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점에 헌터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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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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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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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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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객점 010

DUMMY

단잠을 잤다.

그리고 그 단잠을 깨운 것은 메시지였다.


[객주님, 서우 밥 먹을 시간입니다. 주방에서 이유식 준비해 놨습니다.]


부스스한 눈으로 확인한 메시지는 장우에게서 온 것이었다.

밥? 아...밥.

자신의 밥이었다면 무시하고 더 잤겠지만 서우의 밥이라는 말에 잠시 부시럭거리던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뽀얗고 포동포동한 서우가 새근새근 잠을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잘자네...

밤에 이렇게 좀 잘 것이지.

아, 그럼 지금 자면 밤에 또 안자는 건가?

깨워야 하나?


지욱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서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말도 못하는 이 작은 아이가 며칠 사이 겪었던 그 큰 상처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단다.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말이다.


‘이해해. 나도 엄마 때문에 아주 뜨거운 사춘기를 보냈거든.’


사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민창기의 모가지를 꺾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객점에 민화그룹 헌터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었다.

서우를 노리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죽이려는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제3국이 민창기의 범죄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민창기는 서우를 죽일 이유가 없다.

자신이 서우의 법적대리인이니 서우에게 넘어갈 유산을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진짜 위험한 상황이 되려면 제3국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여 민창기의 목줄을 움켜쥐기 직전이라고 봐야 했다.

그 상황이 되면 민창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우를 죽여 자신이 민화그룹의 유일한 사주가 되려 할 것이었다.


법은 재벌 사주에게 관대하고 호의적이니까.


그 어떤 죄를 지었어도 민화그룹을 쥐고 흔들며 국가 경제를 운운하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들먹이며...

언론을 이용하여 여론을 움직이고,

뒤로는 정치인들을 동원하여 법원에 갖은 압박을 넣을 것이다.

그럼 마치 공식처럼 법은 민창기에게 법의 눈물을 보여줄 테고.


‘어쨌든 일주일이야. 일주일은 참아줄게.’


허허실실해 보이지만 곽국장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제3국이 아무나 국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락호락한 곳도 아니었고,

그런 제3국의 지휘봉을 무려 십 년동안 쥐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곽운규 국장이었다.


‘하지만 제3국이 잡지 못하면 넌 내가 죽인다.’


생각을 정리한 지욱은 손가락 하나를 펴 서우의 뺨을 살짝 찔렀다.

하지만 순간 서우의 이마가 움찔하자 황급히 손을 떼고는 서우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릴 때까지 숨을 죽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곤히 잠든 서우를 안고 밖으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



후우...

숙소에서 주방까지는 오 분 정도의 거리였다.

하지만 그 짧은 거리를 걸어오며 지욱의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어머! 귀여워!"

"객주님, 보기 좋아요!"

"객주님,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키득키득..."


주방까지 걸어오는 동안 만난 직원들 모두가 자신을 보며 웃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상 표정은 구겨져 있었지만 막상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품에 안긴 서우를 보며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의 직원들을 보면 좋은 기분이 들었다.

뭔지 모를 그냥 좋은 기분...

그렇게 구겨진 표정으로 주방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 와장창!


난데없이 주방 창문이 깨지더니 조금 전 보았던 민화그룹의 돼지 헌터가 밖으로 튕겨 나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뭐야? 벌써 시작이야?’


그 모습에 지욱이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자 데굴데굴 구르던 탱고가 벌떡 일어나 거칠게 욕을 내뱉었다.


"이런 씨팔!"


그리고 그 순간,


- 터덕!


깨진 창문을 뛰어넘어 나타난 것은 민화그룹 헌터 두 명이었다.

그들은 후다닥 뛰어나와 돼지 헌터의 옆으로 바짝 붙어섰다.


"괜찮으십니까. 육대리님."

"비켜!"


그래. 육도철.

지욱은 보고서에서 보았던 이름을 떠올렸다.

1종 4급으로 어쩌고 저쩌고...

