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대머리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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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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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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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남자의 가발은 크게 두 종류다.

통가발, 부분가발.

통가발은 망째 머리에 쓰는 거고, 부분가발은 핀이나 클립으로 있는 머리에 찝어 고정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부분가발이 더 안정적이고 자연스럽다.

통가발은 망째 머리에 쓰다 보니 잘 미끄러지고, 접착도 잘 안 된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동혁도 알고 싶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와 동혁을 대머리로 만들어버린 각성.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현재 동혁의 ‘멋’ 스탯은 833.


처음 레이드에서는 100이 오르더니,

그 다음부터는 끽해야 10~30밖에 안 오른다.


그 동안 멋 스탯에 대해 알아낸 거라곤,

주로 전투를 통해 오른다는 것.

적이 강할수록, 전투가 치열할수록 상승폭이 크다는 것.


그것도 강한 헌터에게 가만히 쩔을 받으면 안 되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를 지키거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거나.


그래서 동혁의 역할은 파티의 전열에 서는 딜탱이었고, 몇 년을 고생한 결과 ‘멋’ 스탯은 833이 된 것이다.


‘멋’ 스탯이 1,000이 넘어가면 C급이라 했는데, 생각보다 ‘멋’ 스탯이 쭉쭉 오르지는 않았다.


낭만, 정의 스탯은 여전히 뭔지 모르겠고.


그래도 한계 없는 성장은 기분 좋은 법이다.


내일 18급 레이드에 참가하게 됐으니까, 이번에 스탯 1,000 넘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바깥이 시끄럽다.


“무슨 일이지?”


창밖을 내다보는 동혁.

동시에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 서울 XX구에 기행 던전 출현. 즉시 실내로 대피,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절대 야외로 나가지 말 것. ]


기행 던전은 출현과 동시에 몬스터가 쏟아져나오는 게이트다.


게이트 첫 출현 후, 전 세계에서 게이트 클리어에 열을 올릴 때.

모든 각성자가 뉴비였고, 인프라가 없어 허덕이던 시절.

너무 강한 게이트는 당연히 클리어를 못하고 시간이 지지부진 끌렸다.


결과는?

15일 후 게이트가 폭발.

안에 들어있던 마수들이 뛰쳐나와 대량 학살을 저질렀고, 전 세계적인 공조로 겨우 마수를 물리쳤다.

카운트다운 시간은 추가되지 않았다.


게이트는 15일이 지나면 폭발하는구나,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서 생성 직후 폭발한 게이트가 보고되었다.

도심지에 생성된 게이트라 몰랐을 리도 없다.


한번 더 세계적인 공조로 마수를 물리쳤고, 15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카운트다운 시간은 추가되지 않았다.


무지에 의한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였으나, 이것저것 조사해봐도 생성 직후 폭발하는 게이트는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경고도 불가능하다.


예측 불가능한 재해. 재난.

그러니까 기행.

몬스터가 현실로 쏟아져나오니까 던전.


그 기행 던전이 서울에서 폭발한 것이다.


사이렌이 온 거리에 요란스럽게 울렸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가까운 건물 내부로 대피하고 있었다.


동혁의 핸드폰이 다시 한번 울렸다.


[헌터부] C급 이상 헌터들은 즉시 서울 XX구로 집결. 가부 회신 바람.


동혁은 아직 E급 헌터로 등록된 상태인데.

전체 발송으로 보낸 걸 보니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비명 소리가 들린다.

C급 이상 헌터들을 찾는다는 건, 몬스터 수준도 그 정도라는 소리.


동혁의 스탯은 833.

스탯이 1,000이 넘으면 C급이니, 아직 동혁은 D급인 상태.


"나도 가야 하나?"


기행 던전이란 거, 처음 나타났을 때야 끔찍했지만 이제는 금방금방 정리되긴 한다.


한국인들이 무슨 민족인가?

빨리빨리의 민족.

기행 던전 터졌다, 하면 10분 내로 A급부터 S급까지 다 날아온다.

누가 강제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나 훈장도 안 주는데.


아마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하물며 대한민국 중심 서울인 이상에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아아악!”


째지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창 밖으로 고개를 쭉 빼서 보니, 어린아이가 마수에게 쫓기고 있다.


쿵! 쿵! 쿵!


커다란 황소같이 생긴 마수가 손에 양날 도끼를 들고 아이를 쫓고 있었다.

키가 3미터는 될 것 같다.


철푸덕!

아이는 그만 땅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어떡해, 어떡해.

발을 동동 구르며 쳐다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동혁은 잠시 고민했다.


그의 각성 직업은 군주.

스탯은 멋, 정의, 낭만 따위.

‘멋’ 스탯은 제멋대로 성장 중이고,

정의, 낭만 스탯은 5백만으로 고정, 오를 기미도 없다.


그럼 동혁은 각성 전에 정의의 화신이었나? 정의, 낭만이 EX급일 만큼?


그렇지 않다.

적당적당, 대충대충.

농땡이 피우는 거 좋아하고, 자기 몸 편한 게 제일이다.

더구나 동혁은 지금 다친 몸이고, C급 헌터를 요구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지원이 올 기미는 아직 없다.


그럼 어떡하나.


동혁은 가발을 머리에 뒤집어썼다.


“에라 모르겠다!”


몸이 먼저 움직여 버린 것이다.


후회를 뒤에 남기지 않는 성격.

적어도 동혁은 그런 성격이었다.


동혁의 집은 지상 7층.

창문을 넘어 바닥을 향해 뛰어내렸다.

최소 다리가 부러지는 높이였지만 동혁은 아무런 충격 없이 착지했다.


쿠우웅!


그리고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곧장 마수를 향해 재도약.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2초가 안 됐다.


