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성기사로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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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텝
작품등록일 :
2024.09.09 04:55
최근연재일 :
2024.09.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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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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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의 키메라(1)

DUMMY

알렌은 베른하임의 저택에서 나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건물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 건물은 언제 봐도 익숙해지질 않군.’


베른하임의 광장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만신전.


어디서든 눈에 띌 만큼 웅장한 이 건물은 베른하임 사람들뿐만 아니라 판테온 대륙 전역의 희망이자 자부심이었다.


‘만신전의 신에게 일정량의 기부를 하면 신이 권능을 내린다고 전해지지.’


인류가 과거 대미궁의 중층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만신전의 신들에게서 권능을 받은 강자들 덕분이었다.


강력한 신들의 축복을 받은 자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대미궁의 위협을 견뎌낼 수 있었다.


“처음 만신전에서 받은 전사신의 권능이 쓸만했는데, 지금은 가면 안되겠지···?”


알렌의 목표는 신들을 제거해 태양신의 봉인을 푸는 것. 만신전에 가면 그의 몸에 깃든 태양신의 신성력을 다른 신들이 감지할 위험이 크다.


‘···어쩔 수 없군. 만신전은 포기하고, 모험가 길드로 가는 수밖에.’


알렌은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만신전을 한동안 응시하다가, 결국 고개를 돌려 천천히 길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


웅성, 웅성.


베른하임의 유일한 모험가 길드 접수처에서 한 소녀가 탁자를 쾅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감! 도대체 왜 안된다는 거야?! 벨로나 언니를 구하는 일인데, 왜 막는 거냐고! 영감도 알잖아! 벨로나 언니가 얼마나 내게 소중한지! 그러니까-”


“로빈.”


막스는 무거운 목소리로 로빈의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이어서 말했다.


“너의 마음은 알지만 허락할 수는 없다. 대미궁이 얼마나 넓은지는 너도 잘 알잖느냐? 벨로나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지금, 섣부르게 움직이는 건 너무 위험해. 그리고 베른하임에서 수색대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그러니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니까! 벨로나 언니가 사라진지도 벌써 20일째야 20일째! 식량도 물도 부족할 텐데 그때까지 언니가 어떻게 버티겠어? 나 혼자라도 갈 테니까, 막지나 마!”


로빈은 말을 마치자마자 거칠게 몸을 돌려 길드를 떠났다.


콰앙!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중년인 막스는 로빈의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남자가 조용히 다가와 맥주잔을 내밀었다.


“어휴, 막스 영감님. 너무 신경쓰지 마십쇼. 어차피 금방 돌아올 텐데요. 설마 미쳤다고 대미궁에 혼자 가겠습니까? 아무리 로빈이라 해도 그건 무립니다. 무리.”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 제논. 하지만 로빈이라면···벨로나를 위해서라면 혼자서라도 그 미궁에 뛰어들 녀석이지.”


끼익.


그때였다.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갑옷을 입은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같은데···”


막스는 헛기침을 하며 곧바로 대답했다.


“흠흠! 별것 아니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왔나 알렌? 참고로 이번에 실패한 의뢰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그건 난이도 조절을 실패한 우리의 실수니까.”


“뭐, 그건 괜찮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의뢰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이번에 베른하임에서 실종자들을 찾는 수색대에 참여하게 돼서 말입니다. 혹시 수색대에 합류할 사람이 있습니까?”


막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흐음, 수색대라. 있기는 하다만 한발 늦은 것 같군. 이미 혼자 출발한 것 같아서 말이야.”


“뭐라고요? 대미궁에 혼자 들어갔다고요? 아니, 대체 왜 막지 않으셨습니까! 마수 범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알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의 손에 있던 맥주잔이 넘어지며 내용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막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후우···그렇게 무모하게 뛰쳐나갈 줄은 몰랐네. 그보다 수색대에 참여할 사람을 찾고 싶다면 서둘러 나가야 할 걸세. 로빈은 최연소로 모험가가 될 만큼 꽤나 실력이 뛰어나니까.”


···잠깐, 뛰쳐나간 게 로빈이라고?


로빈은 ‘마녀의 미궁’ 초반부에서 생존 여부에 따라 게임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정도로 뛰어난 도적이다. 그렇다면 길드장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구해야한다. 얼마 안 있으면 메인 스토리가 시작할 테니까.


“···서둘러 로빈을 찾도록 하죠.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아니, 내가 더 고맙지. 신중해야 하는 길드의 입장상, 가만히 있는 게 더욱 치욕스러웠거든. 대신 꼭, 로빈을 구해주게나.”