그런 육도철이 프론트에서 태웅에게 맞더니 이곳에서도 누군가에게 줘터지고 있었다.

누구지? 방주인가?


지욱이 흥미로운 눈으로 주방을 바라보자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부방주 동구였다.

본방 태웅과 주방 동구의 체구는 비슷했다.

체구만이 아니라 인상도 비슷하다.

사람 좋은 얼굴이라고.

순하고 편안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태웅은 각진 거구였고 동구는 동글동글했다.

태웅은 태생이 웃상이지만 동구는 늘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동구가 지금 웃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음식을 바닥에 버렸어."

"그게 뭐! 아우, 씨발. 주방장 새끼가 주먹을 날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온다."

"바닥에 음식을 버렸다고."

"저 새끼 뭐라는 거야? 그래서 뭐! 맛이 없어서 버렸다. 왜!"

"그래. 그럴 수 있어.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해도 내 입에는 음식이 안 맞을 수는 있어. 간이 안맞거나. 좋아하지 않는 재료가 들어있거나."

"아오, 씨. 대가리 아파. 저 병신이 뭐라는 거야?"

"그래도 이건 안되는 거야. 바닥에 음식을 버리면 안 되는거라고."

"씨발! 이 잣같은 객점에는 웬 또라이가 이렇게 많아!"


육도철이 씨뻘게진 얼굴로 고함을 질렀지만 동구는 무표정한 얼굴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육도철의 앞으로 다가간 동구가 접시를 앞으로 내밀었다.


"먹어."

"뭐?"

"먹으면 봐준다."


그때였다.


"두고 보실겁니까?"


지욱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것은 장우였다.

과거부터 장우의 걸음은 정평이 나 있었다.

은밀하기로...

그렇기에 어지간한 헌터들은 장우의 등장에 기겁을 하며 놀라고는 한다.

만약 적이었다면 자신은 이미 목이 따였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지욱은 아니었다.


"재미있는데 왜?"

"동구의 저 얼굴 오랜만에 보는데요?"

"그러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누가? 동구가?"

"설마요."

"그럼 좀 두고 보자. 저기 방주도 나와있잖아."


지욱의 말대로 주방 방주 허규태가 현관문 기둥에 기대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허규태는 절대로 자신의 부방주가 위험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물론 동구가 큰 사고를 치는 것도 두고 보지 않을 테고.


그 순간이었다.


"이 잣같은 객점 새끼들이! 누굴 홍어 좆으로 보나!"


- 쉐에엑!


육도철의 커다란 주먹이 대포알처럼 동구의 턱을 향해 날아갔다.

중상위 랭커인 4급 헌터답게 기운이 잔뜩 실린 주먹이었다.

그리고,


- 쩌억!


마치 북이 터지는 것처럼,

육도철의 주먹이 동구의 턱에 꽂히면서 굉음을 냈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 퍼석!


"커억!"


동구의 상체가 휘청하는가 싶더니 그의 손에 들려있던 접시가 육도철의 얼굴을 덮쳐버렸다.

그리고 얼굴에 접시를 맞은 육도철은 작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 챙그랑...


육도철의 얼굴에 붙어있던 접시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그때였다.

그리고 드러난 그의 얼굴은 온통 음식물 투성이었다.


"뭐야? 퉤! 퉤엣!"


입으로는 음식물을 뱉어내면서 육도철의 눈은 동구를 향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감정은 당황이었다.


동구가 크게 다쳐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뒤에는 민화그룹이 있으니까.

더구나 아까 프론트에서 태웅에게 당한 일 때문에 자존심도 상해있던 터라 진심을 다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반격을 해?

이놈 뭐야? 아까 그놈은 뭐고?


당황스러웠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리고 두 번의 사건이 그의 머리를 뒤흔들었다.

이 객점...뭔가 위험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화그룹에 들어가기 전에 용병생활을 했기에 육도철은 자신의 예감을 믿었다.

위험한 일에 절대로 몸을 던지지 않는다.

