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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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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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오늘도 평화로운 작업장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시발! 오늘도 힘내서 나르자! 시발!”


누리가 만든 새로운 구호를 많은 노예가 외치며 돌을 나른다.

이 세상을 시발(이것만 한국어)의 세상으로 만든 누리 역시 열심이다.

그는 자기가 잘 해내는 만큼, 잘 대접해 주는 주인을 기억하며 오늘도 열심히 석재와 갓 부수어 낸 돌을 들고 나른다.


물론 일을 하는 누리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무식한 이 세계라곤 하지만 여기 작업 방식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주인의 친절한 설명에도 말이다.


“여긴 사람값이 싸다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노예를 부리는 게 젤 싸게 먹히는 일일세.”

“음식도 감자 조금에 맹물만 잔뜩 넣은 수프, 혹은 제때 도축 안 해서 폐사하다시피 한 동물들 고기 말려서 주는 게 다니까.”


어쨌건 누리는 자신의 성과로 일반 노예가 먹는 음식과 잠자리가 아닌, 노예치곤 나름 풍족하게 생활했기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저들이 들고 있는 날카로운 무기들도 누리가 의견을 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여기까지 끌려오면서 본 바로는 이들에게 자비란 없었다.

무기를 든 자가, 곧 재판장이자 심판자였다.

굳이 멍청하게 즉결 처분에 자원할 필요는 없었다.


“여어. 오늘도 잘 부탁하네. 행정관님께서 닦달하시는데 나르는 놈들이 영 시원찮아서 원.”

“우리 애들은 잘하고 있는데, 노예들을 잘 못 들여왔어. 쯧.”


석공들의 우두머리 격인, 그러니까 현대로 치면 건축 현장 책임자쯤 되는 자가 누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곳에서 지낸 지 몇 달 동안 누리는 말을 금방 배웠고 일도 잘해서 작업자, 관리관들까지도 호의를 보였다.


일반 노예라면, 절대 말조차 걸지 않는 이들이 누리에겐 곧잘 이렇게 환대하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리는 혼자서 엄청난 양의 짐을 지고 나르고, 깨지지 않던 돌들을 깨뜨리고 다녔으니까.

아주아주 특별한 노예가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노예들 사이에서도 강철의 인간, 괴력의 남자 등으로 특별한 인간 취급받았다.

지구에 비하면 하찮은 현실인데도, 누리는 처음 받는 인정에 기뻐하고 있었다.

자신이 노예란 사실이란 것도 잊고 말이다.


“네! 오늘도 작업량 채울 수 있게 열심히 나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누리는 군대에서 배운 특유의 예절을 잘 사용했고 여기에서 그 문화는 무척 잘 맞았다.

지금 누리에게 반한 이 현장 책임자처럼 말이다.


“그걸세! 우리는 하루하루가 급한데, 저 허약한 노예 놈들은, 쯧.”

“자네에게 말린 담배를 좀 주라고 전해두지. 다들 좀 본받아야 할 텐데. 채찍으로 갈겨야 겨우 나르니 원.”


책임자의 말을 뒤로하고 누리는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저놈에게 잘 보이면 안 보이던 떡이 마구마구 떨어졌으니까.


물론 담배는 예외다.

누리는 현대의 담배를 생각했었지만, 이곳은 사람조차 무식하게 쓰는 것처럼, 기호 식품도 강력했다.

누리가 입에 대기도 힘들 정도로.


지구에서도 독한 담배가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독하기도 너무 독하고 효과도 너무 탁월해서 누리는 의도치 않게 담배를 잘 피우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 내뱉은 말도 있고 얕보이기 싫어 여전히 태우는 척을 했지만.


“후. 오늘도 달려볼까.”


누리는 나날이 달라지는 몸을 보며 깜짝 놀라고 기뻐했다.

뜀박질부터 근력, 지구력 뭐 하나 빠지지 않고 고루 발달 되고 있었으니까.


가장 중요한 건 처음부터 누리가 강한 축에 속했단 사실이다.

깊은 동굴에서 탈출할 때부터 말이다.


‘아무래도 지구랑 중력이 다른 것 같단 말이지. 안 그러고선 내가 갑자기 세진 게 말이 안 돼.’


이 가설이 재생력이나 근육 발달 속도까진 설명해 주진 못했지만, 누리의 강력한 힘과 달리기는 잘 해결해 주었다.

누리는 이렇게, 나름 이곳의 세상을 이해하고 원래 자기 세상과 비교하며 앞으로 무얼 할지 생각이란 걸 하며 지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생각은 아니었으니까.

