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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창범
작품등록일 :
2024.09.20 14:46
최근연재일 :
2024.09.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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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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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튜토리얼(3)

DUMMY

테사라 왕국 북동부의 대도시, 노아.


이곳은 아나크렌 왕국, 크라하 왕국, 카이논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크고 작은 전투가 자주 발발하는 곳이지만, 생각 외로 노아의 밤 분위기는 활기차고 뜨거웠다. 3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영지인 만큼 교역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성문으로는 마차들이 끝도 없이 들어온다. 게다가 드넓은 곡창지대를 소유하고 있어, 원래 살고 있는 영주민의 숫자 또한 적지 않다.


전투가 빈번하고, 상인들의 왕래가 잦으며, 경작할 땅이 많은 영지.


그 말은 곧, 노예 또한 엄청 많다는 뜻이었다.


상단의 짐을 옮기거나, 공장에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농사를 짓기 위해선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법이었으니까.


빈번한 전투는 그 수요를 충족시켜 줄 만큼 공급 또한 원활하게 해주었을 테고.


그런 시스템에 빨대를 꽂고 살아가는 자들이 있다.


노예 사냥꾼.


전쟁 포로 혹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을 붙잡아 노예로 만들거나, 도망친 노예들을 잡아 오는 일을 하는 사람들.


“도주한 노예는 아직 못 찾았나?”


빅터는 노아에 있는 가장 큰 노예 사냥꾼 단체, 붉은 늑대 길드 소속으로 활동하는 노예 사냥꾼이다. 직급은 팀장.


보고를 위해 달려온 젊은 신참이 차렷 자세를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직 들어온 보고는 없습니다.”


“그 노예가 직전까지 피코첸크 마법 상회의 물약 공장 라인에서 일했다고 그랬지?”


“맞습니다.”


“흠. 그런 놈에게 마티아스랑 헨리가 죽었고, 그 뒤에 만들어진 포위망에서도 추가로 세 명이 죽었다라······.


좁은 골목길.


시체를 내려다보던 빅터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탈주 노예를 잡는 과정에서 어쩌다 한두 명씩 죽을 때도 있다. 사람은 간사해서, 일이 익숙해지면 그만큼 긴장의 끈도 풀기 마련이니까.


찌르면 들어가는 건 노예나 일반 사람이나 똑같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섯 명이나 죽는 일은 무척 드물었다. 게다가 아직 어디로 숨었는지 찾지도 못한 상태.


“조력자는?”


“없습니다. 현장에 남은 흔적도 그렇고, 목격자들의 증언도 그렇고, 항상 혼자 움직였다고 합니다. 조력자가 없는 건 확실합니다.”


달빛이 내려앉은 골목길은 참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목을 부여잡은 채 죽어있고, 시뻘건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져 있다. 핏자국이 계속 이어지는 걸로 보아 몸싸움을 했던 것 같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죽은 시체의 손을 치우자,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흔적이 보였다. 상처를 본 빅터가 침음을 흘렸다.


심상치 않다.


노아에서 이 짓을 시작한 지 어느덧 15년. 별의별 탈주 노예를 경험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검 한번 제대로 잡아볼 기회조차 없었을 노예에게 벌써 다섯 명이 죽었다.


상처가 깔끔한 걸로 보아 녀석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동료들을 찔러 죽인 게 분명했다.


“어디 가십니까?”


“탈주한 꼬맹이 놈을 잡아야지.”


“어, 어째서 팀장님이 직접······.”


“가끔은 오리들 사이에서 독수리가 태어나기도 하거든.”


“······?”


뜻 모를 말을 남긴 빅터가 손바닥으로 입술에 난 자상(刺傷)을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언제든지 쉽게 뽑을 수 있도록 검집을 허리에 고쳐 맸다.


“가서 앤드류와 블레이크에게 비상 대기조를 운용하라고 일러라. 1조는 성문을 지키고 2조는 외곽부터 샅샅이 수색한다.”


“비, 비상 대기조까지 호출하란 말씀이십니까?”


“서둘러라. 아침이 되기 전에 놈을 잡으려면.”


빅터가 옅은 달빛에 잠긴 골목길을 나섰다.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검자루의 감촉이 오늘따라 유독 싸늘하게 다가왔다.


흔히들 노예 사냥꾼을 보고 돈귀신이라고 부른다.


빅터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들은 돈이 되는 일은 뭐든지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사람을 잡아 노예로 가져다 파는 것이다.


