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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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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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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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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프랑스 덩케르크(Dunkirk)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덩케르크시와 칼레(Calais)시의 중간 지점에 하얗고 거대한 둥근 구조물 3개가 자리하고 있다.

거리상으로는 그하블린느(Gravelines)와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덩케르크에 속하는 곳이다.

덩케르크 LNG 터미널 (Dunkirk LNG Terminal), 이 터미널은 덩케르크 항 옆 해안가에 넓은 대지를 차지하고 있다. 총 59만㎡의 부지에 총용량 19만㎥규모의 LNG 탱크 3기가 자리하고 있다. 선박을 통해 운반된 LNG가 이곳에 보관되어 파이프라인과 기화 설비를 통해 프랑스와 벨기에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었다.


아직은 짙은 어둠이 깔린 새벽,

새벽안개 속에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3개의 둥근 그림자가 아침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해안가에는 파도 소리만이 을씨년스럽게 철썩이며 인적조차 없었다.

그때, 작은 섬광 같은 것이 2번째 돔과 3번째 돔 사이에서 반짝였다. 그리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듯 거대한 섬광이 터지며, 어마어마한 불꽃과 폭발음이 덩케르크와 칼레 두 도시의 밤하늘까지 뒤덮었다.


쩌억-! 쿠구구구궁-!


얼마나 충격파가 컸는지, 바다를 가득 메우며 해안선으로 몰려들던 안개가 일시에 흩어져 버렸고, 인근에 건물과 유리창들은 그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거나 무너져 내렸다.

간간히 지나는 차량들만 보이며 잠들어 있던 두 도시는 순식간에 깨어나는 것처럼 온통 소란스러워졌다.

실지로 당시를 회상하는 지역 신문의 한 시민 인터뷰에는 마치 하늘이 찢어지는 듯 한 굉음과 불빛에 놀라 깨어보니 하늘이 온통 불타고 있어, LNG터미널 건너편 수 킬로 옆에 자리한 그라블린 원자력 발전소 (Gravelines Nuclear Power Station)에서 핵폭발이 일어난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했다.

이 폭발 직후, 인근에 위치한 그하블린느에서는 모든 공공기관이 즉각 비상사태에 소집되었다. 또한, 15분 뒤 덩케르크와 칼레의 두 도시에서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그하블린느의 소방서와 경찰서는 물론 군대까지 총동원되었다.

그 불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25Km 떨어진 곳에서도 타오르는 불빛이 보였을 정도였다.


폭발 사고 10분 전, 사고지점에서 불과 10여 Km 떨어진 그하블린느의 레옹 주오 가(Avenue Léon Jouhaux) 원형교차로 옆 숲 속에 벤츠 승합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 벤츠 승합차 안에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들 8명이 앉아 쥐죽은 듯 말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다.

무거운 침묵만이 차 안에 가득했다.


후우-!


누군가의 거친 심호흡이 조용한 차안을 가로 질렀다.

몇몇은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 있었고, 몇몇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뭔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들은 와그너(Wagner) 소속의 용병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1~8로 불릴 뿐 그들 중 누구도 이곳에 있는 동료들의 이름이나 나이조차 몰랐다.

이유는 와그너의 규정상 자신의 신분을 누구에게든 밝히는 일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용병이라는 것이 본래 합법적인 일만하는 부류들이 아니었고, 때에 따라서는 배신조차도 서슴없이 하는 존재들이었기에 동료의식이 희박했다. 때에 따라 함께 작전을 하는 존재일 뿐 상대가 작전에 방해가 된다면 처리하거나 버리는 것도 언제든지 가능했다. 고로 서로의 정보를 알고 있어야 좋을 것도 없었다.

와그너에 소속된 자들은 주로 러시아와 시리아, 수단, 예멘 등 전 세계 전장에서 활동하던 특수부대원이나, 군인, 경찰 등으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자들이다.

