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멱살 잡고 대동아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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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야즈
작품등록일 :
2024.09.11 18:30
최근연재일 :
20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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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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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폭풍 속으로

DUMMY

#003.



"경헌아, 이리 온. 와서 외숙께 인사를 드리려무나."


경헌은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 박씨 부인의 다정한 목소리에 아장아장 그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물론, 좀전부터 그 시선은 어머니 곁에 선 자신의 외숙, 도승지 박규수를 줄곧 향해 있었다.


‘도승지 박규수라···.’


대충 떠오르는 정보만도 북학파의 3대 거두 가운데 한 명인 연암 박지원(朴趾源)의 손자이자, 더 나아가 멸망을 앞둔 조선 왕조를 개혁하려 애썼던 사람. 부연해서 김옥균 등 급진 개화파에게 할아버지 대로부터 내려온 북학 사상을 전수한 연결고리에 이르기까지. 조선 후기 정계의 바로 그 거물급 인사가, 이번 생에서 자신의 외숙부.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인생역전이군.'


기막힌 마음에 경헌은 남몰래 쓰게 웃었다. 아무런 빽 없이 혼자서 버텨야 했던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서다.


이곳으로 오기 전, 그러니까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생도였던 바로 그 이경헌으로서의 삶을 되짚어 보면, 그야말로 온갖 억까와 트롤로 가득 중첩된 삶이었다. 집안 사람 누구를 찾아봐도 거물급 정치인은 커녕 동사무소 9급 공무원 나으리조차도 아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애석하게도 아버지는 친가고 외가고 거래처고 어딜 가나 빨대 딱 꽂아 쭈우우욱 빨려 먹히기 좋은 호구였다. 부창부수라고 어머니도 하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


친척들에게, 그리고 주변에 빌려줬던 돈만 따박따박 받아와도 서울 한복판에 큰 집을 사고도 남았을 거다.


뭐, 부모님 모두 사람은 정말 좋은 분이고, 누가 봐도 법 없이 살 수 있을 선한 분들이셨던 건 맞다.

문제는 딱히 그런 장점만 가지고 걱정 없이 밥 먹고 살기엔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냥 지옥불반도였고, 정직한 사람들은 그저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데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보아도 지금, 이 조선이라는 나라 또한 경헌의 입장에서는 마찬가지의 지옥헬반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판국이다.


"저 아이의 이름...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글자인데."


"...."


“경헌이라···.”


바로 그 순간, 눈앞에 선 박규수가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경헌아, 너는 네 이름글자가 품은 뜻을 알고 있느냐."


경헌이 바로 답하지 않자, 그 정도는 이미 감지했다는 듯, 박규수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래 전, 나는 네 이름과 꼭 같은 이름을 쓰던 현인과 교유하던 적이 있었다."


경헌은 남몰래 고개를 끄덕였다.


박규수가 지칭한 '현인'이란 분명, 그 재주를 아끼고 귀히 여겼던 효명세자를 가리키고 있는 말이 분명했다.

하지만 경헌은 일단 알은체는 접어두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로서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금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정보’였다.


어차피 상대가 박규수든 누구든, 그 대략적인 스탯이나 이름, 그리고 이후 행동과 결말까지 이미 훤히 볼 수 있는 경헌이었다. 모두 그가 이곳 조선에 오기에 앞서, 다섯 영령 할부지들이 주입해준 지식과 능력 덕분이었다.


"너 또한 듣기는 한 모양이겠다만... 그 분께선 원래 이 나라의 지존이 되실 위인이셨지."


"...."


"그 분께서 쓰시던 글자를 조카의 이름으로 듣게 되다니, 이 또한 내겐 퍽 기이한 일이 되겠구나."


나직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던 것도 잠시. 경헌의 작은 몸을 응시하던 박규수의 눈이 이번에는 그 어머니이자 자신의 사촌 누이 동생인 박씨 부인을 향해 옮겨갔다.


"...내 잠시 조카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니, 자리를 피해 줄 수 있겠는가?"


이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옅게 미소 지은 박씨 부인이 천천히 예를 갖추며 답했다.


"예, 그리 합지요."


***


"...."


그렇게 따라 들어간 사랑방.

생각보다 그리 큰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많이 소박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특이하게도 책은 굉장히 많았다.

