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옛 이야기
300년 전. 전 지구적으로 게이트가 열렸다. 소위 말하는 양산형 웹툰이나 소설에서나 볼법한 게이트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에는 각성자도 회귀자도 상태창을 보는 영웅 같은 건 없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인류의 문명은 단 3일만에 무너져 내렸다. 쌓아온 시간에 비하면 너무 허망한 결말이었다.
지구가 생겨난 뒤로 생겨난 5번의 대멸종.
그날 신은 우릴 버렸고.
이젠 우리 차례였다.
하늘엔 게이트가 열리고, 그곳에서는 인류의 최후를 알리는 지구의 새 주인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권력과 지배의 상징이었던 높게 솟은 건물들은 제일 먼저 무너져 내렸으며 가장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들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자기네들끼리 부딪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종말을 알리 듯 붉게 묽든 하늘과 불결한 빛을 발산하는 달. 잔인하게 죽어나간 사람들의 시체는 땅 바닥을 기괴하게 나뒹굴었다. 지상을 가득 채운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연상케 했으며 그 위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의 절규가 넘쳐났다.
오로지 까마귀들만이 비참하게 지저귀며 공중을 헤엄치고 있었다.
모두 이 상황이 꿈이라 믿고 싶었다.
한 순간 사라진 일상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크고 잔인한 변화였으니.
그렇게 살육과 죽음이 전부인 세계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의 신앙심을 내세워 이 상황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신을 찾았으며.
동시에 신이 되기를 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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