주인이란 자도 나름 착해 보였고, 여기서 당장 돌아갈 방법도 떠오르지 않으니 당분간 잘 지내기엔 현재로선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알바를 할 때도 느꼈지만, 일을 하면 시간이 무척 빨리 간다.

놀 때 더 빨리 가긴 하지만, 어쨌든.

누리는 무사히 일과를 마치고 주인과 그의 용병이 기거하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스마엘. 쿠리오가 오늘은 담배를 좀 준다던데. 그거 말린 과일로 교환 좀 해줘.”


누리는 자연스럽게 자기 주인, 이스마엘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는 자연스러워진 둘의 사이를 증명하듯.


“흠. 담배가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건데. 알겠네. 자네 취향이니.”


이스마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쓰던 장부를 마저 썼고, 누리는 건조 시킨 음식들을 주워 먹으며 그것을 구경했다.

이스마엘은 노예 매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 공급되는 여러 물품을 거래했다.

노예부터 건축자, 이곳의 병사들, 그리고 총책임자인 나름 귀족, 행정 책임자가 필요로 하는 사치품까지.


이스마엘은 이곳과 도시를 자주 왕래했고, 이렇게 누리가 개인적으로 받은 물품도 교환해 주곤 했다.

누리는 틈틈이 이스마엘에게 이곳의 문화와 언어, 글에 대해 조금씩 배웠다.

그 값은 자기가 배급받은 물품들이었고.


이스마엘은 아주 관대하게도 개인 소유의 노예임에도 각자 뭔가 받으면 그것을 인정해 주었다.

물론 받아오는 건 누리뿐이었지만.


누리와 같이 왔던 1기 노예는 이미 다 죽었다.

도망가다가 칼에 맞거나, 혹은 채찍에 맞은 상처가 덧나서.

또는 발을 잘못 디디거나 몸을 너무 혹사한 탓에.


그들은 하나의 생명이 아니라 이스마엘이 할당받은 작업량을 채우지 못한 쓸모없는 가축들일 뿐이었다.

음식으로 쓸 수도 없는.


하지만 그렇게 죽어 나가도 이스마엘뿐만 아니라 여러 상인이 노예들 공급을 계속 이어가니 숫자는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어차피 누리는 이스마엘이 데려온 노예들과 같은 숙소나 음식을 먹지도 않았으니,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끔 현대인의 양심이란 게 불쑥불쑥 찾아오긴 했지만, 버티기 어렵진 않았다.

본인도 병사들을 무서워했으니.


“그나저나 이스마엘, 계산을 왜 그리 복잡하게 하는 거야? 너무 비효율적인데.”


누리는 이스마엘이 쓰는 장부를 보며 머리를 갸우뚱했다.

현대 수학에 익숙한 그로서는 복잡한 글자와 수로 계산하는 이스마엘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네. 간단하게 적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으니.”


누리는 금방 입을 다물게 되었다.

이곳의 금화와 은화는 다 같은 돈이 아니었다.

고대 제국 등 역사적 시기에 따라, 그리고 당시 권력자에 따라, 현재 발행하는 국가에 따라 금과 은의 함량이 달랐고 가격 또한 달랐다.

현대로 치면 뭐 하나 엔화로 사서, 달러로 팔았다가 다시 유로로 구매한 뒤에 위안화로 반품해 주는 등, 복잡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거기에다 노예, 말린 과일, 건조 고기 등 같은 품목도 현 상태에 따라 시세가 바뀌었다.

살 때도 한군데서 대량 구매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소량으로 사는 식이었고.


그러니 뭐.

잘 쳐줘 봐야, 중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실력인 누리로서는 범접하기 힘들단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뭐 좀 알려주고 덕 좀 보나 했는데. 시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무식한 세계란 인상과 달리 장부의 작성은 어려워 보였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환전 구조, 여러 상품을 작은 종이에 다 옮겨야 했으니까.

덧붙여 이 세계의 종이는 꽤 가격이 있는 축에 속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글자 낭비 없이 쓴 게 저거란 말이지.’


겉보기에 여러 글자와 숫자가 난잡하게 쓰인 장부가 사실 숙련된 상인만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니.

수학 실력 좀 뽐내나 싶었다가 금방 기가 죽은 그는 그래도 그나마 나은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세계는 아라비아 숫자를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one, 二, γ, , V 같은, 아주 옛날의 숫자로 보이는 걸 사용하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계산속도는 더 빠르겠네.’


물론 그의 지식이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너무 복잡해 보였으니까.