단, 와그너의 규율상 낮은 숫자로 불리는 사람이 상급자일 뿐이다. 그리고 1(one)은 이 그룹에서 리더였다.


벤츠 승합자 조수석에는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에 스포츠머리 스타일의 사내가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살짝 눈을 떠 뒤쪽 대원들을 힐끗 둘러보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지금 이 팀에서는 자신이 1(one)이었다.

와그너에서 임무를 받은 순간부터 그는 1로 불릴 뿐이다.

그는 보스니아에서 작전 중 갑자기 이곳으로 호출되어왔다. 보통 하나의 작전을 부여 받으면 그 작전이 마무리되고 얼마간의 휴식과 정비를 마치고 다음 작전을 준비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작전 중 다른 작전에 투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만, 그는 오랜 기간 회사에 소속되어 활동했기에 이들은 모두 자신과 함께 작전을 해 본적이 있는 인물들이었고,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들은 한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라고 할 만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2(two)는 폭약 전문가이다. 주로 다리 교량 따위를 부수는 대형 폭파작전보다는 섬세하고 세밀한 작전에서 활약하던 인물이다. 실지로 그와 함께 말레이시아에서 활약할 때, 수백명이 모여 있는 축제 현장에서 단 한 명만을 표적으로 폭탄을 설치해 폭사시킨 일도 있다.

3(three)는 유독 칼을 잘 다룬다. 칼 한 자루 들고 보스니아 난민촌에 숨어들어 표적만 모두 11명을 흔적 없이 암살하고 온 일은 와그너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4(four)는 저격수이다. 4일을 진흙 밭에 숨어 기다리고 있다가, 비오는 새벽 3km밖의 반군 지도자의 이마를 관통시켰다거나, 45구경 리볼버 6발로 200m 전방에서 돌격해 오는 러시아군 6명을 사살한 일화는 전설이다.

5(five)는 단독으로 아마존 정글을 150km나 뚫고 살아온 생존전문가다. 그것도 80명이 넘는 마약 카르텔의 무장병력에 추격을 받으면서도 살아 돌아왔다.

6(six)는 특이하게 권총 사격과 암기술에 능하다. 주로 경호나 근접전이 필요한 도시 작전에 투입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각국의 지도자나 요인들을 경호하는 임무를 주로 맡아왔다.

7(seven)은 조금 다른 의미로 전설인 인물이다. 2m가 넘는 키로 이중에서 가장 덩치가 좋은 사내이다. 본래 헬기 조종사였지만 유난히 잔인하고 지독한 인물로, 앙골라에서 항복한 적의 배를 정글도로 갈라 죽인 일은 같은 용병들도 치를 떨게 했다. 그 일 이후 그는 헬기 조종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용병 일에 지원해 들어왔다. 본래 조종사들은 용병들 보다 더 좋은 대우와 보수를 받는다. 그런데 단지 살인을 즐기기 위해 용병에 합류한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8(eight), 그는 신비한 인물이다. 이곳에 투입된 모두가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김창환이라는 자이다. 아마도 실전 경험은 우리들 중 가장 많을 것이다. 게다가 경력 또한 자신을 포함해 그가 이중에서 가장 오래 되었을 것이다. 용병으로서도 나이가 많은 50대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하지 않지만 그는 20년 이상 와그너에 몸담았다. 그는 이렇다 할 공적도 눈에 띄는 행적도 없었다. 다만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백 건의 전투에서 모두 살아 돌아온 유일한 인물이다. 그리고 짐바브웨이 전투에서 살아온 후 그는 와그너에서 배신자이기도 하고 전설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와그너에 소속된 80명의 용병들이 차출되어 짐바브웨이의 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탈취하기 위해 작전을 벌인 일이 있었다.

당시 회사 규모로서는 대대적인 작전이었다.

