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냄새
나는 친구가 없다.
그리고 부모도 없다.
고아로 자란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보육원 동기들 조차
날 외면해 항상 외톨이였다.
한 번식 다가와 주는
많은 이들과 몇 마디
말을 섞다 보면 그들은
나를 멀리했다.
반복된 패턴에 익숙해질 즈음.
나는 입을 닫았다.
모두가 날 벙어리라 놀린다.
하지만 그게 더 편했다.
소외받는 게 더 편했다.
아무 말 없이 지낸 학창 시절.
학급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처음으로 닫혀 있던
입술을 열어 말을 뱉은 것 같다.
“엌...”
“아파...그만해...”
날 괴롭히던 아이들이
신기한 듯
얼굴 가까이 대며 말했다.
“와... 너 말 할 줄 아네?
다시 한 번 말해봐.”
“이새키 말 할 줄 알면서
여태 말 안 한 거야?
컨셉 오지네?”
장난기 가득 찬 아이들은
나를 위협하며 말 하길 원했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건넸지만,
나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또 나를 떠나갈 것이란 걸
알고 있기에.
차라리 벙어리라
놀림 받는 것이
나에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것도 관심이면 관심이었다.
오랜 기간 지켜왔던
가치관을 깨기란 쉽지 않았다.
입을 땔 용기가 나질 않았다.
“어쭈? 말 안 해?
오늘 날 잡자.”
“우리 내기 하자
한 명식 5분 동안 패서
누가 애 입을 먼저 여냐.
어때? 신박하지?”
다섯 명 남짓
나를 괴롭히는 무리는
낄낄 웃으며 내기를 제안했다.
“좋아. 학교 마치고
옥상에서 하자.
오늘 딱 날이네.”
“야. 너 마치고 옥상으로
바로 틔어 올라 와라.
안 오면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부할 수 없다.
거절은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게 뻔하다.
“왔냐?”
나는 손잡이를 돌려
무거운 철문을 살짝
밀었지만,
“끼이익”
철과 철이 부딪히는
마찰음을 내며
나의 등장을 모두에게 알렸다.
옥상에 온 무리가
아까보다 더 늘었다.
“아 진짜라니깐.”
“야. 나 재네동네에서 살았었는데
재 어렸을 때부터 벙어리라
소문났었어.
근데 무슨 말을 갑자기 하냐.”
“어우 진짜.
내가 오늘 재 말하는 거
보여주고 만다.
나 먼저 시작한다.”
교복 마이를 벗어 던진
아이가 나를 향해 돌진한다.
“퍽 퍽 퍽.”
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그는 조금 조급해 보였다.
저번보다
덜 아픈 것 같다.
더 아픈 척
표정 연기에 들어간다.
“야 끝났어 5분.”
“헉헉.. 와 이놈 질기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첫 번째 타자가
내려 온다.
아프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
온몸이 저리다.
이제 1회가 끝난 상황.
남은 8회를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 이번엔 내 차례다.”
2번 타자로 올라오는
저 아이는
유도 유단자라 들었다.
무서운 인상과 어울리는
꽤나 큰 덩치.
내 멱살을 대뜸 잡더니
높이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으아아앜.”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온다.
가치관을 깨는 것보다,
큰 용기보다,
앞선 건
고통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이었다.
2번타자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 무리를 쳐다본다.
무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마치
채무자가
집 안 깊숙이 숨긴
현금 뭉치를 발견한
사채업자처럼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 된 이상
상관없다.
나는 지금 한 대라도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
“야. 죽을래?
말 할 줄 알잖아?”
나는 고갤 떨구며
조용히 내뱉었다.
“어...”
아직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1번 타자가 피로 물든
내 얼굴 가까이 대며
속삭인다.
“야 시발.
왜 벙어리인 척 연기 한 거야?
길게 대답해라.
또 처맞기 싫으면.”
가슴이 쿵쿵 뛴다.
두려움이 아니다.
설레임에 가까웠다.
나의 말을 들어줄 이가
이렇게 많다니.
나는 거친 숨소리를
내는 그녀석 얼굴에
가까이가 말한다.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굳이 말 안해도
불편함이...”
“으앜. 시발”
갑자기 그녀석은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지른다.
“야 너 왜그래?
어...읔 뭐야?
이거 무슨 냄새야?”
“뭔데? 읔..시발.”
무리는
물러서며 코를 손으로 막는다.
“와 시발 이거 뭐냐?”
“와. 똥냄새 아니냐 이거?”
처음 알았다.
사람들과 말만 하면
날 피하는 이유.
내 입에선...
똥냄새가 난다.
그 뒤 나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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