그것이 용병이 살아남는 법칙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뭔가 불길하다.


하지만 물러날 수가 없었다.

혼자였다면 자존심이고 뭐고 이쯤에서 대충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을 보는 두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프론트에서 어이없이 얻어맞은 것 때문에 자존심이 완전히 구겨진 상태였다.

지금도 자신을 바라보는 두 직원의 눈에는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했다.


이미 회사내에서 자신이 5급인데 4급으로 올려치기를 했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

저걸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회사 생활이 곤란해 질 것이었다.

어떻게든 체면을 세워야했다.


‘그래. 아까 그놈과는 달리 힘은 안 쎄. 그렇다면 맷집만 강한 놈일 확률이 커. 맷집 좋은 놈들 중에서 의외로 물주먹 많잖아.’


생각해보니 그럴 확률이 컸다.

아까 그놈은 프론트에서 근무하는 놈이었다.

프론트는 사람을 상대하는 곳이니까 강한 놈을 앉혀놨을 확률이 컸다.


하지만 저놈은 식당에서 일하는 놈이었다.

상식적으로 강한 놈이 주방에 쳐박혀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이트에서 몸빵만 하는 탱커 역할만해도 한 달에 천만원은 버는 세상에 말이다.

더구나 아까 살짝 기절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주먹은 그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그때 이마에서 주르륵...음식 국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국물을 닦아내던 육도철의 머리에 순간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왜 혼자 싸워? 직원들 놔두고?’


그래. 굳이 왜?

생각이 정리되자 육도철의 결정은 빨랐다.

그는 두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가볍게 한 마디를 던졌다.


"뭐해? 조져!"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직원이 동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움직임을 보니 그들 역시 1종이었다.

1종이 많은 이유는 전체 헌터의 75%가 1종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사실 헌터라고 하면 1종 육체 강화 헌터를 지칭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쨌든 육도철은 5급 둘에 자신까지면 상대가 아무리 3급이라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 쉬이익!

- 쉐엑!


그렇게 양옆으로 달려든 두 사람은 동구의 얼굴과 다리를 향해 주먹과 발을 동시에 뻗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 화르르륵!


"크으윽!"

"으헉!"


동구의 양손에서 불길이 치솟아 두 명의 바지에 불을 붙여버렸다.

그러자 두 명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손으로 바지를 뜯어냈다.


- 쫘아악!

- 찌익!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사람 모두 바지 안에 스키니 형태의 특수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

저들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헌터는 기본적으로 방화, 방염 등 특수 처리된 옷을 입는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헌터라면 특히 더.


괴수 중에는 불이나 독성 물질을 사용하는 놈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 의외로 게이트 내에서 강도질을 하는 헌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니까.

그렇기에 게이트에 출입하는 헌터들에게 특수 의류는 기본중 기본이었다.


하지만 게이트에 들어가는 헌터들은 저들처럼 속에 입는 것이 아니라 겉에 입는다.

패션보다는 실용을 우선하는 것이다.

굳이 멋부리겠다고 일반 의류를 밖에 입고 들어가서 태워먹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나 저들은 게이트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경호를 하는 사람들이니까.

더구나 회장 주변 경호를 하는 일이기에 일반 양복을 겉에 입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상의는 양복에 하의는 팬티만 입고 있는 볼쌍사나운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넥타이, 양복 상의에 스키니팬츠도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두 명을 떼어놓은 동구는 정면에서 달려오는 육도철을 향해 벼락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불길이 휩싸인 주먹을 앞으로 내질렀다.


- 쉬이익!


"부방주!"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카랑한 허규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동구의 주먹이 육도철의 코앞에서 멈췄다.


"어..."


그리고 코 앞에서 이글거리는 주먹을 본 육도철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보다 더 빨랐다.

1종 3급인 자신이 보지도 못할 주먹이었다.


"다...다중 각성?"


놀란 것은 육도철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나타나 이 상황을 지켜보던 고상표와 그의 일행들의 눈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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