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대머리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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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캐
작품등록일 :
2024.09.19 23:05
최근연재일 :
2024.09.2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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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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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동혁아, 몸은 좀 괜찮아졌어?”


동혁은 어깨를 빙빙 돌려봤다.

저번 레이드에서 다친 어깨.

특수한 능력 때문에 크게 다쳐도 남들보다 훨씬 빨리 낫는다.


“거의 다 나은 것 같은데?”

“벌써? 잘됐다. 내일모레 레이드 일정이 잡혔는데. 갈 수 있겠어?”


동혁이 속한 길드장 동건.

동혁의 집에 찾아와 눈치를 보며 묻는 중이다.


“몇 급인데?”

“18급.”


동혁은 시원하게 대답했다.


“까짓거 가지 뭐.”


시원시원한 대답에 얼굴이 확 밝아지는 동건.


“고마워. 자세한 내용은 톡으로 보내줄게!”


동건은 발걸음 가볍게 떠났다.


그가 저러는 이유?

동혁만한 믿을맨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헌터의 등급은 F급부터 S급까지.

동혁에게 ‘넌 등급이 뭐냐’ 라고 묻는다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는 전 세계 유일하게 변동 스탯을 가진 헌터기 때문에.



#####



몇 년 전.

처음 각성했을 땐 기뻤다.

오래 가진 못했지만.


“이게 뭐야?”


[ 이름: 박동혁 ]

[ 직업: 군주 ]

[ 스탯: 멋: 100 (+0)

낭만: 5,000,000

정의: 5,000,000 ]


장난?


스탯이 멋, 낭만, 정의라고?

힘, 민첩, 지능 같은 게 일반적인 거 아니냐고.

(+0)은 또 뭐야.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우수수수!

머리카락이 전부 빠져 버렸다.


“어···?”


뭐지?

이 엄청난 탈력감.


더듬더듬.

동혁은 머리를 만져봤다.


분명히 5초 전까지만 해도 꽤 있던 머리가 남김없이 사라졌다.


그냥 머리가 빠진 게 아니다.

모근 하나도 없이.


그야말로 깐달걀.

민둥민둥, 맨숭맨숭, 보들보들.


“끼야아아악!”


동혁은 잠시 기절했다.



###



잠시 후 눈을 뜬 동혁.


“꿈이···아니었어···.”


각성하면서 모습이 바뀌는 일이야 있다.

머리에 뿔이 나거나 털북숭이가 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는 듣도보도 못했다고.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뭐 이런 미친 각성이 다 있어.”


그래도 호재가 하나 있긴 하다.

정의, 낭만 스탯이 무려 500만이라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것.


무릇 대머리는 무엇인가?

강함의 상징.

드래곤볼의 무천도사, 원펀맨의 사이타마를 보라.


어쩌면 나, 사기 각성을 얻어버린 걸지도?!


주말에 헌터부로 가서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잘 다려진 정장을 입고 캡모자를 눌러썼다.

그 때 동혁은 직장인이었으니까.


그런데!


[ ‘멋’ 스탯이 20 증가했습니다. ]


[ ‘멋’ 스탯: 120 (+0) ]


스탯이 제멋대로 올랐다.


고작 정장 하나 입었을 뿐인데?


“오오옷!”


동혁은 즉시 이 옷 저 옷을 꺼내 입어봤다.


넥타이도 다른 걸로 매 보고.

캡모자 때문인가? 모자도 바꿔써 보고.


뜻밖의 패션쇼.

그야말로 난리 부르스.


하지만 멋 스탯은 요지부동이었다.


찜찜함을 안고 일단 출근한 동혁.


“동혁 씨, 웬 캡모자?”

“어? 혹시 머리 밀었어요? 어디 아파요?”


모자에 손 대려는 동료들에게,


“손 대지 마! 돈 땃쥐 미(Don’t touch me)!”

“어머머!”

“저리 가라고오오!”


라며 반응한 것을 빼면, 평상시 같은 하루였다.

머리가 허전하니 예민해지는 걸 어쩌란 말인가.


하지만 그 후로도 스탯은 제멋대로 성장했다.


예를 들면 탕비실에 누가 쏟은 커피를 닦을 때도.


[ ‘멋’ 스탯이 10 증가했습니다. ]


[ ‘멋’ 스탯: 130 (+0) ]


퇴근길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했을 때도.


[ ‘멋’ 스탯이 30 증가했습니다. ]


[ ‘멋’ 스탯: 160 (+0) ]


멋 스탯은 쭉쭉 올랐다.