개중에는 한국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전통적인 제책 방식의 종이책부터, 눈이 혹할 만큼 고급스러운 가죽과 그 위에 입힌 금박으로 마무리된 신기한 책도 있었다.

경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코끝에 느껴지는 향나무 냄새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옛날 시골집에 들어선 듯 되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리 와 앉거라."


박규수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문지방 맞은편에 나지막한 굽은다리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상을 경계로 바로 앞에 제법 폭신폭신하게 솜이 채워진 색동 무늬 방석이 놓여 있었다.


"경헌이 너, 여기까지 오면서 무엇을 보았느냐."


그 순간, 그런 경헌의 조그마한 얼굴을 뚫어져라 주시하던 박규수... 그러니까 이번 삶에서의 외숙부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어디 한 번 말해 보거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뻘짓으로 이 기회를 헛되에 날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경헌은 다시 또 믿음의 침묵으로 재빨리 방어벽을 둘러쳤다. 하지만 외숙부의 예리한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허, 네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었던 불편한 점이나, 이상히 여겼던 게 있다면 뭐든 말을 해 보래두."


바로 그 순간, 어렴풋이 귓속에 들려온 누군가의 익숙한 목소리가 이렇게 속삭였다.


[···<열하일기>, 그 내용을 쓰거라. 내, 바로 옆에서 일러줄 터이니.]


곁눈질로 흘낏 주변을 살피니, 긴 얼굴에 불그스름한 낯빛을 지닌 상당히 푸짐하게 생긴 할부지가 새하얀 도포에 까만 두건을 쓴 모습으로 자신을 향해 껄껄 웃고 있는 모양이 보였다.


[왜, 싫으냐? 허나 네가 생각해도 방법은 이것뿐일 게다! 으하하!]


바로 그 순간, 꽉 막혔던 경헌의 머릿속이 마치 누군가 스위치라도 눌러준 것처럼 맑아졌다. 동시에 뇌리를 타고 어마어마한 지식의 파도가 순식간에 다이렉트로 흐르기 시작했다.


"...의자."


"의자?"


"어째서 이곳에는 의자가 없는 것입니까?"


어쨌던 조선 시대에서 살게 된 이상, 자신이 본래의 대한민국으로 당장 돌아갈 수는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헌이었기에,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것 아싸리 관료가 되어 이 빌어먹을 조선을 개혁해버리기로 결심했다.


이 1000번을 말아먹어도 지나가던 똥개도 안 쳐다볼 부정부패의 온상, 정직한 사람은 당한다는 말이 참 격언으로 비춰질 만큼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은 마찬가지의 지옥헬반도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할 테니까.


그저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웃나라 등쌀에 껴서 샌드위치처럼 두들겨 맞는 상황 따위 무한반복하는 거, 솔직히 쪽팔린다. 세상에 어떤 조상님이 후대에도 그렇게 조옥같이 나라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웃으며 편히 흰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을까.

자신을 이곳으로 오게 한 저 다섯 영령 할부지들의 마음도 아마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의자라고 하면, 네 지금 좌구를 말하는 게냐?"


바로 그때, 경헌의 발언에 퍽 어이가 없다는 듯, 외숙부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어린애가 벌써부터 네 친가 안동 사람들이 부리는 사치에 익숙해진 게냐. 네 어미가 교육을 아주 단단히 잘못 시켰구나."


"...."


"너는 아직 나이 어려 저잣거리에 나가질 않으니 잘 모르겠다만, 좌구 자체가 워낙 값이 나가는 물건이니라."


[저저, 규수 저눔의 시끼, 또 저렇게 맞받아칠 걸 내 또한 알고 있느니라.]


그러자 경헌의 곁에서 맴돌던 좀전의 할부지 영령이 끌끌 혀를 차며 다시금 경헌에게 한 권의 책(이라 쓰고 컨닝 페이퍼라고 부르는)을 내밀었다.


그 이름모를 책을 슬쩍 곁눈질하자, 다시금 경헌이 몰랐던 지식의 파도가 반짝이는 빛이 되어 경헌의 뇌리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힘을 완전히 흡수할 즈음, 경헌이 명랑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치만, 외숙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청나라 사람들에게 좌구는 지극히 일상적인 물품입니다. 나물을 캐서 저잣거리에 나와 파는 아낙도, 열하의 거리에서 요술을 부리는 환영술사도 모두 제 집에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좌구에 앉아 일상을 보냅니다."


