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초월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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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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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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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이 세상은 원래 좆같은 거야-.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이라고.”


먼저 떠나간 이가 가르쳐 준, 이 세계를 한 마디로 압축한, 아주 잘 표현된 말이었다.


* * *


김누리. 창창한, 아니 싯누렇게 져버린 20대 청년.

꿈 많았던 꼬마에서 방구석 백수로 전직한 나의 이름이다.

제작자 피셜, 넓은 세상을 보고 살라는 뜻으로 ‘누리’, 순우리말로 세상이란 뜻을 가진 저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정작 본인인 나는 이름의 뜻과 전혀 다르게 이 작은 동네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살고 있다.

남들 다 가봤다는 해외여행이나 흔히들 가는 국내도 거의 못 다녔다.

우리 집은 늘 돈을 아껴야 하니까.

알바를 해도 뭐, 피시방이랑 친구들 몇 번 만나면 없다.

등록금도 갚아야 하고.


이 세상은 자기 이름의 반대로 살아야 하는 걸까?

세상은커녕 우리 동네 안, 내가 사는 도시의 반도 가보지 못할 만큼, 이렇게나 내 인생의 반경이 좁은데.


그래, 그래서 내가 가지게 된 자그만 바람이었다.

워낙에 내 삶이 답답하고 작았으니까.


매일 집-pc방, 가끔 노래방과 술을 마시러 가긴 했지만, 어쨌든 내 인생, 일상은 저게 전부였으니까.

인스타에 화려하게 발자취를 남기는 친구들처럼, 그저 또래들처럼 돈 모아서 자랑스럽게 찍은 사진과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곳으로 놀러 갈 수 있는 거, 기왕이면 이쁜 여자친구랑.


그거 하나뿐이었다.

내가 소망했던 건.


뭐, 대기업에 취직 혹은 좋은 집으로 이사나 멋진 차를 모는 것, 등 사실 더 많긴 했지만, 가장 바랐던 건 그거였다.

좆같은 세계에 강제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그날 이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망했다.

잘 되진 않았지만, 나름 세운 취업 계획도, 어여쁜 여인과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는 것도, 의젓하게 아버지, 어머니께 효도하는 것도.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가보는 것까지 모두 다.

전부, 전부 싹 다 말이다.


뭐, 나도 잘못한 게 있었겠지.

음, 우선 전역하고 아버지 취직하라는 아버지 말에 지쳐서 좆같은 세상 망하길 빈 적이 있었다.

여기만 아니라면 다 좋을 거라고, 집이 제일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게임 하다가 늦게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라고 등짝을 때리는 어머니께 화를 내기도 했었지.

면접 떨어지고 기분이 뭐 같아서 빈 캔 하나 세게 뻥 차버린 적도 있다.

고작 게임 하러 PC방 가는데도, 마음이 급해서 무단횡단도 했었다.


그래, 근데 이게 그렇게 잘못한 일인가?

군대보다 더 심하고 개같은 곳에 끌려가서 죽도록 얻어터지고 고생할 만큼?


세상엔 나보다 더 뭐 같은 놈도 많고 많은데 왜 하필 나란 말인가.

그날 아버지에 등 떠밀려, 강제로 체력 단련이란 이름의 등산을 가서?

그때 산에 오르는 사람은 많고 많았지 않은가.

왜 나인가.


그날 게임 하다가 늦게 잔, 인생을 불필요하게 낭비한 놈이어서?

아니, 세상에 그런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자기 인생 자기가 낭비하겠다는데, 그게 왜.

제일 중요한, 왜 하필 나란 말인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때 산에서 멧돼지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도.

놀라서 도망치다 셀 수 없을 만큼 구르며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난 것도.

그리고 기이한 현상, 뭔 희한한 구체가 날 빨아들인 것도.

인생이 좆같은 건 진짜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 모든 게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란 말이다.

그저 난 억지로, 어쩌다가 끌려갔을 뿐.

날 잡아당겼던 알 수 없는 희한하게 생긴, 하늘에 둥둥 떠다니던 그 구체에 말이다.


* * *


똑 – 똑.

차가운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진다.

두꺼운 돌바닥, 암석 천지인 이곳은 어떻게 봐도 동굴 안이다.

그 안에서도 거대한 공동이라 할만한 이곳에, 어둠이 아니라 빛이 있을 수 있는 건 부자연스럽게 천장이 뚫린 탓이다.

