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뽑는 방랑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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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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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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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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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용병의 삶이란...(2)

DUMMY

3화 용병의 삶이란···(3)



검과 창이 오가고, 비명이 터져나왔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한 사람의 개입으로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푸욱..

등 뒤에서 들어오는 찌르기.

유진은 단검을 역수로 쥐고, 사정없이 빈틈을 노린다. 전면 갑옷은 비싼 물건이다. 몸값이 저렴한 용병은 그런 비싼 방어구가 없었다. 덕분에 유진은 가볍게 적의 후방을 유린할 수 있었다.


“이런 개같은···”

“사신이 뒤에서 나타났다.”

“어떻게든 좀 해 봐!”


진형이 붕괴되고 있었다. 배후의 유진을 노리면, 그는 자연스레 뒷걸음질쳤다. 적들의 신경을 살살 거슬리면서, 계속 위협적인 위치에서 기회만 노렸다. 그렇다고 유진을 놓치는 순간, 여지없이 용병의 목숨을 앗아갔다.


“젠장할···.”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피해만 누적될 뿐, VIP를 지키는 방어 라인은 무너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찰거머리처럼 붙은 유진을 떨쳐낼 수도 없었다.


“물러난다.”


명령이 떨어졌다.

안 그래도 의미없이 병력만 갈아넣는 것보다는 다시 기회를 노리는 편이 현명했다.


‘하필 리퍼가 저편에 붙어있었다니···’


유진 한 명 때문에 계획이 어그러졌다. 습격을 계획한 리더 입장에서는 입맛이 쓸쓸할 뿐이었다.


“휴.. 이겼네.”


천천히 물러나는 용병들.

유진은 딱히 그들을 쫓지 않았다. 그의 능력이라면 저들에게 더 큰 피해를 강요할 수 있었다. 허나 적을 죽인다고 해서, 특별히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진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VIP의 보호였으니 말이다.


유진은 낡은 천을 깨내었다. 그리고 피 묻은 검을 닦아내었다. 검 관리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적들이 물러간다.”

“휴··· 죽는 줄 알았네.”

“이렇게 위험한 임무일 줄이야. 생각도 못 했어.”


아군 용병들은 기운을 다 썼는지, 다들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만큼 전투는 치열했던 것이다. 허나 누구보다 성과를 올린 유진은 아직 체력이 남아 있었다.



****



늦은 저녁.

격전지가 일어난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다.


타닥.. 타닥..

장작을 타고 있었다. 그 주위로 용병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이런 외지에서 칼부림을 하는 이유는 어쨌거나 먹고 살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식사라도 제때 챙겨 먹어야 하는 법이다.


“이보슈.”


수염이 많은 용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투에서 제일 활약한 유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번 전투는 확실한 패배였다.


“청승 맞게 혼자서 뭐하는 거요?”

“....”

“여기 정어리를 말린 것이 있는데, 한 번 먹어보겠소?”


살갑게 군다.

이번 기회에 뛰어난 실력자인 유진과 친해져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유진에게 접근하는 용병도 적지 않았다.


“아니. 필요 없다.”


유진은 거절했다.

목소리도 냉랭하기 그지 없었다. 칼 같이 거절하는 모습에 용병은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


“흠흠··· 맛있는 생선인데..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오늘 그가 싸운 장면을 보았다.

혼자서 적들을 썰어 버리는데, 정말이기 무서운 실력이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말투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표출하기에는 그의 검 실력이 너무 두려웠다.


거절당한 용병은 다시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배낭을 뒤적거렸다. 그곳에서 꺼낸 것은 나무 조각이었다.


사각.. 사각..

조각칼로 나무 조각을 조심스레 다듬는다. 이곳에 와서 새로 생긴 취미활동이었다. 조각가로서 재능은 없지만, 시간을 때우기에는 이만한 취미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유진은 벽을 치고, 주변과 단절했다.


정어리 간식을 권했던 용병은 머리를 긁적이며,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자 동료가 말했다.


“뭐라고 하던데?”

“필요 없다더라.”

“그래서 그냥 돌아왔다고?”

“당연하지. 목소리가 얼마나 살벌하던지. 내 오금까지 저리더라니까.”


처음 일감을 맡았을 때, 유진이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만큼 유진은 조용했고, 과묵한 남자였으니 말이다. 그가 리퍼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전투가 벌어지고 난 이후였다.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적진을 종횡무진 다니며 희생자의 영혼을 앗아갔다. 마치 수확철에 낫을 든 농부처럼 말이다.


“근데 저 얼굴이 리퍼라니. 정말이지 의외야.”

“그러게 말이지. 겉모습만 보면 순진한 시골청년이잖아. 어디 그 소문난 살인귀라고 누가 알겠어?”


유진의 생김새는 평범했다. 길을 가다 보면, 수차례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별 볼일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목숨 보전했으니, 고마운 친구지. 우리는 그냥 저 친구 덕만 보면 되는거야.”

“다들 저 평범한 얼굴을 잘 기억해. 혹시라도 나중에 적으로 만나면, 최대한 도망쳐야 하니까.”

“하하하하··· 맞는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술을 꺼낸다. 그들 입장에서는 오늘 전투에서 죽을 뻔하다가, 겨우 살아남은 셈이다. 이런 날에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눈 붙이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와하하하···”

“어디 나도 한 잔 줘보게나.”


