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여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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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작품등록일 :
2024.08.3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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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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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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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매복

DUMMY

제갈량의 지혜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 저들은 상당수의 병력을 산 속에 매복시켜 두었다고.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매복을 걱정하는 자는 내가 유일했다.

후성은 말할 것도 없었고 저 책사라는 자 역시 매복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하의를 잡아야 한다!


달아나는 황건적 소탕은 큰 의미 없었다.

어차피 지휘관만 죽이면 황건적은 뿔뿔이 흩어질 것이니.


하지만 하의 놓친다면 얘기는 달랐다.

하의 같은 황건적의 지휘부가 살아난다면 또 다시 수천, 수만의 황건적이 봉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즉, 하의를 제거하는 것이 이번 전략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지금 이곳에서 매복이 있다고 말하면 미친 놈 취급당하겠지.’


고작 보궁수에 불과한 내가 말해 봤자 통할리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회의는 짧게 끝났다.


모든 작전은 하의를 붙잡는데에 초점이 맞추어졌으며 다른 사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전군 돌격!”


도끼를 높게 든 후성의 외침과 동시에 우리군은 황건적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


황건적의 반응은 빨랐다.

이미 이들은 우리가 근처에 왔음을 알고 있었다.

우리군의 함성 소리를 듣는 순간 이들은 즉각 반응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싸우는 것 조차 포기한 것이냐!”


후성의 여유있는 웃음이 끝나는 순간 이었다.


“아! 황건적! 두 무리로 나뉩니다!”


황건적은 기병과 보병으로 나뉘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기병은 산을 우회해 기주 방향으로 달아나고 있었고 보병들은 산 속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어느쪽에 하의가 있을 지는 뻔했다.


“뭐냐? 부하들을 버리고 달아나는 것이냐!”


후성 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당연히 하의는 말을 타고 달아난 것으로 생각했다.

후성은 고순에게 말했다.


“내가 하의를 베지 못하는 것이 분하오! 하지만 기병은 당신이 지휘하니 가서 잡으시오! 나는 황건적들을 상대로 분풀이나 하겠소이다!”


고순 역시 하의가 이렇게 쉽게 부하들을 버린 채 달아날 줄은 몰랐다.


‘기주로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


병사가 나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가장 1순위로 제거해야 할 하의를 놓칠 수는 없었다.


“조심하시오!”


곧바로 고순은 기병과 함께 황건적 기병을 뒤쫓기 시작했다.


고순이 사라진 뒤.

후성은 분풀이를 하겠다는 듯이 도끼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아! 이제부터 황건적 사냥을 시작한다!”


***


고순과 후성이 움직이기 얼마 전.


“옵니다!”


황건적 병사의 외침에 하의는 말 위에 탄 자를 향해 말했다.


“부탁하네!”


하의는 일반 황건적과 똑같은 보병의 모습이었고 말 위의 사내는 하의의 대역을 한 자였다.


“황천을 위하여!"


외침과 함께 병사는 말을 몰기 시작했다.


이자의 역할은 하의 인척 하며 고순을 유인하는 역할 이었다.

곧바로 반응이 왔다.


“고순! 기병을 추격합니다!”


“좋다!”


이번 작전에서 핵심은 고순과 그의 기병을 보병들로부터 떨어트리는 데에 있었다.

아무리 매복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병주의 이름난 장군인 고순과 후성, 이렇게 2명을 동시에 상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1명씩 각개 격파한다면 기회는 있었다.


곧바로 산으로 방향을 튼 하의는 화살을 쏴 신호를 보냈다.


‘우리의 매복은 그냥 매복이 아니다!’


지금 이들이 향하고 있는 산에는 무려 500명의 황건적이 매복해 있었는데, 단순히 몸을 숨기는 매복이 아니었다.


오늘을 위해 이미 몇 달전부터 준비를 했으며, 적을 섬멸할 지형과 함정까지 모두 다 준비가 끝난 상황이었다.


곧바로 산에서는 황소가 쏜 화살이 하늘로 솟구쳤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본 하의는 돌격해 오는 후성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하의! 후성이여! 자신이 있다면 나를 잡아 보거라!”



***



하의의 외침에 후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황건적 대장을 놓쳤다는 생각에 김이 빠져 있었는데, 저 멀리 앞에서 하의가 보이는 것이다.

후성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하의가 이쪽에 있어?”


당연히 말을 타고 달아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하의는 보병과 함께 산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크하하하! 신나는 구나!”


간만에 큰 공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에 후성의 입은 귀에 걸리고 있었다.


하의가 유인한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산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말을 타고 추격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책사가 소리쳤다.


