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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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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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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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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과장을 보태면 집채만한 멧돼지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달려들려고 앞발을 땅에 긁었다. 그 모습에 이안은 등뒤의 대각선으로 걸친 대검일 뽑든다.


"덤벼라."


그걸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멧돼지가 달려들었다. 발굽에 의해 땅이 패이면서 빠른 속도로 돌진해온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안은 여유가 흘러 넘쳤다. 달려드는 놈과 그대로 맞부딪치려는 순간 몸을 틀어 가볍게 피했다.


"꾸에엑!!"


맷돼지가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을 흔들며 털었다. 어느새 맷돼지의 목에는 찔려 핏물이 주르륵 떨어진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군.'


아무리 짐승이라도 생명에 고통을 주면서 까지 가지고 놀다가 죽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검이라는 놈을 처음 써보니 가동범위가 오래걸려 오차가 생겼다.


다음번에 달려오면 고통없이 죽여주마.


피를 보고는 더욱 흥분해서 핏발선 눈동자로 멧돼지가 흥분한 채 노려본다.


방금전의 일격을 본 웨이스는 생각했다. 저렇게 무거운 대검을 가지고 매우 가볍게 다룬다고.


나비가 날아가듯 수려한 움직임. 검으로 찌르는 것은 정확히 보지는 못할 정도의 빠르기다.


멧돼지는 한번 실패한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이안을 향해 육중한 몸집을 쇄도해 온다.


한쪽 발을 축으로 삼아 검을 꽉 쥐었다. 힘줄이 솟아 오르며 근육이 수축한다. 전완근에 힘을 주고 허리의 회전을 더 해 검을 휘둘렀다.


검이 휘둘러지며 주변의 검풍이 일어나 잎사귀들이 땅아래로 흩날린다. 공기가 터지는 파공음과 함꼐 거대한 멧돼지의 목은 깔끔하게 잘려졌나갔다.


웨이스는 멀리서 입이 떡 벌어졌다. 인간이 저런 힘을 쓰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음유시인들이 읊어 되는 여웅들의 서사시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기사들은 오러라는 걸 쓰기에 보통 사람과 다르다고 했지만, 지금 이안님은 오러를 쓴게 아니지 않은가.


얼마나 깔끔하게 잘단되었으면 핏물한점 흐르지 않는다.


"고통없이 갔기를."


대검에 끝이 빛을 받아 휘광이 번뜩였다. 웨이스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성스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는 웨이스와 다르게 이안은 아쉬움을 느꼈다. 이제 경험치라고 할만한 힘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더 강한 존재와 싸움이 절실했다.


웨이스는 깊게 숨을 쉬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호흡을 하는 것 조차 멈추고 바라보았을까.


분명 이안 님은 대단하신 분이 될 것이었다. 언젠가 들려올 이안의 소식이 사뭇 기대되었다.


“이 멧돼지로 마을 사람들과 같이 식사나 하시죠.”


힘 좀 쓰는 장정 열명이 도구를 만들어야 간신히 들어야 할 멧돼지를 가볍게 번쩍 들어 올린다.


볼 떄마다 저 압도적인 근력은 놀라웠다. 심지어 지금까지 이안이 잡은 짐승 중에 제일 컸다.


앞서가는 이안을 바라보며 웨이스가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이안 님이 떠나시는 걸 알면 다들 아쉬워 할 것 입니다.”


사실 마을 사람들 보다 웨이스 자신이 무척이나 적적할 것 같았지만.



***



“하하하. 네놈. 여기처럼 함부로 니대면 밖에서는 명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정신차리고 살아라.”


둘째 형이란 작자인 바이런이었다. 그에게 살기 어린 시선을 보냈다.


곧장 깨갱거리며 하른 뒤로 숨어든다.


자연스럽게 혀를 찼다. 자기보다 어린 동생이 이렇게 밖으로 떠나가는데, 저놈은 장자도 아닌 게 자기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나.


이미 성년이 지났고 자기도 뭔가 자리를 찾아봐야 할 텐데. 하른 같은 놈이 가주가 된다면 바이런을 이곳에 놀고 먹게 두지 않을 것이다.


