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오르는 천재 N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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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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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NPC

DUMMY

0.


탑 속의 세상.

영원히 반복되는 세계.


몇 번이고 똑같은 행동만을 반복하는 이들을 NPC라고 불렀다.


서하루는 바로 그 NPC였다.

세계가 부여한 역할만을, 동일한 행동만을 영원히 반복하는 꼭두각시.


[5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등반자의 자격을 획득합니다.]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고, 탑의 NPC에서 등반자로 각성하기 전의 이야기지만.


***


-삐삐 삐삐


타이머가 울린다. 감았던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서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7월 15일, 6시 50분.


일어난 서하루는 토스터에 식빵을 집어넣으며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오늘의 날씨, 세계정세, 주가, 사건·사고 등의 뉴스 소리가 들려왔다.


‘별다른 일은 없었네.’


간단히 샤워를 마친 서하루는 잘 구워진 식빵을 입에 쑤셔 넣었다. 

TV를 끄기 직전, 아나운서의 한마디가 귀에 박혔다.


-오늘부터 약 3일간 연구 구역이 폐쇄될 예정이니 주민 여러분들은 이동 시 주의를···.


‘분명, 연구 구역이라면···.’


연구 구역.

서하루가 일하는 공장이 위치한, ‘노동 구역’의 바로 옆. 가까웠음에도 가본 적은 없었지만.


서하루는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TV를 껐다.

자신과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였으니까.


슬슬 출근할 시간에 가까워졌으니, 서하루는 바깥으로 나섰다.


서하루는 단 한 번도 자신만의 루틴을 어긴 적이 없었다.


2


늦은 오후, 노동 구역에서 가장 거대한 공장.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끝마친 서하루는 잠시 의자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하루씨, 아무리 퇴근 시간이 가깝다고 해도 일터에서 잠을 자면 어떡합니까?”


공장의 작업반장, 백인호였다.


아차.

서하루는 꾸벅거리던 고개를 들었다.

잠시 졸았던 모양이다.


“일을 빨리 끝내서 쉬는 건 좋은데. 자는 건 좀 아니지. 아니 여기가 모텔이야 뭐야?”


서하루는 백인호의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거슬렸다.


평소에도 백인호가 처리할 물량을 은근슬쩍 떠넘기는 건 그렇다 쳐도, 말하는 투가 참, 사람 열받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서하루가 일하는 공장에서 작업반장인 백인호의 말을 거역하기는 어려웠으니까.


서하루는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주의하겠습니다.”


서하루의 대답을 들은 백인호는 그쯤 빈정거리고, 새로이 서하루에게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하는 행동을 보아하니 서하루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는 눈치다.


“아 그래 마음씨 넓은 내가 이해하지. 그러니 하루 씨, 충분히 쉬었으니 부탁 하나 괜찮지? 내가 평소에도 하루씨 참 좋게 봐주는데 말이야. 오늘 퍼질러 잔 것도 모른 척해줄 테니까.”


‘아, 귀찮겠네.’


서하루는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할당량을 끝마치고 잠시 조는 것 정도야, 서하루가 일하는 공장의 다른 직원들도 종종 있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서하루가 백인호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백인호는 제아무리 작고 사소한 약점이라고 해도 약점을 잡은 사람을 괴롭히는 치졸한 부류의 인간이었으니까.


다행히 그동안은 서하루가 백인호의 눈 밖에 날 일은 없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서하루는 일 처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으니까.


실제로 공장의 다른 작업자들이 네 시간을 쏟아부을 만한 일을 서하루는 한 시간 정도면 끝내는 편이었다. 그보다 덜 걸릴 때도 많았고.


거기에 더해, 괜한 갈등을 피하는 서하루의 성격 때문인지 윗사람이 시키는 일은 어지간하면 다 수행했다. 다소 부당한 일에 가깝다고 해도.


시키는 일이 뭐가 되었든 간에, 서하루에게는 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위에서는 그런 서하루를 두고 호구라느니 사측의 앞잡이라느니 하는 질투심 섞인 비방도 들려왔지만, 그 정도 사소한 평판 하락 따위는 서하루가 신경 쓸 만한 일은 아니었다.


“네. 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서하루는 귀찮다는 표정이 드러나지 않게 애쓰며 대답했다.


“그래? 으흐흐 좋네. 아주 좋아. 역시 공장에 우리 하루씨 만한 사람이 없다니까?”