솔직히 자리 양보할 땐 좀 기대하긴 했다.


집으로 돌아온 동혁.


‘멋’ 스탯이 하루만에 100에서 160이 됐다.

그럼 1.6배만큼 강해진 건가?


“헛둘! 헛둘!”


제자리 점프도 해보고, 팔굽혀펴기도 해봤지만.


‘별 체감 안 되는데?’


딱히 강해졌다는 느낌은 안 든다.


이럴 때 가는 곳이 있다.

국가 기관인 헌터부.

헌터 관련 모든 일은 여기서 한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동혁이 들어서자 아리따운 여직원이 묻는다.


“각성했는데 당최 무슨 능력인지 모르겠어서요.”

“3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각성이란 게 원래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동혁만 해도 ‘멋’ 이라는 이상한 스탯이 붙지 않았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생전 처음 보는 상태창, 특성, 스킬들.


그런 요소들을 종합했을 때,

F급~S급 중에선 어디에 속하는지.

어떻게 강해지면 좋을지.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헌터가 이곳 헌터부에 있다고 한다.


“박동혁 씨, 들어오세요.”


안내된 방 안으로 들어서니 여자 한 명이 있었다.

무슨 이상한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고, 융단 깔린 테이블에는 방석 위에 놓인 수정구슬 하나.


이거 분위기가 완전···


“여기 헌터부가 아니고 점집인가요?”


빠직.

여자는 내색하지 않고 구슬을 가리켰다.


“손을 얹고 힘을 불어넣으세요.”


동혁은 구슬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했다.


파앗!

푸쉬시시...


구슬에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이내 힘없이 꺼져 버렸다.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녀는 수많은 헌터를 봐왔다.

각성하자마자 S급인 사람도 있다.

특성 빨, 각성 빨.

힘이 넘쳐 구슬을 부숴버린 S급도 있었다.

하지만 눈 앞의 이 남자는,


“박동혁 씨.”

“네?”

“박동혁 씨는 E급 헌터입니다.”

“뭐요?”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E급이라니!

사람을 대머리로 만들어놓고 E급이라니!


“스탯이 160밖에 안 되셔서요. 스킬도 없으시고.”


스킬이 없는 건 어떻게 알았지?

거기다 스탯 160이라는 숫자를 정확하게 말하기까지.

과연 용하긴 하다.

꾸며놓은 건 무슨 점집 같긴 해도.


하지만 동혁은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수치가 500만인 스탯들은 뭔데?


동혁은 여자에게 말했다.


“저 다른 스탯은 500만인데.”

“뻥치지 마세요.”

“진짜로.”


아무래도 스탯이 500만인 낭만, 정의는 안 보이나 보다.

160인 ‘멋’ 스탯밖에 안 보이는 듯.


그래, 뭐. 됐다.

안 보이고 안 믿겠다는데,

바짓가랑이 붙잡고 납득시킬 필요가 있나?


그리고 낭만, 정의는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이놈의 ‘멋’ 스탯이니까.

제 멋대로 올라가는 건 그렇다 치고, 지금 E급이라면 얼마나 올려야 D급, C급이 될 수 있는 거지?


“스탯을 얼마나 올리면 D급이 될 수 있을까요?”


스탯이 성장한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사실 뭐 어떻게 올리는지도 잘 모른다.


“대부분의 헌터들이 가진 스탯은 이런 공식을 따라가요.”


대부분의 헌터, 동혁의 기준으로는 ‘멋’ 스탯.

그 스탯이 500 이상이면 D급.

1,000 이상이면 C급.

5,000 이상이면 B급.

30,000 이상이면 A급.

100,000 이상이면 S급이란다.


“A급이랑 S급이 그렇게나 차이나요?”

“그러니까 사람이 아니라고들 하는거죠.”

“아하.”


스탯을 올려주는 아이템은 비싸다.

싼 게 몇천만원 수준.

그런 걸 주렁주렁 걸쳐도 A급조차 될까말까라는 거.


하지만 여자가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다면, 그의 스탯은 제멋대로 성장한다는 거다.


그러면.


“계속 성장하다 보면 S급은 확정이라는 거 아냐?”


20, 30씩 오르긴 해도, 이대로 계속 스탯이 오른다면.

10만이 뭐야? 100만도 될 수 있지.


낭만, 정의 스탯은 오르지 않고 고정이긴 해도, 수치가 무려 500만이다.

여자가 말한 스탯 환산법을 따르면 S급을 까마득히 넘는 SSS급, EX급이라는 거다.