너무 뻔한 미래가 보였다. 저놈에 비한다면 장남인 하른을 보니 차라리 나았다. 허나 못난 것들끼리 비교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른은 작은 영지에서 왕놀이나 하며 잘살아라지.


한편 이 세상에 귀족들이 다 저러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디에도 정착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테니.


살아남고 강해진다. 얼마나 강해질지 모르지만 그 끝이 보고 싶다.


검을 잡는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길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디며 만들어지는 것.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뭔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잡념과 함께 밖으로 나오는 집사와 하녀 세 명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이안을 진심으로 배웅했다.


대부분 눈가가 살짝 젖어있다. 애써 울음을 참는 모습.


"꼭 나중에 다시 한번 찾아오십시오."

"흐윽. 나가서 성공해서 돌아오시길 빌겠습니다."


태어난 이후로 가족보다 저들과 친하게 지냈다. 오히려 저들이 이안의 가족과도 같았다.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괜히 자신도 울컥할 것만 같았다.


형이란 놈들은 마지막까지 이안을 놀리러 나온 것이었지만,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작별을 아쉬워했다.


“이제 가보겠습니다. 다들 잘 사시길 바랍니다. 그럼.”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지기 전에 뒤를 보지도 않고 걸어갔다. 바론이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을 지나가자, 사람들이 한 명씩 모여들었다.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들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다.


“지금까지 저희를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안 덕분에 굶주리지 않고 자식들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세월의 풍파가 느껴지는 주름진 노파가 손까지 잡고 있으니 차마 놓을 수도 없었다.


사실 이안이 기껏 해준다는 게 운동 겸 무거운 물건을 옮겨주거나, 각종 처리가 안 되는 사냥감들을 나눠줬을 뿐이다.


딱히 큰 선의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곳은 신분제 사회. 당연하다고 생각한 행동이 저들에게는 아니었다.


거기에다 다른 형제들과 비교되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더 돋보였던 것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매우 화창했다.


시원한 바람이 은빛 머릿결을 스쳐 지나갔다.



***



누구에게도 검술을 배우지 못했다. 그저 매일 연습한 것이라고는 베기 찌르기 올려치기 내려치기.


기본기만 수없이 반복했다. 어릴 때부터 연습한 검술이라고는 그것이 다였다.


베르세르크 오러 연공법은 찾았으나 검법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의 검술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허나 자신의 힘을 믿었다. 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용력을.


첫 목적지는 도시 바클리.


그곳에 가는 이유는 명료했다. 용병 길드가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였기 때문이다.


가능한 기사로 이름을 날리고 싶었지만 지금 기껏 사슬갑옷에 종자도 없고 말도 없다.


이렇게 다닌다고 누가 기사로 보고 돈을 주고 고용할 것이며 취급할 것인가.


이안 자신이라도 안하겠다.


심지어 사슬 갑옷을 사기 위해 모든 가죽을 팔아 구해야했다. 그것도 새상품이 아닌 중고품.


그만큼 비싼 것이 어린아이들의 로망이자 기사의 상징인 판금 깁옷이라 불리는 플레이트 메일.


겉모습이 화려하게 치장되어야 인정해주는 것도 이곳도 똑같았다.


방랑 기사라고 하고 다니기에도 너무 부족한 무구.


어디 귀족가에서 나와서 기사라고 다니면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다. 말이나 시종 한 명 없이 나오는 기사를 누가 기사로 보겠는가.


한편, 베르세르크 영지는 일 년에 보부상 몇 명 오지 않는 영지라 그런지, 제대로 된 길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것도 이안이 자주 사냥을 해서 가죽들을 싸게 팔지 않았더라면 보부상은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동물들이 다니는 길도 이 정도는 정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귀 주변에서 수풀을 가로질러 따라오는 존재들이 느껴졌다.


머리까지 자라는 풀들을 파헤치고 그 길을 올라가다 보면 옛 제국이 만들어놓은 잘 보존된 정비된 길이 나타났다.


이곳으로 쭉 나아가면 바클리로 갈 수 있다고 웨이스가 말해 주었다.


“여기서 처리해 주지. 나와라.”


스르릉.


등에 맨 대검을 빼들었다. 진작에 따라오는 놈들을 처리하고 싶었다.


뒤통수가 간지러운 것을 참기 힘들었다. 이제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


“케엑!”

