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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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작품등록일 :
2024.09.21 22:34
최근연재일 :
2024.09.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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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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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일족의 아이

DUMMY

한 아이가 쪼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땅바닥을 긁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워커.

열심히 일만 하며 살다가 죽으란 의미로 형식상의 양부가 붙여준 이름이다.


“오늘이구나···.”


무감각한 눈으로 땅만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워커. 그의 머리 위로 두터운 그림자가 졌다.

워커가 고개 들어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봤다.


신장 2m.

보기만 해도 땀 냄새가 날 것 같은 갈색 지방질의 육체.


양부가 지그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시 그와 눈을 마주치고 있던 워커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일하다가 잠깐 쉬는 거예요, 아주 잠깐이요. 진짜예요.”


양부는 변명하듯 말하는 워커를 보며 빙긋 미소짓다가 아무런 전조 없이 손을 휘둘렀다.


짝!


워커의 눈앞에서 불똥이 튀었다.

머리보다 큰 손바닥에 따귀를 맞은 워커가 데굴데굴 흙바닥을 굴렀다.


“더러운 종자! 저주받은 악마 새끼! 일은 안 하면서 밥만 많이 처먹는 거지 같은 새끼!”


퍽! 퍽! 퍽!


양부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워커를 밟았고 워커는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웅크리며 맞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분이 좀 풀렸는지 양부가 발길질을 멈추며 널브러진 워커의 앞에 섰다.


“야.”


발로 툭툭 워커를 건드리는 양부.

하지만 워커는 미동도 안 했다.


“드디어 뒤진 거냐?”

“···.”


상체를 굽혀 워커의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양부.

그는 잠시 후 두 손으로 땀으로 범벅이 된 본인의 얼굴을 감쌌다.

워커의 코에서 바람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


“하, 좆됐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워커를 되도록 오래 살려서 고통받게 하는 것.

비록 워커가 저주받은 일족의 아이이긴 하지만, 이렇게 죽여서는 안 됐다.

더군다나 이미 한 명을 죽여버린 전적이 있으니 상부에서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젠장!”


튼튼하기가 보통의 인간들과는 차원이 달라서 그동안 마음 놓고 때렸는데, 이렇게 갑자기 죽어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당장 다음 달에 감찰관이 오면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캬악~ 퉤! 개 같은 말종 새끼. 하여튼 끝까지 도움이 안 돼요.”


걸쭉한 가래침을 뱉은 양부, 아니, 진정한 신분은 노예 3호의 관리자인 그가 워커를 내려다봤다.


“이 몸뚱아리가 그렇게 비싸다지···.”


욕심이 가득 들어차는 눈.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지.”


각성했을 때 발현되는 마력에 이계의 마족이라는 종족이 다뤘던 힘, 마기가 묻어나는 종족이라 하여 붙은 이름, 마혈족(魔血族).

그들은 선천적으로 보유한 마기 잠재력 때문에 인간이지만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배척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특이 체질로 인해 그들의 사체는 암중에서 꽤나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고.

무분별한 마혈족 사냥으로 인해 현재 그들은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상태였다.


워커는 그런 마혈족의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였다.

그러니 관리자라 하더라도 욕심이 생길 수밖에.


하지만 이걸 혼자서 처리했다가는 결국 들킬 것이고, 그 후엔 워커의 사체를 팔아 챙긴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는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으니, 욕심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 감찰관이 올 때까지 썩지 않게 하려면 신경 좀 써야겠네.”


짜증 나는 얼굴로 워커를 노려보던 그가 시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죽은 줄 알았던 워커가 번쩍 눈을 떴다.


“너···.”


깜짝 놀라며 굳어지는 노예 관리자.

워커가 그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손을 뻗었다.


‘이 개새끼가!’


마력을 각성한 초인인 그에게 있어, 비록 기습이라곤 해도 어디까지나 어린아이가 날린 주먹질은 공격이라 할 수도 없는 것.

놀란 것도 잠시뿐 분노한 관리자는 다가오는 손을 덥썩 잡았다.


꾹-


워커의 주먹을 으스러뜨리려는지 손에 힘을 주는 관리인.