동굴의 천장 위, 크게 뻥 뚫린 구멍 사이로 비치는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보이는 이곳에 누리는 누워있었다.


“아...”


깨어난 누리가 작게 탄식했다.

떨어진 차가운 물방울에 몇 번 맞고 눈을 뜬 채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여기가 어딘지, 또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 몰라서.


그나마라도 천장 구멍을 통해 내려온 빛은 동굴 곳곳을 살필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 바닥과 벽엔 의미를 알 수 없는 갖가지 모양의 그림, 문양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무슨 비밀 종교집단의 의식 장소처럼.


“아무도...없는데. 사이비 종교 모임 하는 곳인가? 한국에도 사이비 많다던데.”


누리가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엉덩이를 털며 몸 곳곳을 살폈다.

멧돼지에게서 도망치려 미친 듯이 뛰면서 났던 생채기들을 살피고자.

분명 곳곳에 났었던 상처들이 몸에 남아 있지 않다.

진짜 심하게 긁히고 심지어 피까지 철철 났었는데.

이상하게 아픈 데도 없고.


정말 황망하고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에,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구르다가, 혹은 알 수 없는 구체에 밀려 여기에 떨어졌단 생각이었다.

그래서 누리는 일단 동굴 밖을 나서려 했지만, 딱히 출구가 보이진 않았다.

공동은 거대했고 천장에 난 구멍은 점프나 암벽 등반으로 올라가기엔 너무 높았다.

결국 빛이 닿지 않는 동굴 구석구석을 손으로 더듬어 가며 나갈 곳을 찾기로 결심했다.

굴러서 들어온 곳이면 어딘가 나가는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니까.


한참이나 어두운 곳에서 벽을 짚고, 돌에 긁히는 사이, 어디선가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려 왔다.

이 동굴 안엔 물이 흐르고 있다.

아마도 저건 안에서 바깥까지 흐르는 냇물일 것이고 저걸 따라가면 나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쉽게 내린 결론이었다.


누리는 물소리가 들리는 곳을 손으로 더듬더듬 짚어가며 찾았고, 마침내 찾은, 발이 푹 담길 정도로 수심이 있는 물길을 따라 이동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곳에서 필사적으로 벽을 짚고 걷느라 알 순 없지만, 한참이나, 적어도 3시간은 넘었을 것이다.

첨벙거리는 소리와 젖은 다리가 당연하게 느껴질 때쯤 누리는 희미한 빛을 보았다.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빛을.


“시발! 찾았다!”


누리는 곧장 그 빛을 향해 달렸다.

미끄러져서 손이 까지기도 했지만, 아프지도 않았고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어두컴컴한 동굴에 한참이나 혼자 있었던 탓에 빛이 너무나 그리웠으니까.


“어, 근데. 대한민국에 이런 데가 있었나? 아니지, 우리 집 근처에 이렇게 큰 숲이...”


동굴 바깥을 나온 누리는 말문이 막혔다.

드높고 새파란, 아주 맑은 하늘.

깎아지르듯 가파른 절벽에서 흐르는 물.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푸르른 숲.

거기에 정체 모를 날아다니고 뛰어다니는 여러 동물까지.


언젠가 티비로만 보던 울창한 산림 다큐의 한 장면과 비슷했다.

돌산 곳곳에 피어난 나무들과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가득 찬 땅.

얼마나 높은 건지 은은하게 퍼지는 산안개 속에서 신선처럼 아래를 내려다보는 기분.


놀러 왔다면 분명 신비롭고도 심장 두근거리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진짜로 놀러 왔던 거라면.

그렇지만 누리는 굴러떨어졌다 나오니 보이는 풍경이 이곳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멧돼지에 쫓기다 넘어져서 구르고, 희한한 구체에 끌려간 후 동굴에서 눈 뜬 다음, 겨우 탈출하니 보이는 곳이, 바로 이 울창한 대삼림.

분명 집 앞에 있는 산을 올랐는데,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그리 높지도 않은 산.

거기서 조금 벗어났다고 다큐에서나 볼법한 이런 곳이 나온다고?


일시적으로 뇌 정지가 온 누리는 한참이나 바위를 짚고 서 있었다.

아니, 아무리 대한민국이 산지가 많다지만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나.

자기가 사는 동네는 분명, 높은 산이라곤 그 언덕 같은, 올랐던 거기가 다였던 것 같은데.