“켁켁!”


열 마리 정도의 고블린이 따라왔다. 기껏해야 무릎에 닿는 크기의 놈들이었지만, 괜히 방심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귀찮음이 생길 수 있었다.


놈들은 마비 독을 썼다. 거기에 잘 못하다가 물리기라도 한다면, 그들의 더러운 세균에 감염되어서 죽을 수도 있다.


사제 한 명도 없는 변방의 지역에서 고블린 한 마리도 위험할 수 있었다.


풀숲 안에서 처리하지 않은 것은 시야가 너무 제한 되어있고 한 번에 모이면 쓸어버리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참아왔다.


거기에 수풀이 우거진 곳은 한 치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갈 길이 멀었다. 괜히 마비 독이라도 맞으면 시간이 풀릴 때까지 걷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었다.


지금의 몸이라면 마비 독 따위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다 만약을 대비해서였다.


이제 큰길가로 나왔으니 따라오던 놈들을 처리할 때였다.


“후웁.”


한순간 호흡을 내쉬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나갔다.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종아리 근육이 급격히 수축하면서 순식간에 발가락을 찍어 눌러 뛰어 나갔다.


이미 어지간한 인간과 비교를 불가할 정도의 근력을 가졌다. 뛰어나간 땅에는 깊게 발자국이 찍혀있다.


“크엑?”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이안에 놀란 듯, 고블린들이 허둥지둥거렸다. 그대로 달려들어 가장 앞 놈의 목을 대검으로 날려버렸다.


베어진 목에 살점과 핏물이 튀어 오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고블린들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만 끔뻑였다.


뒤늦게 다른 고블린이 움직이려 했지만, 대검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다음 고블린의 몸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 그 모습에 다른 고블린들이 공포에 집어먹혔다.


“케엑!”


이내 고블린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거구의 인간이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대로 달려가 도망치는 놈들을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그 뒤로 학살의 현장이었다.


뒤늦게 따라온 놈들까지 포함해서 총 15마리를 죽여버렸다. 나중에 골블린이 불어난다면 마을에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지금 발견해서 죽일 수 있었던 것이 다행. 두 형제놈들을 생각하면 짜증이 났지만 죄없는 마을 사람들과 사냥꾼 웨이스를 고생시킬 수 없지.


한편으로 입맛을 다셨다. 아쉬웠다. 거대한 멧돼지로도 경험치를 않는데, 작은 고블린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심지어 가죽을 벗겨가면 팔 수 있겠지만 겨우 푼 돈이었다. 시간이 아깝다


검에 묻은 살점과 피를 털어냈다. 상하지 않게 가지고 온 기름을 칠해 곧장 손질해 주었다.


초대 가주부터 내려온 검이면 족히 수백 년은 되었을 검인데, 검날이 매우 예리했다.


이건 단순히 관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대단한 장인이 뛰어난 재료로 만든 명검이 분명했다.


수백 년 동안 영지를 잃어가며 검을 빼앗기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계속 걸어갔다. 이미 웨이스에게 노숙에 관한 것도 다 배워두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마을의 여관에 머물고 싶었다.


혹시나 짐마차를 만날 수 있을까 했지만, 이런 변방에서 너무 큰 기대였다.


고블린을 죽인 뒤로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아침 일찍 출발했기에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오랫동안 걸으니 배가 고파졌다. 가죽으로 된 가방에서 준비해 온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걸어갔다. 중간에 몇 개의 마을이 있다고 했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그 마을 중의 한 곳인 것 같았다. 마을을 경비하던 청년들이 베르세르크 마을에서 왔다고 하니 서로 수군거리더니 순순히 목책의 문을 열어주었다.


'사실 베르세르크 마을이 아니라 영지지만.'


쓴 웃음을 지었다. 그걸 영지라고 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마을 청년들의 반응을 봐도 마을이 있다는 사실만 알지, 영지라는 것을 잘 모르는 듯했다. 말 안 하기를 다행이다.


마을에 들어서서 여관을 찾아 들어섰다. 삐걱거리는 문과 바닥이 인상 깊은 곳이다. 한마디로 매우 낡았다는 뜻.


이곳이 오늘 하루를 보낼 여관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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