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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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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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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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살다 보면 때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기 힘든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고는 한다.

지금 투란이 바로 그랬다.


당신의 원수들과 같은 혈통을 타고나서 죄송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할까?

그로서는 생전 본 적도 없는 친척들이 행한 일인데도?


그렇다고 나는 모르는 일이요, 하고 넘기는 것 또한 지나치게 뻔뻔한 일처럼 느껴졌다.

애초에 그가 타고난 강대한 마법의 힘 자체가 바로 그 핏줄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상의 유산 중 좋은 것은 물려받겠지만 나쁜 것은 내 알 바 아니라고 우기는 셈 아닌가······.


끔찍하리만치 긴 침묵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케오른이 투란의 어깨를 팡 두드렸다.


“그렇게 죽을 듯한 표정 짓지 말게! 자네가 그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것도 아니지 않나?”


투란으로서는 죽을 듯한 표정은 당신이 짓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이를 입 밖에 꺼내기는 어려웠기에 그냥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어른들의 사정에 자네와 같은 젊은이들이 말려드는 것이야말로 무의미한 일일세. 피로 피를 씻으려다 보면 싸움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지. 고통받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몫일 테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케오른의 얼굴에 어린 씁쓸한 기색은 채 가시지 않았다.

투란은 그런 그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후회하십니까?”

“무엇을?”

“제게 언덕 아래로 내려가라고 하신 것을요.”


만약 투란이 권력을 추구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자하르 가문에 합류하게 될 터였다.

결국 귀족 가문은 같은 혈통 능력을 가진 이들만이 핵심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이는 케오른이 섬기던 아라비온 가문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될 가능성이 컸다.

전쟁까지 치렀을 정도로 적대적인 진영에 강력한 마법사 한 명이 갑자기 합류하는 것이니 당연한 일.

그런 투란의 지적에 케오른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자네의 인품을 믿네. 모르는 손님을 훌륭히 대접하고 숨겨 왔던 정체를 밝혀가면서까지 나를 도와주려고 한 선량함을. 오히려 자하르 가문에 자네 같은 이가 합류한다면, 그리고 가문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오른다면 그런 끔찍한 전쟁이 또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투란은 케오른이 자신을 지나치게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케오른을 극진히 대접한 것은 어머니에게 그러라고 배웠기 때문에, 또한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가 고팠기 때문일 뿐이었다.

위기에 처한 케오른을 도운 것은 그저 즐겁게 대화를 나눈 사람이 죽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고.

만약 케오른이 퉁명스럽게 투란을 대했다면 그가 죽건 말건 개의치 않았을 터.

투란이 생각에 잠긴 채 묵묵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자 케오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네. 어차피 자하르 가문에 합류하겠다고 정한 것도 아니잖나.”

“그건 그렇지요.”


사실 지금은 케오른이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마수를 사냥하는 쪽이 더 끌렸다.

어딘가에 얽매이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 그쪽이 더 넓은 세상을 둘러볼 수 있을 테니까.

거기다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하르 가문에 대한 막연한 악감정이 생기기도 했다.


“어차피 어르신의 부상이 다 나을 때까지는 여기 머물 생각이니까요. 천천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상이라고 하니 너무 거창하게 들리는구만. 고작해야 좀 긁히기만 한 건데 말이야!”


케오른이 껄껄 웃었다.


* * *


케오른이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투란은 그에게서 본격적으로 마법 지식을 배우기로 했다.

가진 힘을 제멋대로 휘두르기만 했을 뿐 무엇 하나 배운 적 없는 그이기에 알아야 할 것이 많고도 많았다.


“마법의 힘, 마력은 흔히 전능의 열쇠라고 하네.”

“전능의 열쇠······.”

“하지만 정말 이름처럼 전능한 힘은 아닐세. 정확히는 그러한 일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마력을 대가로 요구하지. 이는 자네도 경험해 봤을 걸세.”