비록 두 스탯은 딱히 육체의 강함에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그래, 역시 초 사기 능력이 주어져야 맞지.”


가져간 게 있는데 당연히 이 정도는 돼야 성에 차지.

‘멋’ 스탯부터 쫙쫙 올려서 100만, 1000만 만들어야겠다.


그날부터 동혁은 ‘멋’ 스탯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길거리 쓰레기도 주워보고.

봉사활동도 참여해보고.


[ ‘멋’ 스탯이 2 증가했습니다. ]

[ ‘멋’ 스탯이 3 증가했습니다. ]


하지만 스탯은 찔끔찔끔 오르기만 할 뿐.

그마저도 한번 오르면 비슷한 행위로는 안 오른다.


그렇게 뻘짓거리를 아무리 해봐도 ‘멋’ 스탯을 30정도밖에 올리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대체 멋이란 게 뭔데?”


결단력? 카리스마? 외형?


그 때부터 동혁은 ‘멋’ 하면 떠오르는 걸 해봤다.


1. 계산할 때 거스름돈 안 받기.


스탯은 요지부동.


2. 길바닥에서 할머니가 파는 채소 다 사버리기.


역시 스탯은 요지부동.


“맛없어...”


일주일 동안 시금치만 먹어야 했다.


설마 그렇다면?


3. 거울 보면서 멋부리기.


빵!

후우...

거울을 보면서 온갖 포즈를 취해봤다.


30분쯤 지났을까.


[ ‘멋’ 스탯이 5 감소했습니다. ]


“아! 씨발!!!”


이거 깎이기도 하는 거였어?


스탯이 깎여버렸다.

본전도 못 건졌다.


해결책은 의외의 장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헌터된 자의 사명은 무엇인가?

게이트를 클리어해 국가, 나아가 세계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동혁도 헌터로 각성한 이상, 게이트를 클리어해보기로 한 것이다.


.

.

.


몇십 년 전, 각국의 대도시.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광장에 커다란 카운트다운 시계가 생겨났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100일에서 카운트다운 시작.


시간은 전 세계 공통이다.

순식간에 99일 23시간 59초, 58초, 57초··· 시간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전 세계적 비상이 걸렸다.

밤인 나라도, 낮인 나라도.

총 관료 회의를 실시했고, 화상으로 진행 상황 공유.


하지만 결론은 ‘뭔지 모르겠다’ 였다.

카운트다운 시계는 반투명한 채 떠 있고,

파괴는 절대 불가, 가릴 수도 없다.

사방을 천막이나 벽으로 가려놔도, 그걸 뚫고 외부에 시간을 투사한다.


그러면, 이것은 무슨 카운트다운인가?

100일이 지나면 무슨 일이 생기나?

그렇게 생각할 때.


사람들이 하나둘, 각성하기 시작했다.

전사, 마법사, 창병, 소환사, 암살자, 탱커, 사제, 주술사, 원소술사, 드루이드 등등등···.


수백 개의 직업으로 저마다 각성했고.


“이게 뭐야!”


그 과정에서 외형이 변하거나 신체 일부가 변형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야말로 대 혼란.


그뿐인가?

제일 처음 브라질에서 게이트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모든 나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은 못 들어가고, 각성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가는 인원 수에 제한은 없고, 탱크로리나 자주포, 전투기가 들어가기엔 좁은 게이트.


그럼 어떡하나?

각성한 사람들이 들어가는 수밖에.


전 세계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이 가장 먼저 게이트에 첫발을 내디뎠다.

온갖 보호 장비와 최신식 장비를 동원하고선.


그리고 제일 처음 들려온 보고는,


“뻐킹 판타지에서나 나오는 몬스터들이 덤벼든다!”


두 번째로 들려온 보고는?


“근데 생각보다 할만하다!”


신식 장비의 힘에, 각성한 저마다의 능력까지.

어렵지 않게 보스몬스터까지 잡고 나서.


“홀리몰리! 끝에 보물도 놓여져 있다!”


현대에 있을 수 없는,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현상을 일으키는 아이템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자,


띠링!

미국의 카운트다운 시계에 1일이 플러스됐다.

다른 나라는 전부 그대로.


그게 무슨 말인가?

카운트다운이 뭔지는 몰라도 시간이 0이 됐을 때 좋은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시간을 늘리려면 게이트라는 시련을 돌파해야 하는 것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시한 폭탄이면 폭탄이지 새해 카운트다운 같은 것일 리가 없다는 것.


그래도 게이트 클리어가 쉬워서 다행이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고.