“예. 반드시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알렌은 고개를 끄덕이고 재빠르게 길드를 떠났다.


막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불안하군. 나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빠지는 게 아닐지···”


그때, 길드 구석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묵직한 목소리가 막스의 시선을 끌었다.


“그렇다면 내게 맡기게. 나라면 모두 안전하게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지.”


“···자네가? 음, 자네 실력이라면 믿을 수 있지. 부탁하겠네, 파벨.”


“훗, 걱정말게.”


그는 손을 휘저으며 성큼성큼 문 밖으로 나갔다.


길드에 혼자 남은 막스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부디···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길드장이었지만 막스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들의 무사귀환을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


대미궁의 1층.


샤샤샥!


어둠 속에서 흰빛이 번뜩였다. 로빈의 칼날이 마수를 베며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끼에엑-!”


털썩. 로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헉···헉! 대미궁에 원래 마수들이 많았나? 기존보다 더 많아진 느낌인데···?’


평소 다섯 마리 정도씩 보이던 고블린들이 이번엔 스무 마리나 떼를 지어 몰려들고 있었다. 로빈의 눈빛이 한층 더 날카롭게 빛났다.


‘1층부터 이런 상황이라면 벨로나 언니도 틀림없이 위험할거야···그렇다면 반드시 구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암살 조직에 납치된 그녀를 구해준 사람인 벨로나. 벨로나를 위해서라면 로빈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언니를 구할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바쳐서라도···’


결연한 눈빛으로 로빈은 단검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그러니···더 이상 내 앞길을 가로막지마-!”


그녀는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블린 무리로 돌진했다. 양손에 쥔 단검이 빛처럼 휘둘러지며 고블린들을 찢어놓았다.


“끼이이익!”


순식간에 고블린 무리를 해치운 로빈은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앞을 가로막는 짙은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로빈의 걸음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


대미궁 1층.

알렌이 로빈을 찾아 헤맨 지도 벌써 1시간이 지났다.


‘도대체 어디까지 간 거지? 1층 중간쯤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


생각보다 뛰어나군. 혼자서 대미궁 1층의 절반을 돌파하다니, 보통의 모험가라면 절대 불가능할 일이었다.


“저건···?”


알렌의 시야에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단검이 들어왔다. 다가가서 보니 울프 용병단의 늑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단검의 주인이 로빈이라는 소리인데.’


단검을 집어 들자 미약한 온기와 함께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녀가 떨어뜨린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


“단검을 잃어버렸을 리는 없을 테고,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알렌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불안한 예감이 들기 시작하는 그 순간.


저 멀리서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이 소리는···?’


굉음이 들려온 방향으로 알렌은 즉시 몸을 돌렸다. 이내 전속력으로 달리며 도착한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한 동굴이었다.


시체 썩은 냄새와 어둠이 깊게 깔린 동굴에서 찐득한 마기가 느껴졌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곳인데.”


‘설마, 이곳이 흑마법사의 아지트인가?’


게임 속에서 흑마법사의 아지트는 랜덤이었다. 무수히 많은 회차에서도 절대 본 적이 없던 공간. 그런 흑마법사의 장소가 알렌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콰앙!


알렌은 다시금 들려오는 소리에 망설임 없이 동굴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윽고 동굴 내부는 점점 더 음산해졌다. 진동이 멈추지 않았고, 비명 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곳에 로빈이 있는 모양이야. 실종자를 구하기 위해서인가?”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곳은 흑마법사가 소환 의식을 진행하던 장소. 그가 돌아오면 모두가 위험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키에엑!


그러자 그의 앞에 갑작스레 고블린이 나타나 달려들었다. 알렌은 칼을 뽑아 순식간에 고블린을 베어낸 뒤 서둘러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참을 움직이자 알렌의 눈앞에 고블린 무리를 상대로 혼자 싸우는 소녀가 보였다.


붉은 단발머리와 날렵한 몸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녀는 폭발물을 던지며 고블린을 휩쓸고 있었다.


“죽엇!”


휙! 퍼퍼펑-!


‘저 소녀가 로빈인가? 게임에서 본 것보다 훨씬 젊군.’


저벅, 저벅.


알렌의 인기척을 느낀 로빈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누구지? 설마, 흑마법사?!”


“아니, 난 길드장의 의뢰를 받아 널 구하러 온 알렌이다. 로빈.”


알렌의 말에 로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흥! 언제는 벨로나 언니를 구하는 일에 반대하던 영감이 무슨! 도움 따윈 필요없어. 나 혼자서 충분하니까.”