현대 수학의 위엄을 알려주는 걸 관둔 누리는, 곧장 용병들에게로 갔다.

여기 대장 격의 인물이 말린 담배를 몇 개 건넨 것을 갚겠다면서 전투를 가르쳐주겠다고 한 덕에.


누리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취미가 필요하기도 했고, 여기 담배는 입에 맞지 않았으니까.


“카이우스. 오늘은 뭘 하면 되지?”


곧장 내려온 누리는 이스마엘 그룹의 용병 대장에게 물었다.

그는 이스마엘의 호위, 부관, 부사장 겸직 중인 사람이었다.


‘좃소 기업이니까 뭐. 다하지.’


이스마엘의 죽마고우 카이우스는 누리를 좋아했다.

그의 밑에 있는 애들이 이런 적이 처음이라고들 했다.

노예를 이렇게 아끼는 건.


“오늘은 맨몸 격투를 하지. 넌 몸도 튼튼하니 배워두면 좋을 거야.”


카이우스는 장황한 설명을 했다.

실상은 호위 외에 거의 하는 게 없지만, 워낙에 사업에 욕심이 있던 탓일까.

그는 늘 새로운 사업을 건의하곤 했다.


제안한 것 중 하나가 이 세계의 판크라티온이란 스포츠 사업 진출이었다.


‘들어보면 승부 조작에 가까운 것 같지만.’


나름 건강한 노예들을 구매해 싸움을 가르쳐, 현대로 치면 UFC 같은 경기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거기에 내보내는 노예 상태를 조정해 승부 조작으로 큰돈을 벌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것의 시작으로 누리가 있었고.

누리의 건장한 체격과 힘은 아무래도 그 스포츠의 특성상 유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나마 대한민국의 평균인 내가 이 세계에선 존나 센 건 좋네.’


카이우스의 쓸데없는 말을 한 귀로 흘려들은 누리는 곧 실전과 가까운 싸움을 벌였다.

사실 이 새끼가 가르쳐 준다는 건 그냥 싸우는 거였다.


“아니, 시발! 카이우스! 난 싸울 줄 모른다고! 기초부터 좀!”


어쩐지 검을 가르쳐 준 첫날부터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는 놈이 무슨 바람이 불어 이론 설명을 하나 했더니만.

누리는 코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시발! 이 새끼들한테 체계란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뭐 잽은 몸에 힘을 빼고 날린다, 같은 기초적인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두르고 누리를 들어 패대기 쳐버리니.

이 세계에서 가르쳐 준다는 건 이런 것이었다.


‘잠시나마 이스마엘 장부보고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이 세계의 상식 수준을 다시 재조정한 누리는 코피를 닦아내고 다시 격투장에 섰다.

솔직히 피를 흘릴 땐, 무서워서 싸우기 싫었는데 괜히 또 맞고 나서 그냥 물러나려니 억울했다.

자존심이 있는데, 그래도 뒤에 여럿 지켜보는 가운데 이 덩치로 맞고 물러나자니 좀.


“누리! 준비되면 바로 들어와라! 맨몸 싸움을 제대로 알려주마!”

“시벌, 뭘 좀 알려주면 좋겠다!”


누리는 현대 시대에서 보았던 격투기 자세를 어설프게 잡았다.

카이우스는 놀라는 얼굴조차 하지 않고 곧장 들어왔다.


허리를 숙이고 두 팔을 살짝 벌리면서 누리의 배를 들이받는 카이우스였다.

그리곤 한쪽 다리를 잡아들며 어깨로 밀치기.


“컥. 야! 말하고 시작해!”


누리는 또 내동댕이쳐지며 말했다.

힘과 순발력, 누리가 밀리는 것이 없는 데도 이상하게 저 카이우스를 당해내기가 어려웠다.


“대응법을 모르니까 그러는 거다! 누리, 이건 계속 싸워봐야 알게 된다. 모르는 놈은 죽을 수밖에 없어!”


카이우스는 싸움을 계속 이어갔다.

왼손 훅으로 한 번, 들어 메치기로 한 번, 니킥으로 한 번, 바디 샷으로 한 번.


누리는 내내 쥐어 터지고 얻어맞았다.

카이우스가 끈기는 칭찬해 주었지만, 멍청함은 놓치지 않고 욕했다.


“누리, 무식한 놈은 죽어. 항상 생각이란 걸 해라. 넌 머리가 없나?”


무식한 이 세계인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누리는 울컥함이 올라오는 걸 느끼며 다시 일어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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