술판이 벌어졌다.

어느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번 VIP가 돈은 많은지, 보급 하나는 잘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마다 소시지와 닭고기가 제공되었으니, 적어도 음식에서만큼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


이런 곳에서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 사람은 유진뿐이다.


고독한 늑대.

유진이 그러했다. 그는 용병이지만, 다른 자들과 친분을 나누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첫째로 용병이란 자들은 무식하고, 욕망에 충실했다. 그들은 죄없는 양민을 살해하고, 그 재산을 약탈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

유진은 약탈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방관하는 것만으로도, 멘탈이 엄청 갈렸다.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게 이곳 중세 판타지에서 이런 상황은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상과도 같았다.

대다수의 용병이 그렇게 살았고, 그걸 이상하게 여기는 유진이 별종이었다.


인간 쓰레기들.

유진은 용병을 상종할 가치가 없는 자라고 여겼다. 하지만 본인은 고고한 학처럼, 깨끗한 사람일까?


아니다.

따지고보면 자신도 저런 용병이랑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유진 역시 금화를 위해서, 사람을 죽였으니 말이다.


“변명하지 말자. 나도 쓰레기 새끼니까.”


유진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이유로 유진은 용병과 친분을 나누지 않았다. 동족 혐오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 그럼에도 유진은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다만 저 용병들과 어울리는 순간, 그 선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진은 이곳 세계에 정을 붙이지 않으려고 했다.

혹시라도 이세계의 삶에 만족한다면, 지구로 돌아가려는 동기부여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유진은 판타지의 주민이 되어버리고 만다. 앞으로 나갈 원동력을 잃어버린다면, 결국 손에 묻은 피도 무의미하게 될 테니.


사각.. 사각..

유진은 그저 조용히 나무 조각을 다듬을 뿐이었다.




*****



다음 날.

해가 밝았다. 용병들은 각자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반면에 유진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누군가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


VIP.

그는 하급 귀족이며, 기사 여럿을 대동하고 있었다. 3명의 기사는 전면 갑옷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무기도 훌륭했다. 장비가 좋은만큼 전투 실력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유진은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잠깐. 멈춰라.”


기사가 말했다.

같은 편이라고 할지라도, 귀족과 평민의 위치는 달랐다. 머리 빳빳이 들고, 겁대가리 없이 걸어오는 유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


‘강압적이구만.’


귀족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 전에 기사의 경계부터 풀어야 했다. 유진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쩐주와 이야기 하고 싶어서 말이야.”

“감히 평민 나부랭이 주제에 반말을 해?”


유진은 자존심을 그리 세우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럼 존댓말을 해드리죠. 별 일도 아닌 걸로 까탈스럽게 굴지 말고, 이야기나 좀 합시다.”

“태도가 불손하다. 태도가!”


화를 터뜨리는 기사였다. 유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 의미없는 신경전에 말을 섞는 것 자체가 에너지 낭비였다. 다행이 귀족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는 휘하의 기사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너무 매몰차게 굴 필요 없다. 그를 이곳으로 데려와라.”

“하지만 주군···..”

“그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결국 기사는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빈정이 상한 모양이었다. 반면에 유진은 귀족에게 토다는 기사의 표정을 캐치했다.


‘상하 관계가 영 매끄럽지 못 한데.’


어차피 남의 일이다. 유진은 신경 끄고, VIP와 독대했다.


귀족은 젊었다.

벨벳으로 된 고급 소재를 사용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보석으로 만든 반지를 여러 개 착용하고 있었다. 확실히 양민을 착취하는 귀족인만큼, 돈은 많아 보였다.


“어제 자네의 실력은 잘 보았네. 내 이름은 에르트 윌리엄 주니어 2세다. 자네도 리퍼 말고 이름이 있을테니, 나에게 알려줄 수 있겠나?”

“유진입니다. 패밀리 네임은··· 없습니다.”


그의 본관은 문화 유씨 좌상공파 34대손이었다. 허나 사실대로 유진의 내력을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귀찮은 표정으로 에둘러 말했다.


“그렇군. 나이는 어떻게 되나?”

“스물 다섯입니다.”

“놀랍군.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그만한 검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분위기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귀족인 에르트는 유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가 아니었다면, 어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으니, 그건 당연한 처사이기도 했다.


“그래. 자네의 용건이 무언가?”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갈 때였다. 유진은 높낮이 없는 어조로 말했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어제 습격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에르트님을 노리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계약을 했다. 난 금화를 지불할 것이고, 용병들은 그 대가로 호위를 하면 된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론이고 딱히 반론의 여지도 없다. 본래 용병이란 계약대로 움직이는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유진은 보통내기 용병이 아니었다. 어제를 기점으로 조건이 달라졌으니, 다시 판도를 바꿔야 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받은 계약금을 고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곳에서 이탈하도록 하죠.”

“방금 뭐라고?”

“여태까지 목숨 걸고, 당신을 지킨 것에 대해서는··· 뭐 따로 요금을 청구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먼저 계약을 파기했으니, 대가를 요구할 수 없죠. 하지만 비밀이 많은 고용주 아래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 철칙이 있어서요. 아쉽지만 저와 에르트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듯 하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당황하는 에르트.

눈이 커지고, 호흡이 떨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아마 그에게는 행운이 많이 필요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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