서하루의 대답을 들은 백인호가 씨익 웃으며 어디선가 주섬주섬 작은 가방 하나를 가져왔다.


“대단한 부탁은 아니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좀 가져다주기만 해. 그러면 일도 끝냈으니 일찍 퇴근하도록. 내가 위쪽에는 잘 말해 둘 테니까.” 


마치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나 하나 사 오라는 듯한 가벼운 말투였다.


“다시 말하는데 내가 또 하루 씨 만큼 부탁할 사람이 없어. 딴 놈들이 하루 씨 절반만 해줬으면 얼마나 좋아.”


괜한 입에 발린 소리를 더 듣고 싶지는 않다는 듯, 서하루가 적당히 말을 받았다.


“아 네. 그래서 이걸 어디의 누구에게 가져가면 됩니까?”


“어디? 아, 바로 옆이니 그렇게 멀지도 않아. 연구 구역. 혹시나 열어볼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물건이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이 아닌 하루 씨에게 부탁하는 거고. 알지?”


“네. 뭐. 알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가면 되겠습니까?”


평소보다도 일찍 퇴근시켜 준다고 하니, 서하루에게도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


서하루는 백인호에게 건네받은 작은 가방을 허리춤에 맨 채로, 연구 구역으로 이동했다.


‘분명 오늘부터 연구구역을 폐쇄한다는 말을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서하루가 찾아간 연구 구역에서는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행히 폐쇄한다는 것 치고는 지나다니는 길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서하루가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심부름을 시킨 거겠지.


그나저나, 도대체 사람이 어딨다는 건지 모르겠네.


‘여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는데.’


누구에게 전해줘야 할지는 직접 가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하며, 백인호는 심부름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서하루는 연구 구역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렇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서하루의 앞, 저 멀리서부터 어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여러분, 아무리 튜토리얼이라 해도 5층이니만큼 파티장인 제 말 좀 잘 들어주셔야···.”


“네네. 그런데 여기는 괜찮은 식당 어디 없나? 있으면 밥부터 먹고 가자고.”


넷.

네 명의 사람들이 저 멀리서 서하루의 방향으로 걸어온다.


그들의 모습을 쳐다본 서하루의 감상은 다음과 같았다.


‘판타지 영화라도 찍나?’


그야, 그들이 입은 차림새가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옆구리에는 검을 차고 있는 회색 머리의 남자.


펑퍼짐한 로브에 마녀 모자를 쓴 여자.


커다란 배낭을 맨 가벼운 옷차림의 금발의 여성.


마지막으로는 방패를 등 뒤에 맨, 전신 갑옷을 입은 거대한 체구의 남자까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길래, 저런 차림새를 하고 연구 구역 전체를 폐쇄하면서까지 찍을까.


그래도 다행이었다.


‘영화 소품이라도 전달해 달라는 내용이었겠지 뭐.’


드디어 백인호가 시킨 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심부름에서 해방이다.


공장에서 자주 자리를 비우고 사라지는 백인호가 사소한 부업을 하는 것 정도야 이미 눈치채고 있었으나, 설마 영화 촬영 관련일 줄이야.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였다.


서하루는 그리 생각하며, 멀리 보이는 네 사람을 향해 곧바로 걸었다.


그렇게 가방을 전달하기 위해 저 멀리 보이는 남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서하루였으나.


순간, 네 사람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하루를 경계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어? 5층에 원래 이런 NPC도 있었나요?”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던 것 같은데.”

“시작부터 이런 변수는 달갑지 않은데.”

“···제거할까요?”


뭐야.


‘음, 아직 촬영 도중인가?’


자신을 앞에 두고 이상한 말을 떠드는 네 사람을 보고, 서하루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작업반장, 백인호가 자신에게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일까지 시킨 걸까 하고서.


그러던 중, 로브를 입은 여성이 순간 서하루를 보고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허리춤의 가방을 향해.


“잠깐만요?! 저 앞의 NPC···허리춤에서 흘러나오는 마력 파장이 심상치가 않아요! 서, 설마 계층의 코어?!”


마력 파장?


“하필 여기서···! 모두 공격에 대비해!!! 전투준비!”


공격은 또 뭐야? 애드리브?


순식간에 자신을 마주 보고 검과 방패, 지팡이 등을 꺼내 드는 사람들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진 서하루였다.


‘아니, 사람을 영화에 내보낼 거면 섭외비라도 주던가.’


아직 출연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자신을 엑스트라로 취급하고 있으니.


“저기요, 이게 무슨 일···?!”