작전은 다이아몬드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록스 다이아몬드 (Rocks Diamond)의 의뢰로 반군에 의해 점거된 광산을 되찾고, 30명의 인질들을 석방 시키는 것이었다.

초반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순조롭게 반군들을 광산 안쪽으로 몰아넣고 승기를 잡아,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내고 인질을 확보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때 갑자기 아프리카인민동맹(ZAPU)과 애국전선(PF : Patriotic Front)이 끼어들면서 혼전양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중간에 낀 와그너 용병들은 3곳에서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된다. 당시 최고의 전투능력을 자랑하던 용병들은 무려 3,600대 80이라는 싸움을 벌여 1,2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만들었지만, 용병들 역시 적들의 포위를 뚫지 못하고 모조리 전사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와그너는 존폐위기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수습을 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뒤 그 전투에서 홀로 살아남아 돌아온 인물이 있었다. 그가 8이었다.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던 고위층 몇 명을 제외하고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혹자는 그가 비겁하게 동료를 버리고 탈출했을 거라하고, 혹자는 그가 영웅적으로 적과 싸웠을 거라 하지만,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어느 팀에 속해도 1이 되지는 못했다. 무슨 이유인지 그는 항상 끝자리에 자리했다.

짐바브웨이 사건 이후 와그너의 전략이 바뀌었다. 1(one)에서 10(ten)까지 열명 이하로 꾸려져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효율성과 편의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회사의 존폐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젠장! 베니스에서 멋진 이탈리아 아가씨를 꼬셔놨는데... 이런 시골구석에서 이러고 있다니, 그 물건이라는 것이 뭡니까?”


1의 곁에 앉은 3은 운전대를 주물거리며 뭐가 불만인 듯 투덜거렸다.


“회사의 명령이다. 우리는 그냥 따르면 돼..!”

“그래도,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겨우 물건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이런 곳에서 이틀이나 대기시키다니..”


실지로 1도 궁금했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단 하나였다.


- 그하블린느에 집결 대기하라 -


어제 저녁에야 각자의 역할과 물품이 주어졌다. 그리고 내려진 명령은 이곳에 대기하다 폭발 소리와 함께 화물 하나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그도 이번 작전이 궁금해서 여러 경로로 알아봤지만, 자신들에게 업무를 의뢰한 회사가 일본계 제약 회사라는 정도 밖에는 알 수 없었다.

1은 손목시계를 힐끗 봤다. 4시 40분이었다.

이때였다. 차가 휘청할 정도로 큰 충격파가 들려온 것은.


“Go,Go,Go-!”


1의 입에서 출발 명령이 떨어졌다.

잠들어 있던 차는 시동이 걸림과 동시에 총알처럼 땅을 박차며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달렸다.

승합차는 꼴롱비에 도로를 타고 인근 기차 물류기지를 향해 폰데리룩스(Route de Teminal A Pondereux)로 돌았다.

멀리 해안가가 불타오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3이 휘파람을 불며 중얼거렸다.


“누군지 신나게 불꽃놀이를 벌였군.”


차가 커브를 돌 때마다 앉아 있는 그들은 의자며 벽에 걸린 손잡이를 잡고 휘청거려야 했다.

거칠게 달린 승합차는 잠겨있는 철로의 진출입로를 들이 받아 박살내고는 탱크처럼 돌진해 한쪽 구석에 정차해 있는 한 열차를 향해 내달렸다.

그런데, 그들이 향하는 곳에 자리한 열차는 이쪽 공업지대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모양의 열차였다.


기관차의 모양은 고속열차인 테제베(TGV)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기관차 전면에는 창이나 출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열차 뒤에 달려있어야 할 차량 역시 일반 열차의 객실이나 화물칸과는 그 모습이 달랐다.

차량은 사각의 은빛 철제 상자 모양으로 미끈하게 생겼으며, 마치 탱크나 전차처럼 단단해 보였다. 기관차에는 그 차량만 연결되어 있었다.