누리는 자기가 오지 여행을 가놓고서 기억을 잃은 것인가 잠시 고민했다.


“아, 참. 내 폰!”


누리는 이제 서야 겨우 자신의 폰을 떠올리고 주머니에서 끄집어냈다.

물론 실망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여긴 통신이 터지지 않는 곳이었으니까.

이제 이 폰은 배터리 얼마 안 남은 미니 게임기다.

보조배터리조차 없는.


‘하. 일단 내려가자. 어디든 가다 보면 뭐가 있기야 하겠지.’


누리는 일단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여기가 어디건 사람 사는 곳에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 테니까.

물론 동네 산을 올랐는데, 굴렀다고 해서 어디 오지마을에 떨어진 것처럼 있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긴 했지만.


‘읏차. 생각보다 쉽네. 클라이밍 선수나 해볼걸 그랬나.’


누리는 가파른 산을 천천히 내려갔다.

아무리 발을 디딜만한 곳이 있다지만, 바위가 가득하고 경사가 심한, 아주 위험한 곳임에도 그는 잘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누리는 놀랐다.

평소 운동이라곤 담쌓고 살았는데 의외로 산을 잘 타서.

어디서 힘이 나는 건지, 가끔 두 팔만으로 몸무게를 버티기도 하며 돌산을 내려가고 있었으니.

평생 암벽 등반은커녕, 산에 흔하게 설치된 그 철봉조차도 단 한 개를 못 당기던 사람인데.


“와 씨. 나 운동선수나 할 걸. 운동신경이 타고난 것 같은데. 하, 이렇게 재능 있는 선수가 또 썩어갑니다.”


누리는 잠시나마 눈앞에 놓인 현실을 잊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며 무사히 가파른 절벽을 내려왔다.

밑에서 자신이 내려왔던 길, 올려다본 높이는 어마어마했다.

뿌듯하게 여겨도 될 만큼.

다만 진짜 문제는 내려오고 나서 깨달았다.


‘허.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저 위에서 볼 때도 다 숲이었는데...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지?’


일단 생각 없이 내려온 누리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든 일자로 걷기만 하면 사람 사는 곳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으면서.


숲길은 쉽지 않았다.

사람의 발길이 없었던 곳이란 것을 증명하듯 잡풀들과 산 바닥은 인간 친화적이지가 않았다.

누리는 나뭇가지, 알 수 없는 풀과 삐죽한 돌부리 등에 몸 곳곳을 긁히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서.


“이러다 해지면 어떻게 하지. 아니, 우리 동네 산에 이런 데가 왜 있는 거야.”

“좀 굴러떨어졌다고 무슨 산골 오지 같은 데로 와 있어.”


쉬지 않고 불평을 한 탓일까, 몸을 많이 움직인 탓일까.

허기와 갈증을 심하게 느꼈다.


“하...이거 먹을 수 있나?”


누리는 흐르는 계곡물을 보며 고민에 잠겼다.

산에도 대장균 검출이 많이 되어 식수 사용에 부적합한 데가 많다고 들었는데, 당장 목이 마르니.

먹을 것도 마찬가지였다.

수풀 사이에 듬성듬성 난 정체 모를 과일이 보이건만, 먹어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생존 전문가도 아니고, 먹을 수 있는 거 없는 거 구분이 될 리 없으니.


‘늦게라도 나갈 수 있으면 안 먹고 말겠는데, 만약에 길 못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먹지 말까.’


누리는 아쉬운 눈으로 물과 신선한 과일을 바라보며 다시 발을 뗐다.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지만, 그래도 도시 남자니까.

그는 이런 걸 먹고 싶지 않았다.


내려가기만 하면 정수된 물과 먹을 것이 있을 텐데 산에서 아무렇게나 난, 저런 것들을 어떻게 믿고 먹으란 말인가.

함부로 주워 먹었다가 큰일 치른 사람들 이야기를 뉴스에서 자주 봤다.

누리는 그런 사람들보다도 더 산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함부로 손대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했고.


그래, 아주 잠시만 참으면 될 터였다.

내려갈 때까지만.

지금 누리의 생각은 그랬다.


물론 그 생각이 바뀌는 것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인생이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었다.

그렇게 누리는 눈앞에 보였던 깨끗한 계곡물과 정체 모를 과일을 두고 인적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혹시 근처에 등산객이 있을까 싶어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처음이라 많이 서툽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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