“일에 걸맞은 마력이라는 게 기준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것이야말로 마법을 쓰며 늘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투란의 질문에 케오른은 가볍게 헛기침하더니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마법의 난이도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정해진다네. 첫 번째는 혈통, 두 번째는 개성, 세 번째는 인과.”


혈통, 개성, 인과.

투란은 가만히 앉은 채 세 개의 단어를 머리에 새겨넣었다.


“첫째인 혈통은 간단히 말해 타고난 혈통 능력의 영향을 받는 걸세. 따라서 기사에게는 해당하지 않지. 예를 들자면······지금 내 상처를 자네가 치료하기는 힘들지 않나?”

“그렇죠.”

“대륙 남서쪽에 사는 라비타스 혈통, 치유사 혈통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따로 훈련하지 않아도 상처를 치유하는 마법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네. 강한 힘을 타고난 이라면 잘린 팔다리를 붙이고 온갖 병을 고칠 수도 있지. 그에 비해 다른 혈통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능력을 얻는 게 불가능에 가깝고. 이런 경우일세.”


그 말을 들은 순간 투란이 떠올린 것은 어머니였다.

만약 그가 그 혈통의 힘을 타고났다면 어머니가 병으로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무의미한 생각임을 알기에, 투란은 가볍게 입술을 짓씹으며 미련을 접었다.


“그러면 두 번째인 개성은 무슨 의미입니까?”

“다르게는 숙련이라고도 하는데, 마법사 본인이 선호하거나 익숙한 일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다는 개념일세. 평상시 검을 자주 휘두르던 마법사는 무형의 검을 만들거나 존재하는 검을 강화하기가 더 쉽고,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마법사는 마법으로 물속에서 움직이기가 더 쉬워지는 식일세.”

“제가 불꽃을 돌팔매질하듯 던진 것도 그에 해당합니까?”

“똑똑하군. 정답일세. 아마 평범하게 불꽃을 쏘아 보냈다면 그 정도 속도와 화력이 나오지 않았을 테지.”


이미 한 번 경험해 보았기에 투란은 그의 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현명한 학생을 보듯 흐뭇이 웃던 케오른이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마지막 세 번째인 인과가 가장 중요한데, 이게 꽤 복잡하다네. 사실 나조차도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어. 말하자면 ‘자연스러운’ 일이 더 쉽게 일어난다는 개념인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되는 듯, 손으로 턱을 한참 쓰다듬던 케오른이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가 마력을 써서 나를 죽이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머리에서 빛이 나고 끝나지 않을까요.”


투란이 떠올린 것은 최근 마수를 대상으로 마법을 쓰려 했을 때의 현상이었다.


“그렇지. 그게 바로 인과의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일세. 원하는 일에 적절한 원인이 없을 때, 그리고 이뤄야 하는 일이 지나치게 고난도일 때. 이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해당하기 때문이야.”

“원인이라는 건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설명할 수 있겠나?”

“네. 예를 들어 제가 어르신을 죽이려고 한다면 그냥 막연히 마력을 소모해 죽음을 원하는 게 아니라 불덩이를 만든 뒤 쏘는 식으로 죽음의 원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불을 바로 붙이는 것보다 만들어서 쏘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일로 여겨지는 거고요.”


이는 아까 전 죽은 마수-사령과 싸울 당시의 경험을 통해 짐작한 것이었다.

투란의 말에 케오른이 감탄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정확하네! 자네는 마법사가 아니라 학자를 해도 됐겠어. 아주 이해가 빠르군. 그 말대로 제대로 된 원인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력의 소모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지.”

“그런데 평범한 늑대나 양은 마음대로 죽이고 조종할 수 있던데, 마수만 유독 그런 게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까?”


평상시에 다른 동물에게 마법을 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투란은 위험한 동물을 상대할 때 그냥 간단히 마법을 걸어버리곤 했다.

마법에 저항하는 현상은 이번에 마수를 상대하며 처음 겪게 된 것이었다.