“함정이 있을지 모릅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이 수상합니다! 서두르지 마십······. 아! 후성 장군!”


책사의 말은 그대로 무시됐다.


이미 후성은 전력으로 하의의 뒤를 쫓고 있었다.


후성은 자신 있었다.


‘훗! 황건적 보병은 채 70명도 되지 않는다. 이들로 뭘 할 수 있겠는가!’


백번 양보해 매복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이라면 혼자서 황건적 수십명 쯤은 날려버릴 자신 있었다.


‘나는 후성! 여포의 부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보여주지!’


물론 후성 역시 아무 생각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숲으로 들어가자 마자 후성은 부장 우마 에게 말했다.


“자네는 후미를 맡아라! 못따라오는 놈들은 버려도 좋다! 행여나 후방에서 예상치 못한 적이 나온다면 자네가 상대한다!”


선두와 후미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자와 병사들로 배치해 둔 것이다.


“알겠습니다!”


우마는 자신의 직속 부하들과 함께 가장 후방으로 물러났다.


나를 지나쳐 가는 순간 마주친 그의 눈빛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뒤에서 지켜 보고 있다!


즉, 언제라도 뒤에서 검을 꽂을 수 있다는 거였다.


겁을 주듯이 나를 노려 봤는데, 정작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습이 언제 시작될 것이냐! 최대한 밀집해서 천천히 이동해야 하거늘······.’


하의가 눈에 보이는데 천천히 이동할리 없었다.

선두의 후성은 속도를 최대한도로 높였다.

자연스럽게 뒤따르고 있던 병사들도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말에 탄 채 처음부터 체력을 보존하고 있던 후성과 그의 정에 병사들을 일반 병사들이 따라가기는 어려웠다.


진형은 점점 더 길어지고 가늘어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바위 모양 이었던 진형이 길쭉한 뱀장어 모양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나는 최대한도로 속도를 늦추었다.

자연스럽게 내 뒤를 따르고 있던 직속 병사들 역시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대는 가장 후미로 뒤처지게 되었는데, 지나가던 병사들은 의아하게 보았다.


-저 놈들 왜 이리 못 뛰어?

-매일 체력 훈련만 한 놈들 아니야? 실전에서는 전혀 못하네?

-풋! 비술이 아니라 사술이었군.


비웃는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나는 주변을 살폈다.

제갈량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다.


‘길이 좁아진다. 그리고 양쪽은 언덕. 저곳이군.’


상대가 유인한 장소는 양쪽에서 협공당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적의 매복이 시작될 거라 예상한 나는 더욱 속도를 늦추며 소리쳤다.


“모두 최대한 천천히! 천천히 움직여라! 호흡을 조절하고 전투에 대비해!”


지옥훈련 덕분에 내 직속 병사들의 체력은 다른 병사들에 비해 월등했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후성을 따라갈 수 있었으나 나는 정 반대로 최대한 속도를 늦추었다.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늦추라고?

-그동안 체력을 키운게 이런 때를 위한 거 아닌가?

-기회가 왔는데 왜?


병사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내 지시에 따랐다.


그때였다.


“뭐 하는가? 죽고 싶은가! 속도 안 높여?”


가장 후미에 있던 우마가 검을 뽑아들고 버럭했다.


당장이라도 나를 향해 검을 찔러 넣을 기세였으나, 나는 아랑곳 없이 말했다.


“큰일 났다!”


이미 나는 매복한 적들이 움직인 것을 알았으나, 우마는 아직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저기와 저곳!”


내가 번갈아 가며 양쪽 언덕을 가리키는 순간.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양 옆 언덕 위에서 화염에 휩싸인 통나무들이 연이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쏟아진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불타고 있는 수십개의 통나무들이 무섭게 굴러 떨어졌다.


“우아악!”

“아아악!”

“피해!”


순식간에 통나무는 길게 늘어져 있던 우리군의 허리를 잘라 버렸다.


우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앞을 막은 통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뭐, 뭐냐? 이건? 다 어디에서 온 거냐?”


굴러떨어진 통나무들은 화염으로 길을 막아버렸다.


이제 앞쪽의 거대한 불길을 피해 돌아가지 않고서는 아군과 합류할 수 없었다.


병사들이 놀라고 있던 그때.


나는 소리쳤다.


“밀집대형! 최대한 응집해 모인다! 연습했던 것 처럼 덩치 큰 놈들은 방패 들고 바깥쪽으로 나서서 보호해! 양 옆과 후방을 주시해라!”


과거 연습했던 것처럼 병사들은 재빠르게 진형을 구성했다.


