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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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작품등록일 :
2024.09.2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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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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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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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DUMMY

워커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관리자에게 구타당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에 절로 상체가 굽혀진다.

나름 아픈 것에 익숙해져 있던 워커로서도 참을 수가 없었다.


찌직-


체내에서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쉼 없이 들려온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모든 혈관이 찢어질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져 오던 그때.


두군-


한차례 크게 뛴 심장에 무언가가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며 통증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짓눌렀던 고통이 마치 거짓이었던 것처럼.

심지어 그 어느 때보다도 컨디션이 좋아졌다.

힘은 무겁고 몸은 가볍다.

갑자기 심장으로 찾아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미지의 힘이 지금껏 할 수 없었던 걸 할 수 있게 한다.

워커가 작게 탄성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각성인가.”


저보다 작은 짐승조차 이길 수 없는 인간에게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선사하여 초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적, 각성.

그 각성을 한 것이다.


심장을 가득 채운 힘을 움직여 봤다.

마치 혈관과도 같은, 체내에 생겨난 수천, 수만의 줄기를 타고 마력이 움직인다.

마치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먹으로.’


생각과 동시에 마력이 주먹으로 몰리며, 빛과 어둠을 섞어놓은 것 같은 신비로운 빛을 뿜어냈다.


워커가 마력을 감싼 주먹을 땅에 내질렀다.


쿵!


놀랍게도 땅이 움푹 파였다.


“이게··· 마력이로군.”


상상 이상의 힘이다.

관리자가 이만한 힘을 갖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신처럼 어린아이에게 뒤져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워커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자신이 복수하려는 단체엔 이런 힘을 수십 년씩 단련한 놈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그러니 강해져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그를 향해 달려오는 몇 사람이 보인다.

이전이라면 형태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거리에 있는 이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보인다.

아니, 보기 전에 이미 느꼈다.


‘관리자의 비명소리가 시끄럽긴 했지.’


저들은 아마도 그 소릴 듣고 달려오는 것이리라.

혹은 저들 사이에 동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장치가 있던지.


‘뭐, 상관없지.’


잠시 후 워커를 발견한 그들이 뜀박질을 멈추었다.


“너, 너···.”


옷이 피와 흙으로 범벅이 된 워커를 보며 그들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워커의 몸을 은은하게 감싼, 이제 막 각성했음에도 완벽하게 조절되고 있는 마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네, 네놈이 어떻게!”


어깨에 메고 있던 라이플로 워커를 겨누는 남자.

워커가 그에게 손짓했다.


“쏴봐.”

“뭐, 뭐?”

“쏴보라고. 이왕이면 여기로.”


남자의 눈과 총구가 워커가 가리킨 그의 발등으로 향하던 그때, 워커가 땅을 박찼다.

체내의 마력이 다리와 허리, 목에 적절히 분배되며 그의 몸을 가속시켰다.


팟-


순식간에 20m를 건너온 워커.

남자의 총구는 아직 밑으로 내려간 상태였고, 그와 함께 온 두 남자는 어정쩡한 자세로 허리춤에 매달린 검집에 손을 대고 있을 뿐 검을 뽑진 못한 상태였다.


“너, 너어-.”


차마 총구를 올리지 못한 채 벌벌 떨며 말을 더듬는 총잡이 남자.

워커는 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마력을 담은 손끝으로 심장이 있는 부분을 찔렀다.


푹-


마치 두부를 찌른 것처럼 그의 손은 너무나도 쉽게 남자의 근육을 찢고 뼈를 부수며 파고들었다.


“컥!”


피를 토하며 무너지려는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곤 좌측의 남자에게 다가간다. 손날을 좌에서 우로 그었고, 나아갔던 발로 땅을 밀며 반대쪽으로 향해 우측 남자의 가슴에도 손을 박았다.


투투툭.


거의 동시에 쓰러지는 세 남자.

고작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무기를 든 세 남자를 죽였다.


