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능 독점한 천재 보물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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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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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오
작품등록일 :
2024.08.1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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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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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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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휴일에 문 여는 전당포

DUMMY

런던 첼시 앨리스탄 가 뒤편 한 허름한 건물. 그 1층에 자리한 <다니엘 전당포>. 가게 안에서 스무 살 남짓의 한 청년이 장부 정리에 한창이었다.


“이안. 가게 정리는 다 마쳤는데. 뭐 또 도와줄 일 있어?”

“아니요. 매출 합산만 마치면 저도 오늘 일 끝요.”

“그래? 그럼 나 먼저 퇴근해도 될까? 안젤라가 요 앞 바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아하! 어쩐지 아까부터 자꾸 시계만 보시더라. 얼른 가보세요.”

“그럼 수고. 다음 주에 보자고.”


인사를 건넨 더글러스 아저씨가 허겁지겁 가게를 나섰다. 중간에 거울 힐끗 보며 외모 체크 한번 해준 후.

이 전당포의 원래 주인은 벤틀리 다니엘 경. 이안의 조부였다. 더글러스 아저씨는 할아버지의 오랜 지인. 보석업계에 종사하다 은퇴한 후 지금은 여기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하아. 60세가 훌쩍 넘은 더글러스 아저씨도 불타는 연애 중인데. 난 여기서 계산이나 맞춰보고 있다니.”


이안이 현금을 세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때 가게 문이 다시 끼익하고 열렸다. 아저씨가 뭘 두고 가신 건가 싶어 그쪽을 향해 고개를 쭉 내밀어 봤다.


“안녕하세요. 반지를 좀 팔고 싶어 왔는데. 지금 가능할까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모델 같은 외모의 여성이었다. 정식 영업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게다가 손가락을 들어 보여준 반지도 남달랐고.


‘오호. 다이아네. VIP 고객인걸.’


이안은 바로 영업 마인드를 다시 장착했다.


“네. 그럼요. 정직과 친절로 승부하는 다니엘 전당포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전당포 운영은 그럭저럭 되는 편이었다. 할아버지가 이 가게를 연 지도 어언 30년. 꾸준히 찾아와 주는 단골도 꽤 있어서.

문제는 현재 한 달 넘게 주인이 부재중이라는 점. 가게 월세를 내야 해 어떻게든 영업을 이어가야 했다.

이안은 대학원생. 평일에는 학교를 가야하는 처지. 결국 남은 방법은 주말과 휴일에라도 문을 여는 거였다.

방금 폐점 시간이 지났는데도 손님을 받은 것도 비슷한 이유. 다이아몬드 반지는 이윤이 쏠쏠한 매물이었다. 퇴근은 좀 늦어지겠지만 가게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었다.


“전 남친한테 프러포즈 선물로 받은 건데요. 알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이아니. 값이 좀 나갈 것 같아서요.”


자신을 에이미라고 밝힌 손님은 반지를 손에서 빼 이안에게 보여주었다.


‘흠. 이걸 받았다는 건 프러포즈를 수락했다는 뜻인데. 그 후에 사이가 틀어진 건가? 전 남친이란 표현도 그렇고. 반지를 팔러 온 것도 그렇고.’


궁금증은 그 자리에서 풀렸다. 에이미 씨가 자진해서 사연을 털어놔 줘서


“유부남인 걸 모르고 만난 거죠. 알고 보니 애가 둘이나 있더라고요. 그거 다 숨기고 딴 살림 차릴 마음을 먹다니.”

“어머나. 엄청 놀라셨겠어요?”

“네. 뭐, 그래도 복수는 해줬어요. 그동안 둘이 같이 찍은 끈적한 사진들 아내한테 쫙 보내버렸죠. 분이 안 풀려 회사로 찾아가 사람들 보는 앞에서 개망신도 주고요. 그런 다음 깔끔하게 헤어졌어요.”

“와!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잘하셨어요. 아마 조용히 헤어지셨으면 조만간 또 다른 여자한테 작업 들어갔을 거예요.”