“마력을 가진 생물은 가진 마력의 양만큼 마법에 저항하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네. 하지만 이미 완성된 마법을 움직여 접촉할 경우 그런 저항력을 상당량 상쇄할 수 있지. 물론 격차가 심하면 그러고도 마법이 안 통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케오른이 쏜 마법이 거의 먹히지 않은 데 비해 투란의 불꽃이 곧바로 사령을 태워버린 것 역시 이런 원리라고 했다.

즉, 마법사에게도 마법을 바로 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는 뜻.


그렇게 한참 설명을 듣다 보니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에 투란은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주물렀다.


“정말로 쉽지 않네요, 마법이란 건.”

“훌륭한 마법사는 마력만 강하다고 되는 게 아니지. 마법의 원리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아는 것은 물론, 주변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네.”


투란은 눈을 감고 조금 전 케오른에게 배운 내용을 몇 차례 복습했다.

그러다 보니 미처 듣지 못한 게 하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하르 혈통도 특별한 마법이 있습니까?”


케오른이 지적한 자하르의 선천적 특징은 과민하리만치 뛰어난 후각과 야간 시야, 투사체를 쉽게 쏘아 맞히는 재능 정도였는데 이것 중 마법 능력과 관련된 것은 없었다.

투란의 질문에 케오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있네. 자하르의 마법사는 은신과 추적에 능하지. 혹시 그런 종류의 마법을 써본 적 있나?”

“추적은 몇 번 해본 적 있습니다. 은신은 없고요.”


무언가를 찾는 마법은 어머니가 안전하게 있는지를 보기 위해, 혹은 언덕 주변을 배회하는 늑대를 잡아 죽이기 위해 몇 번 써본 적 있었다.

이번에 위기에 처한 케오른을 제때 발견하고 구한 것도 그 마법의 도움이었고.

그에 비해 몸을 숨기는 마법 같은 건 써본 적 없었는데, 당연하게도 투란이 이 언덕에서 누군가를 피해야 할 일 따위는 없기 때문이었다.


“한번 해보게. 투명 마법 정도는 적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꽤 있네만, 완전히 인지에서 벗어나는 최고 수준의 은신은 자하르 혈통에만 허락된 능력이지.”


투란은 곧장 정신을 집중하며 생각했다.

다른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소리도,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곧바로 체내의 마력이 빠르게 소모되기 시작했다.

손과 몸을 내려다보았으나 변한 것은 없었다.


“혹시 된 겁니까?”


케오른은 투란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그가 있는 방향을 다소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성공했군. 자네가 안 보이네. 아직 그곳에 있나?”


투란은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 안을 한 바퀴 돌았으나, 케오른은 여전히 투란이 원래 앉아 있던 곳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을 쿵 밟거나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도 전혀 듣지 못하는 듯했다.


그것까지 확인한 뒤 소모되는 마력을 차단하자 케오른이 눈을 부릅뜨며 투란을 노려보았다.

잠시 후, 그가 긴장이 풀린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보는 거지만 여전히 두려운 능력이군······전쟁 당시 아라비온의 기사들은 밤이 오지 않기를 바랬지. 하룻밤이 지나고 나면 막사에 잠들어 있던 이들이 모조리 목이 달아나기 일쑤였으니까.”

“이건······너무 불합리한 능력인 것 같은데요.”


조금 전 가지고 싶어 했던 치유 능력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아예 인지할 수조차 없는 상대와 무슨 수로 싸운단 말인가?

투란의 말에 케오른이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아예 무적의 능력까지는 아니네. 최상위 마법기(魔法器) 중에는 자하르의 은신 능력조차 발견해 내는 물건이 몇 개 있고, 주변을 환하게 밝혀서 마력 소모를 증가시키거나 주변을 무차별 폭격하는 방법도 있으니까. 물론 그걸 고려해도 강력한 능력이기에 자하르가 대가문이 된 것이지만.”