러시아도 그렇게 생각했다.

불곰이랑 맞짱뜨는 형님들의 나라.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아이템을 준다고?

선점이 가장 중요할 거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러시아도 맞서서 전 세계적으로 생중계를 틀었다.

게이트에 불곰 같은 형님들이 입장했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안일함으로 인한 참사가 벌어졌다.


“콤라드! 대답하라! 콤라드!”

“······.”


입장한 각성자들이 10분도 안 되어 시체로 돌아온 것.


현대 기준에서는, 미국은 20급 게이트였고 러시아는 18급 게이트였다.

물론 당시에는 그걸 몰랐고.


그래서 게이트마다 급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피로 쓰여진 안전수칙.


게이트는 20급부터 1급까지.


20급을 클리어하면 카운트다운 시계에 1일 추가.

19급을 클리어하면 2일 추가.

18급은 4일, 17급은 1주, 16급은 2주, 15급은 한 달···

그렇게 2배씩 증가된다는 것.

20급과 19급의 몬스터 사이에도 엄청난 강함의 차이가 있다는 것.


몇 년 후, 내전 중이던 나라가 카운트다운 0을 맞이해 지옥문이 열리는 걸 본 후에는, 모든 나라가 엄중하게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었다.


.

.

.


동혁도 그 20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계획이었다.

20급 게이트는 여전히 사망률이 제로(0)에 가깝고, 혹여나 좋은 아이템이라도 나오면 인생 역전이다.


하지만 동혁은 게이트 경험이 전무한 E급 헌터.

받아주는 건 어중이떠중이 파티밖에 없었다.


“다들 각성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전 어제요.”

“전 2주 됐어요.”


파티원 여섯 명 전부 초짜.

F급 헌터 4명에 E급 헌터 2명.


국가가 그냥 냅둬?

냅둔다.

게이트 클리어 권한도 쉽게 내준다.

20급 게이트는 다른 게이트에 비하면 엄청 쉬운 수준이니까.


“20급 게이트는 도망만 잘 치면 죽을 일은 없다고 했어요.”

“맞아요. 아니다 싶으면 냅다 도망치죠.”


이론상 20급 게이트는 F급 헌터 5명만으로도 클리어 가능하다.

잡몹 몇십 마리 나오는 게 전부니까.


“키에에엑!”


들어서자마자 나타난 코볼트 네 마리.

동혁은 전열에 서는 탱커 겸 딜러 포지션이었다.


헌터부에서 50만원 주고 칼까지 사 왔다.


푸슉! 파앗! 스걱!

동혁은 어려움 없이 몬스터를 베어넘겼다.


화르르륵!

뒤에서 마법사의 지원이 뒤따랐고.


“앗 뜨거 시발!”

“헉, 죄송해요. 아직 조절이 서툴러서···”

“거 조심 좀 하쇼.”


문제는 가끔 같은 팀 등짝을 태워먹는 마법사였다는 거.

초짜라 스킬 조절이 서투르다.


어쨌든, 전투는 별 손실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역시 20급, 난이도가 쉽다.

자신감을 얻은 일행은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문제는 코볼트가 아니었다.


“아악!”

“무슨 일이에요?”

“코볼트가 쏜 독침에 맞았어요! 악! 나 죽어!”

"?"


코볼트가 쏘는 침엔 독이 없다.


“코볼트는 독침 안 쓰는데.”

“아··· 그래요?”


머쓱.

너네 사전조사 하나도 안 했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아아앙!”


등짝을 지져대던 마법사가 주저앉아 버렸다.


“도저히 못 하겠어요. 피가 막 튀고 무서워서···”


몬스터들의 피가 튀고 육편이 낭자한 현실에 멘탈이 못 버틴 모양이다.


“어떻게 안 되겠어요?”

“네···.”


수익 포기 각서를 받고 돌려보냈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상자는 0.

동혁이 딜탱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이었다.


코볼트가 쓰는 무기도 둔기 정도니, 마법사 없이도 가능하겠다 싶어 계속 나아가는데,


“아악!”

“왜 그래요?”

“발목을 접질렀어요.”

“탱커 아니세요?”

“갑옷이 너무 무거워서···.”


탱커는 갑옷의 무게를 못 이기고 다쳐 버렸다.


“어쩌죠? 포기할까요?”

“포기하긴 아까운데···.”

“맞아요. 곧 보스전이잖아요.”


보스전만 깨면 보물이 코앞이다.

첫단추가 중요한데, 첫 레이드를 포기하자고?