이안은 손님의 쿨한 대처를 진심으로 치켜세워 주었다. 자신은 바빠서 연애도 못 하고 있는데 누구는 바람까지 피우다니. 아, 이건 아닌가. 하여튼.


“반지만 보면 화가 다시 치밀어 올라서···. 이참에 아예 팔아버리려고요. 그 돈으로 명품 가방이나 하나 살까 해서요.”


전남친이 손으로 쓴 카드와 함께 이 반지를 건네줬다고. 선물로 받은 게 분명해 보였고 상대가 반환 소송을 걸 경황도 없을 듯했고. 거래는 바로 가능할 듯.


“혹시 보증서도 갖고 계신가요?”

“아니요. 케이스랑 반지만 갖고 있어요. 가짜는 아닐 거예요. 상가 여러 채 운영해 돈은 많거든요.”

“일단 감정부터 해보겠습니다. 잠깐 앉아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이안은 반지를 건네받곤 신중히 살펴보았다. 그사이 갑자기 초조해졌는지 에이미 씨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혹시 모조 다이아인 건 아니죠? 명색이 그래도 프러포즈 선물인데.”


고객의 질문에 이안은 바로 답변을 해주었다.


“모조 다이아도 요즘 많죠. 모이사나이트나 큐빅 지르코니아, 화이트 사파이어 같은. 다만 커팅, 광채, 색상 등으로 볼 때 그쪽은 아닙니다.”


그 설명에 에이미 씨의 얼굴이 확 피었다.


“휴. 다행이네요. 반지까지 가짜였으면 다시 가서 다 뒤집어 놓으려고 했는데. 진짜라니 마음이 요만큼은 풀리네요.”


어? 아직 진짜라곤 안 했는데. 모조 다이아몬드는 아니었다. 다만 천연석인지는 더 알아봐야 했다.

이안은 손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후 뒤쪽 작업실로 향했다. 과학적인 감정을 진행하기 위해.

우선 정밀 전자저울 위에 놓고 무게부터 달아봤다. 이후 컬러 라이트 박스 위에 놓고 색감도 더 정확히 살펴봤고.

그다음 반지를 보석용 현미경 아래로 가져갔다. 원석 속 내포물과 커팅 상태를 세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천연 다이아몬드와 다 동일한 값이 나오네.’


그럼 감정 끝? 다른 보석이라면 그랬겠지. 단, 다이아몬드는 여기서 한 단계를 더 밟아줘야 했다.

이안은 딱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기계 앞으로 걸어갔다. 마지막 테스트를 해보려.

10분쯤 후. 모든 감정을 마친 후 다시 손님 앞으로 향했다.


“어? 다 끝났나요?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아까 모조품이 아니란 말에 잔뜩 기대하는 눈치.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런 말씀 드리게 돼 너무 죄송한데요. 아쉽게도 천연 다이아몬드가 아니네요.”

“네? 아까 제가 모조 다이아인지 물어봤을 때···.”

“네. 모조 다이아는 아니에요. 이건 랩 그로운 다이아란 겁니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Lab Grown Diamond). 실험실에서 키워낸 보석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수십억 년간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탄생한다. 이에 반해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배양해 몇 개월 만에 만들어 낸 결과물.

둘의 차이? 전문가도 판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경도, 강도, 굴절률, 광채 여기에 심지어 분자 구조까지도 동일하니까.

단 전당포엔 할아버지가 구비해 놓은 최첨단 분석 장비가 있었다. 조금 전 그걸 이용해 결정적인 차이를 알아냈고.


“천연 다이아의 경우 지구 맨틀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거든요. 그 결과 특수 형광 장비로 분석했을 때 불규칙한 성장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안은 거기까지 전해준 후 손에 든 반지를 가리켰다.


“반면 이 반지에 박힌 다이아는 완벽히 규칙적인 패턴을 띠고 있어요. 여기에 보석 내 질소 불순물 분포도도 조사해 봤거든요. 천연 원석과는 달리 수치가 아예 0으로 나오더라고요.”