그 차량 옆쪽에는 기밀실에나 어울릴 법한 문이 하나 달려 있었다.

승합차가 열차 옆에 거칠게 멈춰 서자 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1을 필두로 7명의 위장 복장의 사내들은 소음기가 장착된 HK416으로 무장을 하고 뛰어 내렸다.

그들은 산개해 열차의 객차를 포위하듯이 서더니 그 중 2가 문을 살핀 후 플라스틱 폭탄을 장착했다. 불과 1분 만에 폭파 준비가 끝나고, 시안장치를 통해 10초만에 폭파되었다.


콰앙-!


아직은 어두운 차량기지 안에 큰 폭발음이 울렸다. 아마도 경찰차와 소방차 사이렌이 사방에서 울려 소란스럽지 않았다면, 이곳이 아무리 외진 곳이라 해도 이 폭파음을 감추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폭발과 함께 문이 한쪽으로 일그러지며 뜯어져 나갔다.


“3번, 5번 진입!”


1의 명령이 떨어지자 3번과 5번은 빠르게 안으로 진입했다. 폭연과 먼지가 시야를 가렸지만, 둘은 야간 투시경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당황한 듯 멈춰 섰다. 1도 3과 5의 뒤를 따라 뛰어 올랐다.

3과 5를 뒤따라 뛰어오른 1은 지금껏 이런 광경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객차 안은 온통 전자기기와 의료기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객차 중앙에는 수술대 같은 것이 놓여 있고, 10살 전후의 여자아이가 벌거벗은 몸으로 누워 있었다.

3이 야간 투시경을 벗고 라이트를 비추자 여자 아이의 몸이 적나라하게 들어 났다.

가냘프고 외소한 몸의 여자아이는 동양계로 추정되고, 몸 여기저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링겔과 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3과 5는 멍청하게 서서 1을 바라보고 있었다.

1 역시 이 상황이 황당할 뿐이었다.


“확보하라는 화물이 이건가?”


5 역시 황당한 듯 중얼거렸다.


“겨우 어린 여자아이 하나 때문에...”


주변 기기들은 조금 전까지 전원이 들어와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폭파의 충격으로 전원이 끊긴 듯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 사람은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자신들이 찾아야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이 아이가 그 화물인 것 같습니다.”

“허탈하군, 겨우 어린 여자아이 하나 데려가는 것 때문이 우리가 이렇게 난리를 쳐야 했다니...”


1은 이렇게 간단한 미션을 위해 8명의 용병들을 이곳까지 오게 했나하는 허탈함이 일었다.

하지만 미션은 미션이다. 이 아이를 의뢰인에게 인계하는 것까지가 자신들의 미션이었다.


“우선 담요 같은 거라도 가져다 저 아이를 덮어줘! 이만 복귀한다.”


긴장을 풀며 1은 돌아섰고, 5는 한쪽 벽에 걸려 있던 천 쪼가리를 뜯어 여자아이를 감싸려고 다가갔다.


빠악-! 와장창-!


그와 동시에 5가 튕겨 나뒹구는 모습이 보였다.


타다당-!


그와 거의 동시에 3의 총소리가 연속으로 이어졌다. 1이 놀라 돌아서자, 죽은 듯이 누워있던 여자 아이가 수술대 위에 일어서 있었다. 1이 놀란 것은 여자 아이가 일어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자 아이의 손에 3의 목이 잡혀 훈증하는 소시지 마냥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 여아의 다른 손에는 3의 총이 들려 있었다.

또한 쓰러져 있는 5는 숨이 멎었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1이 본능적으로 총을 잡으려는 순간,


우두둑-!


3의 목이 나무젓가락처럼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고, 겨누기도 전에 3의 몸이 야구공처럼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3과 한 덩어리가 되어 1은 그대로 나뒹굴었다.

이때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6과 4가 차례로 들어서며 여자아이를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상상도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타당-! 타다당-!


