 불편한 동거는 몇주간 지속되었지만 개혁은 순조로웠다.


서원은 혁파되었고 부패를 근절 되어갔고 조선의 국고는 채워졌으며 군대는 질은 천천히 높여가고 있다. 순조로웠다


그래서 문제였다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


“...너무 ‘나 역모할 거예요’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 아냐?”


솔직히 너무 티가 난다.


물론 내가 내 사병을 동원한 숙청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지만 지방의 반발이 너무 적다.


진짜 올곧은 사대부들이 나에 대한 상소를 올리긴 했지만 그래봤자 상소다. 지금은 내가 국왕을 핍박해 권력을 쥐고 있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아바마마께 쿠데타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말이다.


“영남 지방과 철 수요가 늘었다고 합니다”


“뻔하지 무기 만들고 있겠지”


솔직히 반란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대비하고 있었다. 결국 개혁을 하면 기존 기득권층을 갈아 엎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들은 반항을 할 것이다.


물론 천천히 개혁해 나가면 해결할 수도 있다.


토지개혁으로 자영농들을 양성하고 기존의 거대 지주들을 자본주의 기업가들로 천천히 바꿔 나가면 불만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없다.


원 역사대로 흘러갔어도 시간은 촉박한데 지금 이 세계에서의 유럽은 스팀펑크라는 미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대군 자가, 여기 신문이옵니다”


조선에는 당연히 아직 신문은 없다. 내가 받아 보는 신문은 포르투칼령 마카오에서 찍어내는 신문을 가져온 것이다.


“보자...”


[대영제국의 전쟁기계 파괴되다!]

[대영제국의 자랑하는 전쟁기계 ‘골리앗’이 청군의 집중 포화에 결국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영국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기계가 야만스러운 중국인들에게 무너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어?”


전쟁기계를 부쉈다고? 어떻게?


“이 내용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영국 의회에서 급하게 추가 파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허, 참”


청나라가 그 전쟁기계를 부수다니, 천운이 따른 건가?


[대영제국, 파병군 철군 여론 득세!]


“...잠깐만 이거 의외로 상황이 심각한데?”


청나라는 영국에게 처참히 발려야 한다.


오랑캐라고 얕잡아 보는 시선이 있어도 청나라는 중화제국이다. 아시아 아니 세계의 질서인 중화제국이다. 그런 중화제국이 서양 오랑캐의 나라에게 처참히 지는 것을 사람들이 보아야 개혁과 개항에 대한 의지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청나라가 영국과 비등비등하게 싸운다?


‘전하! 보십시오! 청나라 오랑캐들 또한 저 서양인들과 싸워 승전하는데 명나라를 이어 중화를 지켜온 우리 조선이라고 못할 것이 어디 있사옵니까!!’


‘지금 당장 전국에 척화비를 세워 서양과의 접촉을 막아 소중화를 지키셔야 하옵니다!!’


‘뭐 개항? 그런 건 없다 대군아’


“...”


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저기 자가, 그런데 이건 저희 탓도 조금 있지 않습니까?”


“뭐?”


“여기 서신입니다”


[상단주가 판매한 무기가 양이들의 철거인(鐵巨人)을 무너뜨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소 이에 추가로 무기를 구매하려 하니...]


관리가 건넨 서신은 한자로 적힌 청나라의 서신이었다.


나는 무역 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규모가 크다. 그것도 꽤, 그리고 당연히 그 무역회사의 활동반경은 아시아이고 특히 청나라이다. 나는 청나라에 아편을 팔며 동시에 사치품과 군수품을 판다.


장군들과 고위관료들에게 로비를 통한 군수품 판매는 쉬웠고 심지어 같은 황인이 운영하는 상단이라 1차 아편전쟁 이후 서양에 대한 반감이 강했기에 입찰 받는 것은 더욱 쉬워졌다.


“저희가 너무 좋은 무기를 넘긴 거 같습니다”


“...우리가 안 쓰는 불량품을 판 건데?”


“그것도 청군 입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한거죠”


“젠장”


지금이라도 군수품을 그만 팔아야 하나?


“...!!”


(쾅!)


“아니지!”


갑자기 책상을 박차며 일어서는 이산 때문에 회의실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보았다


“...무기 더 판다고 해”


“예?”