그렇게 서하루가 그 사람들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는 바로 그 찰나.


!!!!!!


강렬한 충격과 함께, 서하루의 기억이 잠시 끊겼다.


-콰앙, 콰아아아앙!!!!


서하루가 서 있는 바닥, 그 바로 아래가 폭발하여 완전히 터져나갔으니까.


바닥 아래에서의 폭발로 인해 서하루가 서 있던 위치 주변의 모든 것들이 공중으로 비산했다.


그 자리에 서 있던 서하루를 포함해서.


...


잠시 후.


서하루는 눈을 떴다.

바람이 몸에 스친다.


잠시 정신이 나갔다 돌아온 서하루는 자신이 하늘을 날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실제로 그는 날고 있었다.


상반신뿐이었지만.


그의 허리 아래 하반신은 서하루의 몸에 붙어있지 않았다. 


으윽.


‘꿈···악몽인가.’


서하루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서하루가 바라본 아래쪽은, 식물과 동물을 반반씩 섞은 것만 같은 거대한 녹색 괴물과 이상한 옷을 입은 네 사람이 전투에 돌입하는 장면이었으니까.


-찌루루루루루루루!!!!


괴물에게서 발생하는 괴성과, 그에 맞서는 낯선 사람들의 외침.


“젠장! 왜 5층의 보스가 시작부터 나와?!”


“알려진 시나리오랑 완전 다르잖아요?!”


“좀전의 마력 반응을 감지하고 깨어난 모양입니다! 다들 전투 진형을 유지해 주세요!”


슈르르르륵!!!

쾅, 쾅, 쾅!!


녹색 괴물의 식물 줄기와도 같은 기다란 팔이 바닥을 내려치자 바닥의 보도블록이 깨져나간다.


‘요즘 영화 촬영은 대단하네.’


어떻게든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리려는 서하루였으나, 온몸의 신경으로부터 전해지는 강렬한 신호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고통.


아프다. 죽을 듯이 아프다. 아파아파아파.

고통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서하루는 죽어가고 있었다.


잘린 하반신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바깥으로 흘러나왔고, 장기의 일부는 한참 전에 소실되었다.


폭발하는 순간 즉사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기적도 여기까지였지만.

고통이 점차 사그라들고, 서하루의 눈이 천천히 감긴다.


그러고 보니 심부름의 내용물은 뭐였을까.


어째서 죽기 직전에 와서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서하루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허리춤을 바라보았다.


반쯤 찢어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방.

그 안에 들어 있는 무언가의···알.


알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맥동하고 있었다.


그것이 서하루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이었다.


...


퍽.


짧은 시간 후, 연구 구역 어느 한구석에서 고깃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세상의 어느 누구도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이런, 퇴각할게요! 이번 공략은 실패입니다!”


한때 서하루였던 고깃덩이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순식간에 네 사람은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으니까.


마치 처음부터 그 장소에 없었던 것처럼.


[5층 공략에 실패하였습니다.]

[잠시 후, 세계의 수복이 진행됩니다.]

[수복률 30···60···99.999%]


[에러 발생]


***


1(?)


-삐삐 삐삐


타이머가 울린다.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서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7월 15일, 6시 50분.


서하루는 토스터에 식빵을 집어넣으며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오늘의 날씨, 세계정세, 주가, 사건·사고 등의 뉴스 소리가 들려온다.


...


TV를 끄기 직전,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부터 약 3일간 연구 구역이 폐쇄될 예정이니 주민 여러분들은 이동 시 주의를···.


‘뭔가 행사라도 있나 보네.’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기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는 서하루였으나.


‘!!!!!’


서하루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기억이 천천히 떠올랐다.


짜증 나는 상사의 이상한 심부름, 폐쇄된 연구 구역, 그곳에서 만난 이상한 사람들, 갑작스러운 폭발, 고통, 눈을 뜨자 사라져 버린 하반신.


그리고, 세상을 집어삼킬 듯 울부짖는 거대한 녹색의 괴물까지.


서하루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어, 자신의 허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멀쩡하다.

믿기지 않아 다리를 손으로 주물러 봐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지금 떠오르는 기억들이 결코 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서하루는 더듬더듬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는 분명 연구 구역에서··· 죽지 않았었나?”


여태껏 단 한 번도 자신이 정한 루틴을 깨 버린 적이 없었던 서하루였지만.


출근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서하루는 단 한 발자국도 집 바깥으로 걷지 못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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