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준비하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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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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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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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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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DUMMY

나에게는 특이한 취미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오래전에 망한 게임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통칭 아써의 프리 서버를 운영하는 것.


누구나 인생 게임 하나 정도는 있을 거다.


이 초창기 VR 3D 생존게임 아써가 내겐 그런 인생 게임이었다.


고3때부터 군대가기 전까지 1년 반을 미친듯이 했었다.


‘그 덕분에 대입을 말아먹고, 군 제대 후 편입 공부까지 해야 했지만···’


허무하게도 군대를 다녀왔더니 아써는 망해 있었다.


당시 풀3D로 무장한 경쟁 게임에 밀려 개발사가 폐업 했다던가.


뭐, 정확히는 이때 가상현실 캡슐이 나온 시점에서 VR 고글만 지원하는 아써는 망할 운명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오히려 잘됐다 생각하며 한동안 아써를 잊고 살았다.


그런 아써를 다시금 떠올린 것이 5년 전인 2030년의 일이다.


우연히 찾게 된 네XX 카페 ‘올드 게임 프리 서버 구축’ 동호회.


일명 ‘올겜프’를 알게 되면서부터다.


망한 게임의 클라이언트만 있으면 서버 구축과 운영을 동시에 할 수 있단다.


그것은 모두 ‘올겜프’의 카페장인 메티스가 만든 ‘뉴월드메이커’ 덕분이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손쉽게 서버를 구축,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당연하게도 아써가 떠올랐다.


“아마 마지막에 받아둔 클라이언트가 어디 있을 텐데?”


혹시나해서 C드라이브 다운로드 파일을 보니.


예전에 받아 놓은 아써의 마지막 클라이언트 파일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근데 이거 운영하다가 잡혀가는 거 아냐?”


아무리 망한 게임이라도 사설 서버 운영은 불법이니까.


그래서 올겜프 카페에는 운영 원칙이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운영중인 게임의 프리 서버는 안된다는 것.


둘째는 제작사가 망한 게임만 된다는 것.


셋째는 프리 서버 운영 시 영리 행위가 이뤄지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하자면 라이센스가 풀려 오픈 소스가 공개되어 있는 게임만 가능했다.


아써는 다행히 1,2번을 충족했고, 오픈 소스가 공개된 게임 중 하나였다.


그러니 3번째만 내가 운영하면서 지키면 될 것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카페장인 메티스가 올려 놓은 구축팁 게시판을 자세히 공부했다.


올겜프의 카페장인 메티스는 현직 게임 개발자라는 소문이 있을 만큼 서버 구축법을 쉽고 자세하게 여러 게시글로 남겨 놓은 상태였다.


메티스가 올려놓은 구축 팁을 따라서 하나하나 해보다 보니 이 주 정도만에 아써의 프리 서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어엿한 프리서버 운영자가 된 것이다.


처음 1년 동안은 나도 꽤 열심히 운영했다.


‘프리 서버 갤러리’, 일명 프서갤이라고 하는 커뮤니티에 올려서 홍보도 해서 어떤 때는 최대 10명이 동시 접속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게임이라 그래픽이 구리다, 컨텐츠가 너무 없다, 게임성이 별로다 등 온갖 불만으로 챗창을 도배하더니.


얼마 안 가서 다 접고 혼자서 1인 서버를 유지해 온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역시 망한 게임에는 망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올겜프 카페에는 거의가 나같이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망겜의 1인 서버를 혼자 운영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언젠가부터 올겜프 카페 회원들과 프리 서버 운영 관련 잡담을 나누는 게 일상이 되었다.


오늘도 퇴근 후 올겜프 카페에 접속했더니 역시나 카페 채팅창이 활발했다.


대화는 언제나처럼 올겜프 채팅방 지박령 삼인방이 주도하고 있었다.


- 메탄사랑 : 님들, 나 대박임! 내 섭에 오늘 뉴비 들어옴.

- 포가튼아재 : 뭐? 메탄이 니 초저녁부터 한잔 한기가? 니 그 노잼 게임에 뉴비가 와 들어오는데?

- 프린세스퀸 : ㅋㅋㅋ아재님 오늘도 팩폭···

- 메탄사랑 : 아쒸··· 아재햄 진짜라니까요? ‘메시아’라는 아이디로 아까 1시간 전에 들어와서 계속 게임하고 있다니까요?

- 포가튼아재 : 야! 니 다시 로그 잘 봐 봐라! 진짜 한 잔 한거 아이재?

- 메탄사랑 : 아쒸··· 아니라니깐요. 어? 지금 나갔다. 딱 1시간 동안 레벨 15찍고 나갔네.