팟-


마력을 없애자 손 위에 묻어있던 남자들의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이게 초인···.”


자신은 앞으로 이런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놈들과 싸워야 한다.


“보람은 있겠네.”


복수에 실패할 거란 생각 따윈 하지 않는다.


“일단 정보부터.”


관리자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는 워커.


한 시간 정도 후 그는 관리자의 집에서 나왔고.

이날, 지난 십 년 동안 마혈족을 관리해온 작은 마을은 그 주인들을 모두 잃었다.


***


밤이 늦어 인적이 드물어진 주점 거리.

흔하디흔한 검은색 코트를 걸친 한 남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온 곳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다.

남자는 리드미컬하게 문을 세 번 통통통 두드린 후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보통 열쇠 구멍이 있는 곳에 위치한 가느다란 틈에 카드를 꽂아 넣었다.


철컥- 문이 열리며 얼굴에 화려한 문신을 한 여자가 웃으며 나타나 남자를 반겼다.


“오랜만이네, 럭.”

“오랜만이군. 잘 지냈나, 샤렐?”


슬쩍 럭의 뒤를 쳐다본 그녀가 비켜서 길을 터주며 대답했다.


“이렇게 살아있으면 잘 지낸 거지, 뭐.”

“그도 그렇군.”

“그래서 이번엔 뭘 원해서 온 거야? 영약? 장비? 정보?”

“특급 영약과 정보가 필요하다. 있지?”


샤렐의 눈이 살짝 커졌다.

보통 영약은 가장 하급인 9급부터 1급까지 분류되고, 가끔씩 특급 영약이 나타날 때도 있다.

그녀가 놀란 건 바로 어제 중계소에 특급 영약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 뒤라도 파는 거야?”

“내게 그럴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럼 나한테 특급 영약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들었다.”

“누구한테?”


럭··· 어렸을 적엔 워커라는 이름을 썼던 남자가 걸음을 멈추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 정보와 내가 원하는 정보를 교환할 건가?”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또 어디서 헌터스 놈들 죽이거나 고문해서 알아낸 거겠지. 안 그래?”


헌터스.

말 그대로 사냥꾼들의 연합으로 그들은 특이종, 괴수, 특별한 인간까지, 그야말로 온갖 것들을 사냥하는 자들이었다.


‘진짜 이상한 녀석이란 말이야.’


그러고 보니 벌써 십 년째다.

처음 럭을 봤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고작해야 열 살에서 열두 살 사이로 보였던 거지 꼬마가 살기 가득한 마력으로 감싼 손을 내밀며 밥을 내놓으라고 위협했을 땐 그야말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짠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들어서 배불리 먹히고 보낸 녀석은 한 달 후에 다시 나타나 보답이라며 금괴를 내밀었었다.

이에 샤렐은 보답이 과하다며 필요한 걸 물었고, 럭이 요구한 건 정보였다.

그때 처음 시작된 거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아직도 헌터스 놈들을 잡는 거야?”

“지금은 잠시 쉬고 있다.”

“손이 근질거려서 어떻게 참아?”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게 이상하진 않다.

지난 십 년 동안 럭이 원한 정보는 단 하나였다.

바로 헌터스에 관한 것.

그리고 샤렐은 본인이 넘긴 정보에 속한 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드시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의 손에 죽은 헌터스의 초인 헌터들만 해도 족히 백 명은 넘어가지 않을까?


“뭔가 오해를 하는 모양인데, 필요가 있어서 할 뿐이지 기본적으로 난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럭의 말에 샤렐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헌터스의 초인들에게 사신이라 불리기까지 하는 이가 하는 말이라기엔 너무 적절치 않았기에.

그래도 럭이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은 알았다.


“나도 네가 변태 살인마가 아니란 것 정도는 알아.”


아마도 복수라도 하고 있는 거겠지.

다음 말은 속으로 삼키며, 그녀가 뒤돌아 걸었다.


“들어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자고.”


***


번화가 한복판의 작은 주택.