그런 노예 사냥꾼들의 세계에서 20년 가까이 굴러먹은 빅터는 그 누구보다 돈 냄새와 피 냄새를 잘 맡는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아주 진한 피 냄새를 맡았다.


‘독초로 자랄 싹은 확실하게 밟아둬야겠지.’


구색도 좋다. 그는 노예 사냥꾼. 탈주한 노예를 잡을 뿐이다.


노아에선 매일 밤 많은 숫자의 노예가 탈주한다. 도망친 이유야 다양하다. 일이 너무 고돼서, 노예가 된 현실을 부정해서, 자유를 되찾고 싶어서 등등.


결국 오늘 밤, 탈주 노예 한 명이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노예가 어떤 재능을 지녔는지는 모른 채.




* * *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성을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다.


성 내부에 숨어 있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제법 큰 도시라서 숨어 있을 공간은 많지만, 몽타주가 그려진 전단지가 뿌려지거나 현상금이 걸리는 순간 내 위치가 특정될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 건 어렵겠는데.”


높이만 해도 무려 30미터. 군데군데 덩굴로 덮여 있지만 타고 올라가는 건 무리일 듯싶다.


곳곳에 감시를 위한 망루도 있어서 오르다가 발각당할 확률이 높았다. 올라갈 수 있다 해도 문제다. 성벽 위를 지키는 위병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다.


빠르게 판단을 마치고 다시 골목길들로 이루어진 주거 지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수많은 가상 현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은 능력은 두 개. 관찰력과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급박한 상황이나 처음 와보는 낯선 지역에서 특히 유용했다.


“미리 통행증을 꺼내 놓으십시오! 검문 흐름에 지장을 주는 자는 맨 뒤로 돌려보낼 것입니다!”


“이 시간에 성 외부로 출입하는 이유는 무엇이오? 이 시간엔 허가받은 통행자들만 나갈 수 있다는 걸 모르시오?”


“이봐요. 통행증 어딨어요?”


“술 먹다가 잃어버려서······.”


“일단 위병의 통제에 따라 저쪽으로 이동하십시오. 심층 검문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변장을 한 채 성문을 통과하는 것도 포기.


나는 제법 연기를 잘하는 편이다. 위장도 꽤 쓸 만큼은 할 줄 안다. 많은 가상 현실 게임을 하다 보니 단련된 능력이었다.


하지만 경계가 무척 삼엄했다. 통행증이야 어디 지나가는 사람의 품에서 슬쩍할 수는 있지만, 야간에만 오가는 출입증이 따로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얼굴도 한 명 한 명 확인하는 데다가 나가는 이유까지 체크한다. 이 정도면 그의 변장이 들통날 가능성이 높았다.


흠······.


어디 하수도 같은 곳은 없나?


이 정도 규모의 성이라면 분명 꽤 오랜 시간이 쌓여서 형성이 됐을 거다. 그럼 분명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하수도 같은 지하 통로가 존재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이내 포기했다.


위험성이 너무 컸다. 해자랑 연결되어 있을 경우 물고기 밥으로 전락하게 될 테니까.


“심부름이라도 왔냐? 못 보던 얼굴인데?”


빈민가 골목길 끝에 위치한 으슥한 술집.


입구와 제일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30대 남성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마에 난 칼자국이 인상적인 사내였다.


술집 안에는 아무 손님도 없다. 중년으로 보이는 바텐더 한 명이 유리잔을 천으로 닦고 있을 뿐.


내부는 ‘ㄱ’자 모양으로 네다섯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있고, 그 외로 4인 정도가 앉기 적당한 원형 테이블이 일곱 개 정도 있었다.


끝에는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진 빈 공간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악기 공연 같은 걸 하기 위해 마련된 모양이었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암로를 좀 쓰고 싶은데.”


품속에서 노예 사냥꾼들을 죽이고 챙긴 돈주머니를 꺼냈다.


암로(暗路).


밀수꾼들이 쓰는 밀수 루트를 뜻하는 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성이라면 분명 밀수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곳에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엔 반드시 꼬이는 게 바로 밀수꾼들이다.


나는 이 성을 빠져나가기 위해 밀수꾼들이 자주 모일 만한 공간에 찾아온 것이다.


“뭐라고? 좀 크게 얘기해 봐라.”


칼자국이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술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문이 스르르 닫혔다. 문 끝에 실을 매달고 반대편에 무게가 있는 물체를 걸어두는 원시적인 방법의 자동문을 쓰고 있었다.


“흐읍!”


