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적인 먼치킨 용병은 판타지를 씹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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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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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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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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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달튼

DUMMY

9화


달튼은 노기사였다.

그의 나이는 65세였고, 오래전에 은퇴했다. 과거에 영광의 시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당에서 햇빛이나 쬐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


그림자가 졌다. 달튼은 눈을 떠서,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사람을 보았다. 검은 머리칼을 가진 청년이었다.


“자네 햇빛을 가리고 있군.”

“죄송합니다. 이러면 되겠습니까?”


유진은 옆으로 한걸음 옮겼다.


“아닐세. 슬슬 일어나야지.”


달튼은 노구를 일으켰다. 한가로운 은퇴 라이프는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그는 유진을 지나쳐서, 한 남자 앞으로 걸어갔다. 남자의 복장은 부랑자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달튼은 단번에 그의 정체를 파악했다.


“마이 로드. 진정한 영지의 주인께서 돌아오셨군요.”

“달튼 경, 오랜만일세.”

“주군이시여,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시기를 원하십니까?”

“그렇네. 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돌아왔네.”


달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악녀 비앙카를 몰아내고, 에르트를 영지의 주인으로 추대해야 했다. 하지만 명분이 있다고 해서, 비앙카가 그냥 물러갈리 없다.


결국 힘의 논리가 필요했다. 누구보다 이 점을 잘아는 달튼이 입을 열었다.


“주군이시여. 모든 명분은 저희에게 있나이다. 그러니 윌리엄 가문의 깃발 아래, 병력을 소집하겠습니까?”

“그리하지.”



*****



비앙카는 욕심이 너무 많았다. 권력을 차지하고, 기존의 이권을 침범했다. 그러니 가신들은 불만이 커졌다. 다만 구심점이 없다보니, 참고 지낼 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에르트가 돌아왔다. 그는 서자 출신이지만, 윌리엄 가문의 혈통을 잇는 자였다. 달튼 경을 필두로 가신이 모여들었다.


“흠···”


감시탑 위.

유진은 모여드는 병력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쟁에 있어서 숫자는 매우 중요하다.


‘대략 백명 정도 되나?’


삼국지를 보면 기본이 만명 단위다. 많게는 백만 대군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 중세 판타지는 그정도 사이즈가 되지 못 했다. 중앙 집권화도 아닌데다가, 쌀을 기반으로 한 문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적지 않은 숫자네.’


병력의 구성은 단출한 편이었다.

먼저 징집병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자들이었다. 그들의 사기는 낮고, 전투력은 보잘 것 없었다.


그 다음.

기사와 종자가 있었다. 특히 기사는 말을 타고, 랜스를 들고 돌진할 수 있었다. 게다가 두터운 갑주를 입고 있어서, 어지간한 활 공격도 다 튕겨냈다.


‘중기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지.’


가속도가 붙으면, 말릴 방도가 없다. 엄청난 중량으로 어지간한 진영은 그냥 박살내버리니 말이다. 다만 기사의 단점은 유지비였다. 그래서 귀족들은 기사들에게 봉토를 내리고, 이런 유지비를 감당하게 했다.


현재 에르트 밑에 모여든 기사의 숫자는 총 8명이었다. 에르트가 영주가 된다면, 이들 기사들은 자신의 봉토를 확고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달튼 경이 베너렛 기사가 되어주시오.”


배너렛은 지휘권을 가진 기사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것은 영예로운 직책이기 때문에, 기사들끼리 경쟁하는 경우도 많았다. 달튼 경은 늙었지만, 마지막 투혼을 보여주기로 마음 먹은 모양이었다.


“주군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이들을 이끌겠습니다.”


이렇게 편제가 끝나는 듯 보였다. 허나 아직 할 일이 정해지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달튼 경,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은 것 같군. 내가 이곳까지 오는데, 결정적으로 도와준 용병이라네.”

“실력 좋은 용병이라고 들었습니다.”

“유진, 와서 인사 하게나.”


쩝.

조용히 지내다가, 이득만 보려고 했는데. 에르트가 그걸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유진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용병 나부랭이입니다.”

“무려 우리 영지의 반년 예산을 타 먹을 작정이지. 맨 입으로는 그렇게 못 하겠고, 자네가 팍팍 부려 먹게나.”

“주군의 뜻이 그러시다면.”


에르트를 달튼이 있는 곳까지 안내했다. 그러니 이제 보상만 받으면 끝날 줄 알았건만, 아직 넘어야 할 능선이 많이 있었다.


“왜? 표정이 그리 뚱한가?”

“아닙니다.”


그렇게 유진은 곧 있을 전투에 참가해야 했다.

.

.

.

작전은 간단했다.

달튼은 병력을 이끌고, 성 앞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한가로이 진을 치고 대기했다.


“흠···.”


유진은 암담함을 느꼈다.

성벽은 높고, 해자는 깊다. 꼴랑 100명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성을 함락시킬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에르트 병력의 핵심은 중기병이다. 하지만 말을 타고, 성벽 위로 오를 수는 없지 않은가?


“달튼 경, 저희에게 승산이 있습니까?”

“물론이네.”


유진이 비록 싸움은 잘 하지만, 이런 전략 전술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니 자신만만해하는 달튼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할배 혹시 제갈량인가? 어떻게 저 성벽을 무력화 시킨다는 것이지?’


달튼은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여기서 진을 치고 있으면, 저들은 참지 못하고 나올 걸세.”


유진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가기도 전에,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앙카의 병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네.’


유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달튼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네. 저들 병력 구성원을 보게나.”


비앙카는 이곳에 기반이 없었다. 하지만 욕심은 많아서, 이곳 영지를 꿀떡 삼키고 싶어했다. 그러려면 병력이 필요했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금화로 용병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급한대로 병력 수를 채우기에는 용병만한 존재가 없다네. 하지만 용병은 때마다 봉급을 지불해야 하지.”