황소 모습의 마수는 이미 아이를 향해 도끼를 내리치는 중이었다.


그 앞을 막아선 동혁은 두 손바닥으로 도끼날을 양쪽에서 가격했다.


쩌엉!


도끼날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크엉?”


마수는 잠깐 어리둥절해 있다가,


“크아아아아!”


머리에 난 뿔로 동혁을 들이받으려 했다.


꾸우우우욱!

하지만 동혁은 양 손으로 뿔을 단단하게 지지.


퍼억!

한쪽 무릎으로 마수의 대가리를 차올렸다.


“크어억!”


마수가 물러나는 사이, 습관적으로 허리춤을 잡았지만.


“아차.”


칼이 없다.


그러는 사이 마수가 두 주먹을 모아 내리쳤다.


쿠우우웅!

동혁은 두 팔을 올려 공격을 막았다.


그 때 동혁은 느꼈다.


가볍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마수도 육중한 발로 동혁의 턱을 차올렸다.


퍼억!


“크헉!”


동혁의 고개가 홱 제껴졌고.


미끄덩!

가발이 땅에 떨어졌다.


“이 새끼가!”


동혁은 한 손을 펴 마수의 배를 향해 내질렀다.


뻐어어엉!


단 일 장.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마수는 이내 천천히 무너져내렸다.


쿠웅.


“······.”


띠링!


[ ‘멋’ 스탯이 300 증가했습니다. ]


[ ‘멋’ 스탯: 1,133 (+0) ]


와!

833이던 게 단번에 1133.

C급 헌터의 기준이라던 1,000을 가볍게 넘어버렸다.


동혁은 승급의 기쁨을 뒤로 한 채, 잽싸게 떨어진 가발을 다시 썼다.


“···봤어?”


도리도리도리도리.

쓰러져 있던 아이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후우우웅-

쿠웅!


무언가 하늘에서부터 날아왔다.

이번엔 또 뭐야?


멋지게 착지한 것은 중년 남자였다.


“조금 늦었군.”


남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마수의 시체를 살폈다.

마수의 배에 뻥 뚫린 구멍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남자는 동혁을 위아래로 훑더니 물었다.


“네가 해치운 건가?”


“응.”


먼저 반말하길래 반말로 받아친 동혁.


중년 남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맨손으로 일합이라··· 나쁘지 않군.”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다리에 힘을 모아 도약했다.


휘우우웅-

공중을 날듯이 저만치 멀어져가는 남자.

흡사 무협에서나 나오는 경공술을 보는 것 같다.


“캬, 보법이 다르구만.”


방금 중년 남자는 S급 12위로 유명한 철권 강창호다.


소란을 진압하러 S급까지 투입된 모양이다.

마수는 동혁이 먼저 잡았으니 금세 떠나가 버렸고.


동혁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세웠다.


“괜찮아?”


끄덕끄덕.

아이는 반짝반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멋있어요, 아저씨!”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야.”

“네, 아저씨.”


기행 던전 폭발은 30분만에 종료되었다.

동혁은 아이를 무사히 부모에게 인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헌터시죠? 어떻게 사례를 해야 할지···.”


동혁은 발로 땅을 다지고 있었다.


“에이, 괜찮아요.”

“그래도 어깨에 상처가···.”

“이건 일전에 다친 거예요.”


팍, 팍.

애꿎은 땅을 발로 헤집는 동혁.


“애가 놀랐을 텐데 병원이나 데려가 보세요.”

“네! 정말 사례를 하고 싶은데 성함이라도.”

“에헤이! 참 끈질기시네. 그럼 이만 갑니다.”


동혁은 손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절대 땅을 보지 마세요!”


한 마디를 덧붙이며.


“땅···?”


동혁이 있던 땅을 바라보니,


땅엔 그가 발로 새긴 이름이 한가득이었다.


박동혁, 박동혁, 박동혁.

못 알아볼까 봐 여러 번 새긴 치밀함.


대놓고 사례를 바라진 않는다.

기자랑 인터뷰할 때라든가.

인터넷에 미담을 올린다든가.

그 정도를 기대하고 남긴 이름.


“······.”


부부는 동시에 생각했다.


이 남자, 얕다.



##########



그 날 밤.


“흠흠~흠흠흠~”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이제 동혁도 C급 헌터.


혹자는 말한다.

헌터는 C급부터 사람구실 한다고.

그러니 그 초입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이 기쁠 수밖에.


이제 C급이 됐으니 더 높은 게이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멋’ 스탯도 더 잘 오르지 않을까?


일단 내일 있을 18급 게이트에서 얼마나 강해졌는지 시험부터 해 보자.


물론 그 전에,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이요.”


기념으로 저녁은 배달음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C급이 된 기념으로 C로 시작하는 음식.

바로 치킨이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면서 다시 한번 스탯 확인.


[ 이름: 박동혁 ]

[ 직업: 군주 ]

[ 스탯: 멋: 1,133 (+0)

낭만: 5,000,000

정의: 5,000,000 ]


찔끔찔끔 오르더니 드디어 네 자리수 달성!


이거 치킨 안 먹어도 되겠는데?

보기만 해도 배불러.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뜨는 알림창.


[ ‘멋’ 스탯이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


[ 랜덤한 ‘팔로워’가 찾아옵니다. ]


뭐가 찾아온다고?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똑똑.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왔구나, 치킨!”


부리나케 일어나서 문을 활짝 열었다.


“······.”


기대했던 치킨은 없고.


눈높이를 한참 내려보니 꼬마 남자애가 한 명 서 있다.

등 뒤에는 본인 키만한 대검을 짊어지고서.


“엥.”


잠시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러고 서 있기를 잠시.


꼬마애가 씩씩하게 외쳤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군! 도리라고 합니닷!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닷!”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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