어쩔줄 모르고 있던 다른 부대와 달리 우리 부대는 방패 벽을 만든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앞은 방어할 필요 없다! 좌우에 신경쓰고 가장 힘센 놈들은 방패 들고 나를 따라 후방으로!”


앞쪽은 불길로 막혔는데, 뒤집어 말하면 적이 앞쪽에서 공격해올 수는 없다는 말과 같았다.


지휘하는 내가 이토록 침착하니 내 병사들 만큼은 조금의 당황함도 없었다.


그때였다.


양쪽 언덕 위에서 우렁찬 함성 소리가 울려퍼졌다.


“창천이사! (蒼天已死) 황천당립! (黃天當立)”


황건적의 구호였다.


어느새 양쪽 언덕 위로 수백의 누런 황건적들이 나타나 있었다.


“창천이사! 황천당립!”

“창천이사! 황천당립!”


마치 주문을 외우는 듯이 이들은 똑같은 구호를 외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온다!”

“헉! 많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거야?”

“너무 많아! 3백명도 훌쩍 넘어 보인다!”

“저게 3백이라고? 5백도 넘어보여!”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습.

그것도 우리군을 압도할 정도로 많은 병력 이었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됐다.


부장 우마는 허공에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적군의 숫자에 겁먹지 마라! 적은 고작 황건적이다! 밭 갈던 놈들이 뭘 하겠는가! 병주군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평소와 같은 전투라면 우마의 말이 맞았다.

병주군 한명이 황건적 3명 이상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습당한 상황.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적은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앞쪽 부대와의 연계는 끊겨있었다.

제대로 실력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촤아악!


병주군의 창이 황건적 몸을 뚫는 순간 놀란쪽은 병주군 병사였다.


“이, 이런 미친!”


“큭큭큭. 창천이사 황천······.”


창에 찔려 죽으면서도 이들은 웃고 있었다.


애초에 황건적은 종교집단 태평도가 일어나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지금 매복 시켜 놓은 자들 중에는 정신적으로 세뇌 된 자들이 상당했다.

이들에게 죽음은 새로운 시작 이었다.

특히나 지금 같이 태평도를 위한 죽음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죽음이라 믿었다.

즉, 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반기는 자들이었다.


예기치 못한 매복.

압도하는 적군의 숫자.

지휘관과의 단절.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적.


이 같은 상황에 우리군은 우왕좌왕하며 두려워 하고 있었다.


내가 이끈 부대만 제외하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내 외침에 병사들은 침착하게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힘이 가장 강한 자들이 바깥쪽에서 방패로 겹겹이 벽을 만들어 적들의 공격을 막았다.

황건적의 힘으로는 결코 이런 두꺼운 벽을 뚫을 수 없었다.


적이 부딪치는 순간.


“지금!”


안쪽에 있던 자들이 틈 밖으로 창과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악!"

"콰아아악!"


곧바로 방패 벽에 붙었던 황건적들은 피를 뿌리며 흩어졌다.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하늘에서 본다면 거대한 바위 덩어리에 돌멩이들이 날아오는 모습 같았다.

돌멩이로는 결코 바위를 부술 수 없었다.


병사들은 놀라면서도 기뻐하고 있었다.


-이것이 비술!

-대장은 이런 것도 안다!

-우리 부대는 한명도 죽지 않았어!

-안정적이다! 이곳에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부대는 비명소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 부대는 그 누구도 겁 먹은 자가 없어!


사실 이 같은 진형은 영화에서 본 것을 따라 한 것인데 예상보다 효과가 뛰어났다.


우리쪽 진형에 부딪힌 황건적들은 계속해 쓰러졌으며, 단 한 개의 창도 진형을 뚫지 못했다.


이에 고무된 나는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막 던졌다.


“나를 믿어라! 내 비술을 따르면 너희들은 살 수 있다! 나는 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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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앞 뒤로 적 +3 24.09.12 778 28 12쪽
14 무신 여포 +2 24.09.11 833 30 12쪽
13 장료와 친구가 되다. +1 24.09.10 820 30 12쪽
12 친구가 되어 주오 24.09.09 855 30 12쪽
11 인정받다 +1 24.09.08 871 30 12쪽
10 기회 잡을 준비를 하다. 24.09.07 899 29 11쪽
9 적장을 베다. 24.09.06 915 32 12쪽
8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3 24.09.05 928 29 11쪽
7 제갈량의 머리, 여포의 심장 +1 24.09.04 989 29 12쪽
6 출전 +1 24.09.03 1,033 31 13쪽
5 제갈량의 지력 24.09.02 1,123 40 12쪽
4 천하를 누비리! +2 24.09.01 1,209 36 11쪽
3 여포의 무력 +2 24.08.31 1,312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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