샤렐과의 거래를 마치고 귀가한 워커가 식탁에 상자 하나를 올려두었다.


“집 열 채 값이라···.”


이 작은 상자 안에 특급 영약이 있다.

이걸 산다고 가진 돈의 반을 썼으니 실로 대단한 투자를 했다 할 것이다.


상자를 개봉했다.

그 안에 보석처럼 투명하고 빛나는 알약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단 세 명의 특급 약제사만이 만들 수 있다는 특급 영약이었다.


“운이 좋았군.”


특급 영약은 돈만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걸 구하는 과정에서 죽인 빌런이 대체 몇인지···.

워커는 특급 영약의 존재와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발품을 꽤나 팔아야 했고, 결국엔 영약을 만든 약제사와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천장에서 박스 하나를 가져와 열었다.

그 안에 색깔만 다를 뿐 모양과 뿜어내는 빛의 강도가 비슷한 알약 세 개가 있었다.


“이걸로 네 개째.”


오늘로 특급 영약 네 개를 모았다.

1차 각성한 지 어느덧 10년.

슬슬 때가 온 것 같다.


“장소를 알아봐야겠군.”


초인은 각성하는 순간부터 본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바를 볼 수 있게 된다.

일명 각성바.

샤렐에게 듣기로 평범한 초인은 보통 최초의 각성 후 30년 정도가 지난 후에야 각성바가 가득 차서 2차 각성에 도전한다고 했다.


그런데 워커는 이미 각성바를 가득 채운 상태였다.

아니, 최초 각성 후 10개월이 지났을 무렵에 이미 90%가 넘었으나 일을 위해 스스로 성장을 자제시키고 있었던 것뿐이니, 실제로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워커는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비정상적인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좀 다르다고 했지.’


조금이라도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이들은 하나같이 그랬다.

샤렐 또한 그랬다.


술과 분위기에 취해 언젠가 워커가 본인의 첫 살인에 대해 말해줬을 때, 그녀는 기겁하며 말했다.

각성하자마자 마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미친 초인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그런데 자기 앞에 그 미친 초인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깔깔거리며 웃어댔었다.


아무튼,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왔음을 직감한 워커는 이왕 할 거 제대로 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특급 영약을 찾아다닌 건 그 때문이었다.


모아야 하는 영약은 다섯 개.

모인 영약은 네 개.

이제 하나만 남았을 뿐이고, 그것이 있는 위치도 이미 파악해둔 상태였다.


“조만간 가져와야겠군.”


샤렐이 싸준 빵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술 석 잔을 따라 그중 두 잔을 맞은편으로 밀었다.

마치 앞에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워커가 중얼거렸다.


“내가 누구를 죽여야 하는지 알았어. 그런데 그를 죽이려면 지금 이대로는 안 돼.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줘.”


두근-


갑자기 크게 심장이 뛰었다.

눈앞이 붉어지고 온몸이 터질 듯 마력이 끌어 오른다.


‘또 이러는군.’


각성바를 가득 채운 채 더 나아가지 않는 초인에게 종종 찾아온다는 부작용이다.

몇 달 전에 만났던 특급 약제사, 메를슨은 이 현상을 나아가려는 섭리를 부정하여 발생하는 하늘과 육체가 내리는 벌이라고 설명했고, 2차 각성을 하지 않는 한 앞으로 더 심해질 거라는 예언과도 같은 경고를 날렸었다.


-너 같은 녀석에겐 좀 더 강하게 찾아올 테지. 흥미로워. 나조차도 예측이 불가능한 재능이라니. 살아남으면 꼭 찾아와주게나.


말은 좀 재수 없게 했지만.

어쨌든 그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본능에 몸을 맡긴 채 힘을 발산해 정신력을 적당히 소모해주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다행히 이 어둠의 도시엔 죽여도 되는 대상이 넘쳐났고, 워커가 이 도시에 오래 머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오늘이로군.”


술 석 잔을 연달아 입에 털어 넣으며 워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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