새로운 유저가 접속한 걸로도 저 난리다.


역시 망겜 1인 프리 서버 운영자들 다웠다.


하지만 저 소란은 그 뒤로도 계속 되었다.


- 프린세스퀸 : 어? 저번에 그 ‘메시아’ 이번에 내 프메 서버에 들어왔는데요?

- 포가튼아재 : 마, 퀸이 니도 초저녁부터 한 잔 했나?

- 메탄사랑 : 아재햄, 또 저러네···

- 프린세스퀸 : 진짜라니까요? 어라? 그 사이에 나갔네요. 신기하네. 최근에 홍보도 한 적 없는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 메탄사랑 : 퀸아 맞지? 그 놈 내 섭에서도 그랬다니까!

- 포가튼아재 : 오호··· 그으래? 그람 마 금마 여기 회원 중에 한 놈 아이가?

- 메탄사랑 : 오! 아재햄, 날카로운데요? 일리 있네요.


며칠 전부터는 여기 올겜프 회원 중 하나가 서버마다 순회 도는 거 아니냐는 예상이 중론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달이 넘게 그 ‘메시아’라는 유저는 매일 딱 1시간 정도씩 각 망겜의 서버마다 돌면서 접속하였다.


이제는 카페 회원들이 구축한 서버 중 불과 몇 개 서버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최근에는 회원들 사이에 다음 차례가 누구일지 예측하며 내 서버도 언급되는 중이었다.


“저기요. 내 서버는 아예 접속이 불가능하거든요?”


나는 한 일이년 전부터 서버를 아예 오프라인으로 내려놓고 혼자 하던 중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유저의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라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퇴근 후 올겜프 카페 채팅창을 띄워 놓고, 혹시나 싶어 서버 로그를 살피던 중이었다.


갑자기 낯선 로그가 눈에 들어왔다.


[IP:XXX.XXX······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뭐? 내 서버 오프라인 상태일텐데?”


서버 구동 프로그램 하단을 살피자, 상태에는 분명 ‘오프라인’이라 쓰여 있었다.


“뭐지? 어떻게 접속한 거야? 해커라도 온 건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서버 컴에는 망겜인 아써에 대한 것 빼고는 해커가 빼 간다 해도 딱히 문제될 것이 없었기에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로그는 이어졌다.


[IP:XXX.XXX······ 님의 커스터마이징이 완료되었습니다.]


[IP:XXX.XXX······ 님의 직업이 검사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내 눈은 크게 떠졌다.


[IP:XXX.XXX······ 님이 아이디 ‘메시아’를 선택하셨습니다.>


“왔다! 역시 그 메시아였구나!”


나는 드디어 소문 무성한 그 ‘메시아’가 내 서버에도 나타났음을 깨달았다.


“1시간 정도 하다 간다고 했지? 어디 내 서버에는 얼마나 있으려나? 기대되는데?”


불청객일지라도 얼마만의 유저던가.


나는 과자 봉지를 하나 뜯어 와작와작 씹으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로그 화면과 그 옆에 작게 떠 있는 플레이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아이디 ‘메시아’님이 튜토리얼 1단계에 진입합니다.]


튜토리얼 1단계는 튜토리얼 맵에서 제한 시간 내에 소형 몬스터인 고블린들을 잡는 미션이었다.


“어디 어떻게 하나 볼까? 고블린이 작아도 은근 재빨라서 까다롭거든?”


메시아는 기본 장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케륵케륵.


어린애 같은 체구에 긴 귀와 큰 머리를 가진 고블린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단검을 찔러왔다.


쉬쉭-


순식간에 메시아의 하체로 파고들곤 배를 향해 단검을 불쑥 찔러 넣었다.


“이거 봐! 고블린이 이래서 얕보면 안 된다니까? 다시 시작해야 겠는데?”


하지만 내 생각을 비웃듯 메시아의 장검은 그보다도 더 빨랐다.


파팟-


장검이 좌측 아래에서 사선으로 한번 번뜩이자 고블린이 반으로 갈라지며, 로그가 입력됐다.


[아이디 ‘메시아’님이 고블린을 쓰러뜨렸습니다.]


[아이디 ‘메시아’님이 ‘히든 미션 : 1번째 몬스터 1샷 1킬’을 최초로 달성하여 ‘스킬 : 치명적 일격(등급:A)’을 획득하였습니다.]


나는 눈이 번쩍 뜨여졌다.


“뭐야? 한 방에? 거기다 히든 스킬이라고? 저런 게 있었나?”