4가 총을 겨누어 발사하는 순간, 그 여자아이의 몸은 중력을 거스르듯 뱅그르르 돌아 천장을 딛고 섰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총알을 피하며 4를 향해 천장을 방바닥처럼 딛고 달려왔다. 6 역시 4를 따라 연사를 했지만 여자아이의 몸 놀림을 따라가지 못했다.

여자아이는 성난 맹수처럼 앞서있는 6의 머리통을 두부처럼 으깨어 버리고는 다급하게 난사하는 4를 향해 먹이를 낚아 채듯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양손으로 4의 어깨뼈를 부숴버리고는 양발로 목을 감아 졸랐다. 어깨뼈가 으스러진 4는 여자아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1은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들이 누구인가?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자들이 아닌가?


끄으윽-!


여자아이의 양발이 뱀처럼 4의 목을 옥죄어 오자, 눈이 허옇게 뒤집어진 4는 쓰러지지도 못한 채 서서히 숨이 끊어져 가고 있었다.

여자 아이가 벽에 박힌 고리를 잡고 매달렸기 때문이었다.

1은 자신의 몸을 누르고 있는 축 늘어진 3을 밀치며 곁에 나뒹굴고 있는 HK416를 집어 들었다. 오랜 전투 경험에서 나타난 본능이었다.

저 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이라는 일종의 공포였다.

그리고는 여자아이를 향해 조준할 틈도 없이 총을 발사했다. 4의 생사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타다다당-! 타당-!


하지만 총알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4의 몸에 몇 발인가 박히는 것이 보였다. 4는 힘을 잃고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여자아이는 총소리와 거의 동시에 공중제비를 넘듯이 문을 통해 객차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1은 몸을 일으켜 여자 아이를 쫓아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2와 7,8이 황당한 표정으로 객차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객차 위에는 벌거벗은 여자아이가 무방비한 상태로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어리고 순진한 소녀가 넋을 잃고 뭔가를 바라보는 모습처럼 보였다.

안의 상황을 모르는 듯 7이 물었다.


“리더! 무슨 일이지? 저 계집애는 뭐고?”

“3,4,5,6이 당했다.”


7이 비웃으며 말했다.


“저런 앙상한 계집애한테 당했다고?”


1이 조금 전 상황이 떠올라 기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건 인간이 아니다. 괴물이야. 생포할 생각은 버려라.”


하지만, 1은 그 여자아이에게 눈이 팔려 8의 눈빛이 묘하게 변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7이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소심하시네, 저런 벌거벗은 어린 계집.. 내가 저 앙상한 다리라도 날려 저 날다람쥐 같은 계집애를 떨어트려 주지.”


레이져 사이트가 여자아이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탄환이 발사되는 순간, 7의 시야에서 타깃이 사라지고, 2와 8은 활강을 하며 7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1은 그 아이의 힘과 능력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다시 저 아이를 향해 총을 쏜다해도 7만 희생될 뿐 저 아이에게 상처조차 주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은 허리춤에 꽂고 있던 전술나이프를 뽑아들며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7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 계집이 7을 공격하는 순간, 분명 틈이 생긴다.’


여자아이의 양손이 7의 머리통을 후려치려는 순간, 7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HK416 총신으로 막았다.

덩치에 비해 7의 반사속도가 빨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총은 허공에서 그대로 분해되어 버렸다. 그리고 2m에 120kg이 넘는 7 역시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지만 허공에서 후려친 여자아이도 잠시 멈칫하는 순간이 생겼다.

어느새 7과 여자아이의 사이로 파고든 1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이프로 여자아이의 복부를 찔렀다.

인간의 사지는 중심을 잃어도 어느 정도 훈련만 되어 있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움직여 피할 수 있다. 허나 축을 이루는 인간의 몸 중심 부분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여자아이는 허공에 떠 있지 않은가?