“아···”


용병으로만 병력을 구성하면, 이런 문제점이 생겼다. 반면에 에르트의 병력은 그에 비해서 훨씬 저렴한 편에 속했다.


물론 기사들도 돈 먹는 하마이기는 했다. 다만 현재 모인 기사들은 비앙카에 대한 불만이 하늘에 닿을 지경이었다. 전대에 내려준 봉토를 그녀가 거뒀기 때문이다. 그러니 봉토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라도, 기사들은 무보수로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다.


“비앙카가 자충수를 두었네요.”

“어차피 전대를 섬기던 기사들은 비앙카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네. 그러니 기사들을 힘을 빼기 위해서라도, 봉토를 거둘 수밖에.”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용병들은 전투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달튼은 말 위에 오르며, 유진에게 말했다.


“자네에 관해서는 주군에게 들었네. 검 실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하더군.”

“적당히 쓸 줄 압니다.”

“자네에게 보병들을 맡기겠네. 그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잘 돌봐주게나.”


징집병이란 억지로 끌려온 자들이었다. 무장도 형편 없고, 사기는 낮았다. 따지고보면 머리수를 채우기 위해서 동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가요?”

“그렇네. 나는 기병을 이끌어야 하니, 자네가 징집병을 이끌어주게나.”


유진은 손사래를 쳤다.


“남들보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 내려본 적은 없는데요.”

“허허.. 이번 기회에 명령 내리는 법을 익혀두면 되겠구만.”

“.....”

“보병진이 무너지면 안 되네. 자네들이 모루 역할을 해줘야, 우리가 망치가 되어서 저들을 두드릴 수 있다네.”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못한다고 뺄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죠.”


신묘한 계책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유진에게는 그런 스킬은 없었다. 단지 두 자루의 검을 기가 막히게 다룰 뿐이다.


‘앞장 서서, 적들과 싸울 수밖에.’


순수 개인의 무력으로, 적들을 찍어눌러야 했다. 징집병의 사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최대한 버티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자.. 그럼 무운을 빌겠네.”


달튼은 기병을 이끌고, 좌익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징집병과 합류했다.




****




“나으리. 이렇게 창을 쥐면 됩니까?”


징집병이 유진에게 질문을 던진다. 물론 유진도 그 해답을 모른다. 창을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당신 재능 있어 보이네. 계속 그렇게 해.”


유진은 그냥 거짓말했다. 제대로 된 파지법을 안다고 해서, 일일히 가르쳐줄 시간은 없었다. 곧 있으면 전투가 벌어질 것이고, 운이 좋은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뭐라고 하지?’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되는 연설이 필요했다. 유진은 생각 끝에, 징집병들에게 말했다.


“전쟁에서 언제 사망자가 늘어나는 줄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패배하고 도망칠 때다. 전쟁의 피해가 제일 클 때이지.”


유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버텨라. 너희들보고 저 용병이랑 싸워서 이기라고 하지는 않겠다. 그저 버텨라. 무조건 버티면, 살아남을 수 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제일 어려운 명령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그것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이윽고···

비앙카의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화살이 날아왔다. 물론 이를 대비해서, 나무 방패를 지급하기는 했다.


“비스듬히 방패를 세워라.”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 유진의 명령을 따랐다. 하지만 몇몇은 활 공격에 희생되는 자들도 있었다.


‘다행이 적 진영에도 궁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피해는 한 자리수에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검과 방패를 장비한 용병들이 지척까지 도달했다.


“돌격!”

“와아아아···”


용병들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숫자는 분명 징집병이 더 많았지만, 기세는 한참 밀리고 있었다.


‘숫자가 많은데도, 이렇게 밀리는구나.’


하긴 어쩔 수 없었다. 징집병은 억지로 전장으로 끌려온 처지였다. 큰 기대를 바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었다.


‘답은 하나다. 빈 자리는 내 실력으로 메꿔야지.’


유진은 검을 뽑아들었다.


‘실피드.’


주변의 대기가 모여든다. 그것은 유진을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전보다 몸이 훨씬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타닥.

다리에 힘을 주고, 앞으로 도움닫기를 했다. 그는 순식간에 수미터를 전진했다.


“헉.”


적병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저 멀리 있던 유진이 순식간에 자신이 있는 곳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얼른 방패를 들어서 막으려고 했다.


스걱.

이미 늦었다. 막으려고 했건만, 이미 유진은 그를 지나친 이후였다. 복구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후에 말이다.


털썩.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용병.

그것은 시작이었다. 유진은 종횡무진하면서, 적을 베어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용병들도 유진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말았다.


“젠장.. 리퍼다. 리퍼가 나타났다.”

“어제 꿈자리가 사납더니. 저런 괴물을 만날 줄이야.”

“뭉쳐. 절대 혼자서 맞설 생각 하지 마.”


유진은 혼자서 여럿을 상대해야 했다. 덕분에 징집병은 상대적으로 압박을 덜 받을 수 있었다.


챙.. 챙챙.

사방에서 검이 날라왔다. 유진은 바쁘게 움직이며, 그것을 걷어내거나 피했다. 묘기에 가까운 전투를 진행하며, 유진은 생각했다.


‘오늘도 초과업무구만.’



작가의말

제목을 '냉소적인 먼치킨 용병은 판타지를 씹어 먹는다.' 로 변경합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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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달튼 24.09.18 48 2 11쪽
8 8화 비앙카 24.09.17 69 1 12쪽
7 7화 기사 헤이트 24.09.16 83 3 12쪽
6 6화 단두대 칼라스(2) 24.09.15 9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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