“지금 재고 쌓아 놓은 거 있지? 그것도 싹 팔아”


“괜찮습니까?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계획 ‘을’이다”


“...??”


“그게 뭡니까?”


“있어 1분 전에 생각 난 거”


그렇게 이산이 주위 사람들에게 일상의 긴장감을 주던 사이 회의실에 한 관리가 급하게 들어왔다


“대군 자가, 예부로 급히 가보셔야 될 거 같습니다”


.

.

.

.


“...청나라 사신이요?”


“예, 대군 자가, 청나라에서 사신이 온답니다”


“......하, 뻔하지. 지들 자랑하러 온 거겠지”


청나라가 영국을 상대로 천운이 따라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런걸 자랑하지 않으면 중국이 중국이 아니거든


“자가, 대제학 대감께서 드셨습니다”


“...나 없다고 해”


“이미 문 앞에 계십니다”


“낮잠자고 있다고 해”


“대군 자가! 들겠습니다!”


그렇게 나의 변명이 밖으로 전달되기도 전에 조선의 대제학, 선암 대감이 안으로 들어왔다


“......”


“뵙기 어려운 것을 보아 업무가 많은 듯 싶습니다”


“예...뭐”


“대군께서는 그러실 필요가 없는 데 말입니다”


“...하하”


대제학 선암 대감, 내가 이 조정에서 가장 꺼려하는 인물들 중 한 명이다.


“딱히 돌려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물어보겠습니다. 대군께서는 국본을 탐하십니까?”


“...”


국본, 세자가 되고 싶냐


내가 얼마 전 수십 명을 죽이고 수백 명을 죽이게 만든 사람인 것을 알면서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어찌 보면 대단한 사람이다.


“어째서 안 됩니까”


“뭐요?”


“그 자리는 제것이었습니다”


이산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제학 가까이로 걸어갔다


“빼앗긴 것을 되찾겠다는 데 문제가 되겠습니까?”


“엄연히 세자께서 계십니다!”

(쾅!)


“전하의 적장자는 접니다!!”


“그렇다고 세자 저하는 아니시지요!!”


내가 언성을 높이자 대제학 또한 소리를 높였다


“...내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모르시오?”


나는 내 흉배에 달여 있는 리볼버를 보여주며 말했다


“저 같은 늙은이는 저기 있는 벼루면 충분합니다”


“하! 용기 하나는 대단하오”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허리춤에 있는 리볼버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대제학, 그는 조선의 왕을 견제하는 삼사(三司)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관리들의 감사와 탄핵들을 담당하는 사헌부는 그 권한이 막중하였으나 이미 세도정치가 들어선 시점에서는 그들의 나팔수가 되었다. 이에 상당수 숙청되거나 파직되었다


국왕에게 상소를 올리며 조선의 언론과 같은 위치인 사간원의 경우 국왕의 심기를 어지럽혀 한 번 폐지되었던 적이 있으며 다시 설치된 사간원은 세도정치로 인해 있으나 마나한 기관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적 및 문서의 관리와 국왕에게 각종 자문을 하는 홍문관의 경우 위에 타락한 두 기관들과 달리 그나마 제 기능을 다하는 기관이었다


이는 홍문관의 실질적인 수장 대제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제학은 정2품의 직급으로 홍문관의 수장은 정1품인 영사가 있으며 이는 영의정이 겸직했으니 사실상 대제학이 수장이다.


대제학의 경우 뛰어난 학식이 검증된 자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로 조선에서 거의 유일하게 낙하산이나 청탁으로 오를 수 없는 자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수장이었기에 홍문관은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허나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과 같은 유교 사상을 거스르는 정책을 펼치는 불법적인 정권에게 있어 가장 껄끄러운 존재인 거다.


“그런데 그런 용기를 어째 지금에서야 발휘하는 것이오?”


확실히 홍문관과 대제학은 타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세도정치에 맞선 것은 아니다. 묵인한 셈인 거다.


“힘이 없으니깐요”


“그럼 지금은 힘이 있나?”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금의 정권에 정통성이 없다고요”


“?”


“전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권의 우두머리로 대군 자가께서 계시니”


“...”