이안의 답변에 에이미 씨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어려운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방식으로 다시 설명해 줘야 할 듯.


“예전엔 진주하면 다 천연 진주를 떠올렸잖아요? 그 자리를 요즘엔 인공 진주가 다 차지하고 있죠. 조개 안에 진주 핵을 넣고 몇 년간 양식으로 키워낸.”

“···.”

“랩 그로운 다이아도 비슷한 거라 보시면 돼요. 천연 다이아의 대체재로 뜨고 있는 녀석이죠. 장점이 아주 많거든요. 따로 채굴 과정도 필요 없고 무제한 생성할 수도 있고요.”

“그럼 가격은 더 싸겠네요?”

“네. 훨씬 저렴하죠. 대략 천연 다이아의 1/6 수준이니까요.”


에이미 씨는 짜증이 잔뜩 난 듯했다. 머리를 한 차례 세게 헝클고는 다시 질문을 건네왔다.


“1/6 수준이라···. 그럼 얼마나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무게를 재보니 0.5캐럿이더라고요. 천연석이었다면 낮은 등급이라도 3,000파운드 정도는 나갈 텐데. 이건 시세가 500파운드 정도예요.”

“500파운드요? 명품 가방은커녕 지갑 하나 겨우 살 정도네요. 큰맘 먹고 산 거라며 엄청 생색내더니만. 그것도 다 거짓말이었네. 아휴, 이 사기꾼 자식!”


에이미 씨는 코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빡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이안 쪽을 바라봤다.


“시세가 500파운드라고 하셨죠? 그럼 얼마까지 주실 수 있어요?”


흠. 손님에겐 안됐지만 이쯤에서 한 번 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야만 했다.


“아쉽게도 랩 그로운 다이아는 매입하질 않습니다. 인조 진주와 달리 이건 실험실에서 뚝딱 만들 수 있는 거라. 게다가 여기저기서 다들 생산에 뛰어들고 있거든요. 그 바람에 가격도 계속 하락 중이라.”

“네? 아예 사질 않는다고요? 다른 전당포에 가보면요?”

“다른 가게에 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합성 다이아는 다들 매물로 취급하질 않거든요.”


결국 이 반지로 1파운드도 건지지 못한 상황. 이에 에이미 씨는 거의 10분쯤 전남친을 향해 찰진 저주를 퍼부었다. 이후 이안이 챙겨준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후 가게를 나섰다.


‘추가 매상 좀 올리나 했는데···. 내일 창고 경매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이안은 아쉬운 마음을 얼른 접고 문 쪽으로 향했다. ‘OPEN' 팻말을 뒤집어 ‘CLOSED'로 바꿔놓으려.

그때 저쪽에서 동네 친구 맥스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아까 전화로 가게에 들르겠다고 하더니 딱 맞춰 도착했네.


***


30분 후, 전당포 근처 한 맥주펍. 두 사람은 추가 주문한 에일 생맥주가 나오길 기다리며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할아버지께선 아직도 탐험 중이신 거야?”

“응.”

“언제쯤 돌아오신대?”


맥스의 질문에 이안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댔다.


“나도 몰라. 런던 공항에서 떠나실 때 문자 한 줄 보내신 게 끝이라. 전화도 여러 번 해봤는데 안 받으셔. 나한테 잔소리 들을까 봐 아예 피하시는 듯.”

“어디로 가셨다고 했지?”

“에콰도르.”


이안의 할아버지는 보물 탐험가였다. 전설로 전해오는 귀한 유물을 찾아다니는 데 평생을 바쳐온.

그동안의 실적?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보물 발굴해 번 금액보다 탐험 나서느라 날린 돈이 훨씬 더 많았다.

증조할아버지에게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그걸 거의 다 날렸을 정도니.