"......호오라."


"그 장식적인 면에서 달라질 뿐, 왕후장상과 서민을 가리지 않고 청나라 사람들은 누구나 좌구를 씁니다. 이는 좌구의 가격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또한 비싸지 않은 물품도 많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과연."


"청의 평범한 백성조차 갖고 있는 일상적인 사물을, 이 땅에서는 백성뿐 아니라 나랏일을 하는 관료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단순히 '사치'라 칭할 것이 아닌, 이 나라의 현실이 비정상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


"적어도, 이 나라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안주상이 청나라의 것보다 10배 이상 비싸도 그 상 위에서 식은 고깃조각 하나 찾아보기 힘든 것은, 누구에게 물어봐도 부당하다 할 것입니다."


"허헛- 이런, 맹랑한 녀석을 보았나. 확실히 너도 외곯수적인 면이 있구나, 이 반남 박씨의 피가 네게도 분명히 흐르고 있음이다."


[아무렴, 누가 고른 아인데. 으허허!!]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새하얀 도포에 새까만 관을 쓰고 있는 할부지 영령이 마찬가지로 껄껄 웃었다. 왠진 모르겠지만 이 할부지와 제 외숙부인 박규수의 얼굴이 꽤나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이 할부지는 아닌 게 아니라 진짜 ‘연암 박지원’이 분명할까.


"허면, 내 경헌이 네게 한 가지 더 묻겠다."


그때, 눈빛을 예리하게 반짝이며, 이 조선 땅에서 그의 외숙, 도승지 박규수가 이렇게 말했다.


"조만간 이 나라에서 큰 돈을 주조하고자 할 것이다. 그 가치는 아마도 지금 이 땅에 통용되고 있는 그 어느 화폐보다도 높게 책정되겠지. 다만-"


그 말을 듣고 있던 경헌의 눈빛이 예리하게 반짝였다.


'여기서 말하는 '큰 돈'이란, 당백전이 분명하다.'


당백전. 고종 3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구리 동전으로, 후대의 대한민국 역사 수업에서는 '악화(나쁜 돈) 중에 악화'라고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도 그냥 장도 못 담글 구덱이 수준의 쓰레기 취급이긴 했다. 이 당백전이라는 놈은 책정된 액면가 대비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당시의 희귀한 금속 구리의 함량도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이 때문에 발행될 당시에도 푼돈 취급을 받아서 현대인들이 말하는 ‘땡전 한 푼 없네’의 바로 그 땡전의 어원이 바로 이 당백전이라고 했나.


"경헌이 너는 이 조치에 대해 어찌 생각하고 있느냐. 그 동전이, 이 나라를 능히 이롭게 할 수 있겠느냐?“


"그야...."


경헌은 고민에 빠졌다. 당백전 발행이란 큰 이슈에 대해 박규수를 포함한 북학파 계열의 평가가 딱히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롭게 하기는 무슨, 약에 쓸래도 도움이 안 되는 천하의 잡기일 뿐!]


···마찬가지로, 경헌의 곁을 맴돌던 연암 할부지도 혀를 끌끌 차며 부채질을 할 뿐. 확실히 지금도 이야기되는 당시의 수퍼 하이퍼 울트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그 때도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답은 정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단지 문제는... 그 표현의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봐야 할지에 대한 기준?


솔직히 그게 좀 모호했다.

구데기, 핵폭탄, 큰 똥이라는 표현은 뭔가 좀 많이 없어 보였다.

좀 더 고급스러운 단어가 없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것도 잠시.


"재... 앙."


이윽고, 그때까지 생각에 잠겨 있던 경헌이 천천히 입을 열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 쇳조각은, 분명 이 땅에 재앙이 되고 말 것입니다."


"...!"


“종이였다면 벽과 바닥에 잔뜩 도배를 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니, 이 나라 백성들은... 그 동전을 들고는 겨우 사먹던 풀죽조차 먹지 못하게 되고 말 테지요.”


"그래, 경헌이 네 말이 옳다."


경헌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외숙 박규수가 화답했다.


"네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그 기개는 장부 못지 않구나. 바로 그 말이야, 그 직언을 조정의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서려 하던 이가 없었거늘!"


"...."