순간 칼자국이 벼락처럼 다가오며 칼을 뽑아 들었다. 길이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단도였다.


채앵―!


“······!”


칼자국이 눈을 부릅떴다.


내가 공격을 막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목에다가 검을 겨누리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지금 내 모습은 비루해 보이는 14살짜리 소년이니까.


작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암로.”


“······어떻게 알았지?”


밀수꾼들이 대체로 들여오는 품목은 두 개.


하나는 상류층을 위한 물건들이다. 향신료, 비단이나 귀금속 같은 사치품이 주를 이룬다. 사치품은 어딜 가나 세금이 높게 부가되는 법이니까.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밀수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하층민들을 위한 것. 즉, 마약이었다. 육체적 고통이나 피로, 스트레스 해소, 현실 도피를 하기에 마약만한 게 없었으니까.


어떤 밀수품이든 물건을 팔 네트워크가 필요한 법이다. 특히 마약은 어딜 가나 돈이 되고, 어딜 가나 수요가 있으며, 어딜 가나 걸리면 크게 처벌받는다.


그래서 이렇게 빈민가 외지에, 또 아무도 오지 않는 술집이라면 마약이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입구에 이렇게 칼잡이까지 세워놓는다면 더더욱.


“두 번 얘기하고 싶지 않아. 난 그저 길을 좀 빌려 쓰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대가를 내고 말이지.”


칼자국의 공격을 막느라 발치에 떨어진 돈주머니를 툭 찼다.


“······.”


칼자국이 힐끗 눈신호를 보냈다. 그때까지 바텐더는 하- 하고 입김을 만들어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바텐더가 입을 열었다.


“얼마지?”


대답이 궁색해졌다.


돈주머니에 얼마가 들었는지는 체크하지 않았다. 어차피 화폐의 가치를 모르는 상태다. 은 쪼가리 몇 개가 얼마인지 내 알 바인가.


“직접 확인해.”


“허허허, 탈주 노예 주제에 여기까지 오다니. 노예가 되기 전에 뭘 했지 궁금하군.”


중년인의 말에 머리카락이 쭈뼛 돋았다.


내가 잘못 찾아왔나.


혹시 여기가 노예 사냥꾼들의 본거지는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게 아니면 날 보고 단번에 탈주 노예라고 알아차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의문은 곧 풀렸다.


“단검을 목에 겨눌 때 손바닥이 천장 쪽으로 향하게 잡는 경우는 거의 없지. 힘을 주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손목 힘줄이라는 약점을 노출하게 되니까. 손등을 일부러 가리려고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


“검은 로브로 옷차림을 숨겼지만, 신발까지는 못 챙겼나 보군. 하긴, 어린아이니까 맞는 사이즈를 찾기도 어려웠겠지. 그렇다고 소가죽으로 대충 만든 샌들을 계속 신고 있어서야 쓰나. 노예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꼴이군.”


“눈썰미가 좋네.”


“방금 전에 노예 사냥꾼 놈들이 다녀갔다. 우리 같이 정보에 예민한 사람들만큼 싸고 손쉽게 정보를 구할 곳이 없을 테니. 덕분에 쉽게 유추가 가능했지.”


“고작 그 정도 정보 만으로 알아내다니 대단한데.”


“어느 정도의 정보만 주어진다면 이후 결괏값을 추론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야. 오히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곳까지 온 자네가 더 대단한 거지.”


“그렇군.”


가볍게 고개를 주억이며, 칼자국에게 겨눈 단검을 거둬들였다.


눈앞에 있는 중년인은 높은 확률로 밀수업을 전문으로 하는 상단의 상단주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대화로 하자고 신호를 보내는데 굳이 피를 볼 필요는 없겠지.


칼자국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목을 매만졌다.


“그래서, 암로는?”


“우리가 주로 쓰는 길은 알려주기 곤란한데.”


“이곳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꼬맹이인데도?”


“우리처럼 목을 걸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거든. 대신 상처 입은 고양이 한 마리 정도는 지나갈 수 있는 개구멍이라면 있는데 말이지.”


중년인이 유리잔을 내려놓으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바닥에 떨어진 돈주머니를 들어 중년인 앞에 내밀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


싸게 치렀는지 비싸게 치렀는지는 곧 보면 알게 될 일이다.


“허허, 제법 묵직하군. 죽은 놈 저승길에 미련이 가득하겠는걸.”


중년인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밀수업자가 많다고 생각할 정도라였다니.


‘그렇게 큰돈이었어?’


살짝 배가 아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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