그건 싫어 보이는 사람들.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서 다수결로 결정했다.

결론은 3:2.

보스를 잡고 가기로 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는 걸로?”

“오케이!”


탱커는 메이스를 꽉 쥐었다.

일이 잘못돼도 코볼트 정도야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일 것이다.


파티는 보스의 성채로 들어섰다.


“키아아악!”


코볼트 백인대장이 파티를 발견하자, 코볼트 무리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동혁은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이미 그가 파티의 리더 격이었으니,


“저쪽!”


동혁이 파티를 통제했다.


“포위를 뚫고 저쪽으로 갑시다. 좁은 길목이라 하나씩 상대하기 쉬우니까.”

“네!”

“가시죠!”


마법사가 없어서 우악하게 뚫을 수밖에 없다.

파티는 탱커를 앞세우고 포위망을 뚫었고,


“크윽!”


포위망을 거의 빠져나왔을 때 탱커가 쓰러져 버렸다.


“괜찮아요?”

“일어날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코볼트에게 다리 쪽을 당한 것 같다.


탱커가 코볼트 따위의 무기에 당한다고?

어쩔 수 없다. F급 탱커니까.


“버리고 그냥 와요!”

뒤에서 소리치는 팀원들.


동혁은 잠깐 고민했다.

니 팀 버려?

코볼트 사이에 두고 가면 최소 중상인데?

그럴 순 없지.


동혁은 탱커를 질질 끌고 가면서,

달려드는 코볼트들을 베어넘겼다.


촤악! 촤악! 파쉿!


곧 동혁의 몸에도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겼고, 그러면서 그의 검이 더 빨라지고 강해졌다.


일도양단.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검에 몬스터가 낙엽처럼 쓸려나간다.


챙! 챙! 파삿! 콰직!

한 칼에 한 놈씩.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베어넘겼고.


타앗!

같은 팀의 궁수를 노리고 코볼트가 쏘아낸 침마저 허공에서 잡아낸 동혁.


“고, 고마워요.”


어느덧 남은 건 백인대장 하나뿐이었다.

동혁은 달려들어 그대로 칼로 베어넘겼고, 백인대장은 둔기와 함께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쿠웅.


“이겼다!”


팀원들은 환호하며 달려나왔다.


“어떻게 된 거예요? E급이라면서, 왜 이렇게 강해요?”


동혁도 놀랐다.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주는 느낌.

스탯창을 확인해보니,


[ ‘멋’ 스탯이 100 증가했습니다. ]


[ ‘멋’ 스탯: 283 (+0) ]


한번에 100이나 올랐다.

아무래도 멋 스탯은 전투를 해야 올라가는 스탯이었나 보다.

+0은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파티는 성채의 안쪽, 백인대장의 방으로 향했다.


아이템 획득 확률은 완전 랜덤.

아이템일 수도, 금속 쪼가리일 수도 있다.


“제가 열게요.”


파티의 도적이 락픽으로 보물상자를 열었다.

들어있는 건 빛바랜 펜던트, 브로치 정도.


“값나가는 건 없어 보이네요.”


아쉽게도 꽝이다.

최종 수익은 50만원 정도로, 5명이 나눠가졌다.


사람들은 아쉬워하는 것 같았지만 동혁은 그렇지 않았다.

쌩쇼를 해도 안 오르던 스탯이 껑충 뛰었으니까.

목숨을 거는 것만큼 멋있는 건 없다는 걸까?


파티는 게이트에서 나왔다.

20급 게이트를 클리어했으니, 한국 카운트다운 시계에도 1일이 추가됐겠지.


즉 이것으로 대한민국이 하루 더 안전해진 셈.

왠지 모르게 뿌듯하다.


그리고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전 세계를 뒤져봐도 스탯이 성장하는 헌터는 없다.

스킬이나 아이템으로 올리는 게 전부다.


그러니, 동혁은 전 세계에서 스탯이 성장하는 단 한 사람이 됐다는 것.


모든 걸 바꿀 기회.

다치는 게 싫다고 포기할 건가?


아니?

악셀이 주어졌으면 끝까지 밟아봐야지.


스탯도 올리고, 돈도 벌고.

덤으로 세상도 지키고.


거기다.


동혁은 내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번-쩍!

석양에 대머리가 밝게 빛났다.


죄 없는 사람에게 멋대로 이런 좆같은 운명을 지게 한 각성.

반드시 몇백 배로 대가를 받아낼 거다.


“그래, 끝까지 한번 가보자.”


그렇게 동혁은 헌터 일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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