"좋아, 조만간 다시 보자꾸나. 역시 내 조카다. 내 경헌이 너를 위해, 소개해 주고 싶은 이들이 참 많이 있느니라."


"그 말씀은-"


“아무렴, 한성 출신의 조그마한 꼬마라고 네가 저 평안도 놈들에게 우습게 보여선 결코 아니 될 것이 아니겠느냐? 허허허!"


그런 외숙의 반응을 보며, 경헌은 남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한 셈이야.’


경헌이 품은 목적은 분명했다.


‘박규수는 3년 후, 평안도 관찰사가 되어 평양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번 대담을 통해 적어도 그가 바라던 목적은 어쨌든 완벽하게 성취되었다.


박규수의 눈에 들어, 3년 후 그가 평안도 관찰사로서 부임하게 될 평양으로 가족을 포함해 사제들 중에서 최소한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주교와 신부들 몇 명까지라도 따라 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려는 바로 그 계획.


‘박규수의 영내에서는 병인박해 시기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검증(?)된 안전지대인 평양으로 최대한 빠르게 넘어가, 어떻게든 베르뇌 주교와 다블뤼 주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살려내 개항기까지 존버해보자는 의도 역시 품고 있었다.


‘병인박해 이후, 당시 고점에 있던 조선 천주교의 교세는 완전히 꺾였고, 오랫동안 박해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나 병인박해 이후도 문제가 됐던 게, 조선과 대원군을 자극하기 위해 그 부친인 남원군 묘를 도굴해버린 페롱 신부의 뻘짓, 그리고 리델 신부의 프랑스 함대 요청 사건 등의 이슈가 아직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더 큰 탄압을 받게 된 천주교는 이후 식민지 시대까지도 교세를 크게 펴지 못했다. 결국 선발 주자였음에도 후발 주자인 개신교와 도미니크 수도회 라인에 완전히 밀리게 된 계기다.


‘박해 직전, 조선 정부의 고위 관료 중에도 천주교 신자가 꽤 있었어. 차라리 이들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연스럽게 평양으로 이동하게 한다면, 그 네트워크를 그대로 손에 쥘 수 있을지도 몰라.’


역사로 기록된 예정된 죽음까지 남은 시간은 오직 3년 뿐. 그 안에 모든 판도를 뒤바꿔야만 한다. 경헌은 남몰래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 다짐했다.


‘바로 그것이, 내가 이 땅에 오게 된 이유일 테니까!’

.

.

.

“합하, 신을 찾아 계셨습니까.”


“······어서 오시게, 도승지.”


그로부터 3년 후, 운현궁.

대원군 이하응의 부름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도승지 남종삼. 그가 예를 갖춰 부복하자, 대원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올린 방아책을 내 다시 보고 있었는데 말일세···.”


“예, 하문하시지요.”


도승지 남종삼이 다시금 예를 갖추며 말하자, 고개를 저으며 대원군이 말했다.


“다른 게 아니라, 정녕 이 불란서 신부들을 우리가 정녕 믿을 수 있겠느냐 말이야.”


“···.”


그렇게 말하는 대원군의 눈빛이 어쩐지 굉장히 매서우면서도 불쾌해 보였다.


“자네도 알겠지만, 불란서 놈들은 남만을 정벌하면서 그 앞잡이로 저 서학 무리들을 앞세웠네. 조정 대소신료들 역시, 남만의 사례를 들어 자네의 방아책을 반대하고 있고.”


“그, 그럴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옵니다. 아예 그, 남만과는 다른 일파이기에, 합하께서 우려하시는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줄로 아옵니다.”




도승지 남종삼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자, 대원군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맞받아쳤다.


“그걸 우리가 어찌 믿을 수 있겠냐는 말인가, 대체 언제까지!”


“하, 하오나 합하···.”


“그런 변명으로는 조 대비를 설득시킬 수 없네. 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풍양 조씨 일가들의 문제제기를 끊어낼 수 없다는 말일세!”


겁에 질린 남종삼이 입을 꾹 다물고서 벌벌 떨자, 대원군이 그를 노려보며 이렇게 말했다.


“가서 전하게. 나는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이니, 기일 내 답신을 주지 않는다면, 모든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겠노라고."


작가의말

그아아아아아 처음으로 받아보는 소중한 후원금!!

'트럭운전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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