그나마 유일한 단점이라면 마력 소모가 심하다는 것 정도였는데, 이는 마수를 충분히 사냥해 마력량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거기다 은신에 익숙해질수록 마력 소모량이 줄어들기도 할 것이고.


“어쨌든 이론은 이 정도면 됐네. 이제부터는 간단한 훈련 방법 몇 가지를 알려주지······.”


* * *


케오른의 상처가 모두 낫는 사흘간, 투란은 마법 외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

전체적인 세계의 형상이라거나-케오른도 잘 모르는 영역이 많았기에 그리 정확하지는 않았다-강력한 마법사 가문의 이름과 그들이 자리한 위치, 여행 중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 등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떠나기로 한 날 아침.

투란은 보존성이 좋은 음식과 옷 몇 벌, 간단한 요리도구와 어머니의 유품 정도를 가죽 배낭에 챙겨 집에서 나왔다.

미리 나와서 햇빛을 받고 있던 케오른이 그를 보며 말했다.


“영 심란한 얼굴이구만.”

“아무래도 평생 살아온 곳을 떠나는 거니까요.”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게나. 떠돌다가 정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면 될 텐데.”


케오른의 말에 투란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아래 세상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이 지긋지긋한 곳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터였다.

차라리 다른 은둔지를 찾으면 모를까.


함께 언덕을 내려온 뒤, 투란은 가장 먼저 마을의 촌장에게 찾아가 언덕 위 축사에 남은 양 떼를 모두 팔겠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촌장이 깜짝 놀라 외쳤다.


“양을 팔고 이곳을 떠나겠다고? 그러면 양치기 일은 앞으로 누가 하나?”

“그건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지. 아무튼, 적당한 가격으로 사 줬으면 좋겠는데. 안 그러면 그냥 돌아가서 다 풀어놓고 가버릴 생각이거든. 다시 잡아넣는 건 자유지만 아마 고생 좀 해야 할걸.”


참으로 다행히도 촌장은 투란과 기싸움을 하는 대신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가격을 쳐 주었다.

아마 그동안 투란이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 왔던 일관성 덕분일 터였다.

그는 누구의 팔을 부러트린다고 말하면 정말로 부러트리고 머리를 깬다고 하면 정말로 깨 버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마을을 나오며 은화가 든 돈주머니를 몇 번 찰랑이던 투란이 케오른에게 말했다.


“그 와중에 마을 놈들, 어르신이 받아야 할 보수는 떼먹었네요. 받아올까요?”

“어차피 받을 생각도 없었네. 그 마수가 사령이 되어 버린 바람에 가져올 만한 증거도 없잖나. 게다가 따지고 보면 그걸 잡은 건 자네기도 하고.”


케오른은 촌장이 약속했던 보수를 떼먹었음에도 허허 웃기만 했다.

하기야 그의 품에는 가문에서 받은 퇴직금이 한가득 남았으니 돈이 궁하지는 않을 터였다.

애초에 일종의 자원봉사 개념으로 마수 사냥을 하러 온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마을을 떠나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가자 두 갈래로 갈라진 길이 나왔다.

투란이 다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헤어져야 하는군요.”

“그렇지. 자네는 남쪽으로 가기로 했으니 오른쪽 길로 가면 되겠어.”


투란은 케오른과 함께 다니고 싶었으나, 케오른 쪽에서 투란과의 동행을 거부했다.

홀로 다니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이유였다.

투란은 내심 섭섭함을 느꼈으나 이를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럼 잘 지내게, 투란. 부디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감사했습니다, 어르신. 많이 배웠습니다.”


인사를 나눈 뒤, 케오른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왼쪽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이를 바라보던 투란은 그제야 자신이 저 늙은 기사에게 존댓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머니에게 받은 애정이 부족한 적은 없었지만, 투란은 내심 아버지의 존재를 갈망하고 있었다.

자상하고 온화하며, 앞으로 그가 어떤 남자로 자라야 할지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는······.


케오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북쪽을 바라본 뒤, 투란은 천천히 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지의 세상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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