“예, 맞습니다. 국본의 자리는 본디 대군 자가의 것입니다. 저 또한 과거 그것을 전하께 아뢰었고요”


“...”


정말? 이거 고맙네


“저들 원산 김씨가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이 나라에는 정당한 군주께서 계십니다. 저들은 결국 저물 것이고 결국 군주께서, 왕실이 정당한 권력을 되찾을 겁니다”


정권 수복은 시간 싸움이었다? 이거 흥미로운 생각을 가지셨던 분이군


“하지만 대군 자가께서는 정통성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없다고 하지만 그건 저 원산 김씨가 빼앗은 것 아닙니까”


나는 국왕의 적장자이다.


이건 내가 미친 척하고 사람들을 죽이거나 반역을 꾀하다가 양자역학의 실험체로 사용되지 않는 한 다음 왕이 될 사람은 내가 될 것이라는 걸 무조건 확정시켜 주는 것이다.


현 왕실은 4대째 적장자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만약 내가 세자가 되었고 이후 왕이 되었다면 정통성 하나로 엄청난 권력을 쥐게 될 것이다.


“그래, 정통성은 나에게 있소. 그런데 어찌하여 그것을 제가 가지겠다는 데 반대하십니까”


“대군께서는 조선의 유교와 소중화 정신을 거스르기 때문이지요”


“...”


“저 서양 오랑캐들에게 문호를 연다면 서학이 조선에 돌아와 충효를 어지럽힐 것이며 또한 조선의 부를 빼앗을 것인데 대군께서는 개항하려 하십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개항을 하려는 것이지 않습니다. 개혁으로 힘을 쌓아 저들이 빼앗기 전에 동등하게 나서려는 것이지요”


“조선은 명나라를 이은 소중화입니다! 어찌 조선의 문을 열어 그 정신을 더럽히려 하십니까!”


(탕!)


대제학의 말이 끝나는 순간 이산은 리볼버를 들어 바닥을 향해 총을 쏘았다


“...”


총성이 들렸음에도 대제학의 표정은 어느 하나 흔들림이 없었다


(탕! 탕! 탕! 탕!)


이산은 계속해서 리볼버를 쏘았고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다


“...”


“보이십니까? 이건 리볼버라는 무기인데 미리견이란 국가에서 만든 무기입니다. 장전 필요 없이 6번이나 쏠 수 있지요”


“...그 어떤 강력한 무기도 강한 정신을 이기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 강한 정신이 두 번의 전란에서도 조선을 지켰습니까?”


“예, 두 전란 모두 이기지 않았습니까”


“임진년의 왜란은 한 장수의 뛰어난 능력과 조선 백성들의 애국심으로 이긴 것이요 병자년의 호란은 이긴 것이 아니라 진 것입니다!”


“호란도 저들에게 신체는 굴복하였으나 정신을 굴복하지 않았으니 조선의 승리입니다”


“...그건 또 뭡니까? 어찌되었든 조선을 지킨 것은 조선의 정신도 소중화도 성리학도 아닙니다! 그저 조선 백성들의 능력이지요!”


“그렇다면 이번도 백성들의 능력으로 이겨내면 될 것 아닙니까”


“예, 백성들의 능력을 뛰어나죠. 하지만 이번만큼은 백성들의 능력만으로는 이길 수 없습니다. 서양의 힘은 더욱 강해졌고 조선은 약해졌고요”


“어찌 그리 단정지으십니까! 대군 자가께서 어찌 아신다고-”


“제가 보았으니깐요!”


“...”


“제가 어릴 때 어딜 갔다고 들으셨습니까”


“청으로 유학을 가셨다고”


“사실 청이 아니었습니다”


“예?”


“청이 아니라 구라파로 유학을 갔습니다”


이제 슬슬 터트릴 때가 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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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청나라 사신 24.08.06 709 11 12쪽
» 나는 유학파 24.08.06 733 13 11쪽
5 붕당 24.08.05 830 10 11쪽
4 새로운 권신(2) 24.08.05 910 19 12쪽
3 새로운 권신(1) 24.08.05 1,070 21 16쪽
2 은자의 나라 조선 +2 24.08.05 1,382 25 11쪽
1 프롤로그 +3 24.08.05 1,506 26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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