1이 나이프를 찌르는 순간, 순간적으로 허공에서 몸을 비트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1은 속으로 부르짖었다.


‘베었다. 분명 손에 감각이 있었어!’


애초 1의 공격은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보다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에 있었다. 이미 이 여자아이의 힘과 운동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움직임만이라도 봉쇄를 해야 했다.

여자아이는 맹수처럼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떨어져 나뒹굴었다. 복부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몸을 비틀어 피했지만 날카로운 나이프 날이 복부를 훑고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중상은 아니었다.


“이 정도 고통에 몸부림치다니, 역시 아이일 뿐인가?”


1이 중얼거리는 사이, 7은 몸을 일으키며 곁으로 다가왔던 8의 손에서 총을 빼앗듯 낚아 채 여자아이에게 겨눴다.


“짐승 같은 계집, 죽어라.”


7의 총구가 여자아이의 머리를 겨눴다. 방아쇠에 손을 거는 순간, 7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멈춰 서야 했다. 심지어 곁에서 본 1과 2까지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8이 어느새 다가와 얇은 단검으로 7의 목을 갈라버렸던 것이다.

7은 목이 갈라져 상처를 움켜잡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7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8을 노려봤다.


“저 물건은 우리가 확보해야해! 그것이 회사의 명령이다.”


8은 언제 준비했는지 품속에서 마취 총을 발사했다. 고통에 나뒹굴던 여자아이는 화살이 몸에 꽂히자 잠잠해졌다.

노련한 사냥꾼처럼 8은 기절해 있는 여자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다시 한 번 품속에서 주사기를 꺼내 여자아이의 몸에 주사약을 주입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때, 7은 손에서 떨궜던 총을 들어 8에게 겨눴다. 목이 갈라져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지만, 분노로 괴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8은 개의치 않는 듯 중얼거렸다.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자신을 향해 총이 발사되는 순간 아이를 한 손으로 받쳐 들고, 몸을 낮추며 다른 손으로 7의 목을 갈랐던 단검을 던졌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이었다.

실지로 1은 8의 손에서 단검이 떠나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8이 손을 뿌렸다고 생각한 순간, 그 단검은 7의 이마 중앙에 정확하게 꽂혀 있었다. 그것도 무거운 장검이나 암기가 아닌 얇은 단검이었다.

던져지는 와중에 바람의 영향조차 피하기 힘든 저 가벼운 단검이 인간의 이마 중앙을 뚫을 수 있다는 사실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인간의 뼈는 그렇게 약하지 않다. 하물면 인간의 두개골은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뇌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다.

1은 갑작스런 상황에 중얼거렸다.


“저 자는 이 아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1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는지, 8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장 돌아갑시다. 아무리 주변이 소란스럽다고 해도 이 정도 소란이면 경찰서에 신고 한, 두개는 들어갔을 테니까.”


8이 아이를 안고 차에 오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1과 2는 묵묵하게 그의 뒤를 따라 차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들이 달려온 루트로 검은색 트럭이 한 대 천천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와그너에서 뒤처리를 위해 보낸 청소 차량이 분명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아침이 밝아 올 것이다. 주변이 밝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1은 이번 작전이 끝까지 맘에 들지 않았다.


‘저 8번의 움직임... 마치 저 아이의 움직임처럼 느껴졌어! 저 자는 뭐지?’


작가의말

sf 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미력하지만 꾸준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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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시즌1 이야기 24.09.10 10 0 -
6 시즌2-1 어둠속의 존재 NEW 4시간 전 0 0 12쪽
5 시즌1-4 네오진 NEW 23시간 전 5 1 16쪽
4 시즌1-3 지온 그룹 24.09.13 7 1 12쪽
3 시즌1-2화 사건 24.09.12 10 1 12쪽
2 시즌1-1화 눈을 뜬다 24.09.11 11 1 15쪽
» 프롤로그 24.09.10 16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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