“살아줘서 고맙다, 이 저주받은 새끼야. 오늘부터 더 재밌게 지내보자.”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신경 써서 괴롭혀줄 생각이다.

기분 좋아진 그가 자유로운 손을 내밀어 워커의 목을 움켜쥐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지 그러냐, 이 더러운 종자야.”


그렇게 그가 워커를 들어 올린 그때였다.


팟!


미소한 파공음이 들려오며, 한쪽 시야가 사라졌다.


“무슨···.”


잠깐 멍하니 있던 그는 곧 크아아악! 비명을 터뜨리며 워커를 집어던졌다.


“너, 이 새끼!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더러운 종자! 죽여버릴 테다!”


한쪽 눈을 두 손으로 감싼 채 몸부림치는 관리자.

그의 두 손 사이에 눈을 뚫고 들어간 나뭇가지가 있었다.

워커가 땅바닥을 휘적거리고 있던 그 나뭇가지였다.


“독한 새끼!”


그렇게 맞으면서도 워커가 끝까지 나뭇가지를 쥐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통스런 와중에도 소름이 돋는다.


핑-


그런 그의 귓가에 또 다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캬악!”


괴성을 지른 그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뭔진 몰라도 두 번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상대는 그냥 아이가 아니라 마혈족의 아이다.


‘힘을 숨기고 있었나.’


까맣게 된 오른쪽 시야.

눈물로 범벅이 돼 뿌옇게만 보이는 왼쪽 시야.


구르는 걸 멈추며 재빨리 손으로 왼쪽 눈을 비비며 눈물을 훔쳐낸 관리자가 멀쩡한 눈을 부릅떴다.

그러곤 경악했다.


마치 초인처럼, 아무런 기척 없이 그에게 다가온 워커가 상체를 숙인 채 뾰족한 돌을 들어 그의 얼굴을 향해 내지르고 있었던 것.


‘이, 이런!’


너무 놀라서 고통까지 잊은 그가 두 손을 뻗어 다가오는 워커의 손을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전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가까워지던 손의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더니 이내 밑으로 쑥 꺼졌던 것.


서걱-


턱밑에서 오싹한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빨간 액체가 뿜어져 나와 그의 가슴팍을 적셨다.


“컥컥!”


베인 목을 움켜쥔 채 떨리는 한쪽 눈으로 워커를 올려다보는 관리자.

이 순간 그는 무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이가 그렇게 두려울 수 없었다.


“사, 사려져-”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관리자를 말없이 내려다보던 워커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뭐지?’


설마 살려주는 건가?

본인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상상을 관리자가 하던 그때, 워커의 몸이 아래로 쑥 꺼졌다.

쪼그려 앉은 것이다.


‘서, 설마···.’


관리자가 발버둥 쳤다.

워커가 앉은 곳이 그의 다리 바로 옆이었기 때문이다.


파파파파팍!


끔찍한 고통과 함께 허벅지에서 마구 피가 튀어 오른다.


“카아아악!”


힘과 피가 너무 많이 빠져나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관리자가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입을 열어 마구 비명을 질러봤지만.

워커는 어떠한 감정도 내보이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뾰족한 주먹돌을 내려찍는 걸 반복할 뿐이었다.


“저주··· 받··· 은···.”


마침내 관리자의 발버둥이 멈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에서 뿜어져 나오던 핏줄기도 잦아들었다.

워커는 그제야 동작을 멈추었다.

멍하니 있던 그가 입을 벌렸다.


“아아···.”


아이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는 한이 담긴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아아··· 형. 누나.”


고아인 자신을 아버지처럼 키워줬던 형.

고아인 자신을 어머니처럼 키워줬던 누나.

저들이 1호, 2호라 불렸던 자신의 가족.


형은 그의 눈앞에서 맞아 죽었고.

누나는 어딘가로 끌려갔다.


아마도 괴롭힘 받다가 죽었겠지.

보통의 마혈족처럼.

이대로 살았다면 머지않아 다가왔을 미래의 자신처럼.


“용서 못 해.”


반드시 복수하겠다.

관련된 놈들을 모조리 죽이겠다.


다짐하는 워커의 몸에 이질적인 힘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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