금괴를 싣고 카리브해를 건너다 난파한 스페인 함선 인양 작업, 영국 십자군 기사단이 보물을 묻어놓은 장소로 추정되는 버킹엄 지역 대규모 농장 터 매입.

어디 그뿐인가. 스튜어트 왕조의 사라진 도검과 보주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발굴 작업 등등. 이안이 기억하는 것만 해도 리스트가 한참 길었다.


“이번엔 뭘 찾으러 가신 거랬지?”

“랑가나티스의 보물.”

“저번에 그게 뭐라고 그랬더라?”

“남아메리카 잉카 제국의 한 장군이 숨겨놓았다는 금과 은.”


16세기 무렵. 스페인은 잉카 제국에 침략한 후 현지 왕을 인질로 잡았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아타우알파 왕은 협상을 제안했다. 방을 가득 채울 금과 은을 내줄 테니 자신을 풀어달라고.

이후 왕의 서신을 받은 부하들이 보석 운반 작업에 나섰다. 여기서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스페인 병사들 사이에서 갑자기 헛소문이 돈 거였다. 보석 운반대가 아닌 잉카의 대군이 쳐들어올 거라는.

이에 겁을 먹은 군인들이 그만 잉카 왕을 처형해 버린 거였다. 살려주기로 약속을 해놓고.

금 운반 임무를 수행 중이던 잉카의 장군 그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그는 금괴를 랑가나티스 산 어딘가에 숨겨버렸다.

나중에 스페인 군에게 잡혔지만 고문을 받고 죽어가면서도 절대 불지 않았고.


“그게 진짜로 있었던 일이야?”

“기록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전설 같은 얘기라도 봐야지. 찾아내기 전까진 사실인지 아닌지 누구도 입증할 수가 없는.”


당시 운반 중이었던 금과 은의 무게가 750톤이었다나. 당연히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탐험가와 도굴꾼들이 이 보물을 찾아 나섰다.

다만 지금까지 발견자는 전혀 없는 상황. 애초부터 랑가나티스 산이 아닌 다른 곳에 숨겨놨을 수도. 아니면 이야기가 과장되게 부풀려 전해진 걸 수도.


“그동안 아무도 못 찾아냈다는데. 너희 할아버지께선 왜 갑자기 거기에 가신 거야?”

“보물 운반 책임자였던 그 장군 이름이 루미나후이거든. 해당 장소를 친구 한 명한테만 알려줬대. 암호 지도로. 후손들이 대대로 보관해 왔던 걸 이번에 극적으로 입수하셨다나.”


할아버지에게 직접 들은 건 아니었다. 나중에 전당포 직원인 더글러스 아저씨가 그간의 일을 몰래 알려주셨다.


“진짜 보물 장소가 적힌 지도일 수도 있잖아?”


맥스가 눈을 반짝이며 반문하자 이안은 새로 도착한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너도 우리 할아버지 오래 봐왔잖아. 지금까지 그런 거에 혹해 날린 재산 다 떠올리면 막 눈물 날 정도라고. 아마 이번에도 또 이상한 문서에 휘둘리셨을 거야. 안 봐도 훤하지.”


7살 때까지만 해도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았다. 집사와 하녀가 넘쳐나는. 이후 할아버지가 대규모 보물 탐험에 나설 때마다 가세가 팍팍 기울었다.

다행히도 이안이 대학생이 된 후엔 바람이 잠잠했다. 연세도 더 드셨고 기력도 크게 떨어지셨고. 또 그사이 큰 사건도 있었고.

결국 할아버지의 모험심도 이제 다 사그라든 건가 했는데. 별안간 다시 늦바람이 분 거였다.

탐험 자금? 마지막 남아있던 버킹엄 옛 농장 터까지 싹 팔아치우신 거지.

이제 그 어마어마했다던 재산 중 남은 거라곤 첼시 외곽에 있는 낡은 이층집 하나와 요 전당포뿐이었다.

아니 가게도 임대로 들어와 있는 거니 정확히는 매장 안에 있는 물건까지만. 한마디로 집안이 쫄딱 망해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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