고블린은 몸집이 작지만 꽤 날쌘 편이라 처음 시작한 유저가 잡기에는 쉽지 않은 몬스터였다.


그것도 한 칼에 잡는 건 더더욱.


내가 넣은 기억은 없는데···


개발사가 숨겨둔 이스터 에그 같은 건가?


“뭐야? 장난이 아닌데? 한번 자세히 보자!”


나는 VR기기로 바꿔 쓰고, 관리자 모드를 ‘유저 시선 모드’로 바꿨다.


그러자 눈앞에 메시아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가 움직이는 동작이 실제처럼 눈에 들어왔다.


메시아의 움직임이 이어졌고, 검은 한 몸인 듯 간결하게 번뜩였다.


그야말로 일체의 군더더기도 느껴지지 않는 깔끔한 검식이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마다 어김없이 한 마리의 고블린들이 계속 죽어 나갔다.


“와씨··· 무슨 검술의 달인이야 뭐야?”


나는 지금껏 오랫동안 아써를 해왔지만 이 정도로 깔끔한 동작은 본 적이 없었다.


혹시 검도 국가대표라도 되는 걸까?


자연스레 나는 이 메시아라는 유저의 뒷모습을 넋이 나간 채, 계속 지켜 보게 되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튜토리얼과 1단계 메인스트림은 순식간에 종료되었고, 2단계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후 어느 새 보스 스테이지에 이르러 있었다.


“와··· 대박! 벌써 여기까지 왔다고?”


빨라도 너무 빨랐다.


고인물인 나라고 해도 최소 그 몇 배는 족히 걸릴 분량이었다.


그런데 그걸 고작 열 두 시간 만에 돌파하였다.


단 한번의 머뭇거림이나 헤매는 것 없이 오직 지름길로만 계속 전진해온 결과였고,


오는 내내 단 한번의 칼질로 한 마리씩 몬스터를 제거해온 결과였다.


“와··· 이게 말이 돼?”


말이 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출근 시간을 30분 남겨둔 시간.


“어쩔 수 없지. 일단 녹화 걸어 놓고 다녀오자!”


아쉽지만 VR기기를 끄고, ‘녹화 모드’를 켜둔 후 출근을 했다.


출근해서 일을 하면서도 온통 내 머리 속은 메시아의 플레이로 가득 차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거의 반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상태에서 어찌어찌 시간을 보낸 후 퇴근하자마자 바로 서버컴을 살폈다.


그리고 서버컴의 로그를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이디 ‘메시아’님이 메인스트림 Chapter 3의 Final Stage에 진입합니다.]


“뭐? 그 사이에 벌써 메인스트림 3단계의 보스까지 왔다고? 잠도 안 자고?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3단계 시작 후, 보스 스테이지까지 도달하려면 공략을 꿰고 있는 나도 최소 1주일은 걸렸다.


그런데 불과 반나절 만에 도달하다니···


핵을 쓰더라도 이건 불가능할 듯 했다.


단순히 검도의 달인이라는 걸로는 납득되지 않는 일이었다.


“대체 얘 정체가 뭐야?”


나는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곧바로 모니터 절반을 ‘유저 시선 모드’로 다시금 띄웠다.


그리곤 내가 출근한 동안 녹화된 영상을 오른쪽 화면에 틀었다.


그러자 화면 좌우에 메시아가 펼치는 간결하고도 강력한 검식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나는 홀린 듯 좌우로 보이는 그의 플레이에 집중하였다.


메시아의 플레이는 그 뒤로도 계속되었고,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의 플레이에 집중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아씨··· 다크 서클 장난 아니네.”


핸드폰에 비친 얼굴을 보니 사람이 아니라 판다가 보였다.


일주일간 매일 마다 밤을 꼬박 새며 메시아의 플레이를 보고, 아침에는 출근하는 극한의 일정의 결과였다.


그렇게 토요일 새벽이 된 어느 순간.


기다리던 로그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디 ‘메시아’님이 메인스트림 Chapter 10의 Final Stage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와··· 드디어 끝났다··· 일주일을 쉬지 않고 게임만 하다니 사람··· 맞냐··· 진짜 대박이네···”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지켜본 것만으로도 엄청난 희열감과 대리만족이 느껴졌다.


핵이든 뭐든 메시아가 펼쳤던 플레이는 그저 레전드 그 자체였다.


[아이디 ‘메시아’님이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들어올 때 만큼이나 쿨한 퇴장이었다.


그 순간 온몸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왔다.


“아··· 모르겠다. 일단 좀 자고 생각하자!”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쓰러지듯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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