“미안하지만, 네 말을 따를 순 없다. 조금 있으면 흑마법사가 돌아올 테니까 서둘러야 해.”


“···뭐? 아직 벨로나 언니를 찾지 못했는데. 조금만 더 찾아보면 안될까?”


로빈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는 표정으로 알렌을 바라보았다.


‘미치겠군. 제물이 아직 살아있을지도 의문인데···’


알렌은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시간이 촉박하다. 흑마법사가 돌아오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을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해.


그러나 메인 스토리의 난이도를 낮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도 없다. 어쩔 수 없군.


“···벨로나라는 여자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나?”


“응! 벨로나 언니의 흔적은 찾았는데, 길이 막혀 있어서 더는 나아갈 수가 없었어.”


길이 막혀 있다면, 벨로나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에 갇혀 있다는 뜻.


“우선 그 흔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나머지는 내가 처리하지.”


“···고마워. 내 말 들어줘서.”


“감사는 미궁을 나가서 말해도 늦지 않아. 서두르자.”


“알겠어. 벨로나 언니가 있는 곳은 이쪽이야.”


로빈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재빠르게 왼쪽으로 달려갔다.


‘부디 벨로나라는 사람이 무사히 살아있길···’


알렌은 로빈을 따라가며 상념에 빠져들었다. 벨로나의 생존 여부가 앞으로의 상황을 좌우할 것이다.


***


알렌과 로빈은 대미궁의 내부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가자 동굴 속의 수많은 마수들이 그들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끼에엑-!”

“캬악!”


그동안 어디 숨어있었는지 고블린, 리자드맨 등 엄청난 수의 마수들이 그들을 덮쳐왔다.


서걱!


로빈은 얼굴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단검을 휘둘러 마수들을 순식간에 처치했다.


“빌어먹을 놈들, 저리 꺼져!”


“···녀석들이 길을 막고 있는 걸 보니, 벨로나가 이쪽에 있는 게 맞는 모양이야. 흑마법사의 명령으로 침입자를 막고 있는 걸테니.”


“이쪽 방향이 맞아서 다행이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날 도와주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우린 처음 보는 사이잖아.”


“뭐, 널 도와주는 게 이득이니까. 길드장의 부탁도 있고. 그래서 너와 함께 하는거다.”


“···흐응? 내게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는 아니고?”


로빈은 알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얼굴에 살짝 홍조가 돌았다. 착각에 빠진 모양이군.


알렌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헛소리. 난 꼬맹이에게 관심 없어. 게다가 넌 내 취향이 아니야.”


“···뭐? 나도 너한테 별로 관심 없거든? 흥!”


로빈은 갑자기 화를 내며 알렌에게서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씩씩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뭐지?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화를 내는 거지?’


게임에서 로빈은 대화가 거의 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반응은 알렌도 의외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알렌과 로빈의 앞에 반투명한 보호막이 나타났다.


-쿠웅!


그때였다. 갑자기 거대한 마수가 나타나 알렌과 로빈의 앞을 막았다.


“쿠워어어-!”


로빈은 겁에 질린 채 다리를 덜덜 떨며 외쳤다.


“꺄악! 저, 저 괴물은 도대체 뭐야?!”


“···키메라군. 그것도 트롤과 각종 그린 스킨 종족을 섞어놓은. 제길, 하필 저 녀석이 나타나다니.”


“뭐?! 키메라는 우리 둘이선 상대하기 힘든 녀석이잖아! 어떡하면 좋지?”


흑마법사가 동굴에 나타나기 전에 벗어나야 하는 상황에서 키메라가 나타나다니.


‘키메라는 압도적인 재생력과 괴력, 그리고 특수한 이능력 덕분에 메인 스토리 중반부에서나 등장하는 적인데 벌써 등장하다니···’


잠깐, 녀석의 상태가 이상하다.

키메라의 몸 곳곳에서 알 수 없는 냄새와 부식의 흔적이 보인다. 아무래도 완전한 상태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키메라를 잡을 수 있겠군. 아직 녀석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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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미궁 도시 베른하임(2) 24.09.13 5 0 13쪽
6 미궁 도시 베른하임(1) 24.09.12 12 1 13쪽
5 흑마법사의 키메라(2) 24.09.11 16 1 13쪽
» 흑마법사의 키메라(1) 24.09.10 21 1 14쪽
3 3황자의 등장 24.09.09 25 1 14쪽
2 미궁의 성기사(2) 24.09.09 30 1 14쪽
1 미